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36

만남을 찾아서, 이우환

만남을 찾아서 - 현대미술의 시작 이우환(지음), 김혜신(옮김), 학고재 번역자인 김혜신 교수에 따르면, 이 책에 실린 이우환의 글들은 주로 1960년대 말 쓰여졌다고 한다. 60년대 말에 출간된 이 책을 2000년에 일본에서 재 출간하였고, 2011년에 한국의 학고재에서 한글로 번역, 출판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 당시 이 책은 일본 미술계의 ‘태풍이면서 바이블’이었다. 우리는 이우환이 세계적인 예술가의 반열에 올라섰음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탁월한 미술 비평가이자 이론가이며 일본 현대 미술에서도 그 위상이 대단한다는 사실은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일본어로 글을 쓰는 시인이자 산문가이며, 그의 일부 글은 일본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인정 받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의미부여의 기술, 인터브랜드

의미부여의 기술인터브랜드(지음), 엔트리 브랜드에 대한 짧지만, 탁월한 식견을 구할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자신이 담당한 브랜드가 막강해지거나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게 되는 건 아니다. 이 책은 '인터브랜드 코리아 창립 20주년'을 맞아, 창립 이래 발간된 인터브랜드 중 가장 의미 있는 글들을 모은 결과물이다. - 표지 뒷날개 중에서 다만 브랜드 개론서들을 읽은 이들에게 이 책은 일종의 다이제스트판이라고 할 수 있겠고, 브랜드 경영이나 브랜드 전략에 다소 생소한 이들에겐 브랜드에 대한 소개서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 그동안 많은 브랜드 관련 책을 읽었고 브랜드 경영과 관련된 스터디도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역시 직접 브랜드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고객과 끊임없이 ..

잔혹연극론, 앙토넹 아르토

잔혹연극론 앙토넹 아르토 Antonin Artaud 지음, 박형섭 옮김, 현대미학사 이젠 1년에 연극 한 편 보기 어려워졌다. 연극이 아직 살아있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한 때 연극 밖에 없었던 시대가 있었다. 소설이 등장하기 수십 세기 전, 영화는 상상하지 못했던 시대, 오직 서사시만이 구전으로 떠돌아 다닐 때, 그 때에도 연극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연극은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거리가 먼가(아니면 우리 모두가 배우가 된 것일까? 나를 속이고 가족을 속이고 타인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는, 가면을 쓴 배우가 된 것일까? 그래서 연극, 진실에 다가가고자 하는 연극을 볼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은 아닐까?). 앙토넹 아르토(1896 - 1948).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 연출가, 연극이론가였다. 하..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브래드 스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The Everything Store 브래드 스톤(지음), 야나 마키에이라(옮김), 21세기북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고 내 삶과 더불어 다른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될수록, 고민도 늘고 마음은 무거워지고 심지어 의사결정마저 드뎌지고 우유부단해진다. 나는 확실히 보이지 않는 어떤 태도나 정신적 신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하지만 이 책, 제프 베조스와 그의 아마존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마음 속에서는 두 개의 상반된 생각이 서로 부딪혔다. 하나는 기업의 환경이나 조직의 분위기가 내 신념과 어긋날 때, 나는 그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가? 그것이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린 스타트업 Runnig Lean, 애시 모리아

린 스타트업 Running Lean 애시 모리아(지음), 위선주(옮김), 한빛미디어 책은 짧고 간결하다. 대부분의 경영 관련 책들은 특정 분야에 한정되어 있고, 이 책은 사업 초기에만 집중한다. 그것도 최초 사업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이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돈을 벌 수 있는 형태로 진화시킬 것인가에만 매진한다. 아마 이미 창업을 경험해 본 이들에게 이 책은 참 아쉬운 책일 것이고(왜냐면 무수한 시행착오들이 떠올라), 아직 창업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에겐 참 유용하나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치열한가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래는 Lean Canvas라고 하는데, 비즈니스 모델링을 할 때 최근 몇 년 전부터 자주 사용한 표이다. 기존에는 사업 계획서(..

디지털 시대 새로운 마케팅의 탄생 COD, 도준웅(지음)

디지털 시대 새로운 마케팅의 탄생 COD 도준웅(지음), 21세기북스 마케팅의 핵심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고객과 소비자를 기반으로 하는 휴머니즘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것은 디지털 시대에도, 디지털 다음 시대에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p.68)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국내 전문가에 의해 씌여진 마케팅 전문 서적이 드물다는 생각을 했다. 국내 저자를 구하기도 어렵고 그런 저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책으로 써서 공개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순전히 한국 독자들을 위한, 한국 시장에 맞는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 적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웹서비스의 온라인 마케팅과 영업을 주력으로 해온 나로선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너무 둥리뭉실하게 알고 넘어간 건 아닌가..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그저 좋은 사람 (원제: Unaccustomed Earth 길들여지지 않는 땅)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 (박상미 옮김), 마음산책 출처: http://www.telegraph.co.uk/culture/books/10304137/The-Lowland-by-Jhumpa-Lahiri-review.html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이 헬레니즘(Hellenism) 시대였으니, 이 시기는 고향을 떠나 바다 건너 도시로, 전 세계가 고향이 되거나 고향이 사라진 때였다. '사랑하면서 동시에 미워한다'는 이율배반적 싯구가 역사 최초 등장한 시기였으며, 전쟁으로, 혹은 폭정으로 몰락하는 도시를 뒤로 하고 새로운 도시를 향해 떠나던 시기였다. 젊은 알렉산드로스 3세가 길을 떠나 ..

멈춰서서, 이우환 시집

멈춰서서 이우환 시집, 성혜경 옮김, 현대문학 이우환 Lee Ufan, 대화(Dialogue), 2011 그의 작품들이 좋아서일까, 이 시집은 그의 회화, 조각, 설치 작품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작고 단단한 설명서처럼 읽혀진다. 내가 알기로, 예술가들 중에서 이우환만큼 명징(明澄)한 글을 쓰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옮겨도 다르지 않다. 그는 일본 모노하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이론가이며, 현대 철학과 현대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탁월한 실천력으로 현대 일본 미술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일본 국어 교과서엔 이미 그의 글이 실려있고, 일본어라는 걸 제외하면, 그는 검증 받은 글쟁이이다. 이우환 Lee Ufan, 대화 Dialogue (2008) (사진 출처: art..

뇌를 훔치는 사람들, 데이비드 루이스(지음)

뇌를 훔치는 사람들 (The Brain Sell) 데이비드 루이스(지음), 홍지수(옮김), 청림출판 내가 강연을 통해 뇌 설득 판매 기업의 위력과 기술에 대해 설명하면 청중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광고, 마케팅, 소매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큰 기대를 하면서 흥분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이 그 중 한 부류다. (...) 또 다른 부류가 보이는 반응은 충격과 분노다. 이들은 수많은 주요 기업들이 갖고 있는 개인정보의 규모에 거의 신체적으로 능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이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상품을 사도록 '세뇌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경각심마저도 느낀다. (341쪽) 정말 오랜만에 꼼꼼하게 책을 읽었다.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과 관련된 보고서들을 여럿 읽기는 했지만, 이 정..

예술과 문명(Civilisation),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

예술과 문명 Civilisation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 지음, 최석태 옮김, 문예출판사, 1989년 (현재 절판) 책을 읽어나가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 이미 20세기의 저명한 미술사학자였지만, 그는 미술의 역사 뿐만 아니라 철학, 문학, 건축, 음악을 아우르면서 서양 문명의 역사를 개괄하고 있었다. 가령 그는 장 안트완 와또와 존 키츠, 그리고 모차르트를 함께 비교하며 설명한다. 아래 그가 인용한 존 키츠의 시 구절을 옮긴다. Ay, in the very temple of Delight Veil'd Melancholy has her sovran shrine, Though seen of none save him whose strenu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