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36

콰이어트, 수전 케인

콰이어트 Quiet -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콰이어트Quiet, 수전 케인(지음), 김우열(옮김), RHK 책을 읽은 지 벌써 2달이 지났고, 내 바쁜 일상은 이 책의 리뷰를 허락하지 않았다. 몇 장에 걸쳐 책의 내용을 메모해놓았으나, 기억이 가물가물한 걸 보면 이 책은 세계적인 명성에 비하면 다소 식상하고 너무 미국적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외향성이 강요되고 내향성은 회피된다. 미국의 교육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이는 고쳐야만 한다. 그리고 책은 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들과 저서들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이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 것은 그만큼 외향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외향성이 다소 강요..

올해 읽은 3권의 책

(이 글은 yes24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간단하게 소감을 적은 것이며, 조중걸 선생님의 '현대예술'은 읽은지 몇 달이 지나도록 서평을 쓰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긴 서평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해보기로 하자) 올해의 책을 여기저기서 발표하지만, 우리들은 올해 출판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출판된 책들도 읽는다. 심지어 기원전에 출판되어 수대에 걸쳐 읽혀져 온 책들을 이제서야 읽는 경우도 있다. 책은 이미 너무 많다. 결국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느냐가 아니라,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로 귀결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많은 책을 읽었지만, 비판적 사고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꽤 많이 봐았다. 그들은 책을 읽는다는 '반성적 행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들이 읽은 책과는 유리되어, 그들의 책 목록이..

워드프레스 웹사이트 만들기

Do it! 워드프레스 웹사이트 만들기 - 이태원.최동진 지음/이지스퍼블리싱 Do it! 워드프레스 웹사이트 만들기이태원, 최동진(지음), 이지스퍼블리싱 책을 읽으면서 내내 '웹 사이트 제작'에 대해 고민했다. 내가 얼마 전부터 새로 몸 담은 회사가 '웹 에이전시'이기 때문이다. 워드프레스는 일종의 콘텐츠 기반의 웹 사이트 저작툴(CMS, Content Management System)이다. 그리고 많은 웹에이전시에서 워드프레스 기반의 웹 사이트를 제작하고 있기도 하다. 웹에이전시에서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제작하는 웹사이트와 이 책에서 설명하는 웹 사이트는 많은 부분 다르지만, 수 년 전이었다면 참 비싸게 만들었을 것을 이젠 조금의 노력만으로도 가능하게 변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고 할까. 솔직하..

시를 읽다 - 박서영, 손의 의미

얇게,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 비가 내리고 우리들의 일상은, 놀랍도록 조용히 흘러간다. 지하철에서 내려 걸어가는 동안, 나는 간밤 바람에 떨어진 나뭇잎들을 밟았다. 사무실로 걸어가는 동안, 지나치게 되는 어느 중학교 뒷편은 고요했고 무채색 아파트 벽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어제 어쩌다가 보니, 시를 읽게 되었다. 알지 못하는 시인이었지만, 오래, 어떤 손이 가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비가 그치고, 바람이 그치고, 우리 삶도 그치테지만, 어떤 시들의 여운은 문명의 끝까지 가면 좋으리라. 손의 의미 박서영 기타를 잘 치는 긴 손가락을 갖기 위해손가락과 손가락 사이 갈퀴를 찢어버린 사람,그러고 보면 호미를 쥐는 손은 호미에 맞게펜을 쥐는 손은 펜에 맞게 점점 변해가는 것 같다그건 자신의 울음에 알맞은 손을..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 요헨 마이/다니엘 레티히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 - 요헨 마이 외 지음, 오공훈 옮김/지식갤러리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요헨 마이, 다니엘 레티히(지음), 오공훈(옮김), 지식갤러리 최근의 많은 연구들은 사람들은 행동에는 논리적인 배경이나 합리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이유가 숨겨져 있다고 여기게 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는 그것을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한다는 점에서 우리 스스로를 불가해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이 책은 그러한 무수한 (심리학적인) 연구들과 그 결과에 대한, 일종의 요약서이다. 그래서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모차르트 효과, 깨진 유리창 이론, 마시멜로 효과, 머피의 법칙 등을 포함해, 전공자가 아니라면 생소하지만, 아하~ 하고 공감하게 되는 123가지의 이야기를 우..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루이 알튀세르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 루이 알튀세르 지음, 권은미 옮김/이매진 그가 죽고 난 다음, 르몽드에서 한 면을 통째로 특집으로 꾸몄다. 20세기 후반기 마르크스주의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내팽개쳐져 있을 무렵, 어느 마르크스주의자의 인생과 학문 세계가 유력 일간지 특집으로 나온 것이다. 루이 알튀세르. 현대적 마르크스주의를 만든, 거의 독보적인 인물. 구조주의와 정신분석학을 마르크스주의에 도입한 철학자. 하지만 그는 레지스탕스 동료이기도 했던 아내를 목졸라 죽이고 침묵의 세월 보내며 죽는다. 그리고 죽기 전에 발표한 자서전,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는,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 내며, 자신의 세계를 정신분석학적으로 도려내어 분석한다. 문장 문장 하나가 잔인하고 고통스러우며, 추억은 쪼개지며, 사랑..

유저 User, 에런 샤피로

유저 - 에런 샤피로 지음, 박세연 옮김/민음사 유저 (Users, Not Customers: Who Really Determines the Success of Your Business)에런 샤피로(지음), 박세연(옮김), 민음사 UI를 지나 이제 UX가 강조되고 있다.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를 거칠게 정의하자면, 인간과 기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 할까. 대표적인 인터페이스가 키보드, 마우스, 터치 패드 같은 것이다.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는 근래에 부각되기 시작했는데, 인터페이스만으로는 부족한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나 할까. UX에 대한 강조는 어디에서 어떤 소리로 어떤 색상의 어떤 움직임이냐 ... 등등 사용자를 둘러싼, 감각적 경험..

남자 삼대 교류사, 박유상

남자 삼대 교류사 - 박유상 지음/메디치미디어 남자 삼대 교류사박유상(지음), 메디치 나이 마흔에 아들을 얻었다. 늦어도 이렇게 늦을 수가 없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니, 준비가 되었을리 만무하다. 모든 게 낯설고 힘들다. 한 해 한 해 나는 나이가 들 것이고 주름이 늘 것이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 아들이 야구를 하자거나 축구를 하자고 했을 때, 내 나이는 쉰을 넘길 것이니, 내가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을 테고 ...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신문을 읽다, 이 책을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 - 아버지 - 아들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남자들의 교류사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 걱정을 가졌던 터라, 이 책은 내심 반가웠다. 못난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협상의 전략, 리처드 셸

협상의 전략 - 리처드 셸 지음, 박헌준 옮김/김영사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협상의 전략리처드 셸(지음), 박헌준(옮김), 김영사 협상(negotiation), 매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중요한 단어이지만, 책 한 두 권 읽는다고 자신의 협상 능력이 올라갈 일이 만무한 탓에, 우리는 금세 '협상'이라는 단어를 잊고 만다. 나 또한 그래 왔다. 리처드 셸의 이 책은 협상에 대한 실제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와튼 스쿨(Wharton School) 협상 프로그램의 주임교수인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협상은 책에서 배울 수 없다. 직접 협상에 나서봐야만 배울 수 있다"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제임스 프로인트(James C. Freund)의 말을 인용하면서 끊임없는 연습을..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가쁜 사랑, 폴 세르주 카콩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 - 폴 세르주 카콩 지음, 백선희 옮김/마음산책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가쁜 사랑 폴 세르주 카콩(Pol-Serge Kakon) 지음,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출처: http://i12bent.tumblr.com/post/242749612/jean-seberg-nov-13-1938-1979-was-an 그러고 보면 이 책의 독자는 정해져 있었다. 로맹 가리Romain Gary, 혹은 에밀 아자르Emile Ajar의 팬이거나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의 ‘네 멋대로 해라À bout de souffle’의 여 주인공 진 세버그Jean Seberg를 잊지 못하는 이들로. 그러나 이 두 부류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재미있지 않다. 로맹 가리의 소설을 읽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