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437

알로이 리글(Alois Riegl)의 ‘Kunstwollen’에 대하여

우리는 종종 최근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경향의 작품을 보면서 경탄해 하는 이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들은 정교하게 제작된 Painting을 곧잘 사진과 비교해가며 대단하다는 표현을 금하지 못합니다. 아직까지도 Painting에 ‘발전’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것은 사진에서 보여지는 바의 ‘사실적(realistic)’인, 그 어떤 것을 향해가는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인상주의의 등장이 사진술의 등장과 발달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이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때 리글이 말하는 바의 ‘예술의욕’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성이 생기게 됩니다. 예술의 역사 속에서 ‘진보와 퇴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피카소가 비슷하게 말한 바 있듯이 ‘..

레오나르도 다 빈치

St John the Baptist 1513-16 Oil on panel, 69 x 57 cm Musee du Louvre, Paris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고전적 이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생의 원리를 찾아가는 고전주의의 여정 속에서, 언뜻 그 여정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스푸마토(sfumato)는 의도적으로 색과 색 사이를 어둡게 하므로서 입가에 아스라한 여운을 주는 것이다. 저 세례 요한의 표정을 보라. 야릇한 미소 속에 생과 세상,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한 갈등이 엿보이는 듯 하지 않은가.

고전주의적 현대 양식 '모더니즘'에 대한 보충 설명

* 모더니즘을 고전주의라고 평가했는데, 어떤 분께서 낭만주의적 양식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어 그것에 대한 언급입니다. 모더니즘에 대한 평가 작업은 현재 진행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더니즘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보면서 낭만주의적 양식이라 판단내리기 쉬워보입니다. 그동안 저도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고전주의란 세상이 어떤 확고하고 고정불변된 원리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믿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이 태도를 바탕으로 예술 작품이 창조될 때 그 예술 작품들을 고전주의적이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고전주의 양식은 예술의 역사 속에서 그리 자주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간적으로 따져도 그리 오래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바로크 고전주의'는, 지적하신대로 고전주의 속에 편입시키기 매우 애매합니다. ..

예술의 의의

뒤샹의 문제 제기는 예술의 본질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으나, 동시에 아무런 답을 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20세기의 예술가들은 예술 내에서 전적으로 불행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불행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예술가들의 도전은 끊임없는 '오브제의 확장'(* 설치미술과 멀티미디어아트의 등장)과 '개념의 유희'(*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아방가르드 양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은 '좌표 없는 방황'으로 인식될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좌표 없는 방황'은 비단 예술의 세계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뒤샹의 문제 제기는 인류 역사에 있어서 예술이 누려온 바의 위치 내지 위상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 예술은 당대 환경에 영향을 받으면서 미래를 선취해나간다. 중..

68년으로의 여행

Felix Gmelin, Farbtest, Die Rote Fahne II (Color Test, The Red Flag II), 2002. Installation view, 50th Venice Biennale, 2003. 서방 세계에서 1968년은 각별한 모양이다. 하긴 서부 유럽에서는 68 혁명이라고 부르니. Felix Gmelin은 1968년의 베를린과 2002년의 베를린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그들(또는 우리)의 현재를 되새기고 있다.(아, 그 때는 얼마나 그리운 시절인가!) 하지만 이것은 감상적인 향수의 대상으로만 그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이 동시에 스쳐지나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Felix Gmelin에게도, 나에게도 이 폭력적이며 잔인하게 변해버린 현대 사회의 가속 페달을 막을..

트레이시 에민 Tracey Emin : "There's something wrong?"

Self-Portrait as a Small Bird, 2002 Appliqued blanket ⓒ Tracey Emin. Photo: Stephen White. Courtesy Jay Joplin/White Cube, London 그녀는 13살 때 강간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걸까. 그녀는 기억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 그녀의 첫 솔로 전시 제목도 "A Wall of Memorabillia"였다. 그러고 보면 예술가는 자신의 상처 속에서 헤매다 사라지는 모양이다. Everyone I Have Ever Slept With, 1963-95. Appliqued tent, mattress and light. 122 x 245 x 215 cm. ⓒ Tracey Emin. Photo: Stephen Whi..

르느와르 - 로맹 라코 양의 초상

Mademoiselle Romain Lacaux 1864. Oil on canvas Cleveland Museum of Art, Cleveland, USA (* 로맹 라코 양의 초상) 르누와르의 초기 작품이다. 인터넷을 뒤져 어렵게 구한 이미지이다. 개인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르누와르의 작품들(* 빛들이 요동치는)보다 비교적 초기에 해당되는 작품들을 더 좋아하는데, 이 작품 속에서 르누와르가 존경하던 앵그르와 코로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은 초상화 장르의 관례를 존중한 것으로 보여진다. 옷의 주름 처리나 소녀의 초상 뒤로 보이는 배경의 처리에서 르누와르의 그림임을 짐작할 수 있다. (* 참고로 르누와르는 인상주의에 속하는 예술가이며 젊은 시절 끌로드 모네와 같이 살기도 했다. ..

르느와르 - Young Boy with a Cat

Young Boy with a Cat 1868-69 Oil on canvas 43 3/4 x 26 1/4 in (124 x 67 cm) Musee d'Orsay, Paris 이 그림을 보면서 하루키의 를 떠올린 이유는 뭘까. 약간 신비스러워 보이는 이 작품은 르누와르의 초기 작품으로 고양이를 스다듬는 소년의 뒷모습을 담고 있다. 앞의 꽃무늬 천이나 고양이의 처리는 무척 마음에 든다. 그리고 소년의 누드는 무척 이국적이면서 애로틱하다.

에릭 사티

Erik Satie의 피아노곡을 듣는다. Reinbert De Leeuw의 연주다. 곡들은 아래와 같다. - sonneries de la rose + croix - pi’eces froides - pri’ere - 4 preludes 오래된 LP인데, 자켓 뒤에 실린 해설의 일부분은 이렇게 Erik Satie에 대해서 평하고 있다. “그의 음악성은 간결하고 순수하여 이내 친숙해진다. 정신적으로는 반골적이지만, 낭만적인 정감이나 철학적인 정신성을 철저히 배격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그런데 난 “그의 음악성은 간결하고 순수하여 처음 듣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현대 음악의 미니멀리즘이 에릭 사티에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하는 비전문가적 견해을 피력해본다. (아마 이래저래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

에곤 쉴레

Schiele, Egon Female Nude 1910 Gouache, watercolor and black chalk with white highlighting 44.3 x 30.6 cm Graphische Sammlung Albertina, Vienna 에곤 쉴레는 빈 분리파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리고 보면 빈 분리파 화가들은 다들 대중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진정으로 이해되고 있는지, 또는 천박한 상술 속에서 팔려다니고 있는지에 대해선 깊은 성찰이 요구되긴 하지만. 에곤 쉴레는 사라져가는 낭만주의의 병적인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는 19세기말에 다시 등장한 로코코적 기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로코코적 기질이 투영하고 있는 정신은 '불안/절망'과 '자포자기식 집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