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96

신디 셔먼

오늘 아침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페이스북에 신디 셔먼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아련했다. 1954년생의 이 여성 아티스트는 팝 아트 이후 최고의 명성을 얻는 여성 미술가들 중의 한 명이다. 그녀는 대중 문화 속에 자신을 드러내면서 끊임없이 후기산업사회의 자기 정체성(Self-Identity)을 묻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미술 잡지에서도 자주 등장했고 현대 미술 관련 글에 어김없이 등장했던 그녀가 이젠 좀 뜸하다는 느낌이랄까. 벌써 '원로' 대접을 받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긴 요즘 세계 미술 트렌드에서 약간 비켜서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두 장의 사진 작업을 올린다. 1978년의 연작 시리즈 중 일부다. 신디 셔먼(Cindy Sherman), Untitled Film Still 4, 1978 신..

줄리앙 슈나벨(Julian Schnabel)

이 지구 상에는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과 예술 작품들이 있을까? …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아찔해진다. 내가 읽었고 보았던 작품은 극히 일부였고, 그 일부만으로도 내 삶은 변화되었고 내 마음은 감동받았으니, 나는 내가 변할 수 있고 감동받을 수 있는 무수한 기회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니 말이다. 서가에 쌓여있던 종이 뭉치들을 정리하다가 2008년에 있었던 쥴리앙 슈나벨(Julian Schnabel) 아시아 순회전 전시 소개 프린트물을 발견했다. 바스키아의 친구로 더 유명한 슈나벨은 1980년대 미국 New Painting의 대표 작가였다. 지금은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해졌지만. (역시 영화는 대중적인 매체다.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감독 슈나벨로 나오는 것이 더 많구나) 갤러리 현대에서..

John La Farge, 19세기 어느 미국 화가의 순박한 작품 속으로

전시를 보러 가지 못한 지 2주가 지났다. 이쯤 되면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바쁜 회사 생활 속에서 그나마 내가 숨을 쉬고 있구나 하고 느낄 때가 근사한 미술 작품을 만날 때이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해서 월 회의를 끝내고 잠시 쉬는 동안 페이스북을 훑어보고 있을 때였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페이스북 페이지에 소장품 소개 정보가 업데이트되어 있었다. 그 작품이 바로 아래의 작품이다. The Great Statue of Amida Buddha at Kamakura, Known as the Daibutsu, from the Priest's Garden 1886년 일본 여행에서 돌아온 뒤, 존 라 파지(John La Farge)가 1887년 완성한 수채화다. 푸른 잎들과 대비되어 드러나는 부처의 모습이 인상적..

작가의 성실성과 미술의 대중화 - 홍경택 인터뷰 중에서 (2010년 봄)

홍경택_해골_캔버스에 유채_200×200cm_2008 가끔 구입해 보는 'Trans Trend Magazine' 2010년 봄호에 홍경택 작가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의 작품은 워낙 유명한 지라 전시장과 여러 옥션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탁월한 감각으로 장식적이면서도 뚜렷한 메시지를 가진 작품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더 유명한 것은 작품 가격일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직적인 작품가 상승이 일어난 가장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홍경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 인터뷰를 읽는 동안, 그의 작품 가격은 그다지 중요해 보지 않았다. 미술 시장에서 작품 가격이 중요하긴 하지만, 종종 우리는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도 한다. 내가 읽은 인터뷰에서 홍경택은 현재 미술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그리..

야니스 크세나키스 iannis xenakis

2005년 늦은 봄에 올린 포스팅을 새로 올린다. 야니스 크세나키스. 그리스가 자랑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다. 얼마 전 나이브에서 야니스 크세나키스 박스 세트를 구입했다. 놀라운 박스 세트였으며, 지금 듣고 있는 동안 흥분과 전율을 감출 수 없다. 그 박스 세트에 대한 리뷰는 다음에 올리기로 하고, 몇 년 전 글이긴 하지만, 다시 올린다. * * 현대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고작 해봐야 에릭 사티나 바르톡 정도. 뽈 발레리는 '회화만한 지적인 예술은 없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지적인 것들의 대변자라 할 수 있는 수(수학)로 바로 옮길 수 있는 예술은 회화가 아니라 음악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양 중세 시대 내내 조형 예술이 철저하게 무시당한 것에 비해 음악은 신의 세계를 반영하고..

야코포 폰토르모 Pontormo

Pontormo (Jacopo Carrucci) Visitation, 1528-29 Oil on wood, 202 x 156 cm San Michele, Carmignano (Florence) 야코포 폰토르모의 작품이다. 슬프고 우울하면서 왠지 몽환적인 느낌을 풍긴다. 매너리즘의 대표적인 화가인 폰토르모는 부드럽고 화려한 색채 속에서 마치 비현실적이거나 이 세상이 아닌 저 세상처럼, 달콤하고 유려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슬픔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듯하다. 실제로 보았던 폰토르모의 작품은 너무 연약해서 불쾌할 지경이었다. 바야흐로 시대는 본격적으로 현대를 향해 간다. 16세기 후반 일군의 예술가들이 불러들인 세계는 바로 '꿈'이다. 세익스피어의 '햄릿'이 유령을 불러들이듯,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도 ..

장 뒤뷔페

장 뒤뷔페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순수하고 신기한 매력으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 장 뒤뷔페의 글은 어느 작가 못지 않은 영감으로 번득인다. 지난 주말, 여러 전시 도록을 다시 펼쳐보면서 장 뒤뷔페의 문장을 옮긴다. 세 사람, 1975년. (몇 년 전 덕수궁 미술관에서 전시되었음) '존재한다'라는 개념은 그 스스로 특별한 뿌리를 갖진 않는다. 단지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황된 투명일 뿐이다. 화가들은 이 허황된 투영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무형성 자체를 묘사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 - 장 뒤뷔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착각을 일으키는 듯한 오브제를, 예를 들면 우리가 가진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개념, 유한과 무한의 정의, 곡선과 직선, 가득찬 공간과 텅빈 공간 등 .....

의도된 회화로서의 사진 - 이명호

이명호, Tree #1 -〈A Series of 'Tree'〉 among 〈Project, 'Photography-Act'>, 디지털 프린트, 2005 (Printed Date:2007) 트랜스 트렌드 매거진(trans trend magazine) 2008년 겨울 호에 젊은 사진작가 이명호와의 인터뷰가 실렸다. 흥미로운 그의 사진 작품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던 터라, 그가 말하는 사진 작업에 대해서, 그리고 그 작업을 통해 의도하는 것이나, 평면 회화와 사진, 그리고 그 속에 담기는 존재(피사체)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이명호의 사진은 어떤 존재는 그 존재를 둘러싼 콘텍스트(context)로부터 분리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가령 마르셀 뒤샹의 '샘'이 화장실에 있을 때는 변기이겠지만, 미술..

눈물을 흘리는 여인(Weeping Woman), 피카소, 1937년 작

Weeping Woman (눈물을 흘리는 여인) Pable Picasso. 1937년도 작. 그 유명한 '게르니카'도 1937년도 작품이고 이 작품은 '게르니카' 이후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도라 마르(Dora Maar)로, 1930년대 중반부터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때까지 피카소의 연인이었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이다. 이 그림은 '눈물 흘리는 성모 마리아(Mater Dolorosa)' 도상의 현대적 변용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은 예수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성모 마리아. 한 여인이 게르니카에서 일었던 참극에 대한 소식을 듣고, 혹은 그 참극을 보면서 오열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저 오열 자체도 일종의 참극처럼 보이는 건 무슨 까닭일까. 슬픔을 참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