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58

최근 정치에 대한 단상

며칠 전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걸, 블로그에 옮겨놓는다. 최근, 딱히, 정치적인 내용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드물었다. 하지만 이제 자주 올릴까 한다. 적어도 상식 선에서 생각한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데,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다른 이들이 여기는 상식은 다른 듯싶다. 그러니 내가 생각하는 상식을 떠들 수 밖에. ** 아직도 한국은 과거와 싸우고 있다. 무자비한 폭력과 차별, 무관심이 횡행하던 그 과거, 그리고 그 과거의 유산들과. 이는 야당지지자나 여당지지자를 가리지 않는다. 편을 나누고 서로 헐뜯고 싸운다. 이를 전문용어로 '당파성'이라고 하지만, 글쎄 이게 당파성일지는... 나는 아직도 한나라당 - 새누리 - 국민의 힘이 앞으로 100년 간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책 몇 권 사서 오는 길

1. 책 읽는 사람의 수는 줄어드는데, 나오는 책들은 더 많아지는 듯함은 뭘까? (아니면 문학책만 읽다가 이런 저런 책들까지 손대기 시작한 탓일까) 2.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한 책들이 쌓여가는 와중에도 나는 또 책을 사고 있다. (사놓으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고 할까) 3. 새 책을 사다가 이젠 새 책, 헌 책 가리지 않고 구입한다.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 가리지 않는다) 4. 좋은 책이라고 해서 다 독자를 만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책인데, 온라인서점에 리뷰 하나 없는 것도 많고 이 책을 왜 읽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만점 리뷰가 많은 책도 있다. (쓰레기 책만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유튜브 방송이나 숨겨진 좋은 책을 알려주는 유튜브 방송 같은 걸 해볼까 고민 중이다. 아니면 서양명화감상시간도 괜찮을 것같..

주말

목요일 프로젝트 회식이 있었고 금요일 그 프로젝트에 위기가 찾아왔다. 개발된 소스를 전체적으로 전면 수정해야 될 정책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요일 부재 중 전화들과 예상치 못한 메일 몇 통으로 무너졌다. 주말 일과를 멍하게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명확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도 없어서 머리를 복잡했다. 하지만 몸은 계속 멍했다. 가족에게 짜증을 부렸고 스스로에게 짜증을 냈다. 올핸 단풍을 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주말에 어떻게든 어디 여행이나 갈까 했지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내일은 오고 나는 그 어떤 솔루션도 찾지 못한 채 출근을 할 것이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뭔가 해결책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뭔가 탁월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묵..

2021년 10월, 작은 생각

몇 주 전부터 알람 시간을 새벽 3시로 맞추어놓았지만, 한 번도 제 때 일어나지 못했다. 실은 겨우 출근 시간에 맞추어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려고 집에 오자마자 씻고 오후 9시나 10시에 바로 눕는데도, 하루 두 세 차례의 회의와 업무 긴장감, 순간순간 엄습해오는 초조함과 압박으로 인해 저녁이 되면 녹초가 되고 하루 일곱시간 수면도 부족하다고 할까. 그 마저도 스트레스로 깊은 잠을 자기 어려우니. 선잠을 자고 내일 일과를 생각하면 피곤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잠자리는 끝없이 불편해진다. 그래도 끝나지 않는 일들은 나로 하여금 비현실적인 알람 시간에 기대게 하고, 내 불안과 근심은 결국 불가능한 기상 시간과 불편한 잠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내가 원하던 삶일까, 일상일까. 내가 원했던 삶은 이런..

도망가듯, 연천 호로고루

호로고루(瓠蘆古壘)은 한자 의미 풀이에서도 알 수 있듯 '표주박처럼 생긴 오래된 작은 성'이라는 뜻이다. 지난 토요일, 요즘 일상이 너무 힘들어 바람을 쐴 겸, 언제나 궁금했던 연천 호로고루에 다녀왔다. 그러나 진입로를 찾기 어려웠고 좀 어수선한 분위기랄까. 옆에 임진강이 있다는 것 이외에는 볼 만한 것이 없었다. 9월달에는 해바라기를 볼 수 있지만, 지금은 없고 10월에 피웠던 것으로 보이는 코스모스도 거의 없었다. 기원 후 5세기경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성벽이 남아있지만, 그 외의 것은 흔적만 남았고 이도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다. 일종의 작은 군사 기지 같은 개념으로 강을 끼고 고구려 최남단 경계선이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입구에 광개토대왕비가 있다는 것이다. 북에서 가져온 것인데, 실..

일요일 오후 노들섬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은 소리 없이 다가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내 정신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종일 책상에 앉아있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 못했다. 그저 불안했다. 나이가 들수록 이번 생은 어딘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만 떠오른다. 불안에 대해서 최악의 처방전만 있다. 그것은 고개 돌리기, 외면하기, 회피하기, 도망가기, 망각하기. 서울시 따릉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 근처로 나왔다. 가을 저녁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아들은 연신 브레이크를 잡으며 자신의 자전거 타기 실력을 뽐내고 한강대교까지 가는 동안 동네 사람들을 여러 명 만날 수 있었다. 이 근처에서 산 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구나. 보통은 여의도 한강 시민 공원까지 가든지, 동작대교를 지나 반포대교 남단까지 갔다..

창을 열면, ...

팔을 들어 길게 뻗어 책상 너머 있는 창을 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운 바람이 흘러 들어왔다. 한 쪽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공기를 보며 바람이라고 썼지만, 그냥 온도 차이로 생긴 공기의 사소한 흐름일 게다. 밤새 닫아 두었던 서재의 창을 여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내가 지내온 서재, 혹은 책들이 모여 있던 곳의 창 밖 풍경은, 대체로 건조한 무채색이다.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서재는 딱 한 번 뿐이었고, 나머지들은 모두 벽들 뿐이었다. 지금 서재 창 밖은 바로 옆 빌라의 측면 외벽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창들이 있는. 서재에서 이십미터 정도 걸어 나가면 마을 버스가 다니는 도로가 있고, 그 곳으로부터 다시 이십미터 정도 나가면 시내버스가 다니는 도로, 다시 그 곳으로부터 이십미터 정도 가면 지하..

숲 속에서의 책 읽기

제목이야 저렇게 달았지만, 여유로운 풍경이라기 보다는 도망쳐 나온 것이다. 소년원 출신 시인 장정일이 그의 첫 시집에서 '도망 중'이라는 글귀를 사용했을 때, 절반만 공감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이제 그도 이제 환갑이 되었고 나도 쉰이 되어간다. 돌이켜보니, 늙었다는 기분에 잠긴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젊고 싶었던 적도 없었다. 종종, 자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저 침묵의 우주가 가진 절망스러운 무한함에 대해서도. 몇 명의 사람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해, 그 사람들을 내보내고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데, 엄청나게 힘에 부친다. 계속 구인공고를 올리지만, 대졸 신입도 지원하지 않는다. 회사는 매년 성장해 이제 직원 수만 150명 가까이 되는 디지털 에이전시가 되었지만,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

2021년 8월, 사무실 오후 8시 38분.

서재에 있는 오디오로 음악을 듣지 못한 지 몇 달이 지났다. 서재에 에이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은 더위 속에서 책을 읽을 그 어떤 여유도 나에겐 없다, 없어졌다. 물질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면 정신적으로나마 여유롭길 바랬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고 어느 정도 실패라든가 아픈 것이나 후회하는 경험들이 쌓이자, 물러서지 않는 원칙 같은 것이 하나 둘 만들어졌다. 그 중 하나가 '프로젝트는 망가지더라도 사람을 잃지 말자'다. 그런데 막상 (나도 모르게) 프로젝트를 챙기다보니, 사람을 챙기지 못한 것 같아 너무 힘들다.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해야 했는데, 그걸 잊어버렸다. 그만큼 믿기도 했겠지만, 늘 그렇듯 말 없는 믿음보다 말 있는 믿음이 더 낫다. 프로젝트 규모가 커졌다...

misc. 2021.07.25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YongSup Kim(@yongsup)님의 공유 게시물 사무실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데, 그냥, 살짝 가슴 떨리며, 내일로 미루어버렸다, 집에서 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오후 내내 잠만 잤다, 이 더위 속에서. 뒤늦게 일어나 중국집에 저녁을 시키곤 바닥에 누웠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핸드폰이 없었을 땐, 뭘 들고 누웠을까. 특별함이 없는 일상 속에서 뭔가 특별함을 바라는 게 이상한 일이다. 회사 일도 그렇고 사람 관계도 그렇고 내 머리나 가슴도, 아무렇지 않게 식어간다.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 지난 프로젝트에선 두 명의 직원이 회사를 그만 두었고 한 명의 프리랜서는 일을 대강 하고 그만 두었다. 고객사로부터는 인정을 받았지만, 나도 그렇고 참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