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100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독일적 샤머니즘, 주술적 작업, 과감하고도 단호한 정치적 참여. ... 이 정도의 표현이 나오면 안젤름 키퍼가 요셉 보이스에게 상당한 영향을 받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1970년대 요셉 보이스와 함께 했다. 안젤름 키퍼. 그의 작업은 매우 정치적이고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지만, ... 그의 작품이 가진 정치성은 한국 사회로 오면 꽤나 많이 희석되고 만다. 그의 작업은 상당히 충격적인 표현 작법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안젤름 키퍼와 함께 하는 비판적 현대사' 같은 글이라도 쓰야 하는 걸까. 실은 현실 정치나 과거 역사에 매우 비판적인 작가들은 너무 많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작품이 대형 갤러리에 전시되어 팔리는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

라우셴버그의 '지워진 드 쿠닝의 그림'

1959년, 무명의 젊은 미술가 로버트 라우셴버그Robert Rauschenberg는 윌렘 데 쿠닝Willem de Kooning에게 어떤 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데 쿠닝은 라우셴버그보다 나이가 많고 훨씬 유명했을 뿐 아니라 작품값도 상당히 비쌌지만 그 프로젝트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는 이를 위해 자신이 중요하게 여겼던 그림 한 점을 라우셴버그에게 주었다. 크레용과 유성연필, 잉크, 흑연 등으로 그려진 그림이었다. 라우셴버그는 그 그림을 가지고 한 달을 씨름했다. 그림을 완전히 지운 것이다. 이어서 그는 그 지운 그림을 금박 액자에 끼우고, “지워진 데 쿠닝의 그림, 1953년(Erased de Kooning Drawing, 1953)“이라고 제목과 날짜를 직접 써 넣었다. 라우셴버..

정명훈, 진은숙, 그리고 김상수, 프레시안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만, 연주회를 자주 보러 가는 편은 아니다. 유명 연주자의 공연 티켓값은 직장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비싸고, 몇 번 갔던 국내 연주자나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너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더 황당한 것은 수시로 실수를 해대는 그 연주회에서 관객들은 연신 '앵콜'을 외쳤다. ㅜㅜ. 논리적으로 도대체 납득할 수 없었고 그 이후론 발을 딱 끊었다. 종종 예술의 세계에서는 혹독한 비판만이 살 길을 제시하는 법이다. 그건 금전적인 것과는 무관한 것이며, 일종의 신념이고 태도이다. 정치적인 것과도 무관하며 도덕적인 것과도 무관한 것이다. 마치 현실 세계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어떤 세계라고 할까. 하지만 한국에선 혹독한 비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문학 작품의 완성도를 논하지 않고 그 누구도 ..

청담역 한섬 빌딩 옆 조각가 문신

길을 가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작품 하나. 어, 이 작품 문신 거 같은데... 진짜 조각가 문신의 작품이었다. 문신(文信)은 누구인가. 해방 이후 한국 조각가 중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거의 유일한 조각가이지 않은가. 문신(1923 - 1995). 경남 마산출생. 1947년부터 서울과 부산·마산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유화 개인전을 가지며 양화계에 진출했다. 1950년대까지는 인물·풍경·꽃 등의 주제를 그렸으나 그것은 사실적인 재현이 아닌 표현주의적 창작성을 나타낸 것이었다. 보수적인 국전(國展) 참가를 거부하다가 유영국(劉永國)·박고석(朴古石)·한묵(韓默) 등이 1957년에 결성한 모던아트협회에 영입되어 1961년에 파리로 갈 때까지 그 연례 작품전에 참가했다. 파리에서는 세계 미술의 현대적 흐름에 자극..

신디 셔먼

오늘 아침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페이스북에 신디 셔먼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아련했다. 1954년생의 이 여성 아티스트는 팝 아트 이후 최고의 명성을 얻는 여성 미술가들 중의 한 명이다. 그녀는 대중 문화 속에 자신을 드러내면서 끊임없이 후기산업사회의 자기 정체성(Self-Identity)을 묻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미술 잡지에서도 자주 등장했고 현대 미술 관련 글에 어김없이 등장했던 그녀가 이젠 좀 뜸하다는 느낌이랄까. 벌써 '원로' 대접을 받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긴 요즘 세계 미술 트렌드에서 약간 비켜서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두 장의 사진 작업을 올린다. 1978년의 연작 시리즈 중 일부다. 신디 셔먼(Cindy Sherman), Untitled Film Still 4, 1978 신..

줄리앙 슈나벨(Julian Schnabel)

이 지구 상에는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과 예술 작품들이 있을까? …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아찔해진다. 내가 읽었고 보았던 작품은 극히 일부였고, 그 일부만으로도 내 삶은 변화되었고 내 마음은 감동받았으니, 나는 내가 변할 수 있고 감동받을 수 있는 무수한 기회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니 말이다. 서가에 쌓여있던 종이 뭉치들을 정리하다가 2008년에 있었던 쥴리앙 슈나벨(Julian Schnabel) 아시아 순회전 전시 소개 프린트물을 발견했다. 바스키아의 친구로 더 유명한 슈나벨은 1980년대 미국 New Painting의 대표 작가였다. 지금은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해졌지만. (역시 영화는 대중적인 매체다.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감독 슈나벨로 나오는 것이 더 많구나) 갤러리 현대에서..

John La Farge, 19세기 어느 미국 화가의 순박한 작품 속으로

전시를 보러 가지 못한 지 2주가 지났다. 이쯤 되면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바쁜 회사 생활 속에서 그나마 내가 숨을 쉬고 있구나 하고 느낄 때가 근사한 미술 작품을 만날 때이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해서 월 회의를 끝내고 잠시 쉬는 동안 페이스북을 훑어보고 있을 때였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페이스북 페이지에 소장품 소개 정보가 업데이트되어 있었다. 그 작품이 바로 아래의 작품이다. The Great Statue of Amida Buddha at Kamakura, Known as the Daibutsu, from the Priest's Garden 1886년 일본 여행에서 돌아온 뒤, 존 라 파지(John La Farge)가 1887년 완성한 수채화다. 푸른 잎들과 대비되어 드러나는 부처의 모습이 인상적..

작가의 성실성과 미술의 대중화 - 홍경택 인터뷰 중에서 (2010년 봄)

홍경택_해골_캔버스에 유채_200×200cm_2008 가끔 구입해 보는 'Trans Trend Magazine' 2010년 봄호에 홍경택 작가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의 작품은 워낙 유명한 지라 전시장과 여러 옥션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탁월한 감각으로 장식적이면서도 뚜렷한 메시지를 가진 작품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더 유명한 것은 작품 가격일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직적인 작품가 상승이 일어난 가장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홍경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 인터뷰를 읽는 동안, 그의 작품 가격은 그다지 중요해 보지 않았다. 미술 시장에서 작품 가격이 중요하긴 하지만, 종종 우리는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도 한다. 내가 읽은 인터뷰에서 홍경택은 현재 미술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그리..

야니스 크세나키스 iannis xenakis

2005년 늦은 봄에 올린 포스팅을 새로 올린다. 야니스 크세나키스. 그리스가 자랑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다. 얼마 전 나이브에서 야니스 크세나키스 박스 세트를 구입했다. 놀라운 박스 세트였으며, 지금 듣고 있는 동안 흥분과 전율을 감출 수 없다. 그 박스 세트에 대한 리뷰는 다음에 올리기로 하고, 몇 년 전 글이긴 하지만, 다시 올린다. * * 현대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고작 해봐야 에릭 사티나 바르톡 정도. 뽈 발레리는 '회화만한 지적인 예술은 없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지적인 것들의 대변자라 할 수 있는 수(수학)로 바로 옮길 수 있는 예술은 회화가 아니라 음악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양 중세 시대 내내 조형 예술이 철저하게 무시당한 것에 비해 음악은 신의 세계를 반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