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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은 인터뷰인데, 블로그에 스크랩을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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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단독] "'가장 창조적인 5% 인재'는 그냥 내버려두는 게 최상"

김대식 腦과학 전공 카이스트 교수

http://media.daum.net/society/newsview?newsid=2014072511560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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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을 하기 위해 프린트해두었던 인터뷰를 다시 들춰보는데, 일이십년 전과 비교해 확실히 세상이 빨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의 발달과 관련 지식의 전파도 빠르고 이러한 것들이 실생활에 반영되는 속도도 빨라졌다. ... 이러다가 급격한 붕괴나 반발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김대식 교수는 현재 중앙선데이에 기고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중앙선데이에 가서 검색해봐도 될 것이다. 


인상적인 두 구절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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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선택은 하나의 당구공이 다른 당구공을 치면 그 당구공이 움직이는 것처럼 단일한 인과관계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인과관계가 합쳐져 이뤄진다. 그래서 현대과학에서 '선택의 풍경'이란 말을 쓴다. 산꼭대기에서 하나의 공을 굴리면 산의 풍경에 따라 공이 굴러내려 온다. 프레임은 선택돼 있지만 어떤 결정이 날지는 모른다. 이처럼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기계다."



"그래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대학교 교수들보다 월급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본다. 어린이들의 뇌를 만들어주는 게 초등학교 교사다.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커리큘럼을 바꿔야 한다. 어렸을 때 교육은 평생 바꾸기 어렵다. 특정 이념이나 특정 종교, 정치적 성향 같은 것은 집어넣으면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뇌가 유연성이 높은 시기에는 수학, 물리와 같은 변하지 않는 진리를 먼저 가르치고 역사, 사회, 윤리 등의 개념은 나중에 가르쳐야 한다. 어렸을 때 이런 것을 가르쳐 놓으면 사고가 자유롭지 못하다." 


**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참 똑똑하고 현명해야 하는데, 갈수록 대우가 낮아지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똑똑하고 현명한 학생들이 교대에 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교대에 가서 제대로 공부하는 지도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대학동기 중의 한 명은 교대를 다니다 자퇴했는데, 이유는 졸업하면 선생님으로 갈 수 있는 안정성으로 인해 너무 엉망인 대학생활을 하는 모습에 크게 절망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뭐 이건 20여년 전 버전이지만.ㅡ_ㅡ;; (아이고 나도 나이가 이렇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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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 내려가기 위해 옷 몇 가지를 챙겨 집을 나왔다.  아내와 아이는 이미 창원에 내려갔고, 오늘 저녁 모임을 나간 뒤 심야 우등 버스를 탈 계획이다. 어젠 이런 저런 업무들로 인해 밤 늦게 사무실에 나올 수 있었고 벌써 내 나이도 사십대 중반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 사는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의 의지대로 무언가를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누군가 정해준 곳으로 갔으며, 심지어 대학 전공마저도 그랬다. 나처럼 고등학교 3년 내내 모의 고사에서 한 곳만 지원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그 대학 그 전공을 다 마치고 한참 후에야 내가 받은 대학 교육의 형편없음을 욕했지만). 


한국에 사는 우리들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 당하며 산다. 내 의지대로 의사결정 내리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내 의지대로 하지 못한 어떤 결정, 행동, 그리고 그에 따르는 결과에 대해 다른 이의 결정, 행동, 결과와 비교당한다. 부모로부터, 학교 선생으로부터, 친구로부터, 사회로부터. 나와 비교할 수 없는 다른 취향, 다른 배경, 다른 생각을 가진 이와 비교당하며 자라고 성장하여 (빌어먹을) 성인이 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압력으로 결정하고 행동한 결과가 형편없고 실패했을 경우, 그 책임은 압력을 행사한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지고 내가 상처입고 내가 쓰러진다.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다. 왜냐면 한국 사회만큼 실패에 대해 냉혹할 정도 무관심하며 실패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가혹할 정도로 공격하는 곳도 없으니까. 


최악의 경우, 나는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누군가, 혹은 사회에 의해 강압된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고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십대 중반을 향하는 지금, 나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말썽꾸러기로 변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내 생활은 자유와 방종을 오갔으며 굶는 대신 시집을 사고 굶는 대신 청계천에서 중고 오디오를 샀다. 학교 구내 식당에서 한 끼만 제대로 챙겨먹으면 된다고 여겼으니. 가장 오래 다닌 회사는 만 3년 6개월 정도인데, 이는 나이 마흔이 다 되어서 였다. 그 전까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여기저길 옮겨다녔다. IT - Consulting - editorial - Gallery - Art Fair - IT(Telecom - Digital Agency - Digital Contents). 


가장 다행인 것은 내 의지대로(혹은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사정도 있었지만), 혹은 결정의 주체는 온전히 나였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책임을 지고자 무척 많은 노력을 하고 마음 속으로 각오를 다진다. 그래서 아직까지 버틴다. 앞으로도 버틸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자신의 의지대로 행하고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지라. 그게 싫다면 혼자일 때 바다를 건너, 하늘을 건너 멀리 떠나라. 그리고 새로 시작해라. 어차피 한국 사회에서 우리 대부분은 비교당하면서 가난하게 평범하거나 실패할 것이다. 그럴 바에는 자신의 의지대로 평범하거나 실패하라. 그러면 견딜 수 있을 것이고 재기할 것이고 끝내 성공할 것이다. 



정동 병원 지하 물리치료실에 누워. 심하게 어깨가 아프다. 유착성 관절염의 세계에 들어왔다. 



요즘 술친구가 부족하다. 결혼의 후유증이다. 이제 한 두 명 남은 듯 싶은데, 매번 부를 수도 없고 밤늦게 뜬금없이 연락하기도 ... ㅡ_ㅡ; 


 

오랜만에 서재 사진. 아이고, 이 서재는 총각 때나 지금이나 그 모습 그대로일세. 로또에 걸려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정리정돈된 서재를 갖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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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고 난 다음, 우리가 정확하게 아는 사실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우리에겐 구조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그 전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끔 할 수 있었다.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잘못 엮어져, 차마 말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그리고 승객들은 전화통화를 하다가, 구조를 기다리다가,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죽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 이 나라는 한 걸음도 앞으로 가지 못했다. 유가족들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가진,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일이 왜 일어났고, 왜 구조 작업은 그 따위로 진행되었으며, 구조 과정 속에서 일어난 어수선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들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까?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런데 오늘 기사를 보다가 희안한 광경을 목격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7096502 


댓글들을 한 번 보라. 국민 대다수가 유가족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믿고, 적어도 그들의 슬픔을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댓글들은 너무 편파적이지 않은가? 이는 다음도 마찬가지다.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40831162506171  


도대체 이런 댓글은 왜 달리는 것일까? 도대체 지금 정부와 여당은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얼마나 많은 조직들이 달라붙어서 이런 댓글 작업을 하는 걸까? 그리고 이런 댓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마음이 흔들릴 것이라고 믿는 걸까? 


이미 언론은 장악했고, 이제 댓글까지 장악할 심산인 듯 싶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인가? 권력과 부인가, 아니면 상식을 가진 국민들인가? 어쩌다가 나라 꼬라지가 이렇게 변한 것인가? 


**


가끔 정치 관련을 올리긴 했지만, 세월호 이야기를 거의 적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 슬프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 글마저 쓰는 것도 미안하고 죄송했다. 그런데 최근 기사들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니, 황당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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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버크하우스 2014.08.31 22:10 신고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새벽부터 내린 비는 아침이 되자, 더 세차졌다. 어둠이 내려앉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비에 젖으면, ... 내 발이, 내 몸이, 내 얼굴이, 내 가슴이 젖으면 안 될 것같아, 운동화를 꺼내 신고, 큰 우산을 찾아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출근하는 목요일 아침, 길바닥에 고인 빗물들이 나를 향해 날아올랐다. 


땅에서 허공으로, 대기로, 하늘로, 우주로 날아오르는 빗물 방울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또다른 빗줄기에 갇혀 마음의 자유를 잃어갔다. 2014년 여름. 


출근하자 마자, 전날의 최종 매출을 확인하고, 퇴근할 때 그 날의 최종 매출을 예측하며 사무실을 나간다. 대구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이 "출마해본 사람만 알 수 있어요. 지지율 1%를 올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라고 이야기했듯이 하루 평균 매출 1% 올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변명하고 싶지만, 변명은 리더의 몫이 아니다. 


변명하지 않는 책임. 이게 리더이고 가장의 몫이다. 


 그렇게 나는 나이가 들었고 출근하는 동안 무슨 일이 또 생긴 건지, 지하철 역에 내리자 비는 더욱 세차졌다. 계속 세차져, 내 마음보다 큰 우산을 흔들고 어느 새 짙은 갈색 유화물감을 칠해놓은 듯 투명한 물기로 미끌거리는 길에는 내 가슴보다 깊은 빗물웅덩이가 생겼다. 


이쪽 웅덩이에 운동화 한 번 담그고, 저쪽 웅덩이에 운동화 한 번 담그고, 바로 앞 웅덩이에는 내 손 한 번 담그고, 저기 먼 웅덩이에는 내 마음 한 번 담그고, ... ... 그렇게 담그고, 담그고, 담그고, ... ... 2014년 여름, 나는 가라앉고 있었다. 빗물웅덩이 속으로. 




** 


비 오기 전 어느 새벽 퇴근길. 세상은 나쁘게 변하고 나는 비에, 안개에, 슬픈 물웅덩이에 둘러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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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급격한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이번 주말도 참 힘들게 달렸다. 목요일 오후 늦게 퇴근하면서 나를 위해 혼자 초밥집에 가서 초밥을 먹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리고 설정샷을 찍었다. 이름하여, ... 


"설정샷. 쓰잘데없이 고귀한 초밥들과의 중년 목록. 광어 지느러미의 애환과 함께 하는, 사라진 백화수복."




그리곤 낯선 소문처럼 주문한 책들이 왔고 ... (올해 목표 100권 읽기를 향해... 아래와 같은 서적들을.. 헐, 미셸 푸코도 끼어있다)




어느 새 다가온 목요일 밤, 빛나는 맥주와 함께 하는 중년 목록. 그리고 이태원에서의 행복한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혹시 ... 당신도...




7월 초 갔던 송도 현대자동차 더 브릴리언트 페스티벌에서 본 노랑색 포니자동차. 저 차 타고 해안 도로 달리면 기분이 좋아질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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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4.08.05 19:03 신고

    무슨 맥주인가요?

    • 지하련 2014.08.07 18:55 신고

      체코 맥주예요.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요. 이태원 제일기획 빌딩 맞은 편 쪽에 있는 캐슬프라하(?)라는 맥주 전문점에서 마셨군요. ~




7월 5일 토요일, 난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The Brilliant Motor Festival) -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발(KSF, Korea Speed Festival)에. 설마 무한도전 때문에? 설마? 아니면 그날 밤에 있었던 공연 때문에. 나도 일찍 간다고 갔는데, 이미 몇 천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ㅡ_ㅡ;;). 이렇게 스피드광이 많았단 말인가! 


보통의 레이싱 경기장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는 것과 달리 송도 스트릿 서킷은 도심에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탁월하다. TV에서 가끔 보던 카레이싱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경기장 바로 옆에 고층 빌딩에서도 구경할 수 있고 ... 





이렇게 바로 옆에 앉아 볼 수도 있다. (송도 사는 후배가 있는데, 여길 알려나 몰라) 그리고 무엇보다 송도는 살기 좋다. (인천 송도로 회사도 옮기고 이사도 가면... ??) 


 


얼마 전 tvN에서 방영한 <갑동이>의 주 촬영 장소도 인천 송도였으니... 아마 가장 최근 만들어진 신도시인지라, 주변 경관이나 도시 시설은 국내 최고 수준일 것이다. 



이제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가 현대자동차에서 오래 동안 후원하고 있는 KSF,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 행사장에는 다채로운 부대 행사로 가득했다. 특히 내 눈을 끌어당겼던 것은 두 가지. 하나가 바로 참 많은 자동차들. 






추억의 노란색 포니!  


그리고 피트워크 프로그램에서는 짜릿한 레이싱 경기가 주는 흥미로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아마 사람들은 레이싱걸을 떠올리겠지만. .. (좋긴 하지.. ㅡ_ㅡ;; 근데 왜 이리 어두운 거야. 이번에 단렌즈를 사야지.) 








레이싱 경기가 가지는 참 재미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찌그러진 자동차. 하지만 안전하게 보호된 레이서. 




만일의 사태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119 아저씨들과 장비.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부서진 레이싱카를 수리하고 점검하는 이들. 



그리고 이런 재미도 있었다. 



저녁에 있을 K-pop 공연을 보기 위해 오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소녀팬들, 그리고 간간히 섞여 있는 그녀의 남자친구들... ㅡ_ㅡ;; 


알아보니, 별도의 레이싱 프로그램을 통해 아마추어들도 쉽게 레이싱에 대한 입문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운전을 좋아하진 않는 터라, 그다지 관심 없었지만, 역시 사람은 직접 보고 느껴야 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이번 행사를 공식 후원한 현대자동차 블로그를 보니, '국내 공식 경기장에는 모터스포츠에 대중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경기장 별 라이센스 이론/실기 교육, 매달 스포츠 주행 운영 등으로 체계적인 교육 및 입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고 한다. 한 번 알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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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페북과 인스타그램에 빠져 블로그짓에 뜸하다. 몇 장의 사진을 올린다. 인스타그램을 한다면, 내 아이디는 yongsup이다. 요즘은 먹스타그램으로 빠지긴 했지만. 




퇴근길, 나이가 들었다. 조금 있으면 사십 중반이 될 텐데, 스스로 아직 청춘인 줄 안다. 밤 11시, 술 생각이 나는 건, 오늘 때문일까, 아니면 내일 때문일까. 아니면 어제들 때문일까. 나이가 들었다. 그러나 질문들은 줄지 않고 믿었던 답들마저 사라진다. 그렇게 나이를 먹었다. 




참 맛없는 치킨 옆의 맥주가 안타까웠다. 참 맛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대박을 꿈꾸긴 않았지만, 적어도 여유롭게 살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건 서울, 한국을 사로잡은 21세 자본주의에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엉망으로 된 전 회사에서 가지고 온 난 화분들. 화분을 선물 받고 그 화분이 죽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 않은가.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나는 조금은 아팠고 그래서 내가 화분을 챙겨가지고 왔다. 생명에 둔한 사람들은 정말 싫다. 



평창동 밤 10시. 금보성아트센터 앞 평상에서 술을 마시며 예술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술을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예술에 대해서 아는 척 했다. 결국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죽을 것이다. 나는 지금 죽는 연습을 하고 있다.  



동작도서관. 집에 이런 서가를 가지고 싶다. 로또에 걸리면 이런 서가를 꾸밀 수 있을까? 아니면 이런 도서관에 사서로 취직하면 ... 사서로 들어가기도 쉽지 않던데. 사소하게 보이는 꿈이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이다. 이젠 늙은 장정일의 소설 <<아담이 눈뜰때>>의 첫문장이 떠오른다. 그리고 아담은 젊음을 버리고 그것을 이룬다. 


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화집과 카세트 라디오에 연결하여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턴테이블이었다. 단지, 그것들만이 열아홉 살 때 내가 이 세상으로부터 얻고자 원하는, 전부의 것이었다. 그러나 내 소망은 너무나 소박하여 내가 국립 서울대학교에 입학기를 원하는 어머니의 소망이나, 커서 삼성 라이온스에 입단하기를 꿈꾸는 어린 사촌동생의 소망보다 차라리 더, 어렵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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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E성형외과 2014.07.23 13:44 신고

    로또에 당첨되면 도서관지을수는 없어도

    어지간한 서재와 그 서재를 가득 채울 책은 충분히 사고도 남을 듯...


    힘내요!!

    • 지하련 2014.07.23 18:08 신고

      글쎄요.. 서재와 그 서재를 가득 채울 책도 안 될 것같은데요.. ㅎㅎㅎ
      먼저 집부터 사야되나서.. ㅋㅋ 댓글 감사합니다. : )



리사 엑달을 듣는다. 최근 블로그에 개인적인 근황을 적을 틈도 없다. 왜 그럴까. 바쁘기도 엄청 바쁘다. 이렇게 늙어간다는 생각에 약간(혹은 매우) 서글프기도 하다. 밤 10시를 향해 가는 시각, 나는 퇴근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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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지하철에서 일본 책을 읽는 노인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저 분 일본에서 살다 오셨나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 분들 중 상당수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일본어가 국어(한국어)보다 더 편한 거다. 생각은 일본어(일본식)로 하고 말은 한국어(한국식)로 하는 거다. 그냥 그런 거다. 

그리고 아직도 식민지 시대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거다. 그런데 아물지 않은 상처(혹은 흉터로 남은)를 자랑스레 미화시키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젊은이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흉터는 자랑스런 자신의 일부이고 너희들은 경험해보지 않은 식민지 세대라는 영광의 상처다. 이게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거다. 이번 총리 선임 건도 그런 역사의 일부이다. 식민사관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우리가 그렇게 배웠던 시대가 있었고, 그 시대의 흉터가 이어져 온 것이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그 흉터를 보고, 그 흉터를 가진 사람들의 무용담에 현혹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투표한다. 그 뿐이다. 

그들 대부분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 대해 나쁘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스스로 일제 식민지 시대를 용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일제 식민지 시대를 옹호하기까지 한다. 

우리는 일부를 보지 말고 전체를 봐야 하고, 어떤 역사 속에서 이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박정희를 한국의 대통령으로 알지, 일본어가 편했고 일본어로 사고했던 일본 장교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냥 그런 거다. 그리고 그냥 그랬으니, 그렇게 투표한 거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으니, 내 허락하는 바, 그리고 독립한 한국 정부가 인정하는 가족 관계 증명서 내, 내가 속한 가족 구성원만 겨우 설득할 수 있었다. 

거꾸로 보면, 그렇게 일제 식민지 시대는 영속되는 거다. 식민지 시대 리더 계층은 아직도 리더 계층이다. 평범한 우리들이 리더가 되려면 기존 리더 계층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적대적인 관계 속에 리더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리더가 되면 어쩔 수 없이 표면적으로라도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된다. 그게 이 사회다. 

내가, 혹은 우리가 지지하는 어떤 리더가 맺은, 겉으로만 우호적인 관계를 보면서 평범한 우리들은 이 사회가 바뀌었다고 착각하는 거다. 

그리고 선량하고 정직한, 그러나 참 미련스러운 우리들의 상당수는 이 사회가 바뀌었다고 착각하고 그렇게 투표한 거다. 아직 우리들의 상당수는 식민지 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들은 지금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고 있는 거다. 

(이런 생각은 참 비관적이긴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고 있고 있는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인 이 사회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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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삼각지로 걸어가다 문득 마주친 대도시의 오후






상아색의 구름 한 떼가 지는 해를 감싸면서 하늘 꼭대기에서 땅 밑까지 노을이 가득 차고, 거대한 고독이 이미 식어버린 채 퍼져나가는 시간이다(조르주 베르나노스). 느리게 숨죽여 있던 무채색 건물이 숨을 쉬고 우리들의 숨겨진 영혼이 노래하는 순간이다. 태양이 사라지더라도 태양을 기다리지 않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꿈 속 노을가 근처에서 막걸리 중이다. 그의 삼각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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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위의 필수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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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한참 든 독신자에게 사랑의 도래는 더 이상 기대되지 않는 선물이다. 기적은 조건을 제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 '울리카' 중에서, 보르헤스 


새삼스럽게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긴다. 무표정한 행인들의 얼굴 밑으로 주체할 수 없는 표정들의 집합체를 읽어낸다. 실은 내 얼굴도 그렇다. 


주말 동안 틈틈히 보르헤스의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읽었다. 정확하게 보르헤스의 소설을 집중해서 읽은 건 대학 이후 처음이었다. 중국 속담 중에 '회화는 나이 든 사람의 예술이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데이비드 호크니가 나에게 이야기해주었지만, 나는 '위대한 소설은 나이 든 이들의 위안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문득 집에서 내 마음대로 문을 잠그고 혼자 있는 공간이 화장실 밖에 없다는 사실이 놀랍도록 슬펐고 놀랍도록 기뻤다.  이렇게 사십 대의 나는 분열되고 있(었)다. 


나이 든 보르헤스는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있었다. 실은 그것 자체가 은유이고 상징이며 알레고리다. 그리고 그것 - 나는 쪼개져 나들을 바라보며 대화를 하고 있어요 - 을 이야기하는 순간 '위대하고 아름다운 정신병'이 된다.  


무너질 듯 쓰러지지 않는 서가를 바라보고 내가 살아오는 동안 쌓아올린 것들의 부질없음을 보며 ... 약간 외로워졌을 뿐, 주말 (이미 죽은) 보르헤스 氏는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죽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모두 죽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곤 한다. 

- '더 많은 것들이 있다' 중에서, 보르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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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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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을 깼다. 메일을 확인하고 앞날에 대한 걱정을 잠시 했다. 나이가 들수록 걱정만 늘어난다. 이 시대 탓인가, 아니면 나이가 들면 원래 그런 건가, 내가 유독 그런 건가, 이런 잡념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잡은 책이 조중걸의 <<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다. 나에겐 일종의 복습이고 반복이 되겠지만, 돌이켜보니, 서양미술의 역사에 빠져 공부하던 시절이 행복했음을 깨닫는다. 



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

조중걸저 | 한권의책 | 2013.03.04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아리스토텔레스가 군사전문가 테미스토클레스Themistocles를 '불구'라고 조롱하면서 전인적 인간을 이상으로 삼고, 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다윈Charles Robert Darwin과 헉슬리Thomas Henry Huxley에게 야유와 경멸을 퍼부어대고, 현대의 강단 철학자들이 감상적이고 우아한 어구를 인용하며 학생들을 헛된 이념 속에 가둬두려 하는 것은 모두 그들이 기득권자이기 때문이고 또 자신들의 기득권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256쪽) 




몬드리안의 <구성>은 이러한 이념의 회화적 대응물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종류의 재현적 요소도 없다. 그것은 단지 서로 다른 네모들의 집합일 뿐이다. 세계는 결국 그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추상적 창조물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되어 모방으로써의 예술은 완전히 종말을 고한다. 이제 창조로써의 예술만이 남게 되었다. (307쪽) 




결국 '언어는 존재의 집'(하이데거)이고, '언어는 세계를 비추는 거울'(비트겐슈타인)이니, 추상적 기호 이외에 남는 건 없었다. 사랑도 그랬고, 그녀도 그랬던 셈이다. 그래서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가 실재를 압도할 것이라고 여겼던 것일까. 


어쩌면 내가 지금 진짜라고 믿는 것들은 다 시뮬라크르인지도 모르겠다. 실은 내가 나비였고, 인간이 된 꿈을 꾸는 것일게다. 정말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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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도에 번역 출판된 윌리엄 S. 버로우즈의 소설론을 구했다. 소설을 쓰지 못하니, 소설론만 읽는다. 세상은 바라지 않는 소설 같이 흘러가기만 하고, 평범한 우리들의 하늘이라고 스스로 믿는 그들과 그들의 나팔수들은 한 줌 희망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우리들에게, 그래서 니네들은 미개하고 어리석다며, 그래도 세상은 변하지 않을꺼야라는 패배주의를 은연 중에 심어놓으며, 진실은 조작되었고 할 수 있는 바 최선을 다했다며 강변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거리 데모를 나간 적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이번에는 나갈 생각이다. 세상은 바꾸는 건 깨어있는 시민이지, 그들이 아니다. 우리들에게 상처 입히고 우리들을 왜소하게 만들며 우리들에게 패배감을 안겨주며, 변하지 않는 세상의 질서를 강요하는 그들 앞에서 세상은 변하고 변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정치적이나,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을 거의 하지 않은 나로 하여금 어떤 실천적 행위를 하게 만들 정도 이 나라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던 그들 - 입으로는 시민을 위한다는 - 에게 기대조차 하지 않겠다. 어차피 그들이 아닌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이고 우리들이 만들어가야 하는 세상이니, 우리들이 나서야 하는 거다. 


   

토요일 오전, 사무실 노트북을 가지고 와, 일을 하며 오랜 만에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 요요마의 첼로는 언제나 마음의 작은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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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스물다섯 무렵, 마흔 넘은 사람들을 경멸했고, 마흔 넘은 사람들을 증오하던 삼십대를 만났다. 그리고 내가 마흔이 넘었다. ... 잠자리에 누웠다가, ... 여기가 바다인가 싶어 너무 눈물이 났다. 내가 너무 밉다. 우리가 너무 밉다. 



--- 


며칠 전 새벽, 이렇게 적고 무척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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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무맛 2015.06.12 00:31 신고

    전 이십대인데... 블로그 글로 뵀었을 때는 이십대가 보기에 좋아보이시는 사십대이신데요? ㅋㅋㅋ

    글이 너무 재밌어서 한참을 보고 있어요. 답글 너무 마니 달아서 약간 눈치 보이는 정도 ㅎㅎㅎ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할게요~~

    • 지하련 2015.06.13 01:03 신고

      세월호 사태 때 적은 메모예요. 사십대라는 나이가 어렸을 때, 참 거창해보였는데, 막상 나이 들고 보니, 참 어리숙하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나이네요. 거참, 이렇게 살려고 태어난 건 아닐 텐데 말이죠. 아, 20세기 초반 프랑스의 실존주의자였다면, '아무 목적도 없이 태어났으니, 그냥 자유롭게 살아라'라고 했을 텐데, ... 그 때로부터 시간도 멀고 거리도 참 머네요. ~~.. 댓글 감사합니다. : )




새벽, 술에 취해 들어가던 날의 풍경. 꿈결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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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술은 참 오래된 벗.

에라주리즈 에스테이트 까베르네쇼비뇽. 

이 가격대(1만원 ~ 2만원 사이)에서 가장 탁월한 밸런스를 보여준다고 할까. 

가벼운 듯 하면서도 까쇼 특유의 향이 물씬 풍기는 와인. 

이 와인을 즐겨 마신 지도 벌써 10년. 

그 사이는 나는 이 와인을 참 많은 사람들과 마셨구나. 

아직 만나는 사람도 있고 연락이 끊어진 이도 있고. ... 

흐린 하늘의 춘천을, 사용하지도 않을 우산을 챙겨들고 갔다 돌아온 토요일 저녁, ... 

한없이 슬픈 <<화양연화>> OST를 들으며 ... 

참 오랜만에 혼자 술을 마신다. 

오마르 카이얌도 이랬을까. 

인생은 뭔지 모르지만, 술 맛은 알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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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의 출판사 블로그에서 진행하는 서평 이벤트 2개에 참여했다. 

그리고 2개 다 당첨되었고 1주일 동안 2권을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려야만 했다. 허걱. 


1주가 지난 건지, 2주가 지난 건지 가물가물하다. 

한 권의 책을 빠르게 읽고 서평을 올렸다. 서평의 첫 문장이 이렇다. 

'이 책, 천천히 읽어야 한다' 

ㅡ_ㅡ;; 


나머지 책은 이제 서문을 읽었다. ㅜ_ㅜ 

(아, **출판사님 미안)


읽고 있던 손재권 기자의 책, 알렝 투렌과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책은 멈춰진 상태다. 


제안서 하나를 써서 수주했고 

여러 번의 미팅 끝에 또 하나 계약을 할 예정이다. 


조직 개편이 있었고 새로운 사람들도 뽑아야 한다. 

아는 분의 소개로 '머리에 쥐 나는' 원고 작업을 하나 하고 있고 


그리고 오늘은 금요일이다.

그렇다. 금요일이다. 

아, 끝나지 않을 듯한 금요일이다. 


하지만 나는 남은 일들을 끝내야 된다. 

그러면 금요일도 끝날 것이다. 




직원들이 다 퇴근한 후 불을 끄고 있는 사무실은 뭔가 간결해보여서 좋다. 

나 혼자만 불을 켜놓고. 


하지만 사무실 구석 어둠 속에서 불투명한 형체가 아른거리듯한 느낌, 

귀신이 나올 것같은, 참 형편없는 공포를 아직도 느낄 땐, 

내가 참 형편없어진다. 


우스개 소리로 사무실 구석에 바 만들어놓고 

마음에 들지 않는 고객에게 술 마시게 하고 

마음에 드는 고객에게도 술 마시게 하여 

서로 손을 잡고 미래를 노래하는 회사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철 없는 생각했다.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근처 이마트에 들려 와인 한 병 사들고 가서 불꺼진 거실에 앉아 와인을 마셨다. 

그런데 이거 맛있네. 

로버트 파커 얼굴에 사인까지 있어 구입했는데, 

역시 마케팅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거짓말하는 마케팅의 시대는 가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마케팅의 시대가 온 것일까?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를 이야기했던 제임스 H. 길모어는 <<진정성의 힘>>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지만... 

 




한 때 '마구로앤와인'이라는 이름도 해변가 근처에서 술집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리고 그 술집하다가 죽은 후에는 '향유고래'로 환생해서 바다 깊숙한 곳에서 심해 오징어와 놀고 ... 


이렇게 금요일이 간다. 

금요일의 의미? 

그건 밤이 만들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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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팩타민 2014.03.28 15:58 신고

    와인과 함께하는 금요일 멋있어 보여요~

    • 지하련 2014.03.29 00:43 신고

      ㅎㅎ 감사합니다. 하지만 금요일을 지나 토요일 새벽, 책상을 떠나지 못하고 있네요. ㅋㅋ..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여행에 대한 기억은 사진으로 되살아난다. 사진이 없으면 여행은 없다. 그저 사라질 뿐이다. 여행 이후 쌓이는 건 사진이고 추억은 사진에 기생하는 어떤 것이 된다. 


작년 늦가을 속초를 다녀왔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사람은 나고 자란 곳을 잊지 못한다. 내가 자란 곳이 중소 도시이듯, 이런 도시에 가면 살고 싶어진다. 바람이 막힘없이 흘러가는 도시, 조금만 움직이면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도시, ... ... 나도 서울에 지쳐가고 있었다. 내가 서울로 올라온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누군가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적는다. 


"여행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적 죽음을 겪는다.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벗어남으로써 부재를 경험한다.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을 지켜보며 자신의 가치를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회적 존재로서 부활하는 기쁨을 누린다. 이것이 여행이 주는 진정한 의미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설악산으로 왔는데, 기억나질 않고 ... 


아바이 마을 옆 다리 ... 


두 개의 등대, 


멀리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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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앤세바스티안 신보를 사지 않은 지도 ... 몇 년이 지났다. 


'젊음'에 대해 게을러지는 순간, 우리는 늙어간다. 락을 들은 지도, 몸을 흔든지도, 맥주병을 들고 술집 안을 이리저리 배회한 지도 참 오래 되었다. 


시를 외워 사람들에게 읊어준 지도, 새로 나온 소설에 대해 지독한 악평을 한 지도, "그래, 세상은 원래 엉망이었어"라며 소리지르곤 세상과 싸울 각오를 다진 지는 더 오래 되었다. 


이 노래 들은 지도 참 오래 되었구나.







포티쉐드다! 중간에 베스 기븐스가 담배 피우며 노래 부르는 장면은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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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쭈니러스 2014.03.23 20:57 신고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그런데 '젊음'에 대해 게을러지지 않으려면 어찌 해야 할까요??
    아이돌 음악이라도 계속 들어야 할까요..;;;
    젊음이 참 그리워지는 순간이네요.

    • 지하련 2014.03.23 21:52 신고

      그러게 말이예요. '젊음'에 대해 게을러지지 않기 위한 물리적 환경 조성이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고 있어요. ㅡ_ㅡ;;; 자주 20대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20대들이 거부하더군요. ㅜㅜ;;; 25살의 봄날이 그리워지네요. ...




Beach Landscape, Edvard Munch, 1889

(출처: bofransson.tumblr.com)




모니카 봄 두첸의 책 <세계 명화 비밀>을 다 읽은 것이 2주 전이고 간단하게 리뷰를 올린 것은 지난 일요일이다. 몇몇 작품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지만, 그걸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최근 올라가는 글들 대부분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긴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만 그 글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흔적마저 내 기억에서 사라질 책과 그림에 대한 단상들을 메모해두는 용도랄까. 


고료를 받고 쓰는 글과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전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나는 전업 블로거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 올리는 글들은 종종 아주 형편 없다.


어제 퇴근길, 바람 속에서 글 제목 하나를 떠올렸다. '그러나 뭉크는 장수했다'. 우울하고 절망적이었던 뭉크는 의외로 80세까지 살았다. 후속작의 제목으로는 '그래 에밀 시오랑도 장수했지'. 루마니아 출신의 프랑스 작가 에밀 시오랑은 왜 태어났을까 물으며 절망하며 자살을 권유하는 듯한 책들을 냈지만, 그 역시 오래 살았다. 그리고 한 편 더 쓴다면, '오래 산 미켈란젤로와 일찍 죽은 라파엘로' 정도. ... 그렇다고 에드워드 사이드처럼 '말년의 양식'을 탐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인생을 극한의 절망 속에서 비관적 시선으로 바라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산 이에 대한 역사를 메모해두고 싶은 사소한 욕망이라고 할까. 


요즘은 잠을 자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아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무언가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출근해서 잠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어떤 영화의 오프닝을 보았다. 어제 자기 전, 자정 무렵에 볼까 망설였던 영화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연 배우는 이미 죽었다.



My Own Private 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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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zarodream.tistory.com/212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각각 9%와 7.4%가 오른 반면, 법인세는 0.1%가 올랐다. 소득세는 개인이 얻는 이득에 매기는 세금이고 부가가치세는 시장에서 팔리는 모든 재화에 다 붙는 세금이다. 부가가치세가 늘어나면 물가가 뛰고 소득세야 늘어나봤자 개인에게 좋을리 하나 없다. 


그리고 법인세는, 나도 작은 회사의 경영에 조금은 관여하는 터라고 하지만, 이건 좀 ... 하긴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세금은 얼마 되지도 않을 것이다. 큰 기업들과 비교해본다면. 



출처: http://zarodream.tistory.com/212 



뉴스타파에 나온 이 이미지들과 함께 아래 이미지를 겹쳐 읽으면 ... 




출처: http://eroun.net/22305 




...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알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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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넛메그 2014.03.12 21:52 신고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망하면 나라가 망하는 줄 알죠.
    대기업들 법인세나 규제 높이자고 하면 빨갱이 소리를 듣고...

    • 지하련 2014.03.16 21:57 신고

      그러게 말이죠. ㅡ_ㅡ;;; 이러는 와중에 도리어 몇몇 기업들에 대한 의존도가 더 심해지고 있는 듯하여 더 걱정입니다.

  2. 나그네 2014.08.09 13:58 신고

    좋은 내용 잘봤습니다.
    이 글만 비공개적으로 담아갑니다

    • 지하련 2014.08.10 21:31 신고

      저도 다시 읽게 되네요. 시간이 흐르면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요즘이 너무 화가 나고 제 스스로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는 어떻게 망쳤나, 어제보다 나은 결과를 위해서 오늘은 어떻게 해야 하나, 스스로 물어봅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입니다. 생존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관용 말고 또 꼽아보라면?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불굴'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하지 마세요. 절대로! 삶은 뜀박질이 아니라 절벽을 기어오르는 것입니다. 매우 가파른 절벽을 오르는 것입니다. 맨 손톱으로 절벽을 부여잡고 간신히 버티면서 올라가는데, 웬 시끌벅적간 소리가 들립니다. 중간에 떨어져 나간 사람들의 소리입니다. 가장 오래 버티는 사람이 승자입니다! 결승 테이프를 누가 끊느냐의 문제도 아니고, <<보이스 오운Boy's Own>> 잡지류의 모험담도 아닙니다. 자신의 원칙과 결단과 꿈으로 버티고, 참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일찍 포기합니다. 인생에서 실패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은 아는 만큼 큽니다. 실패는 모르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꼭 실패를 해봐야 합니다. 실패란 내 안의 천재적인 재능을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내가 못 가본 처녀지로 과감히 내보내는 일입니다. 물론 넘어지겠지요. 당연히 넘어집니다. 그래도 그것이 내 길입니다. 그 길 끝에서 뭔가를 배울 것입니다."

- 브라이스 코트나이(Bryce Courtenay), <<위즈덤>> 중에서.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김동조 저)에서 재인용)




출처: www.heraldsun.com.au 



서평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켰는데, ... 그냥 위 문장만 옮긴다. <<위즈덤>>이라는 책을 찾아보았고 구입할 예정이다. 책을 읽는 시간을 좀 늘려 3월 1일 현재 12권의 책을 읽었다. 하지만 책 사는 속도를 따라가긴 불가능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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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잘 키우진 못해도 죽이지는 않는다.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방에서 반 년 이상을 버틴 난초들에게 물을 주었다, 어제 밤에.


업무 시간 중에 화분을 들고 화장실까지 옮겨 물을 주는 건 민폐인지라, 밤 늦은 시간까지 일하게 될 때 물을 준다. 입주해 있는 다른 사무실에도 난 화분들이 있을 텐데, 그들은 어떻게 물을 주는 것일까? 


회사 직원이 많을 땐 서른 명 가까이 들어와 있기도 하는데, 그 누구 한 명 화분에 관심 기울이는 이가 없다. 정치도, 회사도, 우리 마음도 매말라가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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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맥주와 포카칩. 대학 시절, 작디 작은 자취방에서 먹던 기억으로 가족을 다 재우고 난 뒤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 정확히 말해 예전의 맛이 아니었다. 그 사이 입맛이 변했나. 아니면 ... ... 




한파주의보 내린 오전. 미팅 전 카페에서 잠시 메모. 쓸쓸한 풍경.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걸어가면서 만들 수 없는. 






오전에 커피를 많이 마신 탓에, 내리지 않으려 했으나, 끝내 오래된 커피 알갱이로 만든 드립. 

이렇게 물만 부으면 되는 커피처럼, 내가 걸어가는 길 위로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어떤 것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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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월 1일은 옵니다. 오지 말라고 해도 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습관처럼 1월 1일, 새해 계획을 세웁니다. 저는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세우나마나 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는 의미에서 그랬습니다만). 회사에선 신년 사업 계획을 세우지만, 제 계획대로 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현대 경영학에서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 강조됩니다. 미국에 사는 아랍 사람,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대놓고 '흄의 문제'를 끄집어내어 '우연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조지 소로스(George Soros)와 마찬가지로 흄(Hume)과 포퍼(Popper)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비관적이며 낭만적인 플라톤(Plato)을 지지하며, 그의 경험되지 못할 이상(Idea)을 향해 도전했던 무수한 예술가와 작가들을 사랑합니다. 이는 경영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대적 기계론은 화폐 경제를 만들었고 포디즘(Fordism)을 도입했습니다. 포스트 포디즘(Post Fordism)도 포디즘의 사생아와 같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계량적 가치만 중시하여 구조조정을 인적 쇄신에 중점을 두는 방향이 있는가 하면, 보이지 않는 가치와 신뢰에 무게를 두며 교육과 혁신을 통한 지속에 중점을 두기로 합니다. 그리고 시장에는 이 두 가치가 존재하나, 전자는 현실적이고 많은 기업들이 선택하는 반면, 후자는 이상주의적이며 소수의 기업들이 겨우 지지할 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두 가지 이상의 갈림길 앞에 서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한쪽에서는 근대 이후를 이야기하지만, 우리 일상은 근대 속에 속해있습니다. 학자들의 형편없는 포스트-이론들은 순수한 우리들을 더욱 절망에 빠뜨렸으며, 그 순수함을 잃어버리게 만들었으며, 유행 같은 학문들을 재생산하게 만듭니다. 


뒤늦게 세상의 세속적 태도를 배운 우리는 플라톤 한 줄 읽지 않고 플라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얼마나 많은 강의실에서 플라톤이 이야기되고 있을까요?). 그렇게 정직하지 못한 이야기가 세상 여기저기를 방황하고 돌아온 뒤엔 어느 것이 정직한 이야기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건 어떤 벽입니다. 그리고 그 벽 사이입니다.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뒤로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실은 제가 있는 위치이기도 합니다.


스물부터 마흔까지 실패만 거듭해왔습니다. 실패만 거듭해온 것 치고 운이 좋은 편이라 여기고 싶습니다. 개인 블로그를 할 시간이 있으며, 가끔 커피를 마시고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며, 따뜻한 저녁을 먹을 수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운이 갑자기 저에게 닥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우연이 우리 일상에 끼어드는 순간, 불안과 두려움은 일상으로 변합니다. 예측가능성이 데카르트(Descartes)의 명제였다면, 예측불가능성은 흄의 명제입니다. 그리고 흄이 승리하고 있습니다. 


2013년 저에게는 매우 힘든 한 해였습니다. 자주 주말에 나와 일을 했고, 상반기에는 꽤 상당한 매출실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잘못된 프로젝트 결과로 고객사 담당자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렸으며, 그 동안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욕을 들었습니다. 심지어 불합리한 요구까지 들어주며 끌려 다녔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직원에겐 다른 부서인 탓에, 그리고 제가 나서서 지적하는 순간 제 일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탓에 한 마디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처리해야 할 일들은 너무 많아서, 제가 할 수 있다고 여긴, 다른 이, 다른 부서의 업무까지 가지고 와서 처리하였습니다. 결국엔 '모든 것은 가능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형편없는 자신감과 태도가 불러온 오지랖이었으며, 제가 맡은 일까지 엉망이 되었습니다. 회사가 위기에 처했으나 그 누구도 비전이나 솔루션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2013년 하반기는 흘러갔습니다.  


개인 모임을 거의 가지지 못했으며, 세미나 한 번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설 연휴, 추석 연휴에 나와 일을 했고 가족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책은 30권정도 밖에 읽지 못했으며 미술 전시는 거의 가지 못했습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지 못했으며, 직장을 다니면서 만난 선후배들과 커피 한 잔 못했고 안부를 묻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회사 일에 모든 것을 가져다 부은 셈인데, 제 회사가 아니고 제가 사장이 아닌 다음에야 제가 일으킬 수 있는 변화에는 한계가 있음을 12월이 되어서야 알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2013년. 가족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저에게 작은 희망을 가졌던 직원들에게 미안합니다. 제안을 하고 발표를 한 후 저에게 일을 주었던 고객사에게 감사하고 좀 더 좋은 결과물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이 미안합니다. 


꽤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새해 계획을 세울까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까닭에, 그러나 다시 꿈을 꾸고 실행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아는 까닭에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창업을 하기 전에 가족의 지지가 있었습니다. '가족의 지지'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부끄럽지 않고 믿고 의지할 수 있으며, 존경받는 가장의 모습을 먼저 찾아야겠습니다.


어느 순간 이십대 시절 그토록 경멸하던 사십대 중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십대 시절 꿈은 아직도 진행형이고, 배는 나왔으나 마음은 군살 없는 그대로입니다. 이제서야 꿈을 꾸고 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지지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저는 소수의 보잘 것 없는 인정을 받긴 했으나,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은 되지 못했습니다. 


2014년입니다. 이 작은 블로그에 오시는 모든 분께 고맙습니다. 이 블로그도 방문자가 많아서 비밀스러운 공간이라기보다는 공개된 공간이 되었습니다. 2013년을 반성하고 2014년을 맞는 의미에서 제 작은 반성문을 올립니다. 나이가 들수록 반성과 후회는 더 많아집니다. 이렇게 될 것이라곤 이십대의 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 참으로 거추장스럽게 여겨지지만, 베르그송(Bergson)이 약동하는 생명(elan vital)에 매혹되었듯이 살아간다는 건 쉼 없는 도전과 반성, 후회로 이루어지는 마라톤과 같으며, 우리의 뛰는 심장과 핏줄은 그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생명이며, 생명을 지닌 존재의 의무입니다. 


2014년, 모두 앞으로 전진 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한 해 같이 고생한 사무실 책상과 의자.


 


2013년 12월 김택상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도록. 그의 작품을 참 좋아하는데, 이렇게 연락주시고 도록을 보내주셨다. 암울하기만 했던 12월, 거의 유일하게 기분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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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쉐아르 2014.01.03 01:49 신고

    지나간 2013년을 돌아보면서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계획을 세운다 해도 계획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이 그저 연속적인 날들 뿐이라는 생각에 계획없이 새해를 맞이한 것도 몇년 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계획을 세우고 싶더라구요. 그대로 되지 않을 거라 짐작됨에도 올해만은 제 한계를 넘어서고 싶더라구요. 작년 참 많은 일이 있으셨네요. 불필요한 노력이라 생각될 지 몰라도 그 애씀이 좋은 방향으로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 2014년 놀라운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

    • 지하련 2014.01.03 13:20 신고

      감사합니다. 2013년은 여러모로 힘든 한 해였지만, 반성하고 후회하는 만큼 전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쉐아르님도, 올 한 해 놀랍고 행복한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hong 2014.01.03 08:21 신고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토닥토닥

    • 지하련 2014.01.03 13:21 신고

      수고한 보람을 올 해 찾아야 할텐데 말이죠. 그런데 쓸데없이 수고한 것같아서 올해는 좀 똑똑해지려고 합니다. ~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 ) 감사합니다.

  3. 네병 2014.01.04 11:01 신고

    제게도 참 힘든 2013년이었고 지금도 연장선이네요
    책30권밖에 안읽으셨다는것이 제게 큰 도전이 되네요.
    밝은 2014년을 기대합니다

    • 지하련 2014.01.05 02:11 신고

      이미 시작된 2014년은 밝고 행복할 것이라 믿습니다. ^^. 그렇게 만들어야 겠지요. 책은 그냥 꾸준히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읽어지더군요. :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


There's no magic in street fighting. Street fighting may be lethal, especially when one guy is bigger and stronger than the other. But boxing is designed to be lethal, designed to test lethally the male will of both fighters, designed to see who's boss, who will stake out and control the magic territory of a square piece of enchanted canvas. 

- F.X. Toole, Million Dollar Baby - stories from the cornerECCO(HarperCollinsPulishers), 2000, 7쪽 


'사각의 링'이라는 비유를 자주 사용하곤 하는데, 최근 읽기 시작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삶이란 '사각의 링 위의 복싱'이 아니라 '길거리 싸움'이기 때문이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may be lethal'이라는 문구와 'is designed to be lethal'이라는 문구의 차이를 보다 생생하게 느끼고 싶은데 쉽진 않다. 


종이 울리면 실컷 맞다가도 잠시 쉴 수 있지만, 길거리 싸움에선 피를 흘리며 쓰러져도 발길질은 깨진 얼굴과 뒤틀리는 복부에 끊이지 않은 테니, 우리 삶은 길거리 싸움에서 늘 맞는 쪽일 것이다. 


날은 춥고 햇살은 가지런하기만 하다. 아이는 잠이 들었고 몇 주만에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신다. 턴테이블에 수십년이 지난 존 바에즈의 Best 곡 모음집 LP를 올리고 잠시 상념에 잠기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은 채 가시질 않는다. 우리 시대는 과거는 쉽게 잊어버리고 현재는 발목을 잡고 미래는 차마 오지 않았으면 하는 어떤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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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병 2013.12.30 04:28 신고

    마지막 문단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평안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지하련 2013.12.30 10:39 신고

      감사합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처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연말입니다. 그렇행복한 연말 되시고요~.



카(E.H.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지극히 보수적인 역사관을 가지고 서술된 책이다. 보수주의적 역사책이라고 할까. 이 반대에 서있는 학자가 마르크 블로크(Marc Bloch)다. 카가 보이지 않은 어떤 거대한 흐름을 믿었다면, 마르크 블로크는 '실제 사람들의 흔적과 작은 역사(사건)들'에 주목했다.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불온서적으로 했다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학생들로 하여금 역사를 공부하지 말라고 한 것이나 동일하다. 그것이 보수주의적이든, 자유주의적이든, 사회주의적이든.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역사 공부를 하지 말라는 나라에 살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 사태도 이와 동일한 선상에 놓여져 있다. 우리는 그릇된 생각을 가진 몇 명이 나라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을 참으로 태평하게 바라보는 다수의 언론 종사자들과 익명의 대중들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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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었지만, 신나는 일은 거의 없고 송년 모임도 나가지 않을 계획이다. 예전엔 송년 모임이 꽤 많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줄였고, 특히 올핸 바쁜 업무 탓에 개인적 네트워크의 손실도 있는 듯 싶다. 


그런데 올핸 '늘 바쁜 업무 탓'이라는 상투어를 쓴 듯 싶다. 그래서 가족에게 소홀했고 직원들에게 소홀했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소중한 나 자신에게마저도 소홀했다. 


젊었을 때는 반성이나 후회 같은 걸 아예 하지도 않았는데, 나이 들고 나니 걸핏하면 후회하고 반성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작은 회사의 임원 자리를 맡은 것도 후회하고 있다. 임원이 되면 아래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다가오지 않음을 질책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아래 문장은 이 점에서 나에게 가르치는 바가 크다.  


* * 



"What matters most, they conclude, isn't where someone ranks within a company's formal hierarchy but how well that person understands and mobilizes the informal networks needed to effect change." 

(그들이 결론내리는 바,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공식적인 위계질서 안에서 어떤 이가 어디에 위치되는지가 아니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형성할 수 있는가에 있다.)

- The Network Secrets of Great Change Agents(HBR, July-August, 2013)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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