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2

늘 그것들은 음악이거나 날씨 탓이다.

I Call Your Name-The Mamas and Papas in Monterey 몇 년 만에 낡은 일제 파이오니아 턴테이블 위에 중고 LP 가게에서 구한 마마스앤파파스 베스트 음반을 올려놓았다. 몇 년 동안의 먼지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라 사각의 방을 채웠다. 오래된 슬픔의 목소리들이다. 십여 년 전 마마스앤파파스는 왕자웨이의 영화 ‘중경산림’ 덕분에 철지난 유명세를 탔다. 나도 그 때 그들을 알았다. 그 때, 나는 한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시나리오만 쓰고 싶었다. 딱 그것만 하고 싶었다. 군대를 끝낸 후였고 복학하기 전이었다. 사랑을 하고 싶었으나, 난 늘 번번이 실패하는 쪽에 속했다(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창원 중앙동의 작은 비디오 가게에서 오후 3시부터 새벽 2시까지 지냈다. 그 때 유..

초겨울이었다

초겨울이었다. 95년 창원이었다. 그녀의 방에서 양말 하나를 놔두고 나왔다. 침대에서 뒹굴었지만 성공적이진 못했다. 술을 너무 마시고 나타난 그녀를 안고 그녀의 집까지 오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술에 취해 침대에서 바로 곯아떨어지리라 생각했던 그녀가 덥석 날 껴안았을 때, 내일 오전까지 그녀와 있어야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침대 옆 큰 창으로 새벽빛이 들어왔다. 새벽빛들이 그녀와 내 몸을 감싸고 지나쳤다. 텅빈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가 들렸고 새벽 취객의 소리도 들렸다. 내 몸 위에서 그녀는 가슴을 두 손으로 모으면서 내 가슴 이쁘지 않아. 다들 이쁘대. 하지만 그녀와의 정사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술에 취한 그녀는 금방 지쳐 잠을 자기 시작했고 그녀 옆에서 아침까지 누웠다 앉았다 담배를 피워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