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36

문명의 붕괴, 조지프 A.테인터

문명의 붕괴 - 조지프 A.테인터/대원사 문명의 붕괴 조지프 A. 테인터, 대원사, 1999. (오래 전에 쓴 서평을 다시 업데이트해 올리는 것은, Slow Death(느린 죽음)이라는 것이 최근의 내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테인터의 이 책은 지금은 구하기 힘들지만, '문명의 붕괴'에 대해 탁월한 통찰을 보여준 책들 중 한 권이다. 레베카 코스타의 에서 초반부 복잡성의 증대가 문명의 붕괴를 불러온다는 견해도 조지프 테인터의 이론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붕괴하는 문명의 끝자락에 있을 지도 모르는데, 사람들은 태평하기만 하고 자신들만을 위한 평화와 안정에만 관심이 있으니 ... 걱정이 앞선다.) "48시간 내로 이라크를 떠나라"라는 최후 통첩은 를 읽고 난 다음 무척 신선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아마 요한묵시..

거짓말의 심리학 - CIA 거짓말 수사 베테랑이 전수하는 거짓말 간파하는 법

거짓말의 심리학 - 필립 휴스턴 외 지음, 박인균 옮김/추수밭(청림출판) 거짓말의 심리학필립 휴스턴, 마이클 플로이드, 수잔 카니세로, 돈 테넌트(지음), 박인균(옮김), 추수밭 '심리학'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인문학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 책은 인문학 서적이라고 보기엔 매우 실천적이다. 영어의 원제는 'Spy the Lie'(거짓말을 알아채라). 인문학 서적이 아니라 진지하지 않다거나 깊이가 없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짓지 말자.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책은 실제 CIA 요원들이 저술하였고,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공개하고 실제 사례를 그대로 분석하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살인사건 용의자로 재판을 받았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O.J..

마음, 나쓰메 소세키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문예출판사 마음, 나쓰메 소세키(지음), 김성기(옮김), 이레 1.나쓰메 소세키, 무려 1세기 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동시대적일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이미 근대성(modernity)의 본질을 간파한 것이리라. 이번 소설도, 내가 이전에 읽었던 소설과 비슷하게, 큰 사건이 없이 한 편의 풍경화처럼 이야기는 조용히 흘러간다. 소설의 전반부는 나와 선생님이 만나고 가깝게 되는 과정을, 소설의 후반부는 선생님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즉 한 부분은 두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나머지 한 부분은 독백에 가까운 편지로만 구성된다. 그런데 누군가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 대화가 아닌 '글로 씌어진 편지'에 의지하게 되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그리고 ..

트리플 미디어 전략, 요코야마 류지

트리플 미디어 전략 - 요코야마 류지 지음, 제일기획 옮김/흐름출판 트리플 미디어 전략요코야마 류지(지음), 제일기획(옮김), 흐름출판 내가 읽은 일본인 저자의 책들은 간략하면서 실용적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온드 미디어(자사가 소유한 미디어), 언드 미디어(비용 지불이 없이 획득될 수 있는 미디어, 가령 SNS같은), 페이드 미디어(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미디어)를 기반으로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 맞춘 매체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변화된 환경 속에서 각 매체 전략에 대한 이야기는 숙독할 만한다. 다만 내용이 간략하고 어렵지 않으며, 경험이 있는 이에겐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지적들이기 때문에, 광고 - 미디어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 하다. * 이 책도 작..

벽 - 건축으로의 여행, 에블린 페레 크리스탱

벽 - 에블린 페레 크리스탱 지음, 김진화 옮김/눌와 벽 - 건축으로의 여행에블린 페레 크리스탱(지음), 김진화(옮김), 눌와 벽에 대한 짧은 에세이다. 건축가인 저자는 건축물로서, 우리가 마주 보며 살아가는 공간으로서의 벽에 대한 여행과 생각을 조용히 들려준다. 그 목소리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녀가 '벽'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좋은 수필의 밑바닥에는 늘 '사랑'이 깔려있다. 신체적 접촉을 통해서 얻게 되는 벽에 대한 지각은 차라리 감각적으로 느끼는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 햇볕으로 따뜻하게 데워진 벽에 어깨를 기대고 있으면 우리를 받쳐주고 있는 벽의 든든함과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동시에 곧게 서 있는 벽,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벽을 지각할 수 있다.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 꼭 침대나 땅 위에 길게 누웠..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 칼 포퍼

열린사회와 그 적들 I - 칼 포퍼 지음, 이한구 옮김/민음사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 칼 R. 포퍼(지음), 이한구(옮김), 민음사 이 리뷰는 허술할 것이다. 읽은 지 1년이 지났고, 뭔가 독후감 같은 걸 남겨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허술한 이 글을 핑계삼아,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을 서가에 꽂을 생각이다. 칼 포퍼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현대의 위대한 과학철학자이면서 보수적 자유주의자로서, 플라톤부터 마르크스까지 '중심(이데아)를 지향하는 어떤 체계'(또는 전체주의)를 극도로 싫어해서 끊임없이 반증을 제시해야 된다고 역설한 학자.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이데아를 이야기하는 고상한 플라톤 대신 현실적으로 이율배반적이며 학문적으로 전체주의..

위대한 전략의 함정 The Strategy Paradox, 마이클 레이너

위대한 전략의 함정 - 마이클 레이너 지음,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 옮김/청림출판 위대한 전략의 함정 The Strategy Paradox, 마이클 레이너(지음),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옮김), 청림출판 오랜만에 읽는 딱딱한 경영 서적이었다. 작년 이맘 때 제프리 페퍼의 책들을 읽고 있었는데, 이번엔 마이클 레이너다. 순수 전략 경영 서적인 관계로 딱딱하고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사례 분석으로 시작해 전략적 불확실성, 그리고 그것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옵션, 조직적 차원의 대응,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이어지는 이 책은 '불성실한 번역'에도 불구하고, 나같이 영어 책 읽는 속도가 턱없이 느린 이들에겐 강력하게 추천할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결과적으로 당시 소니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분야에 총력을 기..

희랍철학입문, W.K.C.거스리

희랍 철학 입문 - W.K.C.거스리 지음, 박종현 옮김/서광사 희랍철학입문, W.K.C.거스리(지음), 박종현(옮김), 종로서적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1981년 초판의 1997년 17쇄본이다. 그리고 서광사에서 다시 나왔으니, 이 책이 계속 나온다는 건 그만큼 학생이 읽기 최적의 책이라는 셈일 게다.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 희랍적 사고 방식- 질료와 형상- 운동의 문제- 휴머니즘으로의 반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 책은 철학에 관심있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되는 책 중의 하나다. 화이트헤드가 '철학사란 플라톤 철학의 각주'라고 이야기하듯, 플라톤 철학은 철학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철학이라면, 플라톤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희랍(그리스) 철학 전반을 알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모리스 블랑쇼에 대하여, 엠마누엘 레비나스

모리스 블랑쇼에 대하여 - 엠마누엘 레비나스 지음, 박규현 옮김/동문선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고 직장에서의 내 위치가 올라갈수록 개인 시간을 만들기란 참 어려운 일임을 새삼 깨닫고 있다. 특히 돈벌이와 무관한, 개인적 시간은 가족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임을. 그 중 하나가 책을 읽고 난 다음 짧은 서평을 쓰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읽은 몇 권의 책에 대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 책도 그 중 한 권이다. 쓰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쓰게 된다면, 적어도 그 책에 대한 찬사가 되어야 하고, 그 찬사가 그 책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에마누엘 레비나스의 '모리스 블랑쇼에 대하여'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책이다. 레비나스는 오래 동안 블랑쇼와의 깊은 우정을 통해 그의 ..

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

살아야 하는 이유 -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사계절출판사 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지음), 송태욱(옮김), 사계절 결국 우리는 각자 자신이 꿈속에서 제조한 폭탄을 껴안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죽음이라는 먼 곳으로 담소를 나누며 걸어가는 게 아닐까. 다만 어떤 것을 껴안고 있는지 다른 사람도 모르고 나도 모르기 때문에 행복할 것이다. 나는 내 병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유럽의 전쟁도 아마 어떤 시대부터 계속된 것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우여곡절을 겪어 나갈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계속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있다. - 나쓰메 소세키, (산문집) 중에서 강상중 교수의 (사계절,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