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93

'대통령 인수위'와 '정책의 일관성'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교육 정책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나, 경제 정책, 국방 정책 등 대통령 인수위에서 하는 일들을 보면, 이전 정부에서 했던 일들은 다 잘못된 것들 투성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습다. 그들은 지금 민심을 대단히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저의 투표율에, 국민의 과반수 이상은 대통령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는다. 국정원이 그동안 헛짓 했다는 인수위에 들어가 있는 모 국회의원이 말이나 오늘 기사화된 국군 작전권 환수를 새로 논의해야 된다는 주장이나, 도대체 그런 말을 하고 싶을까. 인수위에 있는 사람들, 좀 신중해졌으면 좋겠다. 그 동안 세상이 바뀌었으면 얼마나 바뀌었다고 그러는 걸까. 내가 보기엔 정권이 바뀌어서 세상이 바뀌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바뀌어 가고 ..

Happy New Year

- 페르골레지, 'Stabat Mater' 2008년이 왔지만, 실감나지 않는다. 12월말부터 오늘까지 방화동을 벗어난 적이 없다. 사흘에 한 번 꼴로 면도를 했다. 그리고 느낀 것은 단 한 가지. 모든 글쓰기는 힘들다. 그것이 단순한 규칙을 가진 정리에 지나지 않을 지라도 말이다. 먹다 남은 위스키에 사이다를 섞어 마셨다. 물컹물컹한 안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목 깊숙한 곳에서 올라온다. 피곤하다. 올 한 해,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행복과 축복이 함께 하길.

미켈란젤리와 첼리비다케

짧은 휴식 만으로 내 영혼은 평정을 되찾는다. 오래되고 낡은 스피커에선 쉬지 않고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의 손이 그리울 때가 된 책들의 신음 소리가 방 안의 사물들을 스치고 지나간다. 건조하고 두터운 대기를 출렁이게 하는 바람은 쉴 새 없이 창 밖을 울린다. 한 해가 지났다. 한 해가 왔다. 그 사이 내 언어는 지나간 시간만큼 얇아졌고 내 정신의 힘은 늘어난 피부의 주름만큼 허약해졌다. “음악이 없다면, 삶은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니체)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느 새 불편해진 활자나, 직업처럼 변해버린 그림이 아니라, … 공기를 울려서 만들어내는 음악이 아직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선 이후

오전에 식사를 하고 투표를 하러 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누구를 찍을 것인가를 감으로,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로 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 대다수에 속하지 못했다. 전체적인 내 삶은 한 번도 그 대다수로 포함된 적이 없다. 놀랍게도 나는 어떤 대다수에 속한다는 생각이 들 때, 도리어 끔찍한 기분에 휩싸인다. 반골기질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이가 지긋한 몇몇 예술가 분들과 정치 이야기를 하려다가, 무안을 당한 경험이 있다. 그들 대부분은 "정치가(정치인이) 나의 예술에, 나의 (경제적) 삶에 도움이 되었던 적이 없었다. 나는 그림만 열심히 그리면 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쓸데없는 정치에 신경 쓰지 않고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도리어 우리의 모든 삶은..

오랜만에 잡담

경실련 2007대선 후보선택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후보를 선택해본 결과, 문국현/권영길 후보와 50% 일치를 봤다. 제일 낮은 건 이명박 후보(10%). 그 다음 이회창(15%), 정동영(30%) 순이었다. 흠. 의외다. 스스로 사회주의자는 아닌 것 같고 자유주의자이거나 중도 보수에 가깝다고 여겨왔는데 말이다. 그리고 후보선택도우미는 아무래도 문항 수를 늘리고 디테일을 보강해야 할 것같아. 질문들이 어수선하기도 하고 국민들이 스스로 정책들에 대한 의견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하긴 한국에선 자유주의자도 무식한 보수 꼴통들한테서 빨갱이 소리를 들으니깐. 그러고 보면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은 확실한 보수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봐야하는 것인가. 어설픈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이 작금의 수능 등급제 사..

Come back from Contemporary Istanbul Art Fair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빨리 서울의 일상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다행스럽게도 오래된 음악이 있고 따뜻한 커피가 있어, 글은 막힘이 없고 마음은 낮고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몇 해 전에 만들어놓은 여권에 이국의 입국, 출국 도장이 찍힌 것도,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탄 적도, 잠에 들기 전 호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어 보인 적도, 터키 이스탄불에서의 모든 것들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나는 이것들에 대해서 생각할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암스텔담 스피치 공항까지 가는 동안 폴 오스터는 내 친구가 되어주었다. 기내에서 제공하는 칠레산 와인은 산뜻하고 맛있었다. Contemporary Istanbul Art Fair 내내 이스탄불 구시가지에 위치한 Ya..

이제 얼마 안 있어 마흔

방화동 어느 빌라의 평온은 옥상을 점령한 여중생 일행에 의해서 깨져서, 시멘트 바닥으로 흩어져 내렸다. 작은 한 손엔 국자를, 다른 한 손엔 냄비와 김치. 그 모습을 보면서 뒤따라 올라갔다. 아, 여중생들이 옥상에서 사발면을 끓여먹고 있었다. 그리고 한 소리를 했다. “여기가 니네들 놀이터가? 원래 옥상 문 안 열어둔다. 이번 한 번 그냥 넘어가는데, 이러지 말아라.”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그들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그리고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형 같은 사람은 문제가 심각하지.” 얼마 전 입사지원을 했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비영리법인의 일이고, 정해진 월급도 없는 일이니, 나에게 월급이 나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