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187

수보드 굽타 Subodh Gupta 展, 아라리오 갤러리

수보드 굽타 Subodh Gupta Seoul. 1 Sept - 10 Oct, 2010 Arario Gallery 현대 미술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을까? 아직까지 우리들은 서구에서 인정받아야만 대단해지는 걸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수보드 굽타의 작품 앞에서 한동안 망연자실해 있었다. 니콜라 부리오의 지적처럼, 그의 작품들은 '문화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개념적인 함정'일지도 모른다. 이 철제 오브제는 당신의 작품 세계를 상징하는 소재이자 하나의 전환점이기도 했습니다. 인도에서 이 오브제가 갖는 의미는 서구 세계에서 본 관점과는 달랐습니다. 오히려 반대의 의미를 지니기도 했죠. 인도에서 이 오브제는 일상 생활의 일부로서 대중 문화를 상징합니다. 반면 ‘서구’라는 새로운 문화적 맥락에서는 그 번쩍거림이 사치스..

김잔디, 윤상윤, 조문기

김잔디, 윤상윤, 조문기 2011. 1. 20 - 2. 17 GYM Project (청담동 네이처포엠 빌딩) 별 생각 없이 들린 작은 갤러리에서 눈이 환해지는 작품들을 만날 때만큼 기분 좋아지는 일도 없다. 네이처포엠이 있는 작은 갤러리, GYM Project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한 갤러리로 그 진지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에 내가 본 전시는 김잔디, 윤상윤, 조문기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설명문에 담긴 작가 소개는 아래와 같다. - 김잔디는 장소에 관한 특정한 경험에 자신의 상상을 더하여 그 장소를 황량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장소’는 사회적 경험에서 나온 작가 개인의 기억이다. 이처럼 작가가 갖는 장소에 대한 애착은 장소의 근원적인 성격에 대한 탐구로 진행되었고, ..

백남준 굿, 최재영 사진전, 아트링크

백남준 굿 최재영 사진전 2011. 1. 25 - 2. 13, 아트링크 www.artlink.co.kr 사진은 순수한 우연성이며, 오직 우연일 뿐이므로 민속학적 지식의 재료가 되는 '세부들'을 단번에 보여준다. - 롤랑 바르트 1952년생인 최재영은 이번 전시가 첫 개인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 동안 미디어에서 사진 기자 생활을 해온 터라, 평생을 카메라를 들고 다녔으나, 개인전이라고 할 만한 전시를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첫 개인전으로 백남준을 내세웠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사진은, 2006년 1월 29일 작고한 백남준의 5주기를 맞이하여, 그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최초로 공개하는 백남준의 퍼포먼스 기록 사진이다. 1990년 7월 20일, 백남준의 생일이기도 한 이 날, 백남준은 서울..

M-IDEA, Insane Park,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M-IDEA Insane Park 2011.1.28-2.20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종종 미술 감상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미술 작품들을 자주 접하라고 할 뿐이다. 귀에 익숙하지 않은 클래식 음악도 자주 듣다 보면, 선율이 귀에 익숙해지고 몇 해 지나지 않아 클래식 음악 팬이 될 수 있듯, 미술 작품도 그렇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자기 귀에 익숙한 음악을 자주 들을 수 있지만(다양한 경로와 방법으로), 미술 작품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아무리 미디어가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미술 작품 관람을 대신할 수 없고, 실제 작품을 관람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무조건 작품을 실제로 보아야 한다. (나는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도 잘 알고 있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은 지하철 3..

침묵 속에서 소리 지르다

Voice Of Silence #016, 90x120cm, Inkjet print, 2010 침묵의 목소리 (Voice of Silence) 이일우 전 2010년 10월 21일 - 11월 4일, 갤러리 보다 컨템포러리 www.artcenterboda.com 소리가 들린다. 사진에서 소리가 들렸다. 도발적이다. 소리를 지르는, 혹은 흐느끼는, 갤러리 가득 어떤 소리를 내는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하지만 소리는 없었다. Voice Of Silence #001, 90x120cm, Inkjet print, 2010 사진 너머에는 어떤 소리가 숨겨져 있을 테지만, 우리에게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단지 상상할 뿐이다. 공감과 이해가 사라져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이일우의 사진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소..

미술의 빅뱅, 이진숙

미술의 빅뱅 - 이진숙 지음/민음사 미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글을 쓸 때는 언제나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데 조심스러워만 한다면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할 것이고 정직한 글도 쓰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글쓰기의 딜레마가 있다. 어쩌면 현대 미술 작품이나 현대 작가에 대한 글들이 대부분 어렵게 읽히는 것도 이 딜레마 때문일까. 이진숙의 ‘미술의 빅뱅’(민음사, 2010)은 이 점에서 무척 좋은 책에 속한다. 저자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작가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작가와 작품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꽤나 어려운 접근 방식. 그래서 이 책은 전문적인 미술 비평서도, 그렇다고 대중의 눈높이만 무작정 고려한 미술에세이집도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읽는 사진, 느끼는 사진 展,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읽는 사진, 느끼는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기획 - 사진 展 2009. 3. 6. Fri - 5.24. Sun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 책장을 정리하다가 읽다만 책들로 어지러운 방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각의 얇은 카탈로그. 작년 봄에 보았던 전시. 그러고 보니, 요즘 통 전시를 챙겨보지 못하고 있다. 회사일도 많고 개인적으로 여러 일들이 겹친 탓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핑계만 늘고, 핑계가 늘수록 게으름은 배가 된다. 한 없이 게을러지는 나이가 된 것일까.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은 사당역에서 나오면 걸어서 바로 앞에 있다. 옛 벨기에 대사관 건물로 1905년에 지어진 이국적인 건물이다. 건물 앞 정원에는 흥미롭고도 아름다운 조각작품들이 세워져 있다. 사당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그 기다림이 지겨..

키스 해링Keith Haring 展, 소마미술관

POP: ART SUPERSTAR KEITH HARING 2010 SEOUL http://www.haring.co.kr/ 아열대성의 더운 습기로 가득 찬 대기 아래, 거친 땀냄새를 풍기는 인파를 스치며, 도착한 소마Soma미술관. 종종 괜찮은 전시로 사람들을 모으는 미술관. 다소 한적한 미술관 근처 풍경과 달리 미술관 앞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키스 해링Keith Haring. 이름은 몰라도 그의 작품은 어디선가 다들 한 번씩은 보았을 것이다. 형편없이 말하자면, 상업미술의 거장이라고 할까. 그의 말대로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을 것이다(키스 해링 재단에서 상품들을 한정 수량만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대중적이면서 그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그의..

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 - 2010 올해의 작가: 박기원

Who’s Afraid of Museums? - Artist of the Year: Kiwon Park 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 - 2010 올해의 작가: 박기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2010. 4. 6. – 5. 30. 나는 공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품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보다 공간 속의 작품, 즉 공간과 작품이 중립적이기를 원한다. 나는 이미 만들어진 환경이나 풍경은 그대로 있고, 그 위에 ‘미세한 공기의 흐름’, 팔의 솜털이 움직이듯 한 미세한 바람처럼 어떤 자극도 없어 보이며, 방금 지나친 한 행인의 기억할 수 없는 모습과 같은 최소한의 ‘움직임’을 원한다. – 작가 노트 중에서 무더운 날씨였다.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미술관으로 향했다. 실은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다. 늘 보아오던 작품..

조르주 루오 - 신성과 세속

조르주 루오 - 신성과 세속 2009. 12. 15 ~ 2010.3. 28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3F 비가 내릴 듯한 색채의 대기 - 흐린 날씨. 북쪽 대륙으로부터 밀려든 짙은 구름들. 거친 아스팔트 도로 옆의 커피숍. 일요일 오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전시를 보는 것이 이젠 특별하게 변해버린 어느 직장인의 일요일 오전. 조르주 루오를 그 때 만났다. 전시장 입구는 인파로 빽빽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조르주 루오를 만나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다니! 하지만 아니었다. 1층에 인상주의 전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 미술관 앞 길게 늘어선 줄은 서울이 마치 대단한 예술의 도시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 열기가 다른 전시들에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조르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