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41

AGI의 시대, 한상기

AGI의 시대한상기(지음), 한빛미디어   "우리는 우리보다 더 똑똑한 사물이 생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 제프리 힌턴 아직까지 사람들은 AI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하긴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리 따라가기도 벅차다. 얼마 전 세미나 발표 때, 나는 이것이 산업혁명 이후 진정한 새로운 혁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기농업혁명, 산업혁명, 그리고 이것. AI가 만들어낼 어떤 세계. 그리고 산업혁명 때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듯 AI가 새롭게 열어놓은 어떤 세계 속에서 우리 인류가 마주하게 될 상황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일 테니, 바짝 긴장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시의..

어디에나 있고 무엇이든 하는 알고리즘 이야기, 문병로

어디에나 있고 무엇이든 하는 알고리즘 이야기문병로(지음), 김영사  얇은 책이지만, 나같이 컴퓨터공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업무로 인해 지금도 공학을 전공한 개발자와 이야기하고 데이터베이스 구조나 프로그램 로직 설계를 같이 검토하지만, 뭔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 최근에는 파이썬 책까지 샀다.  알고리즘Algorithm은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 콰리즈미라는, 9세기 이란 아바스 왕조 시대 대수학의 고전을 쓴 학자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때의 아랍은 정말이지, 넘사벽이었다. 이 책은 알고리즘의 학문적 배경을 이야기하면서 간단하게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가를 설명한다. 책을 읽으면서 노트한 걸 옮겨놓는다.  여행하는 세일즈맨 문제 traveling sal..

에어리얼, 실비아 플라스

에어리얼실비아 플라스(지음), 진은영(옮김), 엘리   오래 전에 사둔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읽다 그만 둔 채 서가에서 먼지만 먹고 있는데, 나는 최근에 실비아 플라스의 유고 시집인 >을 읽었다. 그리고 후회했다. 너무 아파서 힘들었다. 젊었을 때만큼 힘든 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고통스러움이 언어들 속에서 묻어나와, 시인 테드 휴즈를 미워하게 되었다.  시집에서 세 편을 옮긴다. 최고의 시는 역시 다. 영어로 읽기를 권한다. 문학 작품에 대한 번역은 한 단어 한 단어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덩어리, 영역으로 옮겨지는 것이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시인 진은영의 번역이 상당히 좋긴 하지만.  불모의 여인 텅 비어 있어, 나는 가장 작은 밠소리에도 울린다. 기둥들, 주랑 주랑 현과들, 둥근 천장..

가장 인간적인 미래, 윤송이 외

가장 인간적인 미래윤송이 외(지음), 웨일북   다시 한 번 새삼스럽게 깨닫는 것이지만, 인공지능(AI) 분야는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22년에 출간된 이 책은 미국의 AI 전문가들, 특히 AI윤리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에 대한 다수의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은 나에게 이 책은 다소 식상한 내용들을 담고 있을 뿐이었다. 아마 인공지능과 관련된 책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 이 책은 꽤 유용한 책이 될 수 있겠지만, 나에겐 다소 일반론에 가까운 내용을 반복적으로 들려줄 뿐이었다. 2025년이니, 불과 2년 사이에 인공지능을 둘러싼 담론들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되새기게 되었다.   * 올해 상반기가 가기 전에 내가 읽은 AI 관련 책들과..

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가장 인간적인 인간 The Most Human Human브라이언 크리스찬Brian Christian(지음), 최호영(옮김), 책읽는수요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변화에 적응하고 더 나아가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내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책을 읽고 이런저런 일을 해오면서, 진짜 변화가 오고 있다는 생각은 이번이 처음인 것같다. 나는 움베르토 에코의 전망대로 포스트모던이 아니라 새로운 중세가 되고 새로운 헬레니즘 시기를 지나 중세로 급격히 빨려들어갈 것이라 여겼다. 기후 위기나 자원고갈, 민족주의와 우파의 득세, 지정학적 위기의 고조는 이를 뒷받침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AI가 이를 더 가속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이 흐름을 되돌리거나 진정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 이현진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 - UX 디자이너를 위한 데이터 마인드 안내서이현진(지음), 유엑스리뷰   오프라인 서점에 가지 않으니, 어떤 책들이 출간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도리어 동네 도서관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잦아졌는데, 이 땐 도서관 사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내가 거주하는 곳의 도서관 사서는 꽤 유능해서 좋은 책들 구입해 갖다놓는다. 이 책도 그렇게 접하게 되었다.  조금 길긴하지만, 우선 프롤로그에 적힌 저자의 글을 옮긴다.  이 곳의 디자이너들은 데이터를 잘 아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서비스와 사용자 경험을 데이터 셋의 변수와 값으로 해석한다. 이 변수와 값들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모델을 따르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서비스 현장에서 얻은 다양한 측정값에서 미지의 데이터 모델을 발굴하기..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유디트 샬란스키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유디트 샬란스키(지음), 박경희(옮김), 뮤진트리   기대 이상의 독서였다. 서정적인 서술과 묘사는 마음을 움직였다. 이젠 없는 것들에 대해서 쓴 글들 모음집인 이 책은 수필이면서 픽션이며 다큐멘터리였다. 내가, 혹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계로 이끌며 기록의 소중함을 알린다. 그러나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상실. 흔적으로 남았거나 아예 사라진 것들에 대해서 저자는 적고 노래한다.   시의 파편들이 끝없는 낭만주의의 약속임을. 아직도 여전히 영향력 있는 현대의 이상理想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시예술은 지금까지도 어떤 문학 장르보다 더 함축적인 공허, 의미를 증폭시키는 여백을 갖고 있다. 구두점들은 단어들과 함께 유령의 팔다리처럼 생겨나 잃어버린 완벽함을 주장한다. 원형은 온전히 갖..

리콴유가 말하다, 그래엄 앨리슨, 로버트 블랙윌

리콴유가 말하다 그래엄 앨리슨, 로버트 블랙윌(지음), 석동연(옮김), 행복에너지   많은 사람들이 싱가폴을 관광 목적으로, 사업 목적으로 방문하지만, 그 곳이 민주주의 국가인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곳으로 두바이가 있다. 한국인들에게 '민주주의'는 뭔가 짠한 구석이 있다.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유튜브를 통해 유언비언과 터무니없이 경도된 사상을 전파하는 유튜버들도 미디어로 관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리콴유는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최근 민주주의 위기론도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민주주의로 성공한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은 아닐까 고민 중이다. 최근에 번역 출간된 마틴 울프의 >는 자본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래저..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한상기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한상기(지음), 클라우드나인  이 책으로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알고리듬, 모델, 시스템에 관한 연구 외에도 인공지능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연구 과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길 기대한다. 또한 인공지능과 사회 문제를 연구하는 다양한 학자들이 다루는 주제나 문제점 해결 방안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11쪽)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너무 빠르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우호적이었던 이들까지도 이 발달 속도 앞에서 염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ChatGPT와 같은 채팅 기반의 서비스나, 특정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생산성 도구들 위주로만 관심을 가지는 듯하다. 확실히 편리하다...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2,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2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지음), 곽광수(옮김), 민음사   Natura deficit, fortuna mutatur, deus omnia cernit. 자연은 우리들을 배반하고, 운명은 변하며, 신은 저 높은 곳에서 이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다. (155쪽)   조그만 나의 영혼, 방랑하는 어여쁜 영혼이여, 육체를 받아들인 주인이며 반려인 그대여, 그대 이제 그 곳으로 떠나는구나. 창백하고 거칠고 황폐한 그 곳으로. 늘 하던 농담. 장난은 이제 못하리니. 한순간 더 우리 함께 낯익은 강변들과, 아마도 우리가 이젠 다시 보지 못할 사물들을 둘러보자 ... ... 두 눈을 뜬 채 죽음 속으로 들어가도록 노력하자. ... ... (236쪽)  가끔이지만, 지금 죽으면 어떨까 하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