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어제

지하련 1998. 9. 16. 23:47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
     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
     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
     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
     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
     는 참혹......,그러나 킥킥 당신
       
        - <혼자 가는 먼집>, 허수경.
       
       
       
       
        어젠 가을바람 속에 앉아 소주와 맥주를 번갈아마시며  술 한
     잔 마시고, 음악을 바꾸고, 시  한 편 소리 내어 읽고,  다시 술
     한 잔 마시고, 밖으로 나가 가을 오후의 대기와 바람과 구름, 저
     편 산꼭대기를 가슴에 안아보곤, 다시  음악을 바꾸고 시 한  편
     소리 내어 읽고, 다시 술 한 잔, 그렇게 저녁 8시쯤까지 마셨다.
       
        가끔 살아가다보면, 미친 짓도 필요한 법이다. 음표들이 일제
     히 내 몸을 뚫고 지나가는, 혹은 시어들이, 아니면 가을 바람이,
     그러면서 하루가 저물었다.
       
        혼자 술을 마신 이유는 오랫만에 맑은 가을날이 왔는데, 집에
     서 빈둥빈둥거리자니 꼭 손해보는 것같아서였다.
       
        오늘도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젠장. 오늘도 미쳐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