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58

서울과 이천 사이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그 프로젝트 생각만 한다. 나머지들은 우선 순위가 뒤로 밀린다. 때론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 가지 않는다. 한 달 이상 이천에 내려가 프로젝트 마무리를 하고 있다. 다음 주면 끝인데, 쉽지 않다. 극강의 디테일과 단호함으로 무장한 고객사 담당자 앞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실은 그런 디테일은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다. 예전에 비해 디테일이 강해지긴 했으나, 나는 빠른 결정과 실행에 우선 순위를 두고 디테일은 속도 앞에서 뒤로 밀렸다. 하지만 둘 다 가질 때 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나를 힘들게 하는지 잘 아는 탓에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이번엔 무너졌다. 상당히 힘든 과정이었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되어있다. 이런 저런 일들이 ..

일요일 출근

출근을 했다. 평일에는 전화, 회의, 출장 등으로 정신이 없으니, 주말에야 여유를 가지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그렇다고 엄청 여유로운 것도 아니어서 쫓기는 듯한 기분은 어쩔 수 없구나. 다들 이런 걸까. 아니면 나만 이런 걸까. 적당히 쓸쓸하다. 기분 좋은 쓸쓸함이랄까. 그냥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런, 그리운, 하지만 슬픈 감정이랄까. 집에 가는 길에 서점엘 들려 시집 구경이나 해야 겠다. 그것으로 사소한 위안으로 삼아야지.

아픔이라는 이름의 성장통

바람직한 미래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그것은 반드시 고통과 아픔을 수반한다. 그것이 성장통이라면 좋겠지만, 때로 그것은 절벽이거나 지옥이거나 나락일 수도 있으며, 그리고 그게 끝일 수도 있다. 오이디푸스가 맹인이 되는 것은 죽음을 뜻하는 알레고리다. 우리는 아픔을 딛고서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며,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 속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꿈, 우리가 왜 아파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여야만 한다. 무엇을 잘못 했으며,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꿈도, 일도, 사랑도. 수십년 전 술 한 잔 마시면 외우던 시 한 편 있었다. 그런 삶을 꿈꾸었는데, ... 나이가 들어도 그 시 구절은 변하지 않는데 말이다. 박꽃 신대철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

PC 바탕화면을 바꾸다, 조지 시걸

사무실 PC 바탕화면을 바꾸었다. 티치아노의 작품에서 조지 시걸의 82년도 작품, 'Wendy with chin on hand'로 옮겨간다. 조지 시걸. 내가 사랑하는 작가. 작품 활동 초기, 살아있는 사람의 전신을 라이프캐스팅(Life Casting)하던 시기를 지나 일부만 떨어져 나온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떨어져 나온다는 것에 대한 회한이나 그리움, 아쉬움이나 미련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의례 그래야 되는 시기가 왔고 그래서 일부만 떨어져나왔다. 살아있는 사람을 본을 떴다고 해서 라이프캐스팅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실은 살아있음과 죽어있음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살아있어도 죽은 듯이 살아야할 때가 있고 죽었으나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우리 옆에 머물기도 한다. 이 작품을 보고 너무..

봄 날을 가로지르는 어떤 기적을 기다리며

시간이 흐른다. 아무런 이유 없이. 아무런 이유 없이 나이가 들고 상처 입고 죽는다. 이유없음은 저 실존주의자들의 가장 강력한 테마였지만, 그 무목적성 앞에서 그들도 무릎 꿇었다. 내던져진 존재.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살았다. 치열하게 부딪히며. 봄이 왔지만, 내 마음 속으로 봄은 깃들지 못한다. 봄꽃 날리는 거리를 걸었으나, 그 때의 봄이 아니다. 하긴 나에게 봄이 있었던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하지만 우리 삶은 기계론적 인과율이 지배하지 않는다. 이 생은 저 감당하기 힘든 우연성으로 포장된 어떤 것이니, 내가 기댈 곳은 어떤 기적 뿐. 그 기적 아래에서 싹트는 고백과 반성

절판과 우연성

눈 여겨 보던 책이 절판될 예정이라고 알려준다. 인터넷서점 안, 그 책이 있던 페이지였는지, 아니면 장바구니였는지, 혹은 이메일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사려고 마음 먹은 그 책을 뒤로 미루는 사이, 그 책이 이제 더 이상 구할 수 없다는 안내를, 절판된 후 이 책을 구할 수 없음을 나는 직감한다. 결국 나는 이 책을 샀다. 인터넷으로 책이나 음반을 구입할 수 있게 된 순간, 나는 열광적으로 기뻐했다. 책이나 음반을 찾으러 돌아다닐 필요도 없고 원하는 책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특히 음반은! 하지만 이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한 두 번 이상 신문 기사나 인터넷 서평으로 놀라운 찬사가 이어진, 정말 형편없는 쓰레기 책을 구입한 후, 믿을 수 있는 저자가 아니라면, 오프라인 서점에 나가 ..

우리는 젊어 We are young

나이가 들어도 생에 대한 열정이나 의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도리어 미련한 고집처럼 불타오르기도 한다. 요즘 듣고 있는 노래다. 광고 음악으로만 흘려들었던 음악인데, ... 우린 젊어, 세상을 불태우자, 우린 저 태양보다 더 밝게 불태울 수 있어 라고 술집에서 노래를 부른다. ㅜㅜ 나도 저랬던 적이 있었나, 새삼 그 때가 그립다.

우중산책

종일 비가 왔다. 예전 남부 독일에서 맞았던 그 비를 닮은, 차갑고 무겁고 바람 섞인 겨울비가 내렸다. 펼친 우산이 바람에 흔들렸고 머리카락 끝과 안경과 옷소매, 그리고 바지와 신발이 젖었다. 그 비 위로 음악이 이어졌다, 끊겼다. 바다는 높았고 북에서 남으로 쉼없이 흘렀다. 저 흐름은 어쩌면 달의 부름에 바다가 응한 것일까. 나도 한 때, 누군가의 부름을 한없이 기다리곤 했는데, 딱 오늘 같은 날이었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YongSup Kim(@yongsup)님의 공유 게시물

페이퍼, 정재승, 오픈 릴레이션십

아직도 이 잡지가 나오고 있나 싶어 한 권을 주문해 읽었다. 예전엔 월간지였는데, 이젠 계간지로 나오고 있다. 생각보다 읽을만한 내용이 많지 않다. 살짝 어정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랑스로 떠났던 소설가 신이현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이 잡지를 통해 알았다. '거참, 이게 언제적 이야기인데'라며 묻는다면, 나로선 할 말이 없다. 2020년 한 해 동안 사람들과 소설이나 소설가, 혹은 문학이나 철학, 미술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 나를 절망으로 몰고 가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그래서 자주 나는 "내가 왜 이 책을 읽는가"라고 묻는다. 스스로에게 물어도 답은 없다. 그저 습관처럼 읽고 언젠간 도움이 되겠지 정도랄까. 페이퍼 편집장은 그대로인 듯 싶다. 이름이 똑같으니까..

근황 - 2020년 12월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하나가 튀어나온다. 최근 읽은 아티클의 문장은 기억해둘 만하다. - Your primary role as an agile leader is to create an environment that empowers everyone to be an innovative problem-solver. - Leadership begins with you: Your values, beliefs, strengths, and weakness drive your decisions and actions and demonstrate your true character. All of these factors affect your capacity to connect with and influence ot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