책들의 우주/이론 298

과학의 사회적 사용, 부르디외

과학의 사회적 사용 - 피에르 부르디외 지음, 조흥식 옮김/창비(창작과비평사) 삐(피)에르 부르디외(지음), 조홍식(옮김), , 창작과비평사, 2002 부르디외의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단어 ‘장’(場, champ)에 대해 이해를 도와준 책이다. 역자도 언급하듯이 ‘이 책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체계적이지만 복잡하고, 논리적이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개념적인 부르디외의 이론들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20세기 후반 가장 중요한 사회학자들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부르디외는 한국에서도 이미 익숙한 학자다. 많은 책이 번역되어 나왔고 데리다나 들뢰즈와는 다른 매우 실천적인 학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더구나 데리다의, 문학적이긴 하나 아리송한 단어들이나 들뢰즈의 이해하기 힘든 개념어들..

박물관의 탄생, 전진성

전진성(지음), 박물관의 탄생, 살림, 2004. 초판 알튀세르가 강압적 국가 기구(Repressive State Apparatus)와 이데올로기적 국가 기구(Ideological State Apparatuses)를 이야기했을 때, 그는 우리의 삶 전체가 정치적인 기구들에 의해 둘러 쌓여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의 삶 전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시도가 알튀세르에게만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정치적인 것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가족, 학교, 미디어 등을 이데올로기적 국가 기구로, 어쩌면 군대, 경찰 제도보다도 더 위험한 기구들임을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은 분명 알튀세르의 기여라고 해야 할 것이다('아미앵에서의 주장'(솔출판사, 현재 절판)에서 여기에 대한 알..

노동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제레미 리프킨(지음), 이영호(옮김), , 민음사, 1996(1판), 2001(23쇄)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실업이 어떤 이유로 생겼고 이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는 없는 듯하다. 2004년 7월 현재 전체 실업률은 3.5%였다. 그리고 청년(15세-29세) 실업률은 7.6%였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를 참고한다면 한국의 실업률은 해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시 구조조정 체제가 구축되어가고 생산성 향상과 노동 유연성 확보라는 미명 아래 이제 노동자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 책이 나왔을 1996년에 읽었다면 설득력이 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2004년에 읽은 이 책은 한국의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마키아벨리

퀜틴 스키너(지음), 신현승(옮김), , 시공사, 2001 니콜로 마키아벨리(지음), 강정인(옮김), , 까치, 1994(1판), 2000(9쇄) 최근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르네상스에 대한 찬사가 19세기의 유산임을 알았다. 그간 공부를 하면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그 정도로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인가에 대해 매우 많은 의구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르네상스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19세기의 지식인들이 만들어낸 편견일 수도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게 된 셈이다. 이런 문예 부흥의 시기에 니콜로 마키아벨리 같은 인물은 다분히 이해하기 힘들고 받아들여지기도, 높게 평가하기에도 애매하다. 그는 공공연하게 '비열한 권모술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

고고학자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역사 기행, 요시무라 사쿠지

고고학자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역사 기행 요시무라 사쿠지 지음, 김이경 옮김, 서해문집 이집트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다. 피라미드에 대해서, 투탕카멘에 대해서, 스핑크스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집트 예술에서 최초로 ‘카논’이 등장했고(그리스가 아니라) 여성에게 왕위계승권이 있었으며 피라미드를 만들었던 이집트 사람들이 행복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너무 자주 들었기 때문에 자세히 알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종류의 지식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이집트와 관련된 것들이 아닐까 싶다. 가령 지금 세계 지도 속에 이집트라는 나라가 있기 때문에 이 나라가 기원전부터 계속 있어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기원전 343년에 이집트인들이 다스리는 이집트라는 나라는 세계..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음, 푸른역사 실제로 일어난 일이지만, 기록되지 않아 전해지지 않는 일들은 많다. 그런데 그런 일들은 대체로 기록으로 남기기에는 너무 사소한 일이거나 정치적이거나 도덕적인 이유에서 배제된 것들이다. 그래서 제한된 기록된 자료들을 가지고 재구성해야 하는 역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조작된 것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역사란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조선 시대에 일어났던 일이지만,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 책을 묶어낸 것이다. 그것은 중인, 기생들에 관한 것이며 조선 시대에 미천했던 부류들에 대한 기록들의 모음이다. 그래서 이 책은 흥미진진하며 수업 시간에는 배울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읽고 난 조선시대도 요즘 세상과..

미쳐야 미친다, 정민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 정민 지음. 푸른 역사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책의 처음 삼분의 일 정도만 불광불급에 대한 이야기일 뿐, 후반부는 독자를 매혹시키는 이야기가 나오진 않는다. 쉽게 읽히고 재미있다는 점에서 한 번쯤 권하게 되는 책이지만, 읽고 난 다음 남는 것이 없다는 점에선 궁금한 사람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독자에 따라 틀려지지 않을까 싶다. 난 다 읽고 난 다음 좀더 깊이 있는 내용을 많이 담을 수 있을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대중적으로 흐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요즘 이런 류의 책이 많이 출판되고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미국 만들기 - 20세기 미국에서의 좌파 사상, 리처드 로티

미국 만들기 - 20세기 미국에서의 좌파 사상 리처드 로티 지음, 임옥희 옮김. 동문선 개인적으로 '너는 보수주의자 나는 진보주의자', 혹은 '너는 우파 나는 좌파'라는 구분 짓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면 한 사람 속에서는 보수적인 모습과 진보적인 모습이 공존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나은 미래를 향한 실천'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들은 일정한 규칙에 의해 조정되고 하나의 방향을 향해 움직여야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생각은 순진하고 이상주의적인 것이다. 왜냐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리처드 로티의 이 책은 미국 내에서의 좌파 사상이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서술한 책이다. 특히 20세기 후반의 강단 좌파들에 대한 비판은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 왜냐..

이데올로기와 탈이데올로기, 사에키 케이시

이데올로기와 탈이데올로기 - 이데올로기는 종말을 고했는가? 사에키 케이시 지음, 이은숙 옮김, 푸른숲 사람에 따라서는 이념이라는 성가신 존재는 없어도 좋은 게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안개를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빵을 먹고 산다. 빵만이 아니다. 빵 다음엔 의복, 의복 다음엔 텔레비전이나 세탁기다. 그 다음은 자동차, 다음은 텔레비전이나 세탁기다. 그 다음은 자동차, 다음은 퍼스컴이다. 이리하여 물건의 계열이 무한의 시계열을 만든다. 그것이 현실이고, 그것만이 현실이다. 이렇게 경제가, 또는 물질적인 성장주의가 우리 사회의 기본을 형성하고, 그것이 이제 아시아의 경제 붐이라는 풍선을 타고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이런 현실에서 도망칠 수 없으며, 이 현실을 외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철학을 위한 선언, 알랭 바디우

철학을 위한 선언 알랭 바디우 지음, 이종영 옮김, 백의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역주가 달려있었지만, 독자의 이해를 도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것같으나, 역자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역자의 설명대로 보자면, 바디우는 생성의 세계 거부하고 존재의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플라톤주의자 쯤 되는 모양인데, 이해안 되기는 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누가 나에게 이 책에 대해서 설명을 해줄 사람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