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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소식, 파울 첼란

여름 소식 파울 첼란 이제는 아무도 밟지 않는, 에둘러 가는 백리향(百里香) 양탄자 종소리벌판을, 가로 질러 놓인 빈 행(行).바람이 짓부수어 놓은 곳으로는 아무 것도 실려 오지 않는다. 다시금 흩어진 말들과의 만남, 가령 낙석(落石), 딱딱한 풀들, 시간. - 전영애 옮김, (민음사) 중에서 이렇게 다시 시집을 읽을 줄 알았다면, 그 많던 시집들을 버리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외국 시를 읽게 될 줄 알았다면, 지금 나오지 않는 번역 시집을 사두고 버리지 말 걸, 이렇게 외국 시의 아름다움을 즐기게 될 줄 알았다면 외국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 둘 것을... 이번 주 내내 파울 첼란의 시를 읽었다.

고독행성, 박정대

고독 행성 박정대 콜 미, 가수는 밤 새 노래를 하고 나는 로즈제라늄 곁에 누워 있네 여기는 12월의 입구를 떠도는 고독 행성 방울토마토처럼 입 안 가득 깨물고 싶은 밤 그 밤의 옆구리로 밤새도록 눈발들은 허공의 밀사처럼 소리 없이 내리는데, 눈발들이 내려와 고독고독 쌓이는 이곳은 하얀 침묵의 지붕을 모자처럼 쓰고 서 있는 고독 행성 콜 미, 밤 새 가수는 저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지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쌓이는 노래들 고독 행성에 호롱불이 켜지는 점등의 시간이 오면 생의 비등점에선 주전자의 물이 끓어오르고 톱밥 난로의 내면을 가진 천사들은 따스하게 데워진 생의 안쪽에서 영혼의 국경선을 생각하네 콜 미, 가수의 목소리도 가랑잎처럼 바람에 뒤척이는데 창문 밖 국경수비대들도 하얀 눈발을 뒤집어쓰고 곤하..

새틴 이온Satin Ions, 니나 카넬(Nina Canell) 개인전

니나 카렐Nina Canell 개인전 2015년 5월 29일 - 8월 9일 아르코미술관 제2전시실 전시 팸플릿을 읽어야만 이해가 되는 예술 작품은 어떻게 받아야 들여야 할까. 그리고 이해만 될 뿐이라면 또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난감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작년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니나 카렐 개인전인 그런 종류의 전시였다. 마치 '현대 미술의 제 무덤 파기 프로젝트'로 여겨질 정도라고 할까. 요점만 말하자면, 예술 작품은 본질적으로 '어떤 심리적 환기'를 가지고 와야 한다. 칸트는 이를 '쾌', '불쾌'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런데 나는 니나 카렐 작품 앞에서 멈칫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일종의 연구이긴 하지만, 그래서? 연구는 실험실에서 하는 것이다. 마치 외계인의 언어처럼 내 앞에 덩그러니 놓여진..

메이커스Makers, 크리스 앤더슨

메이커스Makers 크리스 엔더슨(지음), 윤태경(옮김), RHK코리아 2012년도에 출간된 크리스 엔더슨의 는 2013년도에 한글로 번역되었고, 그 해 여러 저널, 여러 경제연구소의 추천 도서로 올라갔지만, 나는 2016년에서야 읽었다. 이렇게 보면 꽤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여겨질 지 모르나(*), 아직 크리스 엔더슨이 이야기하는 제조업 혁명을 체감하긴 어렵다. 몇몇 작은 기업들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에 주목받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긴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이를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2016년에도 아직 너무 빠른 트렌드인가. 이 책에서 크리스 엔더슨은 기존 제조업이 공장에서, 값비싼 기계로, 어렵고 전문적인 공정을 통해 이루어졌다면, 이제 온라인과 연결된 기계로, 매우 손쉽게, 책상 위에..

토요일, 이른 오후의 외출

창 밖으로 불상들이 보였다. 파란색 카디건 안에 숨죽이고 있던 땀이 올라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차가운 목소리를 가진 커피숍 아가씨가 내 대답을 받아주었다. 한남동이다. 나에게 조금 익숙한 신동빌딩이 있고 그 빌딩 일층엔 언제나 가고 싶은 와인샵이, 그 옆으론 BMW도이치모터스 한남전시장, 그리고 할리데이비슨 코리아가 있었다. 봄이라고들 말하지만, 봄은 중년 사내의 마음 속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겉돌고 있기만 하다. 하긴 어느 해의 봄인들, 지쳐가는 중년을 즐거이 맞이할까. 봄은 화려한 사랑을 꿈꾸는 처녀들과 언제나 승리로 끝나는 모험과 도전만 있다고 믿는 청년들만 반길 뿐이다. 테이블 위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가져다 주었다. 그 사이, 나는 책을 떨어뜨렸다. 고요하던 커피숍 안으로 떨어지는 책..

이불 LEE BUL,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이불 LEE BUL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2014.9.30 – 2015.3.1 (현대자동차 http://brand.hyundai.com/ko/main.do) 그 공간에 서면, 작품 한 가운데 서면, ‘여긴 어디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빨리 나가거나 계속 머무르거나. 에서. 2014년 이불은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아 국립현대미술관에 2개의 작품을 전시한다. 와 . 둘 다 기계적 초현실주의, 혹은 실험주의라고 할까. 미술에서 초현실주의나 실험주의라고 하면, 반-기계적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이탈리아의 F.T.마리네티Marinetti는 미래주의를 주장하면서 기계적 특징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하지만 그 흐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금세 반-기계주의로 기울었지만. 내..

영어공부 추천 앱APP - Public Radio & Podcast

일상 생활에서 영어를 쓸 일이 없다보니, 영어 실력은 늘 제 자리 걸음이다. 방통대 영문과도 휴학 상태이고. 겨우 영문을 읽는 속도만 조금 빨라진 것같다. 이제서야 영어 표현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니. 그 동안 시간 허비를 한 셈이다. 아니면 이 정도의 시간이 걸려야만 깨달을 수 있는 것이든가. 요즘 잠시 쉬는 틈을 활용에 하루에 1시간 이상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좋아졌더라. 외국어는 무조건 많이 들어야 하는데, 예전에는 들을 수 없었다. 고작 AFKN(주한미군방송)이었는데, 이것도 주파수가 잡히는 지역에서나 가능한 일, 나머지는 그저 어학 테잎만 주구장천 들어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인터넷엔 들어가면 온통 다 영어다. 커뮤니티에 들어가 영어로 댓글을 달거나 게시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

어쩌면 나도 오해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저런 자료를 살펴보다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사무실을 구하고 사업자 등록증을 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준비다. 그러니 어디 가서 사업 시작했다고 말하면 안 된다.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아래의 세 가지를 의미한다. 1.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생산설비나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직접 고객을 만나고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한 푼이라도 버는 것. 2. 고객을 어떻게 만나고,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주며, 어떻게 경쟁에서 이겨 시장에 안착하는가에 대한 것. 3. 새로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창업 비용의 40%를 간접비용으로 날린다는 것. 실제 제품 생산이나 서비스 구축 비용만큼 간접 인력에 대한 인..

금주禁酒의 시절

금주(禁酒)가 금주(琴酒, 거문고와 술)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고 보니, 한달 이상 술을 마시지 않은 게, 그 때 이후로 처음인 것같다. 나 혼자만의 사랑에 빠져, 나 혼자 발광하다가 차였을 때. 그리고 한참 후 그 때 그 소녀를 다시 만났는데, 그 땐 왜 계속 만나지 않았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 그 소녀 참 좋아했는데 말이다. 그러나 나, 잘난 척하지만, 내 깊숙한 곳엔 어떤 컴플렉스가. 결국 그런 문제와 부딪힌다, 그러니, 같은 영화만 좋아하는 것이다. 막판에 가서 폭발하곤 끝장내는. (하긴 컴플렉스 없는 현대인이 어디 있을까. 거대 도시에서의 삶, 자본주의 아래에서의 강력한 경쟁을 경험한 지 이제 고작 150년 정도 되었는데, 저 오래된 농경생활에서 벗어나...) 침묵의 끝은 폭발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