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67

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 - 2010 올해의 작가: 박기원

Who’s Afraid of Museums? - Artist of the Year: Kiwon Park 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 - 2010 올해의 작가: 박기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2010. 4. 6. – 5. 30. 나는 공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품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보다 공간 속의 작품, 즉 공간과 작품이 중립적이기를 원한다. 나는 이미 만들어진 환경이나 풍경은 그대로 있고, 그 위에 ‘미세한 공기의 흐름’, 팔의 솜털이 움직이듯 한 미세한 바람처럼 어떤 자극도 없어 보이며, 방금 지나친 한 행인의 기억할 수 없는 모습과 같은 최소한의 ‘움직임’을 원한다. – 작가 노트 중에서 무더운 날씨였다.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미술관으로 향했다. 실은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다. 늘 보아오던 작품..

서울포토2010 (Seoul Photo 2010)

전시 기획, 특히 대형 미술 전시 기획의 어려움은 수익만 쫓아가는 비즈니스의 속성, 그리고 그것과 무관하거나 아직 한국적 풍토와 잘 맞지 않는 예술성, 작품성을 서로 만나게 하는 데 있다. 내가 관여하고 있는 아트페어도 마찬가지다.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포토2010도 그런 사정을 여실히 드러낸 전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아트페어에도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이 존재한다. 결국엔 공통된 관심사와 목적, 팀웍이 중요하다. 내가 갤러리스트로 나갔던 아트페어, 혹은 주관했던 아트페어에서 결국 중요했던 것은 팀웍과 참가한 작가나 갤러리의 작품성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마인드였다. 적고 보니, 참 어려운 일이었음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서울포토201..

조르주 루오 - 신성과 세속

조르주 루오 - 신성과 세속 2009. 12. 15 ~ 2010.3. 28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3F 비가 내릴 듯한 색채의 대기 - 흐린 날씨. 북쪽 대륙으로부터 밀려든 짙은 구름들. 거친 아스팔트 도로 옆의 커피숍. 일요일 오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전시를 보는 것이 이젠 특별하게 변해버린 어느 직장인의 일요일 오전. 조르주 루오를 그 때 만났다. 전시장 입구는 인파로 빽빽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조르주 루오를 만나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다니! 하지만 아니었다. 1층에 인상주의 전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 미술관 앞 길게 늘어선 줄은 서울이 마치 대단한 예술의 도시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 열기가 다른 전시들에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조르주 ..

Martin Creed 마틴 크리드 전, 아트선재센터

Martin Creed 2009.11.07 – 2010.02.12 Artsonje Center, Seoul, ROK 현대미술(contemporary art)는 어디까지 막다른 골목으로 향해 갈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마틴 크리드(martin creed) 전을 추천한다. 2001년 그가 터너상을 받았을 때도, 한 쪽 세상은 그의 수상에 열광했으나, 한 쪽 세상은 경악하고 분노했다. 이 점에서 터너상 수상자의 대부분은 이러한 찬반양론에 휩싸이며, 터너상은 은근히 이를 즐기는 듯하다. 아트선재센터의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의 최전선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전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마틴 크리드는 내게 그리 감동적이지 못했다. 도리어 불편했고 마틴 크리드의 조롱과 장난은 도가 지나..

일상

어제 낮부터 허리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기 시작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주기적으로 생기는 일이다. 허리를 무리하게 움직이는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2-3번 씩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ㅡ_ㅡ; 아무래도 자세가 좋지 않은 것같다. 몸이 아프니까,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겠다. 어젠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들어가자마자 잠을 잤다. 하긴 집이 멀어, 도착하니 9시 가까이 되긴 했지만. 하지만 허리는 그대로 아프기만 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고통을 알 턱 없는 이들은 '저 사람 왜 저러나' 그럴 것이다. 역시 아프다는 건 좋지 않다. 아픈 이야기는 별로 좋지 않으니, 아래 사진 한 장 올린다. * * 오래된 건물이 주는 아늑함이 있다. 덕수궁 석조전 서관 2층 안이다. 늦겨울의 햇살이 찬란..

그림 좋다 展 과 Propose 展 - 순수와 상업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그림 좋다 展 (KAMI’s Choice: The Soul of Korean Contemporary Art) 2008. 12. 24 ~ 12. 30, 인사아트센터 프로포즈(Propose) 展, UNC갤러리 2009. 1. 8 ~ 1. 23 1. 나에게 이 두 전시는 묘하게 겹쳐져 보였다. 작가나 작품에 대한 선호를 떠나, ‘순수’라는 단어와 ‘상업’이라는 단어는 상식적으로 서로 극명하게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어쩌면 동일한 궤도에서 움직이는 개념일지도 모른다. 즉 순수하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성공할 여지가 높다는 … 꽤 모순적이지만 말이다. 순수 미술에 있어서 시장(market)이 본격적으로 떠오른 것은 19세기 초의 일이다. 그 전에도 미술 시장(판화나 주문 제작의 유화를 위한)이 존재했지만, 모든 예술..

다색 빗물의 파동 - 김영민 개인전

다색 빗물의 파동 - 김영민 개인전 2009. 1. 29 - 2009. 2. 20 굿모닝신한갤러리(여의도) Untitled, 130.3X162.2cm, Mixed media on Canvas, 2008 얼마나 한참 앉아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열 살 정도 되었을 때.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던 비포장 길 한 쪽 구석, 오전에 내린 비로 얕고 작은 웅덩이 하나가 생겼다. 나는 엉거주춤하게 앉아, 바지 끝이 닿는지도, 소매 끝이 더러워지는 지도 모른 채, 맑게 갠 하늘이 빗물 웅덩이의 수면 위로 비친 모습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바람이 부면 그 작은 웅덩이에도 물결이 일었다. 바로 옆 미루나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에 요동을 쳤고 내 작은 손가락 하나에도 흔들거렸다..

월요일

집에 들어오니, 어느새 자정이 지나있다. 지하철 안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크를 읽었다. 세계는 지금 미국식 경제 정책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로 고심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지금 어떻게 하면 (레이건 이후 부시까지 이어진) 미국식 경제 정책들을 잘 도입할 수 있을까 고심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하긴 르몽드 디플로마크라고 하면, 소위 말하는 '좌빨' 저널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니(내가 읽기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여겨지지만). 지난 주 토요일에는 약 일곱 개 정도의 전시를 챙겨보았다. 약간 불편한 동선이었고 두 개의 약속이 있었던 터라, 정신없이 움직였지만, 몸이 피곤한 만큼 영혼은 꽤 풍요로웠다. (보았던 전시들의 리뷰를 적을 생각인데, 과연 언제 다 적을 수 있을련지~) 일요일에는 아침 8시에 일어나 약간..

冬.中.之.情 - 민병권 展, 갤러리 갈라

冬.中.之.情 - 민병권 展 갤러리 갈라_GALLERY GALA 2008. 12. 17 ~ 12. 30 민병권, 백제송(百濟松), 한지에 수묵담채, 99×76cm, 2008 서가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소리 내어 읽는다. 에서는 ‘소나무 가운데 큰 것은 둘레가 몇 아름이고, 높이는 십여 길이다. 돌을 쌓은 것같이 마디가 많고 껍질은 매우 거칠고 두꺼워 용의 비늘과 같다. 뿌리는 굽어 있고 가지는 늘어져 있다. 사계절 푸르러 가지와 잎의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 봄 2~3월에 싹이 트고 꽃이 필어 열매를 맺는다. 여러 품종 가운데 잎이 세 개인 것은 고자송(枯子松)이고, 다섯 개인 것은 산송자송(山松子松)이다. 송진은 쓴데, 땅 속에서 천년을 묵으면 복령(茯笭)이 되고 또 천 년을 보내면 호박(琥珀)이 된다...

파리에서의 일상

사진 몇 장을 올린다. 역시 일 때문에 오는 건 재미없다. 갤러리에서 일찍 나와 잠시 길을 걸었다. 얇은 구두가 발을 아프게 했다. 일요일 파리 거리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퐁네프 표지판. 노트르담을 지나 샤틀레 역으로 향해 가던 중. 오데옹 극장 거리 앞 노천 까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 노트르담 성당 정면 왼쪽 부분. 마자랭 거리에 위치한 갤러리 프레드릭 모아상 내부. 현재 강창열 작가의 초대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