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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도정일(지음), 문학동네 





도정일 교수의 산문집을 읽었다. 다소(혹은 매우) 실망이다. 여러 일간지와 저널에, 마치 마감 시간에 쫓겨 쓴 듯한 짧은 글들의 모음이기 때문이고 대부분 지면에 실린 지 꽤 지났다. 다만 저자가 워낙 유명한 지라, 글 읽는 재미가 없다거나 형편없진 않다. 도리어 다른 책들보다 훨씬 낫다. 글들 대부분 짧고 금방 읽힌다. 대신 깊이 있는 통찰을 느끼기엔 글들이 너무 짧고 그 때 그 당시에 읽어야 하는 시평時評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90년대에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에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떠나 서글픔마저 느끼게 만든다. 옛날 글 읽는 느낌이 이런 걸까. 몇몇 인용문들은 기억해둘 만했고 다소 긴 분량을 가진 몇 편의 글은 충분히 읽을 만했다. 


그러나 도정일 교수의 진면목을 느끼기엔 아쉬움이 많은 책이다. 아니면 나같은 독자가 읽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덧붙이자면, 글들의 편차가 너무 심하고 밋밋한 칼럼들이 많았다. 글을 읽으면서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편집이 아쉽다고 해야 할 것이다.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 8점
도정일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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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앗, 그런가요?
    제목이 참 좋아서 언젠간 읽어야지, 싶었는데 말이죠..

    • 1990년 중반부터 쓴 신문 칼럼 모음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글들이 나쁘다기 보다는 잡지 기고글인지라 지금 읽기엔 철 지난 글들이기도 하고, 사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부드러운 산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것도 아니고 ... 재미없다고 할 순 없으나, 저자가 워낙 유명한 분인지라, 그 명성에 책은 미치지 못했다고 할까요. ~ ^^; (아니면 제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군요.)


해석에 반대한다 - 8점
수잔 손택 지음, 이민아 옮김/이후



수잔 손택을 알게 된 것은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 근대 문학의 기원'을 통해서였다. 가라타니 고진은 수잔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을 인용하면서 근대 일본 문학을 이야기했다. 아마 내가 문학 이론서를 읽으면서, 최초로 감탄했던 책은 가라타니 고진의 책이 아니었나 싶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문학 비평가들의 책이 아니라. 

한국의 문학 비평가들의 책을 종종 읽지만,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나, 작품의 결을 파악해 나가는 방식이나, 작품과는 무관하게 서술되거나 인용되는 이론들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긴 수작으로 평가받은 고진의 책이나 수잔 손택의 이 책과 비교해 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젊은 날의 수잔 손택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하다. 이 책에는 젊다는 것이 가진 거친 유쾌함, 거친 통찰력, 날카로움으로 가득차 있다. 문학, 영화, 연극을 종횡무진 오가는 그녀의 시선과 거침없는 분석은 즐거운 독서 경험을 안겨준다. (인)문학 전공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특히 프랑스 문학 예술에 대한 손탁의 관심은 매우 높아서, 셀린느의 소설이나 고다르, 브레송, 레네에 대한 영화에 대한 글, 그리고 레비-스트로스에 대한 언급은 매우 흥미로웠다. 


예술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기보다는 예술 자체로 경험해야한다. 투명성 transparency은 오늘날의 예술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가치이다. 투명성이란 사물의 반짝임을 그 자체 안에서 경험하는 것,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혁명이었다. 또 한때는 예술작품을 해석한다는 것 자체가 창조적인 활동이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감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법을 배워야한다.도시의 공기를 더럽히는 자동차와 공장의 매연처럼 예술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뱉어 놓은 말들은 우리의 감성에 해독을 끼친다.추상미술은 일상적 의미에서 아무런 내용도 담지 않으려는 시도이다. 내용이 없으니 해석도 있을 수 없다.

해석은 지식인이 예술에 가하는 복수다.



 

일본근대문학의 기원 - 10점
가라타니 고진 지음, 박유하 옮김/민음사
가라타니 고진의 이 책은 필독서이다. 문학 평론이란 어때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준 책이다. (그런데 절판되었다고 한다. 다소 이해되지 않는 결정이지만, 그만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나 문학 평론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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