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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벌써 마흔, 그리고 이직 고민

회사 잘 다니는 친구가 나이 마흔에 젊은 헤드헌터에게 이직을 이야기해놓았는데, 연락이 없다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서른 넷에 어느 헤드헌팅 회사에서, 지금은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나가는 벤처 기업의 마케팅팀장으로 제안이 들어왔는데, 보기 좋게 거절했다. 그것도 미술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그리고 아주 오래 동안 서서히 가라앉았다. 뭐, 좋은 경험을 쌓긴 했지만) 다시 이직을 고려 중인데, 쉽지 않다. 쉽지 않다는 건 '옳긴다는 사실'이 아니라 '옮기고 난 다음의 여러 권한과 책임' 탓이다. 나이가 마흔이 되고 보니, 일을 한다는 건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것이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뢰를 얻으면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신뢰를 얻은 만큼 정성과 최선을 다한다는 ..

일상

일(프로젝트)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 어떻게든 해주면 무조건 감사를 받을 수 있는 일,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일, 딱 노력한 만큼만 대가를 받는 일, 노력해도 본전치기이거나 도리어 욕먹을 일 등등.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구분할 능력도, 구분할 생각도 없이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몸은 늘 피곤하고 마음은 항상 가난한 것인가. 어제는 종일 두통에 시달렸고,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비 탓인지, 매우 우울하고 기운 빠지거나 기분만 상하던 날이라, 양재동 갤러리를 잠시 들른 후, 곧장 신촌으로 가 맥주 3병을 마셨다. 급하게 마신 탓인지 취기가 금세 올라, 카페에 들어간 지 한 시간 남짓 흐른 후 일어나 집으로 왔다. 그리고 자정이 되기 전 잠자리에 들었으며, 오전 6시에 잠자리..

일과 인생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나에게 일이 있다는 건, 글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아침에 일어나 티브이를 보는데, 독일 뉘른베르크에 있는 소세지들이 나왔다. 뉘른베르크라고 하면 뒤러의 고향이었던 것같은데. 뒤러와 소세지라. 많은 소세지들을 보면서 침을 삼켰다. 오늘 저녁에는 집에서 소세지를 구워먹어야겠다. 12월, 올 1월,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있다. 뭐, 그렇게, 슬픈 일이 있다고, 뭐, 그렇게, 꿀꿀하다고, 술을 마셔대는 걸까. 술 마시고 노래하면 그렇게 우울해지면서 말이다, ... 술 마시고 날카로운 면도날 하나 가슴 주머니께에다 숨기고 거리를 걸으면서 ... 세상은 너무 끔찍해서 눈을 뜨고 볼 수 없다. 저녁, 소세지를 먹으면서 하나비를 빌려다 봐야 겠다. 요즘 통 옛날 영화만 보는 것이, 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