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 19

피카소와 세잔 - 고전주의로서의 모더니즘

큐비즘에 대한 세잔의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 바가 없었다. 현대미술에 대한 세잔의 영향은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큐비즘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현대 미술가들은 세잔의 후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아마 내가 현대 미술에 대한 긴 글을 쓴다면, 뒤샹과 세잔만으로 글의 초반을 장식할 것이다. 뒤샹은 현대 미술을 난장판으로 만든 이라면, 세잔은 현대 미술을 견고하게 만든 이다. 과거와 단절하고 현대 미술이 끊임없는 혁신을 감행하게 된 계기는 뒤샹이고, 현대 미술이 과거의 역사와 단절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현대 미술 또한 서양 미술사의 한 챕터임을 끊임없이 환기시키에 한 이가 있다면 그가 바로 세잔이 될 것이다. 그는 현대 문화의 내향성을 최초로 들어내 보이며, 우리 마음 속의 기하학에 주목했다..

린 스타트업 Runnig Lean, 애시 모리아

린 스타트업 Running Lean 애시 모리아(지음), 위선주(옮김), 한빛미디어 책은 짧고 간결하다. 대부분의 경영 관련 책들은 특정 분야에 한정되어 있고, 이 책은 사업 초기에만 집중한다. 그것도 최초 사업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이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돈을 벌 수 있는 형태로 진화시킬 것인가에만 매진한다. 아마 이미 창업을 경험해 본 이들에게 이 책은 참 아쉬운 책일 것이고(왜냐면 무수한 시행착오들이 떠올라), 아직 창업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에겐 참 유용하나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치열한가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래는 Lean Canvas라고 하는데, 비즈니스 모델링을 할 때 최근 몇 년 전부터 자주 사용한 표이다. 기존에는 사업 계획서(..

제자리에서 떠나는 상상의 유목 - 경지연 전, 인천아트플랫폼

제자리에서 떠나는 상상의 유목 - 경지연 전 Portray Magic, Kyung Ji Yeon - 7th Solo Exhibition. 인천아트플랫폼, 11.1.-11.12.2014. 정사각형 캔버스에 담겨진 풍경들은 사방으로 뻗어나갈 수 있으면서도 자족적인 완결 감을 가진다. 1m*1m 크기의 같은 규격과 형식을 가지는 단자적 세계들은 확장 가능성이 있다. 세상 사람들의 희망 사항을 그런 식으로 다 모은다면 밤하늘에 뿌려진 별처럼 많아지리라. 현실이 절망적일수록 멀리 있는 희망의 빛은 더욱 빛날 것이다. 설치형식으로 건 그림들 앞에서 관객은 여기에 머물다가 저쪽으로 옮겨갈 수 있으며, 장면전환은 신속하다.구글에서 검색한 무채색 톤의 자료는 지도와 풍경, 실제와 상상의 중간 단계로 재탄생한다. 칙칙한 ..

난 화분과 혼다 효과

지난 주부터 갑작스럽게(혹은 예상된) 사정이 안 좋아졌다. 이번 주도 계속일 듯 싶다. 오늘 본 어느 아티클 제목은 Free Your Strategy from Annual Planning이었다.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해진 계획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그 때 그 때 계획을 세워야 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혼다의 미국 시장 진출기다. 혼다가 미국 시장을 갔을 때, 미국 시장은 대형 오토바이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대형 오토바이를 팔 생각만 했다. 그러나 누가 혼다의 오토바이를 사겠는가! 투자가 계속 이루어졌지만, 매출은 늘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 대박이 난 곳은 '스쿠터'였다. 미국에 나간 직원들이 집과 사무실을 오가기 위해 '스쿠터'를 몰고 다녔는데, 난생 처음 보는 소형 오토바이에..

디지털 시대 새로운 마케팅의 탄생 COD, 도준웅(지음)

디지털 시대 새로운 마케팅의 탄생 COD 도준웅(지음), 21세기북스 마케팅의 핵심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고객과 소비자를 기반으로 하는 휴머니즘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것은 디지털 시대에도, 디지털 다음 시대에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p.68)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국내 전문가에 의해 씌여진 마케팅 전문 서적이 드물다는 생각을 했다. 국내 저자를 구하기도 어렵고 그런 저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책으로 써서 공개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순전히 한국 독자들을 위한, 한국 시장에 맞는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 적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웹서비스의 온라인 마케팅과 영업을 주력으로 해온 나로선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너무 둥리뭉실하게 알고 넘어간 건 아닌가..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그저 좋은 사람 (원제: Unaccustomed Earth 길들여지지 않는 땅)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 (박상미 옮김), 마음산책 출처: http://www.telegraph.co.uk/culture/books/10304137/The-Lowland-by-Jhumpa-Lahiri-review.html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이 헬레니즘(Hellenism) 시대였으니, 이 시기는 고향을 떠나 바다 건너 도시로, 전 세계가 고향이 되거나 고향이 사라진 때였다. '사랑하면서 동시에 미워한다'는 이율배반적 싯구가 역사 최초 등장한 시기였으며, 전쟁으로, 혹은 폭정으로 몰락하는 도시를 뒤로 하고 새로운 도시를 향해 떠나던 시기였다. 젊은 알렉산드로스 3세가 길을 떠나 ..

경쟁 우위와 동적 역량

경영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라는 단어를 듣게 되었을 때, 앞으로 계속 입에 달고 살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십수년 전 사업 계획과 투자를 자문해주었던 스타트업(Start-up)은 직원 천 명이 넘어가는 IT기업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아는 것과 행하는 것, 행하는 것과 성공하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일이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행하고 행해야 성공한다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경쟁우위를 가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일까? 무너지지 않는, 영원히 지속하는 경쟁 우위란 과연 있을까?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읽은, (이현숙, DBR, 2010년 11월)에 경쟁 우위에 대한 이론 정리가 잘 되어 있어, 메모해둔다..

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2011

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말릭 벤젤룰 감독 2012년. 스웨덴 이젠 이런 기적 같은 일은 없겠지. 이 다큐멘터리의, 거짓말같은 이야기는, 편집이 아니라 진짜 이야기의 힘이다. 그리고 다큐멘터리의 매력이 될 것이다. 감동적이고 매력적인 음악 다큐멘터리는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좋을 영화다. 포크락은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고 번역된 가사들은 우리 삶을 어루만진다. 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 로드리게즈는 빙빙 돌아 21세기의 우리에게 왔다. 미국에선 몇 장 팔지도 못한 채 사라져버린 가수,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해적판으로만 수백만 장이 팔리는, 최고의 가수가 된 로드리게즈. 그러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그 누구도 로드리게즈가 누구인지 모른다. 실은 이는 미국에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