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437

로마 예술

Philippus Arabus c244-249 AD (Vatican Museums)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저 두 눈에 가득담긴 두려움의 흔적을 발견하기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거친 턱에서 보여지는 그 동안의 삶의 고통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 실제 작품은 이 그림자진 이미지보다 약간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며 약간은 슬퍼보인다. 이 때 로마는 변방에 온 군인 황제들이 몇 년간 통치하다가 암살당하던 시기였다. 천천히 이민족의 침입이 늘어나고 있었고. 종종 역사학자들은 현대와 로마를 비교하곤 한다. 국가의 행정 시스템이 우수하였으며 사회 기반 시설은 그 당시에서 세계 최고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미 시민의 삶 속에서는 허무주의가 깊숙하게 물들고 있었다. 폼페이의 어느 집 벽에 그려진 그림이다. 매너..

그리스 조각에 대하여

-프락시텔레스, (기원전 4세기 경) 그리스의 남겨진 유적들을 보면 사람, 특히 벗은 육체를 표현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 대해 그리스 고전주의에 대한 최초의,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서술의 힘이 퇴색되지 않고 있는 요한 요하임 빈켈만의 설명을 들어보세요. 그러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아마 우리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가장 아름다운 그리스인의 육체와 비교해보면 아마도 이피클레스가 그의 이복형 헤라클레스를 닮은 것만큼도 닮지 않았을 것이다. 온화하고 청명한 기후는 그리스인의 최초의 인간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쳤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유년 시절부터 행하는 육체적 단련이 이 형성에 기품 있는 형태를 ..

Young Woman in a White Hat, 그뢰즈

Young Woman in a White Hat about 1780 Oil on canvas 22 3/8 x 18 1/4 in. (46.8 x 46.5 cm) 전형적인 로코코 양식의 작품이다. 화사하고 부드러운 색채와 저 여인의 양볼을 감싸고 도는 붉은 빛은 로코코 시대가 가졌던 풍요로움과 우울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듯 하다. 매력적이다. ------ 그뢰즈의 작품이다. 그뢰즈는 18세기 계몽주의를 대변하는 화가들 중의 한 명이다. 하지만 그도 로코코의 그늘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18세기의 시대는 로코코(몰락해가는 귀족들의 세계가 중심인), 계몽주의(상승하는 부르조아지와 지식들의 사상, 그리고 중상주의(자본주의))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뢰즈는 보기 드물게 이 둘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슬픔의 아테나

BC 455∼450 아테네 출토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미술관 (Acropolis Museum, Athens) Grand Collection of World Art 고전주의, 그러니까 인생에 있어 모든 것을 해명할 수 있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으며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원리, 원칙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믿었던 삶과 예술에 대한 태도는 결국에는 우울함을 띄게 되는 것같다. 그리스 고전기의 작품이지만, 다른 고전주의적 작품들과 달리 이 부조에서는 어떤 우울함이 묻어나온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냄, 전투에서 벗의 죽음, 시간의 덧없음, 그러니깐 본질적으로 모든 것은 변하고 흔적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실은 그리스 문화의 이면에는 이런 것이 내재해 있었다. 헤라클레이토스의 세계관이 주류였으..

Felix Gmelin : 68년으로의 여행

Felix Gmelin, Farbtest, Die Rote Fahne II (Color Test, The Red Flag II), 2002. Installation view, 50th Venice Biennale, 2003. 서방 세계에서 1968년은 각별한 모양이다. 하긴 서부 유럽에서는 68 혁명이라고 부르니. Felix Gmelin은 1968년의 베를린과 2002년의 베를린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그들(또는 우리)의 현재를 되새기고 있다.(아, 그 때는 얼마나 그리운 시절인가!) 하지만 이것은 감상적인 향수의 대상으로만 그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이 동시에 스쳐지나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Felix Gmelin에게도, 나에게도 이 폭력적이며 잔인하게 변해버린 현대 사회의 가속 페달을 막을..

예술의 우주 2003.12.12

뭉크의 <절규>에 대한 의견

하나는 뭉크의, 그 유명한 이고 하나는 Krakatoa 화산 폭발을 그린 누군가의 그림이라고 한다. 집을 나서기전 뉴욕타임즈에 흥미로운 아티클을 읽었는데, 뭉크의 경험,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고 끝나지 않을 비명을 느낀 것은 역사상 기록된 가장 큰 화산 폭발로 알려진 1883년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인근의 무인도인 크라카다우 화산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이다. 이 때 이 폭발로 이 섬의 3분의 2가 날아갔으며 폭발로 인해 발생한 해일 등으로 삼만 육천명이 죽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폭발에 관한 책이 단행본으로 나와있을 정도이니 이 화산 폭발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러니 북유럽에서도 이 폭발의 영향이 미쳤을 것도 같다. 문제는 뭉크가 작품 를 그리게 된 그 경험을 한 것이 몇 년도 인가하..

예술의 우주 2003.12.11

칸딘스키: '변명'의 시대

Composition IV 1911 ; Oil on canvas, 159.5 x 250.5 cm (62 7/8 x 98 5/8 in); 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len, Dusseldorf "색채는 건반이고 눈은 망치이며 영혼은 많은 울림줄을 가진 피아노이다. 미술가는 영혼에 진동을 주기 위해 한 건반 혹은 다른 건반을 두드리면서 연주하는 손이다." - 칸딘스키, 칸딘스키는 그의 그림보다, 어쩌면 그의 글이나 그의 말이 더 인상 깊을 지도 모르겠다. 칸딘스키 이후의 많은 현대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변호하기 시작했다. 작가보다 우아한 문체로, 평론가보다 예리한 시각으로, 그리고 무용가보다 훨씬 세련된 몸짓으로 자신을 포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혹시 현대란 '변명의 시..

예술의 우주 2003.12.10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

예술의 시작에 대해선 많은 의견들이 있다. 하지만 이 의견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시작되었건 그것은 현대처럼 분화되어진 어떤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방'이면서 '마술'이고 '노동'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사용한 이 단어들, 모방, 마술, 노동은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알지도 못했다. 심지어는 그들에게 언어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니 예술의 시작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추측이며 그저 그랬을 것이다 정도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그리고 아래의 내용도 그러하다. 구석기 시대의 벽화들은 한결같이 어두운 동굴 속에, 요즘 사람들이 자세를 잡기도 힘든 공간 속에 그려져 있다. 구석기인들이 그렇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나 현재의 우리들은 그 이유는 알지 못한다. 그저 추측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