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67

자연을 탐하다 - 이재효 展, 성곡미술관

자연을 탐(探)하다이재효 1991-2012 성곡미술관, 2012.3.30 - 5. 27 "작업 모티브가 그러하듯 대부분의 작업은 자연에서 구한 재료를 사용한다. 나무와 나뭇가지, 떨어진 이파리, 크고 작은 돌, 풀 등이 그것이다. 못이나 볼트, 철제와이어와 철근, 용접술 등도 일부 개입한다." - 전시 설명 중에서 한참 지난 전시 소개를 이제서야 올린다. 전시가 일상의 뒤로 밀려나가고 있지만, 가끔 만나는 좋은 작품은 언제나 내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재효. 그는 자연 속에 손을 넣어 인위적인 세계를 구성해내었다. 자연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아름다운 방해를 보여주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를 지나, 사람의 손이 닿은 자연. 작가가 선보이는 자연은 붙이고 깎고 문지르고 구부린 자연이었다. 그..

중력중독자의 날개 - 김이경 전, 한전아트갤러리(양재)

중력중독자의 날개 Wings of Gravity Addict - 김이경 전, 한전아트갤러리, 2012.1.23 - 2.3 첫 전시를 한다는 건 참 고단하면서도 가슴 떨리고, 기대되면서도 쓸쓸한 일이다. 그건 누군가의 시선 아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며, 드러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형편없는 취향에, 보잘 것 없는 언어에, 혹은 금전적 이득과는 무관한 시기와 질투 속에 휩싸이는 것을 의미한다. 하긴 도리어 지독한 찬사가 작가의 앞길을 망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젊은 작가들 앞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란 '작품이 좋네요'이거나 '계속 작업하세요'다. 이 두 말이 가지는, 인생에서의 가지는 위험성과 중독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첫 전시를 한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복이며 근..

MY WAY,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플라토

MY WAY - 장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플라토(로댕갤러리), 2011.09.08 - 11.27 40대 후반의 프랑스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조금 낯설다. 삼성문화재단의 지원을 받는 로댕갤러리가 문을 닫자, 다수의 미술 애호가들은 실망했다. 이는 종종 순수미술이 상업 권력과 나란히 갈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역설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몇 해 전, '행복한 눈물'이라는 작품과 연관된 삼성 그룹의 비자금 의혹으로 인해 로댕갤러리는 휴관에 들어가게 되고, 리움미술관도 한동안 기획전시를 열지 않게 되자, 한국에서 보기 드문 세계적인 작가의 대형 전시를 열 수 있는 기획력과 재력을 갖춘 두 전시 공간의 휴관을 못내 아쉬워한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리움..

균제(均齊) - 김수영 展, 원앤제이갤러리

균제(均齊) - 김수영 展 원앤제이갤러리(www.oneandj.com) 2011.9.1 - 10.2 사각의 캔버스 속, 빼곡하게 들어찬 창들을 가진 건물의 숨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듯하다. 그건 마치 동물의 피부와도 같다. 마치 거대한 식물의 이파리같다. 현대의 건물들, 정확히 말하면 모던 건축물의 외벽을 옮기는 그의 페인팅(회화)는 딱딱하고 건조하지만, 섬세하고 참을성이 있다. 실은 그의 작품 속에 건물들은 어제 밤에 토라진 애인같다. 그의 작품이 차갑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창이 닫혀 있고 벽만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건 거대한 도시에서 마주하게 되는 차가운 건물이 아니라, 우리 마음 속으로 들어온 살아있는 건물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우리가 늘 눈으로 마주하는 존재, 그리고 그것들..

서울미술산책가이드, 류동원/심정원

 서울 미술산책 가이드 류동현,심정원 공저, 마로니에북스 "발을 내딛는 순간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세상에는 그런 매혹적인 길이 있다. 한 번 내딛으면 나도 모르는 새 푹 빠져 드는 그런 길. '미술'이라는 길이 바로 그렇다. 이 책은 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미술 현장으로 이끌기 위해 쓴 가이드북이다." 저자들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주말미술여행'을 운영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미술 전시에는 관심있으나,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 없을까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 한 권을 서점에서 샀습니다. 책은 무척 좋습니다. 문장은 평이하면서도 미술 전문가들이 일반 관람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다 적고 있었습니다. 주요 미술관, 갤러리들 뿐만 아니라 미술 감상법에 대해서도 적고 있는 이 ..

국제아트페어 '키아프 KIAF' 2011 오픈

KIAF 2011 (Korea Interanational Art Fair 2011) 2011. 9. 22 - 9. 26 코엑스 1층 A&B Hall http://kiaf.org 어제 퇴근 길에 키아프에 다녀왔습니다. 국내 최고의 국제 아트 페어라고 하지만, 국제적인 아트페어와 비교한다면 갈 길이 먼 행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 미술계 내에서도 논란이 많은 행사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생각는 미술 쪽에 한 때 몸 담았던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고, 한국의 미술 애호가들에게 이런 행사는 놓치면 안 되는 아트페어임에는 분명합니다. 여유가 되어 홍콩 아트페어나 상하이 아트페어, 혹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를 가지 못할 바엔, 키아프는 (다소 미흡하긴 하지만) 세계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는 작..

21세기 풍경 21C Scape in Mind: Emptiness, 성곡미술관

21세기 풍경 21C Scape in Mind: Emptiness 2011. 8. 26 - 10. 16 성곡미술관 1관 전관 (입장료 있음) 가을의 길목, 성곡미술관을 향해 올라가는 길은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했다. 8월말, 한낮의 주말, 바람은 선선했으나, 기온은 30도 가까이 올라갔다. 성곡 미술관은 주말 나들이 나온 이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2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21세기 풍경' 전이었다. "첨단 과학의 시대, 물질 만능의 시대, 개발의 시대를 만나고 경험하고, 황량하고 덧없는 공허한 심리 풍경을 이야기하고자 기획되었다." - 전시 설명 전시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시된 작품들은 현대 문명 속에서 상처입은 마음의 풍경을 담아내거나 그것을 은유하고 있었다. 작품 대부분은 슬..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 - 국립중앙박물관

145년 만의 귀환, 외규장각 의궤 2011.7.9 - 9. 19, 국립중앙박물관 의궤란 ‘의식(儀式)의 궤범(軌範)’이란 말로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이란 뜻이다. 왕실과 국가에서 의식과 행사를 개최한 후 준비, 실행 및 마무리까지의 전 과정을 보고서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의궤는 철저한 기록 정신의 산물로서 예禮를 숭상하는 유교 문화권의 핵심 요소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 국가의 통치 철학 및 운영체계를 알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의궤는 왕의 열람을 위해 제작한 어람용(御覽用)과 여러 곳에 나누어 보관하기 위한 분상용(分上用)으로 구분되어 5~9부 내외가 제작되었다. 통상 어람용은 1부를 제작하는데, 외규장각에 있던 의궤는 대부분 어람용이라는 데 그 중요성이 크다. 어람용을 분상용과..

시원한 여름 나기를 위한 추천 전시

직장 다니는 이에게 토요일 오전만큼 금쪽 같은 시간은 없을 것입니다. 며칠 전에 사둔 원두로 드립커피를 내리고 낡은 오디오에 친숙한 선율의 모짜르트를 올리고 잠시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멍하게 앉아 있습니다. 이렇게 무더운 날, 전시를 보러 가는 것보다 계곡이나 바다로 가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아마 전시장에서 관람객을 기다리는 큐레이터나 작가들도 마찬가지 기분이 아닐까요. 하지만 산, 계곡, 바다와 맞바꿀 만큼 흥미진진한 전시들도 있습니다. 제가 아직 보지 못한 전시입니다만,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가 있어서 이렇게 올립니다. 영국로열아카데미 대표작가전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2011.7.1 - 9.25 영국 현대 미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몇 해 전 Flash Art는 미술..

오브제 미술Objet Art, 그게 뭐지?

지난 주말, 서울시청 앞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를 보고 왔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갔는데, 예상보다 사람이 적었습니다. 실은 방학이고 주말이라, 길게 줄을 서서 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불현듯 아주 형편없는 기획 전시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들어가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한편으론 전시 보는데 큰 불편함이 없어 다행이다 싶기도 했지만, 정작 사람들의 눈을 밝게 하는 전시에는 사람들이 찾지 않고 그렇지 않은 전시에는 사람들이 찾는 걸 보면, 이제 전시도 마케팅을 떠나서는 진행하기도 어려운 시절이 되어간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만, 주최로 ‘조선일보’로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네요. 여기에 정치적인 색깔이 입힐 의도는 없습니다만, 전시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