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2

일상

파리에 계신 작가의 메일을 받았다. 내년 2월에 일본으로 간다고 하니, 내년 일본에서 볼 수 있을 것같다. 남편은 프랑스 작가인데, 7~8미터 길이의 작업을 한다고 했다. 일본에서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업실을 구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동경에 계신 noi님께도 연락해야지. 아참, 아직 책을 읽지 못했다. 빨리 읽고 서평을 올려야 겠다. 한 번 잡으면 놓지 못할 책임을 알기에 좀 태평스러웠다. 서문은 읽고 서가에 놓아둔 상태다. 이젠 시차엔 적응한 것같은데, 잠자는 시간을 놓치면 잠을 통 자지 못한다. 오늘도 벌써 새벽 두시 반이다. 오후엔 오랜만에 옷을 샀다. 겨울 옷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없다는 걸 며칠 전에 알았기 때문이다. 운동화도 한 켤레 샀다. 운동화라기 보다는 트래킹화. 피트..

파리의 미술축제, FIAC에 가다.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피악(FIAC, The Foire Internationle d'Art Contemporain)이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와 루브르에서 열렸다. 하지만 바쁜 일정 탓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KIAF)를 이틀 연속 방문해 모든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본 것과 비교한다면, 이번 피악 방문은 너무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 피악이 열리고 있는 그랑 팔레(Grand Palais) 정문. 지난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이 곳 그랑 팔레를 비롯해, 루브르 박물관 내의 전시 장소(Cour Carree Du Louvre), 튈리즈 정원(Jardin Des Tuileries)에서 열렸다. 아트페어가 열리는 공간의 특성 상, 작품 하나하나에 주위를 기울이기 매우..

파리에서의 일상

비싸기로 유명한 파리 물가에다, 환율 폭등에, 절약해 쓴다고 했으나 금세 현금이 바닥나 버렸다. 와인 가격이 싸다고 하나, 먹을 만한 와인들은 보통 3~4 유로는 줘야 하니, 요즘 환율로는 7-8천원이다. 마자랭 가에 있는 갤러리를 나와, 메트로와 RER을 타고 숙소까지 오면 하루의 피로가 몰려든다. 저녁으로는 돼지고기를 숯불에 훈제로 구워, 와인과 함께 먹었다. (여긴 과일 가격이 엄청 비싸고 돼지고기, 소고기 가격은 엄청 싸다. 아마 한국도 이렇게 될 듯 싶다. 그리고 생선은 구경하기 힘들고 회는 너무 비싸서 먹을 수 없다.) 연일 사건사고로 정신없는 서울과 달리, 파리는 조용하다. 내일은 피악FIAC이 시작된다. 세계적인 아트페어다. 파리에서의 일정 때문에 Contemporary Istanbul 페..

베르사이유와 제프 쿤스

화창한 일요일, 베르사이유 궁전에 갔다 왔다. 동양에서는 매우 익숙한 '중앙집권'이 서양에서는 매우 낯선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전성기 로마를 제외하곤 서양에서 중앙 집권 국가는 근대에 들어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태양왕 루이 14세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권력과 무관하게 그의 일상은 참 피곤한 것이었다. 그의 식사는 많은 사람들의 구경거리였으며, 그에게 비밀스러운 일이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의 자식들은 오래 살지 못했고 그의 가문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사라졌다. 프랑스의 일부 사람들은 루이 왕가가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하긴 조선 왕조 복권을 꿈꾸고 있는 일부의 사람들이 한국에 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화려하면서도 절제와 규율을 지키는 바로크 고전주의..

예술의 우주 2008.10.20

루브르와 세느강

길을 가다 사진을 찍었다. 며칠 날이 흐리다가 화창하게 해가 났다. 걸어 루브르에 갔다. 예술의 다리 위에서 세느강 동쪽으로 보면서 찍었다. 잠볼노랴의 '헤르메스'다. 날아갈 듯한 가벼움. 매너리즘 조각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각작품이다. 폰토르모의 작품이다. 화사한 색감의 무너지는 듯한 라인들은 16세기 후반의 심리적 경향을 보여주었다. 성 제롬이 종교적 황홀경에 빠진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종교적 황홀경을 표현한 작품들은 많다. 이들 작품들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아도 무척 재미있는 스토리가 될 것이다.

파리에서의 일상

파리에 온 다음날, 시차에 적응한 듯 느껴졌으나, 일주일 정도 지나니, 새벽마다 잠을 깬다. 밤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유럽 도시에서의 하루는 늘 일찍 끝났다가 일찍 시작된다. 아침 식사를 하고 일드프랑스 동쪽 끝에서 전철을 타고 파리 오데옹 역까지 와서, 마자랭 거리의 갤러리까지 오면 오전이 거의 끝나 있다. 원래 일정이 파리에서 이스탄불로 갔다가 바로 서울로 올 예정이었는데, 그냥 파리에서 2주 넘게 머물게 되었다. 어제는 퐁피두의 국립현대미술관엘 갔다. 알베르 망구엘 컨퍼런스가 열린다고 한다. 한국엔 한두권의 책이 번역되어 있는 이 잡학다식한 저술가는 프랑스에선 꽤 유명인사인 모양이다. 20세기 초반 아름다운 추상미술을 보여주었던 보치오니, 그리고 안토니 타피에스,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이 좋았다. 숙소..

가을의 오르세(Orsay)

어제 오전 일찍 나와, 세느강 옆을 걸었다. 서울은 마치 표준화, 규격화, 효율화의 전범처럼 꾸며져 있다면, 파리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다르다. 얼마 전 서울시 청사의 재건축 과정 속에서 일어난 일은 한국 문화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느강 옆을 걸으면서 보게 된 강 옆에 놓인 배들의 모양 하나하나는 각각의 개성을 살려 설계되고 장식되어 있었다. 동일한 디자인의 아파트가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 서울은 꼭 20세기 초 근대주의자들의 잃어버린 로망을 되살려놓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보인다. 하나가 잘 되면, 그 하나를 따라하기 바쁘다. 한국 사업가들이 '벤치마킹'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문화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 있어 세계가 놀랄 정도의 시간 단축을 보..

파리에서의 일상

사진 몇 장을 올린다. 역시 일 때문에 오는 건 재미없다. 갤러리에서 일찍 나와 잠시 길을 걸었다. 얇은 구두가 발을 아프게 했다. 일요일 파리 거리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퐁네프 표지판. 노트르담을 지나 샤틀레 역으로 향해 가던 중. 오데옹 극장 거리 앞 노천 까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 노트르담 성당 정면 왼쪽 부분. 마자랭 거리에 위치한 갤러리 프레드릭 모아상 내부. 현재 강창열 작가의 초대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파리에 왔다.

파리에 왔다. 몇 장의 사진을 올린다. 전시 준비를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고 비상식적으로 올라간 환율 때문에 계획했던 일 몇 가지를 못할 것같다. 그리고 예정에 있었던 이스탄불 방문은 다음 기회로. 파리의 여러 미술관과 FIAC를 방문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미래는 계속 유예되고 있는 느낌이다. 파리라는 도시의 모습보다 파리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파리의 매력을 이끄는 힘인 듯 싶다. 비좁은 카페에서 길을 지나는 행인들과 아래로 내리쬐는 햇살 아래에서 그들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음식을 먹으면서 담배를 피운다. 거리는 온통 담배 꽁초들로 가득하고 거리는 차로 밀린다. 오래 전에 파리로 유학 왔더라면, 후회하지 않았을 듯 싶다. 르 클레지오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고 한다. 조금 늦은 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