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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소비의 미래 Die Zukunft Des Konsums

다비트 보스하르트(지음), 박종대(옮김), 생각의 나무 






2001년에 번역된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더구나 <<소비의 미래>>라는 경제경영서적을(경제경영서들은 시류를 타는 탓에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읽기 애매해진다). 그런데 이 책, 의외로 단단하고 읽을 게 많으며 십 수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호소력 짙다. 아마 2001년에 읽었다면 제대로 읽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책은 소비자, 소비 문화를 여러 현대 이론들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치밀하게 분석하고 진단한다. 가령 스포츠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아래와 같다.


현대는 광범한 스포츠화 사회이다. 스포츠는 사고 오락(denkunterhaltung)이 되었고, 스포츠에 대한 전통적 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특정한 인생관이 되었다. 

- 327쪽 


과거의 스포츠 스타들은 건실한 민족적 영웅의 화신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스타는 컬트적 존재이며, 포스트모던적 상표 기법의 법칙에 따라 완벽하게 움직이는 '연출된 가정적 존재(ein inszeniertes konstrukt)이다.

- 329쪽


솔직히 스포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았음을 위 인용된 부분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저자는 전반적인 소비자의 태도의 변화, 소비 문화의 변화, 여기에 대응한 상품/서비스/기업의 대응을 분석하면서, 특히 사치 산업, 오락/관광/멀티미디어 산업, 음식, 팝 문화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면서 앞으로의 시대는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임을 강조한다. 


* 마케팅 의식의 발전이 곧 경쟁력의 차이를 보여준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정말 중요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

* 미래의 시장에서의 투쟁은 더 이상 (구체적인) 상품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징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이 될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당신의 (구체적인) 상품을 잊어버려라.

* 시장의 감성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감성의 영역을 체크하는 것으로 당신의 사업을 시작하라.

- 86쪽 ~ 87쪽 


특히 책 말미에 언급된 시장 조사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은 최근에 들어서야 주목받는 요소라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다. 


- 시장조사를 함으로써 허위사실만 점점 더 증가한다(합리적 세분화 과정만 증가한다). 

- 시장 조사는 인구통계학 및 구매력에 따른 분류를 신뢰하는 감옥이다. 

- 피드백 시스템(Feedback, 고객의 반응과 의견을 반영하는 시스템)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 고객을 정적인 표본으로 간주하는 보수주의적 경향을 보인다.

- 유형론을 신뢰한다(방향성에 대한 분석보다는 확정적 형식을 선호).

- 관료주의적인 경향(역동성 대신 관리, 행정).

- 403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 대부분은 지금도 끊임없이 시장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하긴 예전보다 많이 개선된 방식을 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는 대중에게 수요를 물어보지 않고 상품을 공급하고자 한다. 대중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뿐 아니라, 무엇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 ... 따라서 우리는 시장 조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상품을 만들고 그 사용가능성을 고안한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중이 그 상품을 사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면서 시장을 점령한다." - 아키오 모리타(소니 공동창업자)

 - 404쪽에서 인용 


이에 덧붙여 저자인 다비트 보스하르트는 '성공의 본질적인 요인은 고객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자기 상품에 대한 믿음이다'라고 단언한다. 


무척 흥미롭게 읽은 이 책은 종종 문화 분석서처럼 읽히기도 하는데, 여러 철학자들의 견해를 언급해서 더 그럴 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절판되어 헌책방에서만 구할 수 있을 텐데, 기회가 닿으면 한 번 읽어봐도 좋을 듯 싶다. 지금 읽기엔 대부분 아는 내용이기도 하고 몇몇 기업의 사례는 부적절하기도 하다(망한 기업이나 서비스를 사례로 들고 있어서). 하지만 이 책이 1997년에 독일에서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바타이유에 대해 언급한 구절이 있어 길게 인용해볼까 한다(바타이유의 경제학은 정말 흥미로운데,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


바타이유는 이미 <소비입문 La notion de'pense>이라는 이전의 논문에서 이러한 현상을 열거했다. "사치, 상(喪), 전쟁, 종교, 호화 기념 건출물 건립, 놀이, 공연, 예술 그리고 도착적 섹스 행위" 등 이 모든 것은 전통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일체 "비생산적인 지출"로 간주되었고, 손실로서 평가받았으며, 정상적인 인간 살림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우리가 이러한 영역을 도외시하였던 탓에 오히려 우리 사회가 도착적인 증상을 보였다. 바타이유는 궁핍의 경제학 비판에서 궁핍이 아니라 과잉이 정상적인 현존재의 상태라고 주장한 니체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바타이유는 지금까지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그 "추방 영역"들이 경제와 문화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도취, 탐닉 혹은 광란까지도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면 인간적인 것을 도외시하는 셈이 되고, 따라서 현대 경제학도 이미 출발에서부터 어긋나게 되는 것이다. 

- 131쪽 





소비의 미래 - 10점
다비트 보스하르트 지음, 박종대 옮김/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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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이었다. 당시 취재기자가 그에게 복기에 대해 물었다. 

"바둑 끝나면 이기든 지든 복기를 하잖아요. 그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나요? 진 것도 화나는데 졌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한다는 게 ..."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졌는지 모르는 게 더 답답하죠. 어떻게 이겼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어떻게 졌는지는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오답노트 정리와 비슷한 개념인가요?"

"그럴 수도 있지만 좀 다른 느낌이죠. 바둑이 스포츠가 됐지만, 저는 바둑이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도자기를 구울 때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야 다음에 좋은 것을 만들 듯, 바둑 기사는 더 훌륭한 예술 작품을 위해 복기를 하는 겁니다."

- '복기 또 복기, 승부사 이세돌',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6월 4일자 


바둑만 이럴까. 세상 모든 일을 이렇게 접근한다면, 안 될 일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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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방바닥을 정리하다가 찢어놓은, 오래된 신문 조각에서 소렌스탐의 은퇴 기사를 읽는다.

그녀는 작년 5월에 은퇴했다. 은퇴하면서 데이빗 레터먼 쇼에 출연하면서, 내가 은퇴하는 이유 열 가지를 밝혔다. 그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타이거 우즈가 자꾸 내 퍼터를 훔쳐 가는 게 지긋지긋해서"
"그린을 겨냥하는 게 점점 재미없어지고 대신 관중을 겨냥해 샷을 날리는 것에 관심이 많아져서"
"스트레스가 심한 경기에서 티를 땅콩처럼 씹어 먹을 때"
"(캐디가 아니라) 캐디백과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기나긴 (미국) 대선 캠페인 때문에 인생이 지겨워져서"

이런 이유들 중에서 1위는 "요즘 내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내 약혼자의 퍼트뿐"이라는 것이다.

작년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도 은퇴할 때, 이런 은퇴 이유를 밝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지만, 도리어 소렌스탐의 저 은퇴 이유, 너무 부럽기만 하다.

최고의 자리에 선다는 것도 어려운데, 그 자리에서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자유와 행복을 위해 은퇴한다는 것. 대단하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된다. 먼 훗날 나도 이렇게 은퇴할 수 있으면 좋겠다. 











Comment +2

  • 일전에 우연찮게 이 곳을 발견하여 파아란 영혼을 한번 들여다보고,
    잊고 지냈는데 그 때 이곳이 마음에 들어 즐찾을 해놨었나봅니다.
    다시 들렀는데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이라는 말에 뜨끔해, 댓글 하나 남기고 갑니다. ^^

    • 감사합니다. : ) 딸기님의 리뷰는 종종 챙겨본답니다. ㅎ~.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이라고 달아놓긴 했지만, 리플 다시는 분들이 워낙 적은 블로그라서.. ㅋㅋ..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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