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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791



퇴근 후 이런저런 고민에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잠은 오지 않고... 그는 원두커피 원액이다. 차가운 물에 그를 섞어...서... 그녀같은 얼음을 넣어 마셨다. 추운 초여름 밤인가, 아니면 쓸쓸한 늦봄 밤인가. 바람 한 점 없는 도시에 내 마음만 바람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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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티 2015.06.27 11:15 신고

    주름과 이정복의 시집은 같은 책을 갖고 있고요 채호기의 시집은 비교적 최근 책인가요?박청호는 모르는 시인입니다.
    그런데 시집 제목이 끌리는군요. 치명적인. 저는 이 말은 늘 체게바라와 함께 떠올립니다. 치명적인 순수함. 그의 여정들, 타협을 몰랐던. 그런 사람들은 마흔을 넘겨 살기가 힘들더라고요. 예수도 그렇고. 윤동주와 전태일이 그렇고.또 시몬느베이유도 있군요. ( 어느 포스트에선가 시몬느 베이유의 '중력과 은총' 본 적 있는 것 같은데요. 제가 책이 찍힌 사진은 무조건 확대해서 책 제목 확인하는 버릇이 있어요)
    창원분이시더군요. 저는 마산출신입나다.저도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문학을 전공했고요. 마산이나 창원의 어느 길에서는 어쩌면 스치기도 했을 인연일 수도.있겠어요.
    제가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칠 때 별명이 하루살이였어요.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인데 한치 앞을 생각을 안 한다고.
    생각 그거 별 쓸모없다, 저의 표어랍니다. 이리 나이 먹은 제가 저는 쫌 자랑스럽답니다.
    주인장님도 고민거리가 있을 땐 그냥 무심히 걷거나 잠을 잘 수 있다면 잠을 자거나 아이들이나 부인과 수다를 떨거나
    그리 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주제 넘지만 감히.



    • 마산이시면, 동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시절 고등학교는 다들 마산에서 나왔으니깐요. 주름은 몇 장 읽다가 말았어요. 질 들뢰즈는 아직 읽지 못한 철학자입니다. 문학으로 읽기에도 애매하고 철학으로 읽기에도 애매해요. 시집들은 대부분 옛날 것들이지요. 박청호의 첫 시집인데, 그 땐 반짝했지요. 그 이후 후속타가 없었고 뭐랄까, 팬심을 불러일으키는 시집이 아니었던 터라 ...
      고민거리가 있을 땐 모르는 사람과 술 마시는 게 최고였던 것 같아요. 저를 잊어버리기도 하고 저를 타인처럼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망각, 또는 거리두기와 객관화를 동시에 ...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엔 너무 위험한 짓이죠. ㅡ_ㅡ;
      채호기의 시를 좋아라 했는데... 요즘은 거의 읽지 않아요. 확실히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기엔 나이도 많이 들었고 돈벌이가 쉽지 않네요. ~ ㅎㅎ 장난과 수다는 일종의 의무사항이 된 터라, ... 고민과는 무관하죠. 기혼자의 고민이라는 게 대체로 가족과 관련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ㅋㅋ 더운 날씨, 건강하고 활기찬 하루 되시고요~.

  • 느티 2015.06.30 23:46 신고

    동문일 리는 없겠어요. 저는 여고를 졸업했거든요. 마산의 고등학교들이 다 산등성이에 있으니 교실에서 바라보던 합포만
    바다에 대해서는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겠군요. 해가 떠오를 때, 저녁 무렵, 흐린 날 비오는 날 그 각각의 물빛 말입니다.
    서울 가서 처음 몇 달은 바다가 보이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어쩌면 바다는 핑계고 그 추위와 무지막지한 남자애들과 하루도 쉴새없이 터지던 최루탄과 뭐 그런 낯선 것들이 적응이 안 됐던 것도 같아요. 들뢰즈는 저도 아직 잘 몰라요. 남편이 좋아하는 철학자지요. 타인과 얘기하기. 대학 4년 간 마산까지 오는 버스 안에서 그 대여섯 시간 동안 옆 자리에 앉은 사람과 얘길 나눠 본 기억이 없어요. 그런데 컴퓨터라는 공간에선 이러고 있네요. 비가 내리고 집 뒤 논에선 개구리 울고 내일도 종일 비 내리면 뒹굴뒹굴 무슨 책을 읽울까, 두근거리며 존 버거와 겐자부로와 베네딕토 16세의 여러 책들을 생각해 보는 밤입니다.

    • 가장 오래 탔던 버스는 약 13시간이었습니다. 이른 오후에 출발해 다음 날 새벽에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저도 옆 자리에 앉은 이와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은 없어요. 대신 한 번은 중앙 통로 건너편 자리에 나란히 40대 중반의 남자와 30대 초반의 여자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긴 했습니다. 그 땐 그들의 이후가 궁금했는데, 신기하게도 지금은 전혀 궁금하지 않아요. 젊은 시절, 삶의 신비 같은 게 있다고 여겼는데, 그런 신비로움이 살아지는, 그 속도만큼 이 세상에 익숙해졌다는 것이겠지요.
      산복도로를 한 번쯤 가고 싶은데, 고향 내려가선 영 갈 일이 없네요. ㅎㅎ

      제 주위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소설 같은 인생들을 살았던 터라, ㅡ_ㅡ;;

일이 바빠서 - 이것도 핑계일 지 모르겠지만 -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다 보니, 책읽기, 글쓰기가 형편 없어졌다. 며칠 사이로 좋은 인터뷰 기사를 읽었는데,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다음에 링크를 달아 블로그에 올려야겠다. 페이스북을 하다보니, 정리되지 않은 단상을 올리고 그것으로 끝을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글의 길이가 짧아지고 깊이는 얕아졌다. 여튼 그런 단상들 중 일부를 아래와 같이 옮긴다. 여유가 된다면 관련된 책들도 몇 권 읽고 길게 정리하고 싶지만, ... 늘 생각에만 머물 뿐이다. 


*  *  


정치에 대한 글을 적었다. 야당의 모습을 보면서 한심해서 적은 글이다. 몇 주 전에 적은 글이라 시의성이 떨어진다. 얼마 전 원내대표가 된 이종걸 의원은 한순간 언론에서 자신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건 (너무 불행하고 슬펐던) 장자연 사건으로 모 신문사 대표를 공격하자 그 신문사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그 이후 자신의 기사는 그 어느 신문사에서도 보도되지 않았다고.


언론에서 다루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언론은 중요하다. 하지만 언론을 믿을 수 없다. 언론 기사들을 분석해 문재인 의원과 김무성 의원에 대한 우호적/부정적 기사를 나열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와 똑같이 여당과 야당도. 


사람들은 언론을 믿는다. 나같은 사람이 기본적으로 언론을 믿지 않고 아주 비판적으로 접근하지만, .... 이런 식의 태도를 가진 사람이 한국 사회에 극히 희박하다는 사실을 심정적으로 동의하게 되자, 절망적으로 변했다. ㅜ_ㅜ 


아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    * 


정당 정치 시스템이라는 게 있을 지 모르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쟁력은 10:1인 듯 싶다. 새누리당은 일 잘 하는 사람도 많고 컨셉도 잘 잡는다. 전략도 잘 세운다. 확실히 목적 지향적이다. 다만 그 목적이 국민 대다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 혹은 소수의 이들만을 위한다는 점. 보수를 표방하지만 전혀 보수스럽지 못하다는 점.\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나라 군대같다. 다양한 계파들이 존재하고 이들 간의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나온다. 끊임없이 친노가 공격 대상이 된다. 결국 대통령 탄핵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되나. 열린우리당까지 가야 되나. 결국 형식적으로는 뭉쳤으나, 나머지 부분에선 뭉치지 못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에게는 시스템이라는 게 없다. 일 잘하는 젊은이들을 끌어당길 동력도 없고 새로운 컨셉도 제시하지 못한다. 더구나 너무 오만하다. 비난할 줄만 알지, 문제 해결에 대해선 빵점이다. 여당과 동의하면 비난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결정내리지 못한다고 내부에서 비판한다. 문재인 대표가 오만한 게 아니라, 정부와 여당이 최악의 행정과 정치를 하고 있으니, 무조건 이긴다고 믿고 있는 정치인들로만 모여 있고, 이런 정치인들의 모임의 대표가 문재인이니, 그도 오만한 사람이 된다. 


결국 차기 대선주자 1위를 공격해 끊임없이 끌어내리기를 하고 있다. 정말 한심한 정당이다. 내가 보기엔 새정치민주연합에 있는 그 어떤 이보다 문재인의 살아온 행적이 나아보인다. 중도를 표방하지만, 보수스럽고 종종 과격한 발언까지 나온다는 점에서 정치적 컨셉을 찾기 어렵다. 부산의 모 의원은 과격 보수처럼 여겨진다. 결국 권한을 얻고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다. 늘 국민을 위하는 척하지만, 실은 말 뿐이다. 말이라도 해야, 능력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능력 있지만 국민을 위해 쓰지 않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능력이 없다. 더 큰 일은 새누리당은 끊임없이 젊은이들이 끌어당기지만(이준석이나 손수조),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직도 동교동계 이야기가 나온다. 헐~ 도대체 이들의 평균 나이는 몇 살인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헤쳐 모여야 된다. 강력한 리더십과 정당 시스템을 마련해야 된다. 결국 키는 문재인 대표일텐데, 그는 신중하나 결단력이 없고 쓸모없는 말을 하진 않으나, 모든 이들이 원하는 정치적 제스추어에는 약하다. 그리고 옆에서 코칭해줄 만한 능력자도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없거나, 아니면 도리어 너무 많은 것이다.


*  *  


정치적 제스추어에 있어선 이재명 성남시장이 단연코 최고다. 그의 정치적 감각은 탁월하다. 야당에 이런 감각을 가진 이가 2-3명만 더 있어도 기대해 보겠건만.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 시장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정치 바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열심히 투표하지만, 실제 제대로 된 정치가 이루어질 때 그 정치의 실질적 혜택을 보게 될 이들은 투표를 하지 않는다. 젊은 층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세계는 조각나고 조각난 세계들은 서로의 세계에 무관심해질 것이기에. 


*  * 

인문학자들의 무책임함은 그들 특유의 비현실성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그들은 최신이론의 수입자 혹은 해석자로만 있을 뿐 지금 여기 우리들의 문제에 대해서 한 마디도 못하거나 할 생각이 없거나 하더라도 형편없는 글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 


한때 탈정치화를 이야기하던 일군의 학자들이 있었다. 탈정치화가 불러올 현실적 파장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학문수입상으로서의 입장만 고수했다. 그들은 그 때도 대학교수이고 지금도 대학교수다. 그 때 나도 그런 류의 논문과 책들을 읽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자리에서 앞으로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더라. 그 이후 대단한 연구서가 나온 것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학자가 생긴 것도 아니다. 그들은 지금도 학문 수입상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그리고 학생들을 닥달하고 자신의 무식함을 최신 수입 이론으로 가린다. 그들은 젊음 옆에 서서 젊음을 갉아먹는다. 그리고 인문학을 죽인다. 죽어가는 인문학은 인문학의 문제가 아니라 인문학 교수들의 문제이고 그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문제다. 인문학은 우리에게 닥힌 삶의 문제이지, 이론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알지도, 알 필요도 없다. 


최근에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언론인들은 생계를 핑계로 무책임한 기사들을 쓰고 있다. 이 사회를 나락으로 빠뜨리는 이들이 언론이 되고 있다. 한 때 나락에 빠진 한국 사회를 제대로 굴러가게 하기 위해 언론인들이 발 벗고 나선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되었으니 ... .... 


실은 모든 이들이 월급을 핑계로 사소하지만 거대하게 무책임한 일들을 저지르고 있다. 그게 모여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책임한 투표 탓에 우리는 한국 사회가 전형적인 후진국적 사건사고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무언가에 대해 책임 지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알아야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 대처할 수 있다. 즉 모르니 대처할 수 없고, 그러니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 그 파장이 큰 것일수록 리더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하물며 작은 회사의 팀장이 지는 책임, 대표가 지는 책임의 무게도 가볍지 않은데, 한국은 큰 조직의 리더가 될수록 무책임해지고 무식해진다. 이것이 한국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요즘 한국 사회도 이렇고 나도 이렇구나.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기분... 언제쯤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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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주도권싸움 2015.06.05 09:11 신고

    모 주도권싸움이죠. 서로간의 앙금이 있는 상태에서도 정권교체를 위해 뭉친거라서...
    문재인은 대권을 잡을수 있는 두번의 기회를 날려버린거죠. 당대표를 박지원에게 양보안한것
    선거에 진후 바로 사퇴안한것 두가지를 모두 거부하고 호남여론이 나빠진다는걸 예측못했다면 정말 정치력이 없다는 증거고 예측하고도 그리했다면 대권보다는 친노의공천이중요하다고 생각한거죠
    현재 문재인 지지율은 계속 하락중이고 끝났다고 봐요
    이재명 안철수 박원순 반기문 손학규정도가 대권후보인데 총선은 망할게 확실시 돼고 일말의 희망이 있는게 대권인데 정말 희박하네요
    어차피 이리된거 차라리 분당하는것도 야권쪽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정책연대나 대권연대만 하면돼지 굳이 같은 당에서 니꺼니 내꺼니 싸울 필요가 없죠

    • 정치력 부재가 큰 일인 듯합니다. 정치력이 부족하면 서로 대화를 해서 풀어나가는 지혜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없고요. 저도 차라리 분당해라는 쪽으로 기울더군요. ~..댓글 감사합니다.



몇 장의 사진, 몇 줄의 문장, 몇 개의 단어, 혹은 유튜브에서 옮긴 감미로운 음악,으로 내 삶을 포장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진 못했다. 점심 식사를 하고 한강시민공원까지 걸어나갔다. 더웠다. 근처 직장인들은 빌딩 앞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고 짙게 화장을 하고 곱게 차려입은 처녀는 향수를 뿌린 흰 와이셔츠 총각을 향해 윙크하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평일 점오의 한강변은 텅 비어 있었다. 멀리 강변북로가 보였고 서쪽으로 흘러가는 강물 위로 유람선이 지나갔다. 이상하고 낯선 모습이었다. 원래 이런 모습이었겠지만, 이게 자연스러운 풍경이겠지만, 약간의 공포가 밀려들었다. 





지나치게 낯선 풍경은 이국적이나,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다가와 우리를 두려움와 공포로 둘러싼다. 어쩌면 그건 그건 이 세상에 어제까지 있던 모든 사람들이 사라졌을 때의 그런 것과 비슷해 보인다. 


그렇게 이 지구에 인간들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평화로울까. 지구 상의 모든 존재들이 원래 있던 그 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제서야 도시의 비둘기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감각으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지구 창조의 순간이 가졌던 평화를 연상시킬 것이다.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묘하고 이상한 평화. 


그리고 우리들 중 누군가가 그 평화를 경험하는 순간, 숨막히는 듯한 공포를 느낄 것이고 우리의 사랑은 산산조각날 것이다. 지금 우리를 지탱하는 사랑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깨닫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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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무 화창한 일요일, 사무실에 나왔다. 일요일 나가지 않으면 일정대로 일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나갈 수 밖에 없었지만, 애초에 프로젝트 범위나 일정이 잘못된 채 시작되었다. 하긴 대부분의 IT 프로젝트가 이런 식이다. 프로젝트 범위나 일정이 제대로 기획되었더라도 삐걱대기 마련이지.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사무실에 나와 허겁지겁 일을 했다. 오전에 출근해 오후에 나와, 여의도를 걸었다. 집에 들어가긴 아까운 날씨였다. 그렇다고 밖에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시를 보러 가긴 너무 늦었고 ... 결국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 책이나 읽다 들어가자 마음 먹었다. 


거리는 한산했다. 5월 햇살은 따스함을 지나 따가웠다. 봄 무늬 사이로 뜨거운 여름 바람이 불었다. 길거리를 지나는 처녀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지만, 그녀들도 사랑을 잃은 날 밤, 쉬지 않고 울 것이고 결국엔 사랑을 믿지 못한 채 늙어갈 것이다. (이건 정말 공포스러운 일이지 


몇 개의 카페를 보내고 난 다음 빌딩들 사이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고 안에선 밖이 잘 보였다. 카페 밖엔 사람들이 없었고 까페 안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스타벅스 특유의 소란함이 커피 향 사이로 밀려나왔다. 


약간의 공포를 느꼈다. 아는 이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나는 내 고요한 휴식을 취하러 왔단 말인가.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카페에서 혼자 시간 보내기를 잘 하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두 세 시간 동안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다고 온다고 하지만, 나는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하지만 미련스럽게도 자주 시도하지)


2.

카페의 소란스러움은 가라앉은 척 했다. 각기 다른 목소리들이, 사물들의 소리와 뒤섞이며 공명했다. 소리들은 일정한 패턴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부딪혔다. 내 귀를 귀찮게 했고 얼굴을 때렸으며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받아 들고 창 가 자리를 앉으려 했지만, 슬픈 5월의, 따가운 햇살은 커다랗고 투명한 창을 그대로 지나 내 몸을 데웠다. 결국 그늘진 안 쪽 자리로 옮겼다. 


둥근 테이블에 앉아 다이어리를 꺼내 메모를 했다. 뭔가 근사한 문장을 적고 싶지만, 문장이 근사할 땐 오직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사랑을 얻어낼 때 뿐이다. 문장은 차분한 사랑의 확신 속에서 대기 속으로 흘러나와야 하고 그녀는 그 흘러나오는 문장의 모습을 보아야만 한다. 이 순간, 진짜 사랑은 시작된다,고 믿었지만, 그 때 내 나이 27살이었고, 나는 거짓말을 했다.  





3.

중년의 사내가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멍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두리번거릴 때, 그는 우연히 마주 치는 시선 속엔, 늘 말 못 할 비밀이 있거나 흐느적거리는 슬픔이나 터놓고 내뱉고 싶은 사연이 숨어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 확고해질 때면, 황급히 책 속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테이블에서 일어나 옆자리에 앉은 이에게 다가가지 않는 용기를 발휘했다. 다행한 일이다. 


4. 

우리는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이 타인이라고 여기지만, 언젠가부터 나 자신처럼 느껴졌다. 그건 나도 그들에게 익명이고, 그들 또한 나에게 익명이기에, 어쩌면 우리는 익명을 공유하는 하나의 거대한 자아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거대한 자아는 목적 없이 대도시의 대기 속을 새벽까지 떠돌다 알코올이 가져다주는 꿈 속으로 사라지겠지. (아, 지금은 아닌가)    





5.

카페에서 혼자 오래 앉아 있는 법이 없지만, 그래도 가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 어떤 휴식들이 필요해서지만, 휴식을 취하고 나오는진 모르겠다. 다이어리를 꺼내 메모를 하기도 하고 가방에서 읽던 책을 꺼내 펼치기도 하지만, 1시간 이상 버틴 적은 없다.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집중해 공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결국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지만, ... 재미없는 풍경 속으로 내 스스로 들어가는 꼴이다.


6. 

하지만 가끔 근사한 향기를 가진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가끔 삼성동에 갈 일이 있으면 에스프레사멘테 일리를 들리곤 한다. 길을 가다 무심코 들렸다는 듯 성의 없는 목소리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그러면 정말 근사한 커피가 나온다. 





7. 

쓸쓸한 일요일이다.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리는 것도 이렇게 어렵다. 마음은 어수선하고 몸은 피곤하기만 하다. 나라는 엉망이고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다들 알고 있을 텐데, 저러는 걸까. 아니면 정녕 모르는 걸까.


최근 들어 자주 주말에 나가 일하게 된다. 단기 목표는 있으나,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 내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해진다. 마음은 아직도 스무살 때처럼 정처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는데, 술 마실 친구들도 드물고 술 마시는 것도 부담스러운 노화가 시작되었다. 거참. ... 어느새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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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작은 글 하나 써서 올릴 틈도 없는, 하루하루가 지난다. 낮엔 잠시 비가 왔고 우산을 챙겨나온 걸 다행스러워 했으며, 저녁엔 비가 그쳤고 손에 든 우산이 거추장스러웠다. 내 과거는 다행스러웠고 내 현재는 거추장스럽다. 


집에 와서 페이스북에 한 줄 메모를 남겼다. 


*   *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꿈을 현실로 만든다는 건 ... ... 반대로 현실을 꿈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현실을 꿈으로 만들겠다. ... ... 거참, 힘든 일이다.


*   * 


십수 년전부터 선배들을 따라 간 호텔 바를 얼마 전에도 갔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그리고 와인을 마셨다. 한창 와인 마실 때가 그립다. 그 땐 미래가 있다고 여겼다. 

갑작스러울 정도로 세상이 엉망이 되었다.


이젠 술을 마시기도 힘든 시절이 되었다. 내 몸도, 내 마음도, 이 시절도, 이 도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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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였나, 아니면 그 이전이었나. 정치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다는 사실을 알고 난 다음부터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시작하지 못했다. 마음 속의 분노와 절망은 너무 커져 폭발하기 직전이다. 오늘 광화문을 지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는 듯 사는 내가 미워졌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고 이젠 치료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건 아닌가 싶다. 조 단위로 해먹은 전직 대통령을 불러 조사하지도 못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일본과 중국이 그간의 갈등을 끊고 악수하는 자리에 한국 대통령은 없고 도리어 고산병을 극복하며 열정적으로 남미 외교를 하고 있다는 기사는, 대놓고 국민들을 무시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고 한때 자신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했던 정치인이었던 기업인이 억울해하며 자살을 해도, 그 지지는 쉽사리 누그러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대체 이런 나라에 미래가 있기라도 한 걸까. 


* *  


세상사에 무지하고 관심 없는 백성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성군 따윈 없다. 아니 그런 성군이 있다 한들 그 성군 앞에 놓인 길은 가시밭길일 테니, 그가 성공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러니 백성들이 알아서 세상사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무지한 백성들로 가득 차 있는 듯하여 안타깝기만 하다. 티브이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진짜라 믿고, 듣기 좋은 거짓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누군가를 향한 유언비어를 그대로 믿고 잘못된 소문이 진짜인 양 그대로 따라 하기 일쑤다.


동네 곳곳에 도서관이 생기고 인터넷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백성들은 도리어 더 무지해지고 있다.


모든 시대, 모든 국가에서 벌어졌듯이, 그 나라 백성들 수준에 맞추어 그 나라 정치도 이루어지는 법이다. 전제군주정에는 그 정치체제에 맞는 백성들이 있고 민주주의에는 민주주의에 맞는 백성들이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마치 전제군주정을 보는 듯하다. 이에 일부 사람들은 황당해하고 일부 사람들은 거리로 나서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수수방관이다. 수수방관하면서 TV를 보며, 아무 일 없는 척한다. 당연히 그들이 보는 TV 채널은 고정되어 있다.

 

내가 살아가면서 내일이 어제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어제보다 못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퇴보 중이다. 더 큰 문제는 퇴보하고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관심 없다는 것이다. 


문제를 안다고 해서,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다. 한국 사회는 정치적 문제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만큼 체계적으로 변했다. 1970년대가 아니라 2010년대다. 연일 국가부채, 가계부채 이야기가 나오지만, 정부는 어떻게든 돈을 빌려가서라도 경기 부양을 할 태세다. 의도적으로라도 자산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싶을 게다. 집값 오르면 부자가 된 양, 돈을 많이 쓰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디에 서 있고 왜 세상이 갈수록 야박해지고 일상이 힘들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고, 이젠 던지지도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미 우리는 세상사의 무지함으로 인한 반쯤 노예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이 노예들은 자신들의 처지와 무관하게 언젠간 배탈 나게 할 음식을 내어놓으면 좋아라 하고, 배탈나지 않는 법 같은 걸 이야기하면 화를 내고 ‘너 이상한 생각을 하는 놈이구나’라며 인신공격을 해댄다. 

 

이제 우리의 적은 저들이 아니라 우리들 속의 무지다. 스스로 무지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채널이 고정된 TV를 보면서 세상을 잘못 읽고 바라본다. 그리고 스스로 무지하지 않다고 확신하는 이들은 스스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이 나라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흥분하고 열을 내지만, 미래는 정해져 있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사라졌다. 


왜 사라졌냐고? 그건 제대로 된 정치 지도자를 선택할 눈도, 안목도 가지지 못한 우리들 탓이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폐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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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맘이 아파요…
    우리가 꿈꾸면서 싸워 성취한 세상이
    이런 모습이어선 안되겠단 생각이
    참 많이 드는 요즘이에요

    • 가끔 제가 알던 한국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면 제가 한국을 너무 몰랐던 것이기도 하고요. ㅜㅜ


몇 개의 글 소재, 혹은 주제를 떠올렸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대학 졸업하면서부터 시작했지만, 가끔 글도 참 못 쓰고, 지적 성실성도 지적 통찰도 없는 이들이 교수가 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그럴 여유가 존재했더라도, 나는 그렇게 되지 못했을 거라, 스스로를 위로한다.


결국 내가 선택하고 내가 행동한다. 공동체는 무너졌고 쓸쓸한 개인만 남아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있다. 지금 한국엔 너무 슬프고 화가 나는 일들이 쉬지 않고 일어나지만, 내 일상에는 변화가 없다. 자본주의가 무섭다는 생각을 서른 초반에 했고 자본주의의 사슬에 매여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나를 마흔 초반에 발견했다. 쓸쓸하다. 





벚꽃은 어김없이 봄이면 핀다. 벚꽃이 머리 위로 내려앉는다. 그 때, 학교 교정에 벚꽃이 흐드러질 때, 나는 사랑을 하지 못했다. 봄 벚꽃과 내 사랑과는 그 어떤 연관도 맺지 못한다. 내 사랑은 계절을 벗어나 저 멀리, 외따로 있었다. 하지만 꽃은 쓸쓸하게 아름답고, 언제가 헤어지게 될 젊은 연인들은 부조리한 한 때의 사랑을 추억하기 위해 벚꽃 아래로, 아래로 몰려들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자, 하늘이 어두워졌다. 갑작스레 밤이 오고 예상보다 빨리 아침이 왔다. 오는 밤과 오는 아침 사이에 나는 끼여,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렸다. 도로는 축축했지만, 젖지 않았고 도시는 조용했지만 쉬지 않고 떠들었다. 대화는 없었고 일방적인 수다만 있었다. 나는 없고 너만 있는 봄이구나. 





퇴근을 하면 몸은 녹초가 된다. 녹초가 되는 만큼 마음은 투명해져, 어쩌지 못하는 밤이 된다. 시를 읽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 결국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싶지만, 예전만큼 건강하지 못하고, ... 실은 한 번도 건강했던 적이 없었다. 병든 현대인의 유머를 이해할 수 있는 축복을 얻게 되었지만, 술은 내 곁을 떠나고 있었다. 그리고 술 친구들 마저. 




늦은 밤,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결국 읽지 못하고 반납하게 될 몇 권의 책을 빌렸다. 오늘, 저 벚꽃도 마지막이다. 내년 저 벚꽃을 볼 때면, 즐겁게 술을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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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째가 아니라, 3주째다. 인후염에 걸린 지. 선천적으로 목 부위가 약해 가을에서 겨울 넘어갈 쯤, 매해 목감기에 걸렸다. 몇 번은, 그 때마다 다른 여자친구가, 서울 변두리에 살던 나에게 약을 사다 준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십 수년 전이니, 나도 나이가 든 건가. 아니면 그냥 세월이 흐른 건가.  


해마다 마음이 건조해지고 아침해가 방 안 깊숙이 들어오지 못할 때, 목 안이 약간이라도 불편하면, 유자차를 마시고 목에 수건을 감고 자곤 한다. 인후염에 걸리기라도 하면, 매우 심하게 앓아눕기 때문이다. 그런데 3주 전부터 목이 아프기 시작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유자차를 마시고 물을 하루에 몇 리터를 마시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아직 앓아눕진 않았지만(필사적으로 앓아눕지 않기 위해 술을 마시면 간경화가 일어난다는 감기 약까지 먹었으니), 이번 인후염을 길고 느리게, 하루, 이틀, 사흘, ... 그렇게 3주 넘게 내 목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불편한 목을 따라, 마음도, 무릎도, 팔꿈치도, 발등도, 사랑도 불편해졌다. 


아직까지 인후염을 사라지지 않았고 봄은 오는 듯 하더니, 지난 겨울, 건조한 추위의 흔적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사랑하는 그대여, 바쁘고 쓸쓸한 봄이 될 것같구나. 


사무실에서 나와 집에 오면 7시 30분. 저녁을 먹고 아이와 잠시 놀다 보면 금세 9시, 10시가 된다. 그제서야 뭔가 읽고 메모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매번 빈둥거리다 잠자리에 든다. 계절 사이의 잠은 으레 거칠고 딱딱한 표면을 소유하고 있다. 잠은 언어를 잃어버렸고 사랑은 추억으로만 남아 사라지고 있었다. 가끔 자다가 한 쪽 팔을 올려 머리 위, 저 너머가 갖다놓는다. 그러면 몸 속으로 사랑이 들어오는 느낌이거나, 이 세상에서의 삶이 착각이 아닐까 하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그러게, 내 삶 전체가 착각이었으면, 내 지나간 사랑이 거짓말이었으면, 그녀에게 했던 고백이 허위였으면. 





해가 뜨고 달이 뜨지만, 그 해가 그 해이고, 그 달이 그 달이다. 변화란 없고 오직 정지만 있을 뿐이다. 해마다 봄이 오듯, 인생의 수레바퀴는 죽음을 향한다. 말로였던가, 야스퍼스였던가, '오직 죽어가는 나만 있을 뿐'이라고 했던 이가. 그래,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랑이 아니라 눈에 띌 새도 없는, 죽을 병에 걸렸다. 어차피 위로와 위안은 보잘 것 없는 가식보다 못하고, 사랑은 허위와 허상으로 세워진 유리성과도 같았다. 하긴 그 유리성마저도 지키지 못했지.  


퇴근길에 문득 하늘을 보니, 어두워진 푸른 빛깔 사이로 초생달이 보였다. 초.생.달. 사춘기 시절 이후 일상에선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던 단어다. 그렇게 초.생.달.이 떠있었다. 




오늘, 여의도공원. 아메리카노 커피 하나 들고 나와 오전 회의를 떠올렸다. 나는 금방 지쳤다. 그리고 모든 사항들이 협의 사항이 되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그런 일들이 나에게로 왔다. 다시 협의를 하고 결정을 할 것이다. 원래 내 일이었고, 내 일이 아닌 것도 내 일이 되는 팔자를 타고 났다. 정말 내 일을 하고 싶어 잠시 회사와 회사 사이에 내 몸을 위치시켰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내일도 종일 바쁠 것이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봄 햇살 아래에서 잠시 내 처지를 잊을 것이다. 


가끔 비즈니스 미팅이 있을 때나 나오던 여의도를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는데, 금융회사를 다니는 듯한 이들의 천편일률적인 복장은 나에게 꽤 불편스러워 보인다. 어두운 색의 깔끔한 정장, 자켓 깃엔 회사의 로고 배지를 달고 머리엔 젤을 발라 뒤로 넘긴... 금융이라는 게 실물 경제와는 관련없고 실물 경제의 원활한 유통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이젠 실물 경제와 무관하게 너무 커져(거품이 잔뜩 끼어) 실물 경제마저 위축시키는 시대가 되었건만, ... ... 우리는 알면서도 그저 휩쓸려 갈 뿐이다. 아니, 대다수는 모르겠구나. 



지난 주말에 황지우와 천상병을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차마 시집은 읽지 못하겠더라. 천상병 시인은 이제 없고 황지우는 노교수가 되었으니, ... ... 그나저나 나는 언제 긴 글 한 편 써보나. 하긴 글 쓸 자신마저도 이젠 사라지고 있으니... 모든 게 지나간 사랑보다도 못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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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태를 검색해서 들어와 잠시 머물다 갑니다.김영태의 산문을 아는사람이 있다니. 나는 김영태의 산문으로 사티를 크림트를 처음 알았어요. 그처럼 꿈꾸면서 아름답게 살고자했는데. 나도 한 중얼거림.
    봄 누리시길. 언급하신 김영태의 산문 찾아읽겠습니다. 김영태를아는 사람이라니. 좋은 걸요.
    티스토리는 첫화면들이 잘 안바뀌어서 다양한 검색어를 치면서 서핑합니다.종종 와서 공부하고 가야할좋은 방이로군요

    •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초기 시집들의 시인들의 초상을 김영태가 그렸습니다. 무용평론가로 활동했으며, 그림을 그렸고 시집과 산문집들을 남겼죠. 하지만 그때도 읽던 사람들만 읽었죠. 이젠 고인이 되었으니...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이가 되었네요. 그의 시 몇 편을 좋아하는데 말이죠. ~ 가끔 무용잡지를 보면 그의 얼굴이 나오기도 했는데 말이죠. ~..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짬뽕을 폰 카메라로 찍기란 쉽지 않았다. 임시로 있는 사무실 근처 중화요리점에서 짬뽕에 이과두주를 마셨다. 붉은 색으로 장식된 벽면 아래 짙은 갈색 나무 무늬 테이블과 검정색 천이 씌워진 의자에 앉아, 바람과 오가는 사람들에 흔들리는 출입문을 잠시 보았다. 





이것저것, 그냥, 잠시, 보는 시절이다. 정해져 있지 않아 자유롭고 정해져 있지 않아 불안한 시절이다. 자유와 불안, 혹은 두려움은 등가적 관계를 이룬다. 최초의 인류가 선악과를 먹는 순간, 우리는 자유를 가지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자유 속에 깃든, 끝없는 불안과 두려움도 함께 가지고 왔다.


하지만 중년이 되자, 자유는 보이지 않고 불안과 두려움으로만 채워졌다. 마음 속에서, 육체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는 불안과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지만, ... 술로 태워지고 술로 열광하고 술로 위로받는 건 자유와 사랑, 순결과 불륜이지, 불안과 두려움은 아니었다. 





선사시대 우연히 발견되었을 술은, 인류에게 두 번째로 값진 선물이다. 그래서 나는 어김없이 짬뽕에 독주를 마신다. 싸구려 독주를. 


이과두주. 이 술은 중국 사람들에게 소주와 비슷한 술이다. 실은 소주보다 더 싼 술이다. 알코올 도수는 평균 56도. 



출처: 성학주류 홈페이지(http://www.sunghak.com/)


예전에 마셨던 이과두주는 나쁘지 않았는데, 최근에 마신 이과두주는 알콜 냄새가 심하게 났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그런 걸까. 어느 주류 회사 홈페이지에서 가지고 온 이과두주 사진이다. 차례대로 알아보면 아래와 같다. 



1. 홍성이과두주(55도, 유한회사 금용 수입)

3.우란산이과두주(56도, Niu Lan Shan Er Guo Tou Jiu,100ml (주)풍원주류 수입 )

4.우란산이과두주(56도, Niu Lan Shan Er Guo Tou Jiu, 125ml (주)풍원주류 수입 )

2(?)/5. 천진식품 제조 이과두주((유한회사 금용 수입)) 



우란산이과두주를 마셨는데, 맞지 않았다. 조만간 다른 이과두주도 마셔볼 요량이다. 


십 수년 전 크리스마스 근처, 대학원 시험을 떨어지고 짬뽕 국물에 이과두주를 마시고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다. 그런데 그 때 대학원엘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때로는 떨어진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학문으로 유리된 세상 속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한 채, 고귀한 언어의 자존심만을 알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 때 나와 함께 술을 마시며 나를 위로해주시던 분은 계속 공부를 하셨고 지금도 공부를 하고 글을 쓰시지만, ... ...어느 방향이 정답인지 모르겠다. 결국 어느 게 정답인지 모를 땐 자신이 정하는 게 정답인가. 





그리고 나는 짬뽕을 집에서 해 먹었다. 재료의 부실함으로 인해 마법의 가루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나름 선방했다. 다음 주부턴 여의도에서 프로젝트 PM을 맡기로 했다. 준비 중인 사업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해졌고, 이 지지부진과 무관하게 경제적 삶은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책 읽고 음악 듣고 글을 쓰는 삶을 한 때 동경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진시황이 분서갱유를 한 것은 책 읽고 글 쓰고 공부하는 이들의 무능함 때문이었다. 춘추전국시대에 난립했던 무수한 사상들은 학문의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었지만, 지나친 학문 논쟁과 쌀 한 톨 만들지 않으면서 사사건건 중앙정부의 정책에 토를 달던 학자들이 싫었던 것이다. 지리적으로는 통일되었으나, 사상적으로는 통일되지 않았고, 통일할 생각도 없었던 셈이다. 무술이라면 싸움이라도 해서 결판을 낼 수 있었지만, 사상과 학설은 이와 같지 않았다.  이후 시간이 지나, 한 무제에 와서야 유교로 사상적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

무언가 만들고 생산하며 기여하는 삶. 이게 좋다. 그건 사적인 차원에서 쓰여지는 글 이상이어야 한다. 무언가 생산할 수 있는,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글이라면 괜찮을 게다. 그런데 그런 글이 어디 쉽나. 잡글이 길어졌다.

*     *

재독철학자 한병철의 책 <<투명사회>>를 읽기 시작했다. 결국 한병철의 책 두 세 권을 더 구입했다. 그가 한국에 있었으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한국에도 한병철 교수 정도 내공이 되는 이들이 있고 그들이 독일적 환경 아래에서 다른 일상을 보내며 고민했다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글이라 여겨지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이런 글을 쓰지 못한다. 아니 쓸 수 없다. 우리가 마주치는 한국 사회의 일상은 구한말 조선 시대지, 21세기 유럽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은 말도 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는, 제 3 세계 한국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만의 고유한 시각, 고유한 해법, 고유한 이론이 나와야 하지만, 인문학은 이미 수입 보따리 상이 되어버렸거나, 아니면 조선 시대의 성리학이나 또는 동양의 고전들을 들이대거나 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것, 나는 그것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나는 반대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걸 늘 확인받고 싶어하고, 나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 이 세상 한 명 정도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그리고 이게 현대인이다. 한병철 교수는 <<투명사회>>에서 노출된다는 것에 대한 폭력성을 지적하지만, 우리는 노출됨으로써 위안을 얻을 수도 있음을 그는 알지 못한다. 그 위안에 주목하지 않고, 왜 우리는 그 위안에 몸을 맡기게 되었는가를 묻지 않고 투명사회의 한 부분으로 지적하며 그것의 폐해만을 드러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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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번 홈*러스서 팔아서 마셔봤는데 예전 마신 이과두주같지 않게 공업용 독한 향이 심하더군요 잘 보고 갑니다

    • 마트보다는 중국 식품 전문점이 좋은 것같아요. 이과두주도 여러 종류를 가져다놓고 좋은 술로 달라고 하면 주네요. 가격도 큰 병도 1병에 만원을 넘지 않네요. ~ ㅎㅎ

  • 다른 사람들이 나에대해 알지 못하는 것, 나는 그것으로 살아간다.

    너무 마음에 드는 말이네요.

    저것도 읽어봐야겠에요.

    • 아.. 그러고 보니, <<투명사회>>는 읽다 말았어요. ㅜㅜ.. 너무 바빠지는 바람에. 이번 일이 끝나면 다 읽어야겠군요. ~



"옛날엔 그렇게 생각했죠.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 언젠간 떠나 버리겠죠? 그래서 모든게 허망해요.
전엔 사랑이란 말을 중시해서 말로 해야만 영원한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하든 안하든 차이가 없어요. 사랑 역시 변하니까요.
난 이겼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고 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었죠.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 


오늘 동사서독의 한 부분을 다시 보면서 내가 왜 화양연화를 두고 싸웠는지 이해했다. 동사서독 이후 왕가위의 영화 속에서 펑펑 울거나 삶과 집요하게 싸우는 이가 사라졌다. 그냥 스쳐지나간다. 이겨도 이기지 못한다. 결국 외롭게 죽어간다. 일대종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쓸쓸하다. 심지어 "난 쓸쓸하니(널 사랑해), 네가 잡아줘" 라고 이야기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십 수년 전 화양연화를 두고 영화지 기자와 말다툼을 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왜 그런 과민 반응을 보였을까 늘 궁금했는데, 오늘 벗 앞에서 우는 여인의 모습을 보니, 알겠다. 감정에 충실하기 위해서 우린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 걸까. ...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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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구한 비틀즈의 애비로드(Abbey Road) LP는 집에서만 들을 수 있는 위안이다. 어젠 임시로 있는 사무실에서 유튜브로 비틀즈의 애비로드를 들었다. 곡과 곡 사이가 떨어져 다소 불편했지만, 들을 만했다. 


유트브로 음악을 듣는 걸 몇 해 전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나도 그렇게 듣고 있는 걸 보면 유튜브의 콘텐츠 장악력은 실로 대단하기만 하다. 그래도 잘 갖추어놓은 오디오 시스템에 나오는 소리와 비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비틀즈의 애비로드를 조지 벤슨은 새롭게 편곡하여 the other side of Abbey Road라는 앨범을 발표했다. 나는 CD로 가지고 있는데, 아래 동영상은 LP를 녹음한 것이다. 이런 걸 공유하는 이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정말 시간 많은가 보다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되니... 


요즘 밀란 쿤데라의 산문집을 읽고 있는데, 역시 쿤데라라는! 같이 읽고 있는 도정일의 산문집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도정일의 산문집은 약간 기대를 했는데, 많이 실망했다. 여러 매체에 실린 글들을 그대로 모아 산문집을 냈는데, 대부분 너무 짧고, 다소 편하게 쓴 듯하며, 일부는 시간에 쫓겨 쓴 듯한 느낌까지 풍긴다. 특히 매체에 쓴 글들은 시의성을 가진 글들이 대부분인데, 솔직히 지금 읽을 필요 없는 글들도 상당하니, 열정적인 독서가들에게는 추천하지 않겠다. 










아래 비틀즈의 애비로드는 실제 음반에서는 곡과 곡 사이가 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마치 한 곡처럼, 물 흐르듯 그냥 넘어가는데, 유튜브에서는 끊어져 이상할 것이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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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다. 

그대 사랑스런 가슴 위로. 

쓸.쓸.하게 

얇게 쌓이며 

미소 짓는다. 

사랑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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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랬지, 지난 날의 소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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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정표에는 중기청 창업 지원프로그램인 팁스 사업설명회 참석이 있었다. 하지만 가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만만치 않게 여겨지는 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다. 


2015년도 벌써 15일 지났고 올 한 해의 모습을 그려보지만, 알 수 없다. 

나는 올해 진짜 도전과 모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저 멀리 1월 1일의 태양이 떠올랐다. 저 태양처럼 나도 떠오를 수 있기를




방배동 사무실 근처 가끔 가서 커피를 마시는 '커피프레지턴트' 




버스에서 내려 건널목을 지나가려는 순간, 눈에 들어온 낙서. 혹은 그래피티. 




오랜만에 후배를 만나 오뎅에 정종을 먹었다. 





며칠 전 술에 취해 서재에 앉아 오래, LP를 들었다. 마크 알몬드 베스트앨범. 




그리고 산타나의 문플라워 1, 2집. 이걸 LP로 가지고 있는데, ... ... 

산타나 팬도 이제 거의 없나 보다. 

내가 알기론 문플라워 1,2집을 LP로 가지고 있다는 건 참 드문 경우라,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인데, 법인 설립, 사업 준비 등 해야 할 일이 많고 대부분 내가 몰랐던 것이었다. 아이구. 


그리고 술 취해 이것저것 올리는 것도 1-2년 후에 하지 못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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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으로 나가는 길, 중대 앞 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효자손을 든 5살 무렵의 꼬마 여자아이와 길거리 카페 문 앞 긴 나무 조각들로 이어진 계단을 네모난 카드로 뭔가 찾는, 흰 머리가 절반 이상인 중년의 여자가 실성한 듯 두리번거렸다. 어제 불지 않던 바람이 오늘 아침 불었고 사람들은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년의 여자와 꼬마 여자아이는 제 갈 길을 잃어버린 듯했다. 겨울 추위는 제 갈 길 잃어버린 자들에게 동정을 베풀지 않는다. 지구의 겨울은 거짓된 길이라도 제 갈 길을 가라고 가르친다. 심지어 인류의 역사도 길 잃은 자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런데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발목까지 오는 부츠를 신고 호랑이 무늬의 앙고라 자켓을 입은 꼬마 여자아이는 추위에 새하얗게 변한 얼굴 위로, 제 갈 길 가고 있다고 믿는 나에게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울컥했다.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고개를 돌린 방향으로 추위 속의 모녀는 움직였고 중년의 엄마의 흰 머리칼 사이로, 그녀가 손에 든 하얀 핸드폰 충전기가 눈에 띄었다. 충전기의 전선줄이 길게 늘어져, 걸음에 흔들거렸다. 흔들거리다 잠시 멈춰서고, ... ... 버스를 기다리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에게 길을 안내해 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인지, ... 그녀들은 버스 정류장 옆에서 잠시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 나라의 겨울은 참 오래 갈 것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겨울이 정치인들과 정부, 정부의 수반이 가지고 온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우리가 불러들인 것이다. 우리의 무관심, 냉대, 침묵이 불러들인 겨울이다.


그 겨울이 TV 속에 그 곳에서만 분다고 여기겠지만, 아마 조만간 우리 바로 옆으로 왔을 때 후회를 할 것이다. 늘 후회와 반성은 시간 늦게 도착하고, 우리가 건너려고 하던 저 다리가 부서지고 난 다음이다.


그런데 그 꼬마아이는 무슨 죄란 말인가. 그 꼬마아이가 자라나 스무살이 되고 서른살이 되었을 때, 그녀는 얼마나 많은 증오를 이 사회에 대해 가지게 될까, ... 도대체 우리는, 나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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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된 일인지, 나이가 들수록, 일을 할수록, 사람을 만날수록 내 모자람, 내 무지, 내 불성실함을 깨닫게 되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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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16 01:08

    비밀댓글입니다

    • 실은 젊은 시절, 나이 들면 좀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더군요. 그러니 나이가 들면 안 됩니다. ㅡㅡ;;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비밀글의 댓글은 비밀글이 안 되네요. ~~)


사라지고 있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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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늦은 밤. 





25층 아파트 옥상으로 맨 발의 여자가 눈이 풀린 채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치킨 배달원한테서 전해들었다. 

... ... 

그리고 우리에겐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는 걸 알았다.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 ... 

그리고 결국 나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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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앞까지 걸어갔다. 십 수년 전, 자주 다니던 길이었다. 내가 자취를 했던 곳들 중 많은 곳이 번화해졌다. 가을이면 노란 단풍으로 물들던 신사동 갤러리 길은 이젠 신사동 가로수길로 불린다. 호주로 떠난다는 여자 선배를 보았고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마음에도 없는 터무니없는 고백을 하기로 했다. 자취하던 집에서 걸어 3분이면 표갤러리가 있어, 프랭크 스텔라를 보기도 했다. 날카로운 진지함으로 무장한 스텔라는 보는 이의 시각에 도전하며 보는 것, 보여지는 것, 우리가 느끼고 인지하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미술을 다시 물었지만, 그 때 내가 관심 있던 건 오직 사랑 뿐이었다. 쓸쓸한 사랑.   





이제 자본주의 깊숙한 곳까지 내 몸이 빠져, 나이가 들수록 허우적, 허우적, ... 이젠 그럴 힘조차 없어졌다. 부암동 동사무소에서 내려 환기미술관을 지나 골목 깊숙한 곳에 있던 자취방은 너무 추웠다. 하지만 골목 맨 끝 집, 옆집의 버드나무 잎파리들이 집 뒷마당에 드리울 때의 늦 봄은 너무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청춘은 아니었지만, 그 때 우리 모두는 아름다움을 꿈꾸기에 여념없었다. 그리고 그 쓸쓸한 사랑도, 실패하고 상처입게 될 사랑도, 그 땐 참 아름답다고 여겼다. 





부암동에서 신영동을 지나 구기동으로 ... 이 깊은 곳까지는 아직 상업화의 바람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길을 걸어가면서, 멋진 까페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오후부터 영업하는 작은 술집이나. 


우리는 술 속에서 사랑을 찾았고, 술 속에서 사랑을 나누었으며, 결국 술 속에서 사랑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우리가 그 때 마신 건 차가운 술이 아니라 얼어붙은 숲이었는지 모르겠다. 




마을은 그대로였고 사람들은 변했다. 그리고 나도 허우적거리는 만큼 세상 삶에 대한 이해를 가지게 되었다. 


삶을 이해하는 것과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과는 우리가 믿을 만큼 연관 관계를 찾기 어렵다. 도리어 반대다. 삶을 이해하면 세상을 잘 살아갈 듯하지만, 삶의 이해가 늘수록 세상에서 왜소하기만 나를, 우리를 만나게 되니까. 어쩌면 나이가 들어 스폰지처럼 종교에 빨려들어가는 사람은 삶에 대한 이해와 비례하여 커지는 이 세상에 대한 절망, 탄식, 슬픔 때문은 아닐까. 


말 없이 버스가 지났다. 어쩌면 그 때 사랑을 했던 그녀가 저 버스를 타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수 십 분을 걸어가 길가 카페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유는 없었다. 마음에도, 몸에도, 지갑에도. 한 잔의 커피 사이로 몇 개의 문장을 노트했지만, ...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읽으니, 너무 형편없다. 


형편 없는 인생이다. 혹은 갈수록 형편 없어지고 있다. 세상의 황혼이 다가오고 보이지 않는 신들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자본주의화되고 있다. 중세말 성직자 자리를 돈을 주고 살 수 있었던 것처럼, 아름다운 사랑도 돈을 주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슬픈 사랑도 돈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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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보엠 2015.07.29 20:36 신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국내 미술관이 환기미술관인데, 근처에서 지내셨었다니 그저 부럽기만 하네요. 저도 여전히 계산많은 차갑고 건조한 세상을 잠시 떠나 공부를 목적으로 피안의 세계에 들어와 있지만 이곳도 치열하기는 그지 없더군요. 무엇보다 자신과의 대결에서 주도권을 쥐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 옆에 있을 땐 자주 가지 않고, 도리어 멀리 떨어지니 생각이 나더군요. 그 땐 조용한 동네였는데, 지금은 다소 어수선하게 변했죠. 그래서 주말만 다소 붐빌 뿐, 평일은 여전히 조용한.
      공부도 쉽지 않지요. 특히 인문학은 끊임없이 반성을 요구하며 자신의 생각이나 태도를 뛰어넘어야만 어떤 각성에 이르게 되니 더욱 어려운 듯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20대에 읽었으나, 이해하지 못했던 책들을 이제서야 읽고 이해하게 되더군요. 가끔 대학 권장 도서같은 것을 보며 웃지만, 중고등 논술 권장 도서를 보면 절망하곤 합니다. 그 책들 대부분은 논술을 가르치는 선생들 조차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책일텐데 말이죠. ~



비가 온다. 내 마음에, 그대 가슴에, 온 우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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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만 해도, 소설가가 되리라는 꿈을 꾸곤 했는데, 지금은 놓은 지 오래다. 얼마 전 아는 형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잘 나가는 소설가들의 인세 이야기를 듣고선(뭐, 한국에서 몇 명 되지도 않지만), 약간 부러웠던 건 사실이다. 아니, 매우 부러웠다. 한편으론 다행이다. 소설가가 되지 않은 것이. 적어도 이제서야 인생의, 아주 작은 일부를 안 것 같으니 말이다. 아마 그 땐 다 거짓말이거나, 짐작, 혹은 추정이거나 과도한 감정 과잉 상태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문득 습작을 하던 글이 눈에 띄어 옮긴다. 이것도 거의 십오년 전 글이군. 그 사이 한 두 편 더 스케치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술만 마셨다. 어떤 소설이 아래와 같이, 이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역시 글은 마감이 힘이다. 마감이 있어야 하고 마감을 지켜야 하고 마감을 이겨내야만 한다. 그런데 나는 마감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끝나지 않는 마감이 있을 뿐. 


* *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황폐하게 부서지는 가을 햇살 속을 걸어가는 한 여자의 모습을 본 후, 익숙함이라든가, 낯섦이라든가 하는 생의 사소함 따위들이 내려앉는 소리가 찻집 구석진 곳에서부터 울려나왔다. 하지만 그때도 늦진 않았다. 만약 그때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난 매일 이 자리에 와서 유리창 바깥만 바라보는 일 따위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며 밤이면 누군가를 품에 안고 잠을 잘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매일 이 자리에 와서 창 밖을 바라본 것도 벌써 십칠 년이 흘렀다. 그 십칠 년 동안 내가 바라는 유일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어제 밤, 술에 취한 한 여자가 이 테이블을 작은 두 손으로 내리쳤을 때, 그 일이 영원히 일어나지 않게 되었음을, 골목길을 쓸쓸하게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게 전해 들었다. 그러나 그 바람은 자신의 쓸쓸함도 주체하지 못하는 상태라, 중년의 주름진 볼 위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했다. 십칠 년 동안 눈동자 뒤편에서 깊은 희망의 수면(睡眠) 속에 있던 눈물들이 쉬지 않고 흘러내리는 동안 난 차마 그 이름을 혓바닥 위에 올리지 못했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는 말이 너무 흔하게 된 이유는 나처럼 희망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희망을 이루고 난 이후, 그 희망이 자신이 바라던 그 희망과는 달랐기 때문일까. 그건 손바닥만한 무쇠덩어리에서 나간 손톱만한 고철덩어리가 한 영혼을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일까. 여하튼, 이미 모든 것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그건 한 여자를 집요하게 쫓아다닌 한 남자에게 한 여자가 ‘지금 당신은 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집착하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순간보다 더 늦은 순간이다. 그 순간에 느닷없이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와 저 어두운 우주 저편으로 사라진다. 난 그 이름을 부르는 대신 ‘인생무상’이라는 단어를 혓바닥 위로 올렸고 얼마 뒤 그 소리는 어두운 우주 저편으로 날아갔다. 그 찬란한, 그러면서 너무 슬픈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따라가리라 결심했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지기엔 내 인생이 불쌍했는지 난 이렇게 오래된 빈 노트 한 권을 꺼내 넋 나간 듯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흔적을 남기기 위하여.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존재하고 있을까.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은 과연 있을까. 모든 것들은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빗물에 지워지고 바람에 묻어 날아가지만, 그래도 흔적은 끝내 남아있기 마련이다. 내가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었던 흔적부터 처음 자위행위를 하고 난 다음 부드러운 표면의 성기에서 나온 정액의 흔적까지 분명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이 글도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난 다음 몇 년, 몇 십 년, 아니 몇 백 년이 지난 후 그 누군가의 손에 들려 읽힐지도 모르며 이 속에 담긴 내 눈물 자국을 보면서 나처럼 ‘인생무상’이라는 단어를 혓바닥 위에 올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런 이유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유로 글을 쓰고자 했다면, 난 이런 글을 쓰기 전에, 내가 아픔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 분명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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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반 현관벨 소리에 나가 보니, 단감 1박스가 놓여있다. 택배 기사 아저씨가 놔두고 간 것이다. ... 마음이 아프다. 오늘같이 이렇게 추운 날, 그는 이 한 박스를 배달해서 버는 돈은 2012년 기준으로 325원, 올해 택배 시장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나 채 400원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낮에 점심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 한국은 10년 이상 최악 환경을 맞이할 것이라며 흘러가는 말로 중얼거렸다. 그와 함께 나도 최악을 향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바람 소리가 아파트 창을 두드리는 수능 바로 전 날, 학력고사를 치러 서울로 올라왔던 그 때가 무심코 떠오른다. 그 땐, 이렇게 춥지 않았지.


내일, 좋은 일만 가득해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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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부터 갑작스럽게(혹은 예상된) 사정이 안 좋아졌다. 이번 주도 계속일 듯 싶다. 오늘 본 어느 아티클 제목은 Free Your Strategy from Annual Planning이었다.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정해진 계획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그 때 그 때 계획을 세워야 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혼다의 미국 시장 진출기다. 혼다가 미국 시장을 갔을 때, 미국 시장은 대형 오토바이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대형 오토바이를 팔 생각만 했다. 그러나 누가 혼다의 오토바이를 사겠는가! 투자가 계속 이루어졌지만, 매출은 늘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 대박이 난 곳은 '스쿠터'였다. 


미국에 나간 직원들이 집과 사무실을 오가기 위해 '스쿠터'를 몰고 다녔는데, 난생 처음 보는 소형 오토바이에 미국 소비자들이 마음을 빼앗겼던 것이다. 그러자 혼다 미국 법인에서는 대형 오토바이 위주로 만들어놓은 진출 계획을 스쿠터 위주로 바꾸고 스쿠터에 올인한다. 


이를 '혼다 효과 Honda Effect'라고 한다.   


즉 정해진 계획 따윈 버려라. 시장 환경 변화를 최대한 수용하면서 시장을 주도하는 방식을 배워라. 이를 경영학에서는 '불확실성 경영', '시나리오 경영' 등으로 이야기하는데, 내가 볼 때 그런 경영을 할 수 있는 리더십과 조직 구성이 선행되어야 될 듯 싶다. 


하지만 이것도 이론일 뿐이고, 실제 경영 현장에선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 어려운 틈 속에 끼여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아침에 출근해 보니, 창가에 놓아둔 난 화분에서 꽃대 처럼 생긴 녀석이 올라와 있었다. 지난 사무실에서 가지고 온 세 개의 화분 중 하나다. 그 사무실에 놔두고 왔으면 벌써 죽었을 녀석들이다. 내가 떠난다고 이 화분들까지 죽일 수 없어, 아는 이에게 부탁해 가지고 왔다. (아직 차가 없는 터라...) 


어수선한 마음 사이로 ... 그냥 잠시 희망을 품어본다. 좋은 소식이 올 거라며.  



나에겐 좋은 소식은 없더라도 여기 오시는 분들을 위한 좋은 소식.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가 온라인에선 무료!!

Tarkovsky Films Now Free Online

http://www.openculture.com/2010/07/tarkovksy.html 


그 외 700편의 영화가 온라인에서 무료!! 

(헐 데릭 저먼의 '카라바지오'도 있잖아!! 아직 리스트를 다 확인하진 못했음) 

700 Free Movies Online: Great Classics, Indies, Noir, Westerns, etc.

http://www.openculture.com/freemovies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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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건, 사랑하는 것들의 나이를 되새기면 된다. 


아... 이거... 




조지 마이클. 


예전엔 자주 듣던 레코드. ... 그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을 들었다.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참 신기하다. 나이가 든다는 건. 


그리고 정말 많은 것들이 신기하다. 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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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녁 식사 자리에선가, 누군가가 나에게 술 마신 걸 마치 전쟁에서 겪은 전투이냥 이야기한다며 지적했다. 하긴 그랬다. 그래, 지금도 그렇지. 

하지만 간이 좋지 않다는 건 가족을 제외한 나는 알고 있다. 그렇다보니, 1주일에 한 두 번으로 술자리를 줄여도 힘든 경우가 많아졌다.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것이라, 마음이, 인생이, 사랑이 답답할 때면 술이 생각난다. 





아무 말 없이 술잔만 봐라봐도 좋다. 이쁘다. 영롱하다. 한 때 사랑했던 여인의 입술같다. 앞으로 사랑하게 될 그녀의 볼같다. 


어쩌면 지금은 읽지 않는, 과거의 흔적, 상처, 씁쓸한 향기같은 추억,처럼 밀려든다. 어떤 술은. 






세월은 참 빨리 흐르고, 술맛은 예전만 못하다. 마음따라 술맛도 변하고 사랑따라 술잔도 바뀐다.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들으며 벗들과 술 마신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거리기만 하다. 그렇게 술잔, 혹은 술 속으로 추억이 빠지고 마음이 빠진다. 





텅 빈 잔을 보면서 술에 대한 생각을 시작한다. 죽음과 가까워질 수록 내 눈도 침침해지고 내 마음도 어두워진다. 사랑은 사라지고 흔적만 남는다. 열정은 굳고 몸은 느릿느릿 앉아 쉴 수 있는 공원 벤치를 찾는다. 그리고 예고 없이 겨울은 올 것이다. 


... 내가 기억하고 나를 기억해주던 사람들이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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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동영상이다. 자막판도 있는데, 이는 페이스북에서만 확인했고 youtube에서는 찾지 못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모습인데, ... 세월이 흐른다는 걸 이 동영상을 보면서 느끼는 걸 보면, 나도 꽤 나이를 먹었다. 





미국의 팝스타들이 모여 'We are the world'를 노래하기 전에 영국의 팝스타들이 먼저 Band Aid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음반을 냈다. 집에 LP가 있는데, ...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려운 지경이니. 






이 음악들을 들으면서 추억에 잠긴다면, 당신도 나이 든 것이다. 


(일요일 밤에 술 마신 지도 정말 오래 되었구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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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운동을 한다. 이마저도 힘들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8시. 저녁을 먹고 아이와 놀다 보면 9시, 10시, ... 이러면 운동하러 가지 못한다. 그리고 잔다. 꿈을 꾼다. 꿈 속에서도 나는 쫓기고. 그러다보면 아침이 오고 곱게 잠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힘을 내자고 다짐을 한다. 


이렇게 아빠,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 알게 된다. 종종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놀란다. 이렇게 늙었다니. 그러고 보면 늙는다는 걸 인식하며 세월을 보내지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 늙었구나 하고 인식한다. 그리고 그 때 뿐이다. 


나는 아직 클럽에 갈 수 있다고 여기고(간 적도 없지만), 아직 옆을 지나는 여대생에게 말을 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말을 건 적도 없지만). 




회사 워크샵을 다녀왔지만, 뾰족한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같이 가자는 자리였다. 그 목적이 달성되었는지는 시간이 우리에게 알려줄 것이지만. 그러기엔 산적해 있는 문제가 너무 많고 비즈니스 세계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제서야 나는 조직이라든가 인적 시스템라는 것에 대해 조금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본능적으로 알고 참 잘하는데, 나는 아직까지도 관련 책 읽고 사람들 신경 쓰고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앞으로 나가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정말 쉽지 않다.




요즘 지나가는 말로, 대체로 무슨 일을 하려고 내가 이러는 걸까 하곤 중얼거리곤 한다. 회사를 옮기고 참 많은 일들을 겪고 있다. 그래서 시간은 흐르고 나는 나이를 먹겠지. 결혼을 하고 보니, 참, 아빠들 어렵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아빠들 중 돈 많고 힘 있는 이들은 떼지어 이 사회를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거참. 그나저나 글은 언제 쓰나. 전시는 언제 보고 벗들과 술은 언제나 마시나. 할 이야기가 많아지니, 글을 쓸 시간이 없구나.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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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Guess Who.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벌써 9월말이라는 사실에 나는 놀라고 만다. 내 삶과 내 삶을 둘러싼 시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오직, 내 감정만 시간과 관계 맺는다. 내 감정은 늙지 않고 상처 입을 뿐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부메랑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는 그것의 궤도를 알지 못하고 그것의 속도를 모른다. 


어딘가로부터 돌아온 것들과 마주 하는 중년. 


나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상대에게 상처 입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상처 입힐 땐, 자신만이 소중하니까 ... 그리고 상처 입을 때는 언젠가 다시 보복하리라 다짐하고 상처 입지 않으리라 여긴다. 


세상의 상처는 모두 부메랑이어서, 나에게 오지 않으면 내 아들과 딸에게, 혹은 그 후손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신이 아니고, 제한된 시간과 세상에서 그 부메랑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심지어 부메랑의 사용법 조차 알지 못한다.


어느 새 9월이고 또 다시 나는 한 해 늙어가고 있었다. 감각은 둔해지고 지식은 박제가 되어간다. 의사결정은 느려지고 사랑은 참 멀리 있다. 내가 아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올해가 가기 전에 몽테뉴를 읽어야겠구나. (그런데 나는 몽테뉴를 읽은 적이 있었나?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유의 리메이크는 다소 전략적인 컨셉. 프리다 골드는 무척 매력적이다. 정말 오랜 만에 듣는다. 

독일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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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은 인터뷰인데, 블로그에 스크랩을 해둔다. 


**


<파워인터뷰>[단독] "'가장 창조적인 5% 인재'는 그냥 내버려두는 게 최상"

김대식 腦과학 전공 카이스트 교수

http://media.daum.net/society/newsview?newsid=20140725115605537 


**

 

스크랩을 하기 위해 프린트해두었던 인터뷰를 다시 들춰보는데, 일이십년 전과 비교해 확실히 세상이 빨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의 발달과 관련 지식의 전파도 빠르고 이러한 것들이 실생활에 반영되는 속도도 빨라졌다. ... 이러다가 급격한 붕괴나 반발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김대식 교수는 현재 중앙선데이에 기고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중앙선데이에 가서 검색해봐도 될 것이다. 


인상적인 두 구절을 옮긴다. 


** 


"인간의 선택은 하나의 당구공이 다른 당구공을 치면 그 당구공이 움직이는 것처럼 단일한 인과관계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인과관계가 합쳐져 이뤄진다. 그래서 현대과학에서 '선택의 풍경'이란 말을 쓴다. 산꼭대기에서 하나의 공을 굴리면 산의 풍경에 따라 공이 굴러내려 온다. 프레임은 선택돼 있지만 어떤 결정이 날지는 모른다. 이처럼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기계다."



"그래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대학교 교수들보다 월급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본다. 어린이들의 뇌를 만들어주는 게 초등학교 교사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커리큘럼을 바꿔야 한다. 어렸을 때 교육은 평생 바꾸기 어렵다. 특정 이념이나 특정 종교, 정치적 성향 같은 것은 집어넣으면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뇌가 유연성이 높은 시기에는 수학, 물리와 같은 변하지 않는 진리를 먼저 가르치고 역사, 사회, 윤리 등의 개념은 나중에 가르쳐야 한다. 어렸을 때 이런 것을 가르쳐 놓으면 사고가 자유롭지 못하다." 


**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참 똑똑하고 현명해야 하는데, 갈수록 대우가 낮아지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똑똑하고 현명한 학생들이 교대에 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교대에 가서 제대로 공부하는 지도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대학동기 중의 한 명은 교대를 다니다 자퇴했는데, 이유는 졸업하면 선생님으로 갈 수 있는 안정성으로 인해 너무 엉망인 대학생활을 하는 모습에 크게 절망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뭐 이건 20여년 전 버전이지만.ㅡ_ㅡ;; (아이고 나도 나이가 이렇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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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 내려가기 위해 옷 몇 가지를 챙겨 집을 나왔다.  아내와 아이는 이미 창원에 내려갔고, 오늘 저녁 모임을 나간 뒤 심야 우등 버스를 탈 계획이다. 어젠 이런 저런 업무들로 인해 밤 늦게 사무실에 나올 수 있었고 벌써 내 나이도 사십대 중반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 사는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대로 무언가를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누군가 정해준 곳으로 갔으며, 심지어 대학 전공마저도 그랬다. 나처럼 고등학교 3년 내내 모의 고사에서 한 곳만 지원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그 대학 그 전공을 다 마치고 한참 후에야 내가 받은 대학 교육의 형편없음을 욕했지만). 


한국에 사는 우리들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 당하며 산다. 내 의지대로 의사결정 내리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내 의지대로 하지 못한 어떤 결정, 행동, 그리고 그에 따르는 결과에 대해 다른 이의 결정, 행동, 결과와 비교당한다. 부모로부터, 학교 선생으로부터, 친구로부터, 사회로부터. 나와 비교할 수 없는 다른 취향, 다른 배경, 다른 생각을 가진 이와 비교당하며 자라고 성장하여 (빌어먹을) 성인이 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압력으로 결정하고 행동한 결과가 형편없고 실패했을 경우, 그 책임은 압력을 행사한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지고 내가 상처입고 내가 쓰러진다.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다. 왜냐면 한국 사회만큼 실패에 대해 냉혹할 정도 무관심하며 실패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가혹할 정도로 공격하는 곳도 없으니까. 


최악의 경우, 나는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누군가, 혹은 사회에 의해 강압된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고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십대 중반을 향하는 지금, 나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말썽꾸러기로 변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내 생활은 자유와 방종을 오갔으며 굶는 대신 시집을 사고 굶는 대신 청계천에서 중고 오디오를 샀다. 학교 구내 식당에서 한 끼만 제대로 챙겨먹으면 된다고 여겼으니. 가장 오래 다닌 회사는 만 3년 6개월 정도인데, 이는 나이 마흔이 다 되어서 였다. 그 전까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여기저길 옮겨다녔다. IT - Consulting - editorial - Gallery - Art Fair - IT(Telecom - Digital Agency - Digital Contents). 


가장 다행인 것은 내 의지대로(혹은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사정도 있었지만), 혹은 결정의 주체는 온전히 나였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책임을 지고자 무척 많은 노력을 하고 마음 속으로 각오를 다진다. 그래서 아직까지 버틴다. 앞으로도 버틸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자신의 의지대로 행하고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지라. 그게 싫다면 혼자일 때 바다를 건너, 하늘을 건너 멀리 떠나라. 그리고 새로 시작해라. 어차피 한국 사회에서 우리 대부분은 비교당하면서 가난하게 평범하거나 실패할 것이다. 그럴 바에는 자신의 의지대로 평범하거나 실패하라. 그러면 견딜 수 있을 것이고 재기할 것이고 끝내 성공할 것이다. 



정동 병원 지하 물리치료실에 누워. 심하게 어깨가 아프다. 유착성 관절염의 세계에 들어왔다. 



요즘 술친구가 부족하다. 결혼의 후유증이다. 이제 한 두 명 남은 듯 싶은데, 매번 부를 수도 없고 밤늦게 뜬금없이 연락하기도 ... ㅡ_ㅡ; 


 

오랜만에 서재 사진. 아이고, 이 서재는 총각 때나 지금이나 그 모습 그대로일세. 로또에 걸려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정리정돈된 서재를 갖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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