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437

바로크와 로코코

바로크(Baroque)와 로코코(Rococo)를 분리된 예술사조로 보기는 힘들다. 왜냐면 로코코는 자신감 넘치던 바로크의 숨겨진 이면을 예술가 스스로가 깨닫게 된 것에 불과하니깐. 그리고 예술사에서도 흔히 로코코를 바로크 예술의 후기 경향으로 분류한다. 바로크 예술가로는 바흐, 베르니니, 카라바지오, 렘브란트, 푸생, 루벤스, 베르미르 등등이 속한다. 음악에서는 통저음과 변주의 형식이 등장하고 미술에서는 인간적인 면모의 강조와 빛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난다. 형식에 있어서의 고전주의적 화풍은 확고한 질서 속에 대상들을 위치시키길 원하지만 바로크는 끊임없이 변하고 운동하는 이 세상의 우연 속에다 대상들을 위치시킨다. 그래서 인간이 태어나 병들어 죽는 풍경을 자신만만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종교적 황홀경에 빠진..

집착, 장식, 그리고 내 안의 우주

1. 사랑하는 이가 어느 순간 결별을 선언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어떻게 될까. 가령 그 사랑이 자신에게 있어 어떤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고 했을 때, 그래서 그 사랑을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자신의 육체에, 자신의 영혼에 어떤 상처를 입는다고 했을 때, 그런 경우에 그 사랑이 어디론가 사라진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저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만 할까? 아마 많은 청춘남녀들이 떠나가는 사랑을 향해 돌아오라고 안쓰러운 손짓을 하고 절규하고 몸부림칠 것임에 분명하다. 적어도 위와 같은 경우라면 말이다. 그리고 그녀, 혹은 그가 귀가하는 무렵 길모퉁이에 기대고 사랑하는 이에게 한 번이라도 더, 무슨 일이 생기기 전까지 계속 매달릴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때, 떠나간 이가 우리에게 하는 말. "넌 ..

현대 미술에 대한 단상

21세기의 예술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것인가하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리고 대부분 나의 입에서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테크놀러지에 의한 색다른 예술양식이 되지 않을까요'하는 대답을 기대하지만,기대에 어긋나게도 테크놀러지는 언제나 예술의 일부를 이루어왔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사진과 인상주의 미술과의 관계에서도 사진때문에 인상주의가 등장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언제부터 우리에게 '테크놀러지'에 대한 기대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그리스 고전 시대에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운명(moria)을 저주하며 스스로 눈을 버릴 때의 그 고통이 사라진 것이 아니며, '안티고네'가 공동체와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보여주었을 때의 그 성찰은 아직도 유효한 것이다..

풍경화에 대하여

* 이 글은 1998년 예술사 수업 과제물로 제출한 리포트이다. 참고용으로 활용하기 바라며, 인용 시 출처를 밝혀야만 할 것이다. 1. 지금 당장 밖에 나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그린다면 그것도 하나의 풍경화(landscape painting)가 될 수 있을까? 가령 건조한 표정으로 서있는 건물들이나 건물 앞 둔탁하게 생긴 구조물과 초췌한 빛깔의 나무들, 혹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그린다면 말이다. 그렇게 해서 풀밭이나 산이나 강을 그린 화가에게 깊은 겨울의 우울함으로 물들어있는 도시의 풍경을 그린 그림을 들이밀면서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화인가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먼저 우리가 여기에 대해 말하기 위해선 우리가 '풍경화'라고 할 때의 그 '풍경'과 철학이나 미학에서 말하는 '자연'-..

98' 언더그라운드 만화 페스티벌

:『98 대한민국 언더그라운드 만화 페스티벌』. 금호 미술관. 98.7.1 - 8.9 분명 만화는 예술이 아니다. 만화를 예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설령 그 노력이 성공해 자신의 작품이 뛰어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만화 때문이 아니 다. 그렇다면 무엇때문인가? 이 이유를 알기 위해선 우리는 흥미진진 하고 재미있으며, 동시에 괴기스런 한 전시를 보아야만 한다. 『98 대 한민국 언더그라운드 만화 페스티벌』말이다. 또한 우리는 현대 미술 Contemporary Art과 키치Kitch의 상관관계도 이해해야만 한다. 타타르키비츠는 이제 아방가르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냐면 이젠 온통 아방가르드밖에 없음으로.(1) 그런 의미에서 클레멘 트 그린버그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 The Chainsaw Massacre

『텍사스 전기톱 학살 The Chainsaw Massacre』을 통해 본 97년의 한국 ‘Asia plunging financial markets send shocks around the world’ 이번 주 타임은 아시아의 주가 하락으로 시작된 세계적인 주가 폭락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다. 이것은 WTO체제 아래의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세계 경제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직접적으로, 한국의 주가폭락과 환율 급등은 세계 경제의 변화된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우리에게 전달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제 불안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정부의 무능한 경제정책 때문인가, 아니면 기업들의 과도한 설비 투자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의 낙후된 경제 구조 때문인가..

근대를 보는 눈 (보충논의)

: Glimpse into Korean Modern Painting 『근대를 보는 눈』- 한국근대미술:유화 1. 이전에 윤범모의 (대원사. 1997)을 소개한 적 이 있었다. 앞에 올렸던 글에서 한국근대미술의 흐름에 대해 길게 설명 하지 않은 것은 윤범모의 을 읽거나, 전시도록을 읽으면 될 것같아 짧게 감상만 적어 올린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보니, 글의 모양새가 가히 좋지 않아 이렇게 간략하게나마 한국근대미 술의 흐름에 대해 글을 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앞의 글에 서 했기 때문에, 이 글의 내용은 그저 도록의 요약 정도이리라. (* 전시 도록의 해설도 윤범모가 했다. 그러니, 을 읽은 사람이라면, 별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전시 도록의 도판이 더 정확한 색깔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