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87

침대에서 누워 듣는 음악, Men i trust

바닥에 누워 음악을 들을 때의 그 우울함이란! 일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끝없이 억누르고 방바닥과 하나가 되어 방바닥의 외로움을, 그 침묵의 고독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할 때 사각의 공간을 가득 채우는 어떤 규칙적인 소리들. 그러고 보니, 최근 몇년 동안 누워서 음악을 제대로 들은 적이 없었다. 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해 누워있을 필요는 없지만, 누워서 듣는 음악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건 사실이니까.  최근 자주 드는 밴드다. 그냥 노곤해진다. 온 몸에서 기운이 빠지는 듯한 봄날 오후 햇살 같다. 그것도 밝은 세상이 아니라 살짝 어둡고 흐릿한 햇살. 술 생각은 나지만, 술을 마시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까지도 귀찮게 하는. 살짝 무책임해지는 음악이랄까.    이런 음악을 'Bedroom Pop'이라고 한다...

피트

술에 취했다. 애비로드를 들었다. 와인은 바닥났고 취기는 피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수선한 가을이다. 마음이 스산하고 갑자기 늙었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 특전사 장교 출신에 중동 지역에 파병까지 갔다온 스타트업 대표는 몇 주 전에 ADHD 진단을 받았다며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모든 것이 한 번에 사라졌다며 좋아했다. 다른 동료들은 근육질로 변하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 ADHD 탓이였다고 회고했다. 나를 보며, 형도 그런 것같다며 웃었다. 하긴 나도 여러 권을 책을 동시에 읽고 모니터로 활자를 읽지 못하니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정리하고 있다. 디지털 영역에서 상당히 오래 일을 했지만, 뭔가 내세울 것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 무엇 하나 깊이 있게 알..

재개발, 혹은 다시 출발

소설가 한강에 대해선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노벨문학상은 의외였다. 그녀는 상대적으로 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정황 상 적절한 선택일 수도 있다. 동아시아 여성 작가이면서 한국이라는 분단국가,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의 문학 등. 그러고 보면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작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다. 나도 참 오랜만에 소설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나는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순수 문학에의 열망이 피어오르게 할 수 있을까. 참 흥미롭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이다.  너무 빠르고 굳이 몰라도 될 정보들까지 들려오는(혹은 읽거나 보게 되는) 요즘, 나는 자주 길을 잃어버린다. 어떻게 살아야 될 지 잘 모르겠다. 이건 중학교를 다니는 내 아이도 마찬가지..

마을 이장과 싸운 주민 C씨

얼마 전 마을 이장과 주민 C씨가 싸웠다. 주민C씨는 마을 이장과 몇 차례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그냥 마을을 나가버렸다. 그 때도 바로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몰랐고 관심도 없었으며, 말 많은 사람들이 주민 C씨를 대놓고 비난하였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 대다수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을 이장과 싸웠다고 집을 버리고 마을을 나가나.."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실은 마을 주민들은 주민 C씨가 마을을 나갈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걸 알지 못했고 마을의 분위기를 만드는 수다스러운 사람들로 인해 그냥 그렬리니 하고 넘겨 버렸다.  그런데 가을이 오고 여기저기 농작물이나 과일을 수확할 철이 되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민 C씨는 마을의 여러 농기..

어떤 종류의 슬픔은 언제나 늘 우리 곁에 ...

"There is a kind of sadness that comes from knowing too much, from seeing the world as it truly is. It is the sadness of understanding that life is not a grand adventure, but a series of small, insignificant moments, that love is not a fairy tale, but a fragile, fleeting emotion, that happiness is not a permanent state, but a rare, fleeting glimpse of something we can never hold onto. And in tha..

내일 향해 움직인다는 것에 대해

1. 왜 아직까지 좌익 활동이 문제가 되는지 알 턱 없다. 지금이 60년대, 70년대 냉전 시대도 아니고, 좌익 활동으로 인해 나라가 위기에 빠진 것도 아니다. 이젠 서울대에서마저 정치경제학 강의가 없어지고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가 없다는 것이 기사화되며, 학문 연구나 교육의 다양성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나 점점 수가 줄어들어가는 마르크스 경제학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위축될까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굳이 나서서 좌익 활동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일제식민지 시대의 좌익활동은 독립 운동과 연계되어 있었으니,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한국 정부는 이 과거마저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손을 잡고 내일을 향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될 만큼 강..

후쿠시마의 풀 하우스

퇴근하여 집에 오니, 서재에 로봇청소기가 전사해 있었다. 출근하면서 방문을 살짝 닫아두고 블라인드를 내려 햇살이 들어오지 않게 한다. 방문을 열어두었다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집을 한 바퀴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가 들어와 바닥에 스파이크로 세워둔 스피커를 쓰러뜨리고 결국엔 바닥에 이리저리 있는 전선들을 돌돌 말아 먹고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분명 방문을 닫아두고 출근했다고 여겼는데, 그렇지 않았나 보다. 아니면 로봇청소기가 들어갈 수 있겠다 여겼던지, 이젠 집 구조에 익숙해져 용감해진 것인지... 회사에서의 스트레스와 퇴근길 더위로 땀 덤벅범이 된 나는 폭발하고 만다. 혼자 화를 내면서 로봇청소기가 먹은 전선들을 하나하나 돌려가며 꺼내고 쓰러진 스피커를 바로 세우고 바닥에 널브러진 레코드판과 스탠드등..

여름 휴가

잠시 집 밖으로 나갔다가 땀에 젖어 들어왔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난 다음이었다. 던킨도너츠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왔다. 드립 커피를 내려 먹을까 하다가, 그냥 샀는데, 탄내가 훅 올라왔다. 불쾌한 느낌까진 아니지만, 원두 특유의 향을 해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이런 커피를 마실 때마다 부주의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개시하기 전에 마셔보면 알 수 있으니, 원두를 다시 섞는다거나 반품하거나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내가 민감한 건가.  기후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이슈다. 위기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전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하긴 한국은 독재화 진행 국가로 이름을 올린 채, 뭐, 그리 잘났다고 이러고 있는 건지 알 턱 없구나. 한 정부의 여러 잘못들은 십년이나..

광복절과 국군의 날 행사 ...

국민의 뜻과 반하는 대통령의 인사권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그것은 정당한 인사권의 집행인가. 우습다. 그리고 그것을 앵무새처럼 따라 옮기는 기자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한때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글쎄다. 기상학자들은 100년 이내 인류는 멸종 위기에 다다를 것이라 예상되는 지금, 저 미친 날씨를 보라. 그나마 한국은 양호한 편이다. 애초부터 4계절이 너무 뚜렷한 지역이라, 변화에 둔하다. 각 기후에 맞는 옷들을 모두 가진 몇 되지 않는 나라다. 그래서 둔한 걸까. 기후부터 정치 상황까지 말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미쳐가고 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미친 짓을 하고 있고, 그 옆으로는 미국 정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관료들이 포..

상당히 심각한 친일 정부의 도래

한국에서 금기시 되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 일본과의 관계 정립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등록하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우리가 요구한 것들 대부분은 그것에 포함되지 않았다. 강제 동원이라는 문구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아예 거부당했지만, 외교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아예 독립기념관장은 일제 식민지 시절 한국의 근대화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이를 임명했다. 아예 일본 식민지 시절 조선인의 국적은 일본인이라고 대놓고 말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냐? 이젠 이 나라의 혼까지도 팔아먹고 있다. 도대체 이런 정권을 누가 불러들였냐? 솔직히 나는 너무 조용한 한국 사람들이 이상하고 낯설고 무섭다. 어떻게 이런 정부를 지지하고 투표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