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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와 금융 UX

최근까지 자주 TOSS앱의 디자인, 또는 UI/UX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사용자들도 비슷해서 기존 금융회사의 APP가 비교해 상당히 가볍고 직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이는 착시 현상에 가깝다. 그만큼 토스의 서비스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회사 APP은 기존 레거시 시스템, 그리고 이와 연동하기 위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들, 다양한 금융 상품들과 서비스들을 생각하면 도리어 금융회사의 APP들 대부분은 잘 구현되어 있다. 다시 말해 디자인의 출발점이 다르다. 금융회사의 APP들 대부분은 기존 고객들의 유지/관리를 위해 시작되었다. 다양한 상품들이 조회되고 관리되어야 했으며, 다양한 법적 규제 속에서 이를 준수하며 원활하게 서비스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하면, 토스와 같은 후발주자들은 신규..

misc. 23.04.11

같은 성당을 다니는 원양 컨테이너선 선장이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배에는 컨테이너만 있고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몇 달을 배 위에서, 바다 위에서 보내야 하니, 상당히 건강도 그렇거니와 심적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임을 미처 몰랐다. 배에 오르기 전에 이런저런 검사를 받은 후에 오른다고 하니. 저 끝없고 평온한 바다만 보고 나도 저 바다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한때의 바람일 뿐이다. 요즘 역사책과 지리정치학이나 경제학 책에만 손이 가게 된다. 특히 한국 역사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외로 서양사 책들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찾으면 아이들을 위한 책이나 중고등학생용이 있을 뿐이다. 아니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대중 교양 서적이 대부분이다. 좀 깊이 있는 지식..

헤르만 지몬 Hermann Simon

헤르만 지몬 Hermann Simon 헤르만 지몬(지음), 김하락(옮김), 쌤앤파커스 , 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의 자서전이다.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기업 경영이나 경영학 같은 소재/주제에 딱히 관심 없는 독자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었다. 다양한 주제, 소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며, 내 어린 시절 풍경까지 떠올리게 만들었다. 내 고향 출신의 어느 교수는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은 오늘날 견지에서 보면 흡사 중세처럼 느껴지는 삶의 세계에 속했다. 기껏 50년 전만 해도 실제로 그랬다. 그러다가 하룻밤 사이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라고 썼다. (37쪽)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어떻게 경영학자가 되었는..

말의 정의, 오에 겐자부로

말의 정의 오에 겐자부로(지음), 송태욱(옮김), 뮤진트리 어쩌다 보니 언제나 옆에 두고 읽는 작가들은 정해져 있었다. 오에 겐자부로도 그렇다. 십수년 전 고려원에서 오에 겐자부로 전집이 나왔을 때부터 읽기 시작해, 지금도 오에의 소설이나 수필집을 읽는다. 일본의 사소설적 경향을 바탕으로 하되, 일본의 민담이나 전설을 바탕으로 하기도 하면서 나아가 세계적인 소재나 주제까지도 이야기하며 소설을 쓰는 보기 드문 작가이다. 일본 내에서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상당히 정치적이다. 실은 오에 겐자부로가 왜 정치적인지 모르겠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는 반-정부 인사처럼 보일 듯 싶다. 가끔 일본 지식인 사회가 일본 정치나 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한다. 그건..

해여림빌리지, 2020년 11월 캠핑

해여림빌리지 웹사이트 : https://www.haeyeorim.co.kr/1856/home/index (예약은 네이버 예약으로 가능하다) 원래는 식물원이었다. 수십 년 전 식물원으로 문을 열었으나, 그게 어디 관리가 쉬울까. 더구나 수익은 커녕 유지비용이라고 얻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해여림빌리지 내를 걸어다니다 보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시설물들이 방치된 듯 쓰러져 있거나 무너져 있다. 잡목과 풀들 속에 묻힌 모습을 보면, 사람 손길을 닿지 않고 자연스러움이랄까, 혹은 황폐함같은 게 묻어나온다. 그리고 그것을 좋아할 이도 있을 것이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으려고 보았더니, 칼이 없었다. 그래서 입구 사무실에서 칼을 빌렸다. 애초에 캠핑장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보니, 해여림빌리지는 정말 넓다...

태평양을 막는 제방, 마르그리트 뒤라스

태평양을 막는 제방 Un barrage contre le Pacifique 마르그리트 뒤라스(지음), 윤진(옮김), 민음사 이십 대 때 자주 읽었던 소설가들, 파드릭 모디아노, 마르그리트 뒤라스, 르 클레지오, ... 압도적으로 프랑스 문학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많이 읽었던 건 아니고 한 권만 읽어도 그 분위기에 취해 한참을 허우적 되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는 냉정을 유지해야 하지만, 독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때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읽지 않은 작품들이 더 많고, 읽었던 소설마저 이젠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읽었던 소설까지 다시 읽어야할 시기인가. 이 소설이 프랑스 문단에 준 충격은 상당했을 것이다. 프랑스(제국)의 식민지에 건너간 프랑스인 가족의 밑바닥 삶을 적나라하게 보..

접점들로부터 고객 여정까지 - 고객 여정 재설계

접점들로부터 여정들까지 : 고객들이 하는 것처럼 세상을 바라보기 (From touchpoints to journeys: Seeing the world as customers do) (Mckinsey&Company, March, 2016) 오래된 아티클이다. 프린트만 해두고 읽지 않다가 최근에 읽었다. 일반론에 가깝지만, 실제로 업무에 적용했을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Companies try to ensure that customers will be happy with the interaction when they connect with their product, customer service, sales staff, or marketing materials. But this siloed focus..

아카이브 취향, 아를레트 파르주

아카이브 취향 Le Goût de l'archive 아를레트 파르주(지음), 김정아(옮김), 문학과지성사 그 순간의 삶을 설명하는 몇 마디의 말과 그 순간의 삶을 단 번에 우리 앞에 끌어내는 폭력 사이에 간신히 낀 채로 존재하는 삶들이다. (36쪽) 작년 마지막 몇 달간 읽은 책이다. 짧고 단단하다. 역사가가 어떤 이들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책이다. 역사가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반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 그래서 자기 이야기가 왜 진실한 지 그 이유를 길게 늘어놓는 사람이다. 그러니 역사를 이해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버려야 하는 착각은 역사가 궁극적으로 진실을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착각이다. 역사는 세부적으로 검증가능한 진실 담론을 세우려고 하지 않는 어법, 정격(학문적으로 엄정한 형..

일본산고, 박경리

일본산고日本散考 박경리(지음), 마로니에북스 어수선하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 다만 한국 사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으며(촛불을 들고 탄핵을 지지했다고 해서 근본이 바뀌진 않는다), 또한 시간이 지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역사를 통해 반복되어져 온 진보와 퇴보의 순환 속에서 지금은 퇴보의 순간이며, 그것을 막기 위해 정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들이 여전히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애초에 그랬다. 바진의 에 아우슈비츠가 날조된 거짓이라고 믿는 서독 청년 이야기를 읽으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데, 지금 한국이 똑같은 꼴이다. 하지만 이것도 어쩌면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때문일 지도 모른다. 가짜 뉴스의 난무는 진짜 정보(진실)마저 사라지게 하며 가짜 뉴스를 믿는 사..

한 달째 아침마다 코피...

나이가 들면 기본적인 저항력이나 재생력이 떨어지나보다. 한 달째 아침마다 세수를 하면서 코피를 흘리고 있다. 뭔가 대단한 병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코피는 금방 멎었다. 코피를 멈추기 위해 고개를 뒤로 젖히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예전에는 다 이랬는데...). 콧등을 눌러 지혈을 해야 한다. 스트레스와 과로 탓이다. 그러나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성과가 거의 없어, 스트레스가 극에 다다랐다. 이럴 때 도시를 벗어나야 된다. 커가는 아들도 이제 캠핑에 따라나서는 모습이 다소 부자연스러웠고, 아내는 진즉 캠핑을 가지 않는다. 아직 초록 빛깔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마 올해부턴 한 두 차례 혼자 다녀와야 할 듯 싶다. 코피를 한 달째 흘리고 있다고 하니, 다들 병원 가라고 한다. 나는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