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93

무너지는 더위

한 점 바람이 그리운 계절이 밀려왔다. 때이른 더위만큼 곤혹스러운 것도 없다.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에 서 있으면 구두 밑창이 녹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내 인생도 녹았으면 좋겠다. 생의 열기에 녹아 사라졌으면 좋겠다. 기화되어 저 먼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갔으면 좋겠다. 낯선 더위 속에서, 문득 내 인생이 참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그 낯설음은 버터플라이효과처럼 예상치 못한 규모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점이라도 봐야 할 것같다.

촛불, ... ...

토요일 동네 슈퍼마켓에 갔다가 미국산 소고기를 파는 모습을 보았다. 그 사이를 오가는 분주한 표정의 아줌마, 아저씨. 내 장바구니 속에는 온통 라면이나 냉동만두 같은 것들 뿐이었다. 슬픔이 밀려들었다. 그 동안 여러 번 촛불에 대한 내 글을 적고 싶었지만, 적지 못했다. 지금도 적지 못하겠다. 촛불을 만든 책임있는 정부 관계자들은 잘못된 절차로 이루어진 협상에 대한 국민 반발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보면서, 악화되는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해 적절한 대처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경제 관료들을 보면서, 이 나라의 불운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잘 될 것이라 믿고 싶지만, 청와대나 정부/여당은 너무 안일한 현실 인식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촛불에 대해 긴 글을 적을 수 ..

눈물

잠시 그친 비가 다시 내린다. 자기 전에 잠시 가위에 눌렸고 일어나기 전에 잠시 꿈을 꾸었다. 꿈을 꾸면서 울었다. 일요일 낮잠에서도 나는 꿈을 꾸었고, 그 속에서 울고 말았다. 눈물 많은 남자라고 비난할 지 모르겠지만, 꿈을 꾸면서 우는 건 매우 특이하고 낯선 경우다. 당황스러운 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피지 않던 담배를 피우고 진한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오늘은 여기저기 갈 곳이 많은데, 비가 온다. 좋은 일인가, 아니면 나쁜 일인가. 반젤리스의 73년도 앨범 레코드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음악을 듣던 시절이 그립다. 하긴 그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결과는 비슷했을 테지만.

늦은 봄의 오후

연초에 세웠던 대부분의 결심, 계획들이 어긋났다. 아무 것도 된 것이 없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되기도 했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 대부분이 내가 사회생활을 하고 일을 추진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임을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삼스레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잘 헤쳐나가는 사람으로 보지만, 도리어 나는 정반대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어젠 방배동 커피숍에 앉아 여기저기 전화를 하다가, 새로 산 검정색 노트를 꺼내 뭔가 적으려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문장도 떠오르지 않았다. 최근 책을 전혀 읽지 못했고 글도 쓰지 않았다는 것, 아니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다. 그럴 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어 공포..

Korea Art Summer Festival 2008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솔직히 어떻게 하루가 가는지 조차 모른다. 세상은 촛불 때문에 흥분하고 아파하고 그러는데, 나는 7월말 Art Fair 행사 때문에 정신이 없다. Art Fair는 일반적으로 Gallery들이 참가, 미술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행사를 뜻한다. Art Fair는 Art Cologne가 그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Artist들이 참가하는 Art Fair도 있다.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는 전시는 많다. 이를 살롱전이라고도 하고 국내에서는 부스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KASF 2008은 올해 처음 하는 행사이다. 작가들의 관심이나 호응이 높고 기업 후원도 늘어나고 있다. 전체 프로그램을 설계 중이고 인터파크에 예매 페이지도 시작할 예정으로 있다. 주위..

misc.

쌓인 스트레스 탓일까, 아니면 과도한 음주 탓일까, 아니면 나에게 영원히 무심할 것같은 저 별빛, 혹은 날 스쳐지나가면서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봄처녀의 하얀 볼, 어쩌면 아무런 이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오후 늦게 갑자기 찾아온 복통은 먼저 수면을 방해했고 사람들 앞에서 가끔 이마를 찌푸리게 만들었으며 끊임없이 방바닥과 화장실을 오가게 만들었다. 처음 간 약국에선 소화제와 진통제를 주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 다음 간 약국에서는 좀 강한 소화제와 위 경련을 위한 진통제(?)를 주었다. 병원에 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병원에 갈 시간 조차 없었다. 다행히 주말을 지나자 통증을 거의 사라졌다. 대신 아픈 동안 거의 먹지 못한 탓에 현기증이 조금 있을 뿐이다. 내가 아픈 동안, 이 나라도 아팠다. 아주 ..

바쁜 일상 속에서...

요즘 거의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음악도 듣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휴식과 몽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가를 알고 있다. 다행이다. 잊어버리지 않고 있으니. 어젠 화성시에 갔다 왔다. 현재 준비 중인 Art Fair 일로 화성시 비봉 근처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돌 깎고 있는 선배를 만나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작업실에서 보았던 조각상들의 돌 무늬가 너무 생각났다. 너무 아름다웠다. 넬(Nell) 시디를 샀다. 사람들에게 넬 시디 선물해주고 있다. 싸이 미니 홈피 있는 이들에겐 음악을 선물하고. 오랜만에 가요에 '필'이 꽂혔다. 간송미술관을 가야하는데, 언제가 좋을 지 ... ... 새벽 비 소리가 요란해, 마음이 너무 심란했다. 너무 심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