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
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
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
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
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
는 참혹......,그러나 킥킥 당신
- <혼자 가는 먼집>, 허수경.
어젠 가을바람 속에 앉아 소주와 맥주를 번갈아마시며 술 한
잔 마시고, 음악을 바꾸고, 시 한 편 소리 내어 읽고, 다시 술
한 잔 마시고, 밖으로 나가 가을 오후의 대기와 바람과 구름, 저
편 산꼭대기를 가슴에 안아보곤, 다시 음악을 바꾸고 시 한 편
소리 내어 읽고, 다시 술 한 잔, 그렇게 저녁 8시쯤까지 마셨다.
가끔 살아가다보면, 미친 짓도 필요한 법이다. 음표들이 일제
히 내 몸을 뚫고 지나가는, 혹은 시어들이, 아니면 가을 바람이,
그러면서 하루가 저물었다.
혼자 술을 마신 이유는 오랫만에 맑은 가을날이 왔는데, 집에
서 빈둥빈둥거리자니 꼭 손해보는 것같아서였다.
오늘도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젠장. 오늘도 미쳐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