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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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련 1998. 9. 12. 23:48


        추억하고자 하는 사람은 망각을 믿어야 한다.  절대적 망각
     이라는 위험을 믿어야 하며, 그때 추억은 아름다운  우연이 된
     다. 이 아름다운 우연을 믿어야 한다.
        - 모리스 블랑쇼
       
                        *                   *
       
        새벽 공기에 묻은, 지난 하루의 흔적들을 물로, 비누거품으
     로 씻어내고 난 다음, 낡은 턴테이블에 자정이 지난 시간에 어
     울릴 만한 음반 하나를  올린다. 또 이렇게, 무참하게  하루가
     지나가버렸다. 오는 길에 술에 취해 계단에서 쓰러지는  한 여
     대생을 보았다. 그녀를 보며, 언젠가 술에 취해 쓰러지는 여대
     생을 안스럽게 바라보았던 날 기억해냈다. 그러나,  오늘은 그
     녀가 부러웠다.
       
        서가에서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을 꺼내
     "풍경의 발견"이라는 첫 장을 다시 읽었다.  김윤식교수가 '풍
     경'이라는 단어를 비평에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실은 가라타
     니 고진의 단어였음이 탄로났다며, 反김윤식성향의 비평가와의
     대화를 기억하며 웃었다.
       
        새벽 한두시가 내 귀가시간이다. 그때까지 도서관에서 소설
     나부랭이 읽다가 집에 온다. 소설 나부랭이 읽는  도중에 영어
     공부도 하고, 장차 대학원 전공이 될 서적들도 뒤적인다. 하루
     8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동서기'보다 힘없는 미래를  위해 내
     스물여섯의 초가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personae님의 의문에  대해서: 연기? 많이  보아야
     한다. 연기를 알기 위해선  영화보단 연극이 나을 것이다.  특
     히, 연기 못하는 배우와 연기 잘하는 배우가 똑같은 무대에 서
     는 작품! 너무 기본적인 대답이긴 하지만, 어느 것이  잘된 연
     기인가를 알기 위해선 많이 보는 수밖에 없다. 이것보다 더 빠
     른 방법은 직접 연기를 해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