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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리움

OLAFUR ELIASSON THE PARLIAMENT OF POSSIBILITIES LEEUM, 2016.9.28 - 2017.2.26 올라퍼 엘리아슨, 세상의 모든 가능성, 리움미술관 "I like to believe that the core element of my work lies in the experience of it" 올라퍼 엘리아슨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자연에서 영감받은 듯한, 빛을 반사하고 색조로 물결치는 유리, 그리고 인공적인 장치들을 통한 자연 현상들의 재현들로 갤러리, 혹은 미술관 안에서 자연을 느낀다. 2017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올라퍼 엘리아슨의 전시는 그 해 가장 성공적인 전시였으며, 관람객들에게는 보기 드문 감동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계..

한 잔의 깔바도스

술 기운이 확 올라왔다. 피곤했다. 지쳐있었다. 어쩌다 보니, 다시 프로젝트의 한복판에 있었다. 자주 술을 마신다. 팀원을 다독이기 위해서 마시고 나를 위로하기 위해 마시고 이런저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신다. 블로그도 뜸하다 보니, 오는 사람도 뜸해진다. 레마르크의 을 읽다보면, 사과로 만든 술 '깔바도스'가 궁금해진다. 사과향이 확 올라오지만, 끝은 무겁고 까칠하다. 거친 사내의 느낌이다. 둔탁하지 않고 날카롭다. 적당한 바디감이지만, 부드럽지 못해 살짝 불쾌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연거푸 마셔 한 잔을 빠르게 비운다. 비운 만큼, 내 마음의 때도 알코올 향 따라 사라질려나.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올해의 반성이니 결산이니 하는 건 사치다. 그저 술을 마실 뿐이다. 이렇게 술을 마시기도 한다...

발터 벤야민 - 그의 생애와 시대, 베르너 풀트

발터 벤야민 - 그의 생애와 시대 Walter Benjamin Zwischen den Stuhlen: Eine Biographie베르너 풀트Werner Fuld(지음), 이기식, 김영옥(옮김), 문학과지성사, 1985년 1.새 책도 사서 읽지만, 읽지 않은 채 서가에 잠자던 책도 꺼내 읽는다. 다 읽고 난 다음,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을까 하는 책도 있고, 이제 읽으니 제대로 이해가 되는구나 하는 책도 있다. 어떤 책들은 읽으려고 노력해도 읽히지 않는다. 대체로 인문학이 그렇다. 때론 소설도 있다. 이 책, ‘발터 벤야민 - 그의 생애와 시대’는 둘 다 해당된다. 2.여기에서 벤야민의 사유에 있어서의 급진적인 전환점을 보는 매우 많은 해석자들이 있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이론의 자산이 그러한 모델 -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의 자질

출처: https://elu.nl/careers-in-data-science-data-analyst-vs-data-engineer-vs-data-scientist/ 간추려 보자면, 1. 통계학이나 수학 석사 학위 이상을 지니고 통계적 모델과 머신러닝 알고리듬을 만들 수 있는 능력, 2. 플랫폼에 상관없이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추출해 가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 실력, 3. 각종 데이터베이스의 구조에 관한 실전 지식, 4. 뛰어난 통찰력과 분석 능력, 5. 데이터 시각화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 6. 해당 비즈니스와 산업에 관한 기본 지식, 7. 기술적인 콘셉트를 일반 언어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소통능력 등이 있다. 더불어 이 분야에 대한 남다른 열정까지 거론된다. - , 유혁의 데이터 이야기 중에서(중앙일보..

에밀 시오랑, 언어의 위축

우유부단한 자들로부터 교육을 받고, 단편적인 사실과 흔적들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우리는 실제 사례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상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한 작가가 침묵했던 것, 말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던 것, 그 말하지 않은 것의 깊이이다. 작가가 어떤 작품을 남겼다면,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면, 우리는 분명 그를 잊을 것이다. 자신의 환멸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줄 모르고 그대로 사라지게 내버려둔 실패자, 그 실패한 예술가의 운명 ... - '언어의 위축', 에밀 시오랑, (김정숙 옮김, 문학동네)중에서 퇴근한 후, 책상 위에 놓인 책 첫 구절을 옮겨놓는다. 20세기말 르몽드에서 불어로 가장 아름다운 글을 남긴 작가들 중 5위 안에 속했던 철학자인데, 국내에선 거의 읽히지 않..

밀레니얼 세대와 리더

신문을 읽는다. 평일은 거의 읽지 못해, 주말에 몰아 읽는다. 실은 거의 읽을 게 없어서 내년부턴 종이신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의 뉴스는 인터넷을 통해 다 접하고 있으니, 새로운 기사를 읽는 것도 아니고 눈길을 주는 것은 칼럼들인데, 대체로 형편없다. 월 구독료를 낼 바엔 책 한 권 사서 읽는 게 좋다. 한국엔 정말 읽을 만한 신문 찾기가 어렵다. 그만큼 믿을 만한 필자들도 없어져 가고 있다. 하향 평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건 이 곳 저 곳이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인 것같다. 조직 내의 내부 갈등은 내 경험 상 세대 간의 갈등이 아니라 문제 있는 개인으로 시작해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진다. 큰 조직의 경우, 다양한 갈등이 상존하기 마련이고 이를 세대 갈등으로 몰아가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

도덕의 기원, 마이클 토마셀로

도덕의 기원 A Natural History of Human Morality 마이클 토마셀로 Michael Tomasello(지음), 유강은(옮김), 이데아 무척 평가가 좋은 책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 내가 이 책을 왜 읽었지 하는 후회를 하고 있다(읽을 책을 쌓아두고 있는 상황에). 협력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이론에 다양한 난제를 제시한다. - 31쪽 대형 유인원과 인간 아동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 인류가 어떻게 도덕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다양한 연구들과 가설들로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 그 대부분들은 가설에 머물 뿐이다. 결국 진화론을 바탕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도덕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은 아닐까. 그래서 도덕의 기원이 확실하게 어떤 것 때문이라고 말할 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의 어려움

십수년 전 오프라인 기업들을 인터넷 환경에 적응시키고 변화시킨다는 개념의 e-transformation라는 단어가, 최근 Digital Transformation라는 단어로 확장되었다. 실은 많은 기업들이 이미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여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Transformation을 이야기한다는 건 그만큼 제대로 디지털 환경에 변화하지 못했음을 뜻하고 동시에 이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실제 실무자로서 이러한 Digital Transformation project를 수행한다면 홍수나 태풍으로 난장판이 되어가는 어떤 장소의 한 복판에 자신이 있음을 알게 될 지도 모른다. 차라리 Innovation이 나을 지도 모른다. Innovation이라고 하면, 한없이 어려운 것이..

어원 쇼의 '실패'

실패학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실패에 대한 글들을 모을 생각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자료도 조금 모았으나, 정리하지도 못했고. 어윈 쇼Irwin Shaw의 문장을 옮겨놓는다. 조금의 위로가 된다. "누구에게나 실패가 성공보다 더 지속적으로 찾아옵니다. 비가 많이 오는 곳에서 사는 것과 같지요. 가끔 화창한 날도 있지만 대개 밖에는 비가 내리니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편이 낫습니다. 아무튼 실패는 자기 연민을 낳기 쉬운데 제 경험상 자기 연민은 대단한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어원 쇼 (소설가)

한영수 (1933 - 1999)

밀린 신문을 읽다가 '한영수'를 발견한다. 사진가다. 자세히 알진 못하나, 광고 사진가로 유명했다고 한다. 가끔 광고 사진가라고 하면, 상업 사진가로 이해한다. 전형적인 방식으로 시선을 속이며 자극하며 사람을 끌어당긴다고. 하지만 한영수 앞에선 이러한 생각은 편견이 되어 무너진다. 실은 그의 광고 사진을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다. 도리어 광고 사진보다는 젊은 시절 그가 찍었던 전후 서울의 모습만 빼곡하게 검색된다. 그래서 한영수는 우리에게 지나간, 경험하지 못한, 아련하게, 소문으로만 떠돌던 그 때 그 장소를 비밀스럽게 드러낸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알지 못한다. 흔적도 없었다. 그 땐 배고프고 힘들고 아팠다는 소리만 들었다. 그러나, 한영수 사진 속의 서울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그 때 그랬던 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