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斜陽)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소화. 둘이서 소리 내어 웃었지만, 웃고 나서 한없이 쓸쓸해졌다 - 25쪽 책을 읽다 졸음이 왔다. 휴대용 커피 한 봉지를 뜯어 탄 흐릿한 빛깔의 커피 한 잔을 마시자마자 졸음이 밀려왔다. 오래된 독일산 듀얼 턴테이블에 척 맨지오니의 레코드판을 걸어두고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읽으면서 졸음을 느꼈다. 그리고 잠을 잤다. 일요일 오후 몇 주째 엉망인 사각의 방 구석에서 선풍기 바람 속에서 낮잠을 잤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밖으로 블랙 커피 빛깔로 변해 있었고 다시 사양을 펼치면서 지는 해 사이에 서있는 가즈코를 생각했다. 스물 아홉의 가즈코. 지금 일본 열도 어느 구석에선 장차 문학을 하리라 꿈꾸는 짧은 머리의 청년이 배낭을 싸고난 다음 지도를 꺼내 간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