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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쓸쓸함, 그리고 스타벅스 커피와 홀로

토요일 아침, 국을 끓이고 밥을 짓고 쓰레기를 버리고 ... 아, 겨울인가, 그러기엔 춥지 않아, 이 불길함이란.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마을에 백 명의 사람이 있고 그 중 한 명이 살해당한다. 사람들은 서로 웅성웅성거리며 누가 범인인지 추측해 대다가 마을 사람들과 교류가 적어 오해를 사고 있던 한 명을 지목하곤 자신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변하였음에도 교수형에 처해버린다. 그리고 그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변호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심하게 때리곤 마을에서 쫓아내 버린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다른 사람 한 명이 또 살해당하고,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가 살인하지 않았음을 막연하게 추측하곤 외부의 도움을 구하기 시작한다. 과연 마을 사람들은 죄가 없는가? 내가 이런 마을에서 살고 있다면,..

1월 7일 일요일

구립 도서관을 가려다 집 근처 스터디카페로 향했다. 커피 두 세잔 가격으로 6시간을 있었다.읽고 노트할 거리를 잔뜩 들고 갔지만, 언제나 시간이 부족할 뿐이다. 영어 단어와 한글 단어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깨닫게 되자, 더욱더 영어로 책을 읽고 싶어졌다. 황당할 정도로 뒤늦게 이것저것 깨우치게 된다. 거참. 살짝 늦은 감이 있지만, AI와 빅데이터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찾아 읽고 정리하고 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내가, 혹은 인류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속도를 추월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단순하게 말해, 살기 피곤해졌음을 뜻한다. 배우는 것을 즐기는 이들에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수학..

루시언 프로이드, 조디 그레이그

루시언 프로이드 Lucian Freud 조디 그레이그(지음), 권영진(옮김), 다비치 설마 이렇게 책이 끝나지 않겠지 하고 생각했다. 첫 장부터 끝날 때까지 저자는 각오한 듯이 루시언 프로이드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말하기로 작정했다. 루시언 프로이드의 솔직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루시언 프로이드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큰 오산이다. 도리어 이 책을 읽음으로 루시언 프로이드를 좋아하는 현대 미술가의 목록에서 지우게 될 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의 인품이나 성격과 그의 작품을 동일시한다는 사실을 안다. 가끔 어느 전시회에서 어떤 작품을 보고 난 다음, 그 예술가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나는 이 장..

샤또 드 파랑쉐 뀌베 라파엘 2019

샤또 드 파랑쉐 뀌베 라파엘 2019 Chateau de Parenchere Cuvee Raphael 2019 메를로 50%, 카베르네 쇼비뇽 50%으로 블랜딩된 와인으로 샤또 드 파랑쉐의 대표 와인이다. 아래 등급으로는 보르도 슈페리어 루즈가 있고 위로는 에스프리 드 파랑쉐가 있다. 하지만 빈티지마다 유통가격이 제각각이다. 파랑쉐 보르도 슈페리어는 병당 8유로 ~ 10유로면 살 수 있지만, 국내 샵에서는 4만원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했다(이런 도둑놈들!). 내가 마신 뀌베 라파엘은 12유로 이상. 그리고 에스프리 드 파랑쉐는 19유로다. 샤또 드 파랑쉐 홈페이지에 가면 6병이 들어가 있는 박스로 구입할 때 위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많이 사면 가격은 더 떨어진다. 하지만 한국으로 운송하려면 세금이..

2023년 책들의 기록, "왜 읽는 걸까?"

2023년 책들의 기록, "왜 읽는 걸까?"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라고 강유원 선생은 에서 이야기하지만, 책 읽는 인간들은 정말 병이 든 걸까. 정말 아픔을 참으며 자신이 병이 든 사실조차 모른 채 책을 읽는 걸까. 아니면 병 들었음을 알기에 책을 읽는 걸까. 스티븐 핑커는 를 통해 인류는 폭력성과 싸우며 나은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고 역설하지만, 너무 쉽게 낙관하는 건 아닐까. 소수의 인간들은 병 들어 자신의 무력함을 숨기기 위해 끊임없이 책을 강조해 왔으며 여기에 현혹된 이들이 권력을 잡으면서 책 읽기는 인류 문명의 버릴 수 없는 문화가 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어린 알렉산드로스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

책들의 우주 2024.01.06

평행과 역설, 다니엘 바렌보임, 에드워드 사이드

평행과 역설 Parallels & Paradoxes 다니엘 바렌보임, 에드워드 사이드(지음), 장영준(옮김), 생각의 나무 (현재는 마티에서 출간된 것으로 구할 수 있다. 역자도 바뀌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작년 내내 띄엄띄엄 읽었던 바렌보임과 사이드과의 대화를 담은 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아랍인(팔레스타인이 고향인) 에드워드 사이드. 이 둘의 대화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했다.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을 떠올리면, 종교라든가 인종 갈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실은 세계 2차 대전의 희생자로서의 유대인에 대한 서구 사회의 일종의 책임감, 죄의식 등이 뒤섞여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졌..

2024년, 기도하는 마음으로 견디자.

2023년말 우리 모두가 알았던, 이제는 세계 사람들이 아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던 영화배우가 스스로 이 세상과 등졌다. 두 아이의 아빠가 그렇게 떠났다. 이제 한국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비가 와도 내 책임, 눈이 와도 내 책임 같다던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가신 후에, 한국 사회는 안타깝게도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 잠시 선진국이 된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지금은 하염없이 뒤로, 과거로 밀려내려가는 중이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한 나라의 리더는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과 비례할 뿐이다. 새해 초부터 야당 지도자의 피습 소식이 멀리 남쪽 도시로부터 전해져 오고, ... 혹시 사람들은 알련지 모르겠지만, 야당 지도자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 대부분이 구속되었거나 검찰 고발을..

2023년의 대한민국이 싫다

두 아이의 아빠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너무 화가 나는 하루였다. 검찰, 경찰, 언론의 합작품이다. 그리고 자극적인 컨텐츠를 올리는 유튜버들과 무관심한 척하는 대중들의 묵인 아래 이루어진 일이다. 실은 며칠 전 아파트 화재 속에서 어린 딸들을 안고 뛰어내린 아빠의 부고 기사를 보면 열이 받아있었다. 방 안에서 담배 때문에 불이 났고, 그 담배를 피운 이가 70대 노인이라는 사실에, 그냥 지금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의 앞날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정치든, 경제든 ... 평일 교외 카페를 가보라. 한껏 꾸며 입고 이야기를 나누는 노인들로 가득하다. 실은 노인이라고 부르기도 그렇다. 60대, 70대여도 아직 젊게 보이니까. 그들은 젊은이들에게 자신들이 젊을 때 열심히 일해 쌓아 올린 부라고 ..

<<서울의 봄>>을 보고

성탄절 연휴 때 아들과 을 보았다. 그냥 보고 난 다음 생각을 메모해본다. 1. 지금 60대는 80년대에 이십대 청춘을 보낸 이들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기사들을 보면 이들 대다수가 현 여당(국민의 힘)을 지지한다. 그들이 그들의 청춘을 어둡게 만들었던 신군부 세력의 정치적 후배들을 지지한다. 나는 그것에 심한 절망감을 느꼈다. 심지어 80년대 반정부 민주화 투쟁으로 젊음을 불태웠던 이들 중 일부는 신군부 세력의 정치적 후배들이 되었다. 더 나아가 뉴라이트의 핵심 주축이 되었다. 2. 어쩌면 이것은 한국인 특유의 성향이 개인 삶의 일관성이나 자신을 증명하는 세계관이나 가치, 철학을 한 번에 내팽개칠 수 있는 문화적, 심리적 토대를 형성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것이 심리적 변명으로 작용하여 ..

하기아 소피아 성당

하기아 소피아 성당. 콘스탄티노플에서 이스탄불로 바뀌면서 교회는 이슬람사원 모스크로 바뀌었다. 그러니 현재의 모스크들은 건축학적으론 그리스도교의 교회에서 유래한 것이다. 애초에서는 로마의 바실리카에서 왔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르네상스 교회의 면죄부 판매는 성장하던 오스만제국에 맞서기 위한 로마 교황의 무리한 욕심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자생적으로 나온 듯하지만 실은 오스만제국과의 깊은 교류가 있었던 것도 영향이 있었다. 내가 갔던 십수년 전 소피아성당에선 모스크의 흔적을 지우고 초기 교회의 벽화를 복원하고 있었다. 의미심장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 아래서 성지순례를 온 한국 기독교인들의 무례한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불쾌했지만. (하지만 2020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박물관에서 다시 모스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