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조르즈 베르나노스

지하련 2011. 2. 28. 13:00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 10점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 정영란 옮김/민음사



조르즈 베르나노스(Georges Bernanos),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Joural d'un cure' de compagne』, 
안응렬 옮김, 삼성출판사, 1988.




H. S. 휴즈가 쓴 『현대 프랑스 지성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소설가를, 모리스 삐알라의 영화인 『사탄의 태양 아래』의 원작자로, 그리고 로베르 브레송의 유명한 영화인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의 원작이 바로 이 소설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사실에서 우리들의 문화적 편식은 꽤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위의 사실들은 그의 명성을 빌어 내 감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잔 수작에 지나지 않음을 이해하길 바란다. 우리가 아주 가끔 말할 수 없는 떨림과 흐느낌, 영혼의 고통을 느낀 다음 그것을 표현할 말들을 찾기에 실패한 순간, 매우 어리석게도 객관적 사실만으로 그것을 빗대어 설명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니 이 유명한 소설을 모른단 말이야’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명성은 독자의 감동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신이 사라진 시대에 신을 믿는 자들의 믿음이란 때때로 정당화하기 힘들고 그들마저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신을 향해 가는 한 발 한 발이 고통스러운 것이다. 믿음이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믿음을 지닌 자로서 살아가는 것 또한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거리에 네온사인 십자가가 늘어날수록 도시가 피폐해지고 황량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범하다는 것은 하나의 죄악이며 마귀의 함정이다. 그들은 신을 믿는다라고 말만 할 뿐, 그렇게 살지는 않는다.

이 젊은 신부는 자신의 본당(카톨릭 교회의 행정구분의 제일 작은 단위) 마을에서 자신의 고독과 우울을 써나간다. 하지만 신을 믿는 자의 행동이란 이방인의 것이고 끊임없는 오해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하지만 그 오해 속에서도, 자신의 몸이 죽어가고 있는 속에서도, 자신의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참으로 이 세상을 조금도 모른다. 우리는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127쪽)

(사족이지만 난 이 소설 속 젊은 신부의 눈빛을 보면서 울고 말았다는 사실을 말해 둔다. 작은 꼬마여자아이 세라피따 뒤무셸이 앙큼한 표정으로 한 말-“그건 신부님 눈이 하도 예뻐서 그래요”-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감동을 표현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내 언어가 내 인생만큼 어리석고 유한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 1990년대 후반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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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28. Mon.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가 번역되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소설이 되었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에선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내가 이 소설을 읽었을 때의 흥분과 떨림을 잊을 수 없다. 지금 읽어도 그럴까. 아마 그럴 것이다. 조르주 베르나노스를 알고, 그의 글을 읽으며 감동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 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