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100

그뢰즈의 '로코코'

프랑스 로코코 화가 장 밥티스트 그뢰즈의 작품이다. 한 마디로 매력적이다. 매혹의 로코코란 저런 것이다. 화사한 색과 우울한 표정... ----- 좀 덧붙이자면, 그뢰즈는 두 개의 로코코 - 귀족의 로코코와 부르조아지의 로코코 - 사이에서 부르조아의 미덕을 표현했던 화가였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뢰즈, 샤르댕 같은 화가들을 로코코로 포함시키기는 것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위 작품을 보라. 로코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가. 몰락해가는 귀족과 상승하는 부르조아지가 바라보았던 아름다움의 세계는 동일했던 것이 아닐까.

아드리안 파이퍼 Adrian Piper

2002년 10월 25일부터 2003년 2월 2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전시된 ‘미국현대사진전 1970-2002’ 전시 도록을 꺼내본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날 매혹시켰던 한 명을 기억해낸다. 불행하게도 그녀는 자신의 실존을 요가에 맡겨버렸다는 사실에 무척 실망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녀 개인에게 있어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영혼을 위한 음식, 이미지 #2 Food for the Spirit Image #2 1971, gelatin silver print, 45.72*40.64cm 아드리안 파이퍼 Adrian Piper 뉴욕 할렘에서 태어난 아드리안 파이퍼는 1974년 뉴욕 시립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1981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 초반, 파이퍼는 임마..

Philip-Lorca diCorcia

오래된 미술 잡지를 뒤지다가 2000년대에 기대되는 작가의 한 명으로 Philip-Lorca diCorcia를 외국의 어느 큐레이터가 추천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여기 올린 이미지의 상태가 좋지 않아, 실제 사진이 주는 '극적인 고독감'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작가의 다른 사진들이 다 이런 류는 아니다. 그의 사진들 중 일부는 마음에 들고 일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귀도 레니 Guido RENI

Guido RENI의 작품. 바로크 초기의 작품이다. 성 세실리아는 3세기 초의 동정성녀로, 음악과 음악가들의 수호성인이다. 천사들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하며 음악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 온갖 악기를 다룰 줄 알았으며 오르간을 발명해 하느님께 헌정하였다고 전해진다. 성 세실리아를 상징할 때는 오르간이 주로 사용되며 여러 그림 속에서 악기를 들고 있거나 연주에 귀 기울이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귀도 레니의 이 작품 속에서는 바이올린을 들고 있다.

'Peter Getting Out of Nick's Pool' by David Hockney 데이빗 호크니

'Peter getting out of Nick's pool' 1966 David Hockney (born 1937) Acrylic on canvas, 152 x 152cm Peter Schlesinger. 이 때 나이 19살. 이 당시 데이비드 호크니의 애인(lover). 이 때 호크니의 나이 30대 초반. 원래 피터가 알몸으로 차에 기대고 있는 사진을 보고 이 작품을 그린 것이다. 19살 사내의 알몸을 보면서 호크니는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을까, 아니면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했을까.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아름다웠던 우리 젊은 날의 그 시절, 그 한 때'를 떠올렸는데, 이런 내 생각이 정확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이들이 미국의 팝아트의 영향권 아래에 데이비드 호크니를 위치시키는데, 내가..

앤디 워홀의 'Joseph Beuys'

앤디 워홀는 요셉 보이스를 만든다. 주술사 요셉 보이스를 스크린프린팅했다는 게 묘한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실은 앤디 워홀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요셉 보이스의 예술이 가지고 있는 독창성에서 기인된 어떤 분위기가 이 스크린프린팅 작품 속에 녹아 있고 이로 인해 앤디 워홀의 다른 스크린프린팅 작품과는 다른 느낌을 보는 이들에게 선사한다. Andy Warhol Joseph Beuys Medium : Screenprint with diamond dust on Black Arches paper. Year 1980 Size 44" x 30" 앤디 워홀에 대한 노트 - 실물 이미지(사진)의 복제와 이의 반복은 유일성(아우라)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유일성에 대한 환기 작용을 하고 있으며 실물에 대한 유일성을 강화하..

에드워드 호퍼

Evening Wind, 1921, etching,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유화에서는 부드럽고 쓸쓸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에칭 판화에서는 거칠고 쓸쓸한 모습을 보여준다. 에드워드 호퍼의 세계란 도시의 쓸쓸함이다. 그리고 그것만 보여준다는 점에서, '난 쓸쓸해'라고 인정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편안함을 던져준다. 그러나 그 뿐. 호퍼는 그 곳에서 멈춰 서서, 그저 쓸쓸하고 외로울 뿐이다. 왜 쓸쓸한 지, 왜 외로운 지 알지도, 알려도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오래 보고 있으면 지루해지고 과연 쓸쓸한 건가 되묻게 된다. 이것이 에드워드 호퍼의 한계다.

카라바지오의 'David'

David 1600 Oil on canvas, 110 x 91 cm Museo del Prado, Madrid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작품이다. 미술사에 보기 드문 일자무식에 난봉꾼이었던 카라바지오는 살아있는 동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보는 세계는 시대를 너무 앞서서 정직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선 '정직한 삶'이 당연하다고 가르친다. 과연 그럴까? 내가 초등학교 선생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무수하게 많지만, 그들은 거짓말로 가득찬 교과서를 그대로 읽어줄 뿐이라는 데에 있다. 더구나 그들도 정직하게 살아가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며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잠시 딴 소리를 했는데, '정직'의 기준도 시대마다 다르다고 말하는 편이 살아가는 데에 문제를 좀 덜 일으키고 편할 ..

Chaim Soutine의 자화상

Chaim Soutine (시암 쑤띤)의 자화상이다. 1916년에 그려진 작품이다. 꽤 심각할 정도로 자기 자신에 대한 증오, 내지는 혐오를 가지고 있었나 보다. 추상 표현주의의 윌렘 드 쿠닝은 시암 쑤띤을 열광적으로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시암 쑤띤의 첫 번째 대형 전시를 뉴욕에서, 그것도 그가 죽고 난 10년 정도가 흐른 뒤에 열렸고 이 때 미술의 중심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가던 무렵이라는 걸 떠올려보면 무척 재미있다. 잭슨 폴록이 현대 미술계의 스타로 떠올랐고 파리에서는 이에 질세라 타피에스, 뒤뷔페를 중심으로 한 앵포르멜이 유행하고 있었다. 쑤띤 작품은 세계에 대한 혐오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추상 표현으로 일관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그의 생애가 두 개의 전쟁 속에 있었고 유태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