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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독서 +22


유감이다

조지수(지음), 지혜정원



어쩌면 나도, 이 책도, 이 세상도 유감일지도 모르겠구나. 다행스럽게도 책읽기는, 늘 그렇듯이 지루하지 않고 정신없이 이리저리 밀리는 일상을 견디게 하는 약이 되었다. 하지만 책 읽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나는 이제 책 읽는 사람들을 만날 일 조차 없이 사무실과 집만 오간다. 주말이면 의무적으로 가족나들이를 하고 온전하게 나를 위한 시간 따위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이젠 그런 고민마저 사치스럽다고 여기게 되는 건 그만큼 미래가 불안하고 현재가 아픈 탓이다. 


근대는 "주체적 인간"이라는 이념으로 중세를 벗어났다. 현대는 "가면의 인간"에 의해 근대를 극복한다. 우리의 새로운 삶은 가면에 의해 운명의 노예라는 비극을 극복한다. 가면이 새로운 주체적 운명이다. (26쪽) 


Masks Mocking Death

James Ensor 

100.3 x 81.3 cm, Oil on canvas

1888, Staatsgalerie Stuttgart, Germany 



'가면'은 현대를 특징짓는 몇 되지 않는 단어라 생각하지만, 학자들은 '가면'이라는 단어 대신 '정체성(identity)'를 사용한다. 시뮬라크르와 정체성이 결합되면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다. 이 결합만으로도 충분히 비극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하지만, 비극적이라 여기는 건 나같은 근대주의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일지도. 


거짓은 삶의 본래적인 양상이다. 문명과 문화는 허영과 기만을 자양분으로 성장한다. (26쪽) 


이십대 후반, 태어나 처음으로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내 생의 모토를 '진정성'으로 삼았을 때, 나는 현대 문명과 문화로부터 멀어진 것이다. 그 이후 내 마음대로 살았으니, 나에게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철이 없었다. 세계는 벽으로 둘러쳐져 있었으나, 나에게 벽이 없었다. 하지만 가면을 집어드는 순간, 벽에 손이 닿는 순간, 나는 사라지고 외부세계만 눈에 보였다. 


내적 사색과 사회적 조회가 좋은 삶의 조건이다. (135쪽) 


나는 내적 사색만 추구하는 인간이다. 사회적 조화? 그걸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뒤늦게 사회적 조화를 찾으려고 하니, 마치 수영을 하지 못하는 노인이 강을 건너기 위해 강물에 뛰어드는 꼴이라고 할까. 한 마디로 '찌질이'인 셈이다. 이 책의 부제가 '세상의 모든 찌질이들에게 바치는 헛소리 모음집'이니, 이 글도, 이 책도 헛소리의 한 종류로 구분될 것이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하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에밀 시오랑이 자신의 태어남을 저주하였듯이, 나도 내 존재 자체를 저주하게 될까. 모를 일이다. 



* 관련 리뷰 * 

2003/01/25 - [책들의 우주/문학] - 내 생일날의 고독, 에밀 시오랑

2008/12/24 - [책들의 우주/문학] - 나스타샤, 조지수

2015/02/28 - [책들의 우주/문학] - 원 맨즈 독, 조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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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으로 불상들이 보였다. 파란색 카디건 안에 숨죽이고 있던 땀이 올라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차가운 목소리를 가진 커피숍 아가씨가 내 대답을 받아주었다. 한남동이다. 나에게 조금 익숙한 신동빌딩이 있고 그 빌딩 일층엔 언제나 가고 싶은 와인샵이, 그 옆으론 BMW도이치모터스 한남전시장, 그리고 할리데이비슨 코리아가 있었다. 


봄이라고들 말하지만, 봄은 중년 사내의 마음 속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겉돌고 있기만 하다. 하긴 어느 해의 봄인들, 지쳐가는 중년을 즐거이 맞이할까. 봄은 화려한 사랑을 꿈꾸는 처녀들과 언제나 승리로 끝나는 모험과 도전만 있다고 믿는 청년들만 반길 뿐이다. 


테이블 위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가져다 주었다. 그 사이, 나는 책을 떨어뜨렸다. 고요하던 커피숍 안으로 떨어지는 책과 그 추락을 가로막은 시멘트 바닥의 저지가 울렸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고 카페 안엔 단 두 명만 있었다. 중년의 사내는 카페 안 인원에서 제외하고. 


결혼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드물어졌다. 거의 없어졌다. 결혼 전엔 혼자 있는 시간을 종종 견디지 못했는데,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립기만 하다. 아내의 강권으로 아버지 수업을 들으러 가던 길이었다. 그리고 수업을 들었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될 때까진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라, 아이가 아빠를 불렀을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집중해라, 아빠와의 많은 교류가 아이의 인생을 좌우한다고 강사가 말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할아버지에 대해 생각했다. 아버지께선 할아버지를 보지 못하셨다. 아빠와 놀던 경험은 대를 이어 내려올 테지만, 나에게도 그 기억이 없는 걸 보면, 할아버지의 부재는 우리 집의 경제적 상황뿐만 아니라 정서적 상황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했다. 


 



커피를 급하게 마셨다. 집에서 한남동까지, 한남동에 도착한 시간과 수업이 시작하는 시간 사이의 여분은 약 이십 분 정도였으니까. 요즘 자주 왼쪽 눈꺼풀이 얇게 떨린다. 마그네슘 부족이거나 스트레스 탓이다. 갑작스레 다가온 봄 탓이다. 나는 계절의 변화가 싫고 얇아지는 옷만큼이나 불안해지는 마음이 싫다. 


책을 읽는다. 마이클 더다의 고전읽기의 즐거움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결국 사게 된 책이다. 사고 난 다음, 사길 잘했다는 위안을 안겨주었다. 분명 이 책으로 인해 나는 수십 권의 책을 죽을 때까지 사게 될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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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지음), 김운찬(옮김), 열린책들 





이 책은 움베르토 에코가 <<레스프레소L'espresso>>라는 이탈리아 주간지에 실었던 <미네르바 성냥갑> 칼럼을 모아 낸 책이다. 칼럼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1년 전에 읽었던 도정일 교수의 칼럼집,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과 묘하게 비교된다. 어떤 이는 이 '비교'가 부적절하다고 강하게 주장할 것이다. 나도 '비교'할 생각은 없다. 다만 책 구입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독자로서, 도정일 교수의 칼럼집에 대해선 돈이 아까웠지만, 움베르토 에코의 칼럼집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낄 뿐(그런데 이것은 저자가 신경 쓸 부분이라기 보다는 출판사 관계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집들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이 책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에코의 인문학적 재치는 유머스러하면서도 그 특유의 통찰력을 보여준다. 가령 <왜 시인은 게을러야 하는가> 같은 칼럼에서. 


책과 예술, 인터넷 등 여러 분야에 대한 다양한 칼럼들로 채워진 이 책은 책상에 앉아 정독하면, 도리어 재미없어진다. 스마트폰에 정신 팔린 사람들도 가득찬 소란스러운 지하철이나 버스, 독서는 안중에도 없이 영어 공부방이 되어버린 커피숍 등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최고의 선택이다. 


나도 거의 십수년만에 움베르토 에코의 칼럼집을 읽었다. 예전에 사두었던 에코의 칼럼집 한 두 권이 서가 어딘가에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므로 독자들이여, 안심하시라. 열 권의 책을 읽든 같은 책을 열번 읽든, 똑같이 교양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단지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나 걱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 32쪽 



책을 읽다고 교양 있는 사람이 될 것같진 않고, 다만 요즘 같은 시절의 한국에서 책을 읽다는 것이 얼마나 유별난 습관인지, 깨닫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 그래도 움베르토 에코 같은 이에게서 위안을 얻어야 할 것이다. 


* 움베르토 에코 사이트 : http://www.umbertoeco.c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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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진 못했지만, 가을과 겨울 사이 몇 권의 소설들을 읽었다. 루이지 피란델로의 <<나는 고 마티아 파스칼이오>>, 미셸 우엘벡의 <<지도와 영토>>, 조나선 사프란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모신 하미드의 <<주저하는 근본주의자>>, 김연수의 <<7번 국도>>.  이 밖에도 몇 권의 책을 읽었고 짧게나마 리뷰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글은 형편 없고 독서의 질은 끝 모를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책을 읽긴 했다. 의미과 무의미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독서였다. 왜 나는 갑자기 이렇게 소설책들을 많이 읽게 된 것일까. 


원하지 않는 일들이 연거푸 초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일어났다. 주말 없이 사무실에 나가고, 밤 늦게 퇴근하는 생활이 반복되었고 욕 먹으면서 일을 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급여가 밀렸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나는, 그들의 불성실함 대신 출근하지 않는 불상사를 염려했다. 실은 이때 반대로 움직여야만 했는데, 그러질 못했고 그럴 형편도 되지 않았다.


내가, 우리 팀이 맡은 부분은 종속적 시스템인지라 타 시스템이 끝나야만 처리되는 일이었지만, 다른 시스템들은 우리와 무관하게 미궁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는 사이 아버지께서 입원하셨다. 고향에서 서울로, 다소 생소한 병명으로 송파구에 있는 큰 병원으로 와서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 여의도 사무실과 서울 동쪽 끄트머리 병원을 오가는 생활을 몇 주간 했다. 그 사이 회사에선 나를 대신할 사람을 찾았다. 


그러나 일을 그만두지 못했고 대신할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수술은 잘 끝나, 아버지께선 다소 고통스러우나, 약간의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방사선 항암치료를 받고 계신다. 


그렇게 가을이 지나 겨울이 왔다. 미궁으로 빨려들어가던 주 시스템 개발은 제자리로 돌아왔고 프로젝트는 내가 맡은 부분만 남는 상황이 되었다. 스트레스와 부담감은 끝없이 치솟았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이들마저 그만 두겠다고 나에게 이야기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었)다. 그냥, 계속 해왔던 것처럼 욕 먹으면서 일 하는 것. 


이전 회사들을 다니면서 WLB(Work-Life Balance)를 이야기하곤 했는데, IT 프로젝트들 중에서도 최악이라고 알려진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에선 '일과 일상 사이의 조화'란 불가능하다, 불가능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이상한 상황 속에서 '다들 원래 이래', 그러면서 그걸 묵묵히 견디며 일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다들 SM인 걸까. 얼마나 험난한 일을 거쳐왔는가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날을 기대하는 걸까. 그런 고난 거쳐 성공했다고. 뭔가 이상하지만, 나 또한 그러고 있(었)다. 


우리들의 목표, 우리들의 지향점은 어디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스무살 때는 뭔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지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만 든다. 대단하다고 여겼으나, 다들 평범했고 똑똑하고 영특하다고 여겼으나, 현실적 영향력은 없었다. 그저 다들 별 볼 일 없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 늦었지만, 지금 사무실로 나가 저녁에 돌아올 듯 싶다. 26일도, 27일도.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1월 안에 내가 맡은 이 일들이 끝나게 될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뭘 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술을 마시면 폭음을 하게 되고 내 일상을 망가뜨렸다. 내년 2월, 편안한 마음으로 술을 마실 수 있기를 기대해보기로 하자. 전시도 좀 보고 여행도 다니고 ... 그게 가능할련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계절 사이에서 내가 읽었던 소설들의 짧은 느낌을 덧붙인다. 


피란델로의 <<나는 고 마티아 파스칼이오>>에선 주인공 파스칼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간다. 사랑은 잃어버렸지만,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던 과거의 인생과는 결별할 수 있었다. 하나의 상처는 또 다른 상처로 해소된다. 우엘벡의 <<지도와 영토>>는 현대 예술에 대한 코메디이고, 사프란포어는 특유의 형식 속에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나는 마지막 부분에 가서 울컥하기도 했다. 모신 하미드의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저널의 찬사와 달리 약간 맥이 풀리는 느낌이랄까. 그만큼 이슬람의 문제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김연수의 <<7번 국도>>는, ... 아직도 출판되고 있다느 것이 의아스러웠다. 이십대 중반 김연수가 쓴 소설이고 형편없었다. 실은 내가 이 소설을 잘못 구입한 것이다. 


좋은 일이 뜸하다. 기쁜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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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인문학 

장석주(지음), 호미 





"책은 소년의 음식이 되고 노년을 즐겁게 하며, 번역과 장식과 위급한 때의 도피처가 되고 위로가 된다. 집에서는 쾌락의 종자가 되며 밖에서도 방해물이 되지 않고, 여행할 때는 야간의 반려가 된다." - 키케로 



일종의 독서기이면서 에세이집이다. 서너 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시인이면서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의 서정적인 문장들로 시작해, 다채로운 책들과 저자들을 소개 받으며, 책과 세상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에 빠질 수 있게 해준다고 할까.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이 책은 가벼울 것이고 어떤 이들에겐 다소 무거울 수도 있다. 깊이 있는 글들이라기 보다는 스치듯 책들을 소개하고 여러 글들을 인용하며 짧게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면서 끝내는 짧은 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처럼, 일요일에 한가로이 읽기에 딱 적당하다고 할까. 다만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가의 문제가 남긴 하지만.   





책은 쉽게 읽히고 장석주의 문장은 감미롭고 단아하다. 다양한 소재와 주제에 대해 쓴 짧은 글들 속에서 현대적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애나 사랑, 책과 독서, 젊음과 늙음, 산책과 요리, 피로와 인생에 대해서. 딱딱한 책들만 읽어온 나에게 이 책은 너무 말랑말랑했다고 할까. 그리고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여러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더구나 바쁜 일상 중에 띄엄띄엄 읽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일요일의 인문학 - 8점
장석주 지음/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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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구한 비틀즈의 애비로드(Abbey Road) LP는 집에서만 들을 수 있는 위안이다. 어젠 임시로 있는 사무실에서 유튜브로 비틀즈의 애비로드를 들었다. 곡과 곡 사이가 떨어져 다소 불편했지만, 들을 만했다. 


유트브로 음악을 듣는 걸 몇 해 전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나도 그렇게 듣고 있는 걸 보면 유튜브의 콘텐츠 장악력은 실로 대단하기만 하다. 그래도 잘 갖추어놓은 오디오 시스템에 나오는 소리와 비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비틀즈의 애비로드를 조지 벤슨은 새롭게 편곡하여 the other side of Abbey Road라는 앨범을 발표했다. 나는 CD로 가지고 있는데, 아래 동영상은 LP를 녹음한 것이다. 이런 걸 공유하는 이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정말 시간 많은가 보다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되니... 


요즘 밀란 쿤데라의 산문집을 읽고 있는데, 역시 쿤데라라는! 같이 읽고 있는 도정일의 산문집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도정일의 산문집은 약간 기대를 했는데, 많이 실망했다. 여러 매체에 실린 글들을 그대로 모아 산문집을 냈는데, 대부분 너무 짧고, 다소 편하게 쓴 듯하며, 일부는 시간에 쫓겨 쓴 듯한 느낌까지 풍긴다. 특히 매체에 쓴 글들은 시의성을 가진 글들이 대부분인데, 솔직히 지금 읽을 필요 없는 글들도 상당하니, 열정적인 독서가들에게는 추천하지 않겠다. 










아래 비틀즈의 애비로드는 실제 음반에서는 곡과 곡 사이가 끊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마치 한 곡처럼, 물 흐르듯 그냥 넘어가는데, 유튜브에서는 끊어져 이상할 것이다.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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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독서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줌파 라히리와 앨리스 먼로의 소설을 읽었다는 건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다. 또한 좋은 책들을 많이 읽었다. 2014년 12월에 읽었던  <제 2의 기계 시대>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아직 리뷰를 쓰지 않았지만. 


비즈니스 분야의 책들은 많이 읽지 못했으나, 읽는 책마다 나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 주었다. <린 스타트업>,  <뇌를 훔치는 사람들>,  <전략실행 - CEO의 새로운 도전> ,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등은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전략실행-CEO의 새로운 도전>이 출판되지 않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에선 개정판이 나와 계속 읽히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한국은 좋은 책이 계속 읽히는 풍토가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의 원인은 출판계보다는 독자의 사정 탓인 듯 싶다. 그만큼 책을 읽어 구조화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 아니 습득하는 능력 자체마저 떨어지고 있다고 하면 너무 비약일까. 특히 번역서의 경우, 인문학에서는 번역에 대한 노고에 대한 인정이 없고, 비즈니스 서적이나 실용 서적의 경우에는 굳이 번역서를 읽지 않아도 되는, 즉 영어로 읽을 수 있는 독자의 수가 늘고 있으니, 아예 번역 출판 시장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특히 e-book 시장이 활성화될 수록 아마존과 같은 웹사이트에서 구매 즉시 바로 읽을 수 있으니, 굳이 번역서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출판 시장의 기형화는 장기적 안목과 비전을 가진 출판 전문가의 부재, 정부나 유관 기관의 형편없는 정책, 독서 교육에 대한 총체적 난국(입시 논술이 아니라!) 등, 그냥 이제 출판은 꽝이요 라고 스스로 선언하는 듯하다. 한국에 이렇지 않은 시장이 어디 있을까. 암울하기만 하다. 한국은 예로부터 근시안적이었던 건 아닐까 싶다. 에효. 


2014년 한 해, 약 50권의 책을 읽었고 소설, 시집, 만화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다양하게 읽었다고 볼 수 있다. 잡지나 도록, 기타 논문들은 포함시키지 않았으니, 실제 읽은 권 수는 더 될 것이다. 신간 서적은 몇 권 되지 않고 구간들이 많고 몇 권은 이미 절판이다. 이런 절판된 책들을 e-book으로 만들어 배포하면 어떨까 싶다. 인디자인이나 쿽으로 전자 출판된 파일이 있다면, 이를 pdf 등으로 변환하여 온라인 서점에 배포하고, 이를 on-demand printing이나 e-book 형태로 판매하는 것도 방법이 될 텐데. 여기에 대해 출판사는 별 생각이 없는 듯 싶다. 아니면 절판된 책에 대한 e-book, 혹은 on-demand printing을 대행해주는 전문 에이전시도 방법이 되겠다. (핫. 이거 비즈니스 모델 아님? 혹시 하시게 된다면 저도 같이..^^) 


인문학 서적은 꾸준히 읽어오는데, 이제서야 제대로 읽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인문학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인문학 다이제스트판 책들을 읽으면서 '아, 인문학 책을 읽었구나'고 위안을 삼는 독자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지만, 제대로 된 인문학 선생을 만난 적 없는 독자들에게, 심지어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는 이들 조차 진정한 인문학 선생을 만나기 어려운 마당에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내가 보아온 형편없는 인문학 교수들, 다시 말해 한 분야에 대해 전문적이나 나머지 분야에 대해선 문외한이고 심지어 세상사와는 담을 쌓고 사는 이들이 너무 많아, 그들에게 현 세상에 대해, 인생 살이에 대해 고민을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고민을 이야기해봤자 공허한 이론만을 주절거릴테니, 이를 경험한 이들은 아, 인문학은 아무 쓸모 없구나 하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인문학이 탐구하는 분야는 '사랑'이다. 그/그녀에 대한 사랑부터, 부모/형제/자매에 대한 사랑, 마을과 도시에 대한 사랑,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가치와 진리에 대한 사랑, 그래서 철학은 사랑을 그 어원에서부터 가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모든 학문은 철학에서 시작한다. 우주에 대한 사랑은 천문학이 되고 건물에 대한 사랑은 건축학이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을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상처와 고난을 겪어야 하는지, 아는 이는 알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 공부는 어렵고 힘든 것이다. 그/그녀와의 사랑이 쉬웠던 적이 있는가?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쉽게 읽히는 인문학 책이 있다면 바로 쓰레기 통에 버려라. 그건 거짓말이거나 위선이고 허위로 이루어져 있을 테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고통스러울 때, 그것이 인문학 책이다. 그렇게 다시 읽고 노트하고 되새기는 책, 그게 인문학 책이다. 


인문학을 4주만에 배운다고?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고? 세계적인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딴 사람들이 왜 사업을 하면 망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라. 인생살이란 쉽지 않고 사랑은 얻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다. 쉽고 않고 어려운 것이 사랑이고, 인문학이다. 


올해 인문학 서적을 많이 읽지 못했고 읽기 시작하기만 했다. 알튀세르를 다시 읽기 시작했고 지오 폰티와 앙토넹 아르토는 나에게 기막힌 즐거움을 선사했다. 조중걸 선생님의 서양예술사 5권 중 3권이 출판되었다. <근대 예술>1권과 2권, <현대 예술>은 서양 예술사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현대 예술>은 이미 읽었으나, 다시 읽을 예정이며, <근대 예술>은 12월부터 읽기 시작했다. 


또한 이우환 화백의 책들을 읽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여백의 예술>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나로선, 역시 이우환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만남을 찾아서>는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그는 어렸을 때 한학을 배웠고 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했다)와 예술의 미래에 대한 진취적인 고민, 탁월한 방향 제시는 그가 왜 일본에서, 유럽에서, 미국에서 인정받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하지만 예술 분야의 책은 거의 읽히지 않는다. 이우환의 <만남을 찾아서>는 독자 리뷰가 거의 없은 상태에서 아예 절판이고, 앙토넹 아르토의 <잔혹연극론>은 품절이다. 케네스 클라크의 <예술과 문명>은 번역이 엉망이긴 했으나, 미술사가의 능력이 어떠한가를 보여준 탁월한 입문서였다. 하지만 이 책 또한 절판이다. 형편없는 입문서들만 뒹굴거리는 곳이 바로 예술 분야 책들이다. 왜냐면 입문서도 겨우 읽을 수 있는 독자들 밖에 없으니까.


이렇게 예술 분야는 출판 시장 뿐만 아니라 예술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보기 드물게 아주 소수의 전문가들로만 돌아가는 이상하고 폐쇄적인 사회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 폐쇄성을 없애려고 하는 순간, 망하거나 쫓겨난다. 


말이 길었다. 2014년 한 해 읽은 책 목록을 제시하며, 추천하는 책들은 별도로 표시하겠다. 그리고 실은 2014년 초에 몇 권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들이 있었는데, 놀라운 쓰레기였다.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저자의 경제 사정을 나아지게 했다는 점에서 뜻깊지만(나 또한 부러움을 가졌고), 이 책을 읽고 책을 읽었다는 뿌듯함을 느꼈을 독자들을 생각하니, 화가 났다. 아예 목록에서 제외했다. 괜히 넣어 불편함을 만들 필요없을 테니(제외하니, 50권 이하로 읽었군).


책은 몇 권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책을 읽었느냐가 핵심이다. 부언하자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는냐'가 중요하다. 어떤 책들은 평생을 두고 읽는다. 성경 말고. 나는 플라톤이나 베르그송을 그렇게 읽고 있다. 플라톤의 대화편은 읽을 때마다 새롭고(하지만 그의 슬픔은 어쩌란 말인가), 베르그송은 언제나 문학적, 철학적 탁월함에 반하고 만다. 그렇다고 나에게 플라톤이나 베르그송에 대해서 묻진 말아달라. 나는 그들의 발가락 끝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 뿐이니. 


2015년, 내 독서는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까. 궁금하다. 몇 해 전부터 '정치란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몇 권의 '정치철학' 책들을 사 두었는데,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 책들을 읽을 것이다. 그리고 몇 명 저자들의 책을 꾸준히 찾아서 읽을 것이다. 또한 요즘 영시의 매력에 빠진 터라, 영시도 읽을 생각이다. 나에게 다소 버거울 테니, 주석을 구할 수 있는 시집들 위주가 될 테지만. 


 

*** 

 


문학 분야


<원 맨즈 독>, 조지수(지음), 지혜정원

: 인문학 전공자들을 위한 수필집이라고 할까. 아니면 탁월한 지적 위트와 통찰을 즐겁게 경험하고 싶다면 이 책은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지음), 서정은(옮김), 뿔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지음), 박상미(옮김), 마음산책

: 앨리스 먼로와 줌파 라히리는 정말 대단한 소설가들이다. 그냥 읽으면 된다. 읽고 난 다음 후회는 절대 없다.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글/그림, 길찾기 

: 문학의 영역 속에 이제 만화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몇 명의 만화가들이 최근에 보여준 극화나 스토리 역량은 한국의 여느 소설가들 이상이었다. 


<미국의 송어낚시>, 리처드 브라우티건(지음), 김성곤(옮김), 비채

: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예나 지금이나 읽히지 않는다. 그만큼 옮기기도 어렵고 한국 독자의 수도 작고 낮다. 


<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지음), 김진영(옮김), 이순

: 롤랑 바르트의 짧은 글 모음은 여러 책들이 있다. <애도 일기> 뿐만 아니라 <작은 사건들>,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등등. <애도일기>를 읽기 전에 이들 책부터 먼저 읽기를 바란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지음), 한겨레 출판

<지옥에서 보낸 한 철>, 랭보(지음), 김현(옮김), 민음사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심보선(지음), 문학과 지성사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김경주(지음), 문학과 지성사

<멈춰서서>, 이우환(지음), 성혜경(엮음), 현대문학

<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지음), 이상준(옮김), 향연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 보르헤스(지음), 우석균(옮김), 민음사

<셰익스피어의 기억-보르헤스 전집5>, 보르헤스(지음), 황병하(옮김), 민음사 



예술 분야


<만남을 찾아서 - 현대미술의 시작>, 이우환(지음), 김혜신(옮김), 학고재 

: 1960년대 말 일본 미술 비평의 수준을 경험해보라. 아마 뜨끔할 것이다. 


<명화의 비밀>, 데이비드 호크니(지음), 남경태(옮김), 한길아트

: 데이비드 호크니! 정말 유쾌한 사람이다. 그는 카메라 옵스큐라와 카메라 루시다를 이야기하면서 위대한 미술의 거장들이 탁월한 예술가 이전에 전문적인 기술자였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놀라운 예술 세계를 펼쳐보인 거장들에 대한 경외감이 밑에 깔려 있다. 


<건축예찬>, 지오 폰티(지음), 김원(옮김), 열화당

: 왜 나는 이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을까? 왜 나는 이 책을 그 누구에게서도 추천받지 못했을까? 이 책은 건축 전공 서적이 아니라 우아하고 감동적인 수필이자 건축에 대한, 현대 예술에 대한 사랑 고백이다. 


<다시, 그림이다>, 마틴 게이퍼드(지음), 주은정(옮김), 디자인하우스 

: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를 모은 이 책은 왜 데이비드 호크니가 현대의 위대한 예술가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다. 


<서양미술사 철학으로 읽기>, 조중걸(지음), 한권의 책 

: 잡지에 실렸던 글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이 책보다는 서양미술사 5권 시리즈가 더 나을 텐데, ... ... 


<예술과 문명>, 케네스 클라크(지음), 최석태(옮김), 문예출판사 

: 절판이다. 


<새로운 소설을 찾아서>, 미셸 뷔토르(지음), 김치수(옮김), 문학과 지성사 

: 한국에선 거의 읽히지 않는 누보 로망. 그리고 미셸 뷔토르. 그러나 이 책은 현대 소설이 어때야 하는지 말해준다. 이런 측면에서 제대로 된 현대 소설을 우리 문학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할까? 


<사진, 인덱스, 현대미술>, 로잘린드 크라우스(지음), 최봉림(옮김), 궁리 

: 좋은 책이나, 미술 이론 전공자를 위한 전문 서적이다. 이런 책들을 위한 출판 시장이 없다는 건 정말 절망적이다. 출판사가 자선 단체도 아니고. ㅡ_ㅡ; 이 책은 대림미술관의 지원을 받아 나온 책인데, 이런 식으로 전문 서적에 대한 여러 공공/민간 단체의 지원이 늘어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한글로 된 전문 지식, 정보들은 늘어나야 된다. 


<잔혹연극론>, 앙토넹 아르토(지음), 박형섭(옮김), 현대미학사 

: 이것도 전문 서적이구나. ㅡ_ㅡ;;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지음), 박수지(옮김), 학산문화사

<세계명화 비밀>, 모니카 봄 두첸(지음), 김현우(옮김), 생각의 나무 


인문 분야 


<제 2의 기계 시대>, 에릭 브린욜프슨/앤드루 맥아피(지음), 청림출판 

: 정말 좋은 책이다. 증기 혁명 이후 새로운 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이 혁명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직업이, 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시해주고 있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 팡차오후이(지음), 박찬철(옮김), 위즈덤하우스

: 다시 읽을 책이다. 현대적 관점에서의 중국 사상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유익한 책이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김동조(지음), 북돋음 

: 이런 책은 유익하다. 


<짝찾기 경제학>, 폴 오이어(지음), 홍지수(옮김), 청림출판 

: 미시경제학을 쉽게 풀어쓴 책. 미국에선 꽤 주목받았는데, 한국에선 거의 팔리지 않았다. ㅡㅡ;; 시장의 차이인가. 


<어떻게 자유주의에서 벗어날 것인가>, 알랭 투렌(지음), 고원(옮김), 당대

<휴머니즘과 예술철학에 관한 성찰>, T.E.흄(지음), 박상규(옮김), 현대미학사 

<책, 그 살아 있는 역사>, 마틴 라이언스(지음), 서지원(옮김), 21세기북스 

<거짓말의 힘>, 우테 에어하르트/빌헬름 요넨(지음), 청림출판 

<리더가 사라진 세계>, 이언 브레머(지음), 박세연(옮김), 다산북스

 

경제 경영 분야


<린 스타트업>, 애시 모리아(지음), 한빛미디어 

: Lean Start-up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유익한 책. 


<회사는 어떻게 강해지는가>, 이나모리 가즈오(지음), 김정환(옮김), 서돌

: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책은 대부분 읽을 만하다. 또한 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에겐 정말 필요한 이야기를 해준다. 구구절절 옳은 소리다. 특히 동양인 사업가의 마음가짐, 태도에 대해서 알 수 있어 좋고 유익하다. 이는 서양인 사업가들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전략실행 - CEO의 새로운 도전>, 로렌스 G.히레비니액(지음), 이진원(옮김), 럭스미디어 

: 최근 알게 된 사실, 순수 비즈니스 전략 책은 안 팔린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경영학자의 책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첫 번째 읽기 어렵고 두 번째 전략적인 의사 결정이나 회사/조직을 전반적인 관점에서의 고민을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겐 공허한 메아리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정말 좋다! 


<뇌를 훔치는 사람들>, 데이비드 루이스(지음), 홍지수(옮김), 청림출판 

: 뉴로 마케팅? 우습게 여기지 말아라. 정말 위험한 기술이고 어떤 면에서 보면 정말 탁월한 기술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절반의 흥미진진함, 절반의 공포를 알게 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마케팅의 탄생 COD>, 도준웅(지음), 21세기 북스 
: 읽을 만 하다. 특히 한국 기업의 마케팅 실무자,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추천한다. 솔직히 저자의 견해대로 한국 시장은 정말 로컬스럽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브래드 스톤(지음), 야나 마키에이라(옮김), 21세기북스 
: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천재 사장과 천재 부사장이 경영하는 회사가 아마존임을 알게 되었다. 이 회사 앞으로 100년 간다. 

<의미부여의 기술>, 인터브랜드(지음), 엔트리  

<파괴자들>, 손재권(지음), 한스미디어 

<미래 기업의 조건>,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지음), 이진원(옮김) 비즈니스북스 

<그룹드 세상을 연결하는 관계의 비밀>, 폴 아담스(지음), 이지선(옮김), 에이콘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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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지음), 박수지(옮김), 학산문화사 




La', tout n'est qu'ordre et beaute',

Luxe, calme et volupte' 

그 곳에선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로움, 조용함, 쾌락 뿐.

- 보들레르, <여행에의 초대> 중에서




나에게 행복이 있다면, 그건 길을 가다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이미 절판되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책을 우연히 구하는 것. 1990년대 중반,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나는 그 지역의 서점과 레코드샵을 찾아 다녔다. 작은 서점 구석에 낡은 문고판 책이나 문학 전집의 낱권을 샀다. 작은 도시의 서점에 있을 법 하지 않은 인문학 책을 구할 때면, 신기함마저 느끼곤 했다. 대학 시절, 얼마 안 되는 용돈이었으나, 그 돈으로 틈만 나면 책과 레코드를 사모았고, 결혼을 앞두고 작은 집으로 옮겨야 하는 탓에 절반 이상을 버리거나 나누어주었다. 그 시절, 대부분 나이가 지긋했던 서점 주인과 말할 틈은 없었지만, 그 때 한창 빠져 있던 재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레코드샵 주인들은 여럿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앳돼 보였을 텐데, 그 주인들은 나와 말을 섞어 주었다. 


시미즈 레이나의 이 책은 지금도 남아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세계의 서점들에 대한 기록집이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서점 하나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짧은 글 대신 책 전체를 압도하는 것은 사진들이다. 그 사진들을 보며,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것. 한 구석에서 드립 커피를 내리고 오래된 턴테이블에 요요마의 바흐를 올려놓을 것이다. 모든 이들이 말리는 일이 될 테지만, 이 책 속 서점들처럼이라면야, ... 서점은 여행이고, 휴식이며, 즐거운 만남이다. 


온라인 서점에서의 위시리스트와 달리, 실제 서점에서는 예상치 못한 저자와의 만남이 있고 잊고 지내던 책들을 다시 볼 수 있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책에 대해 서점 진열대는 나에게 알려준다. '네가 좋아할 만한 책이라고!' 


시미즈 레이나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책과 서점에 대한 추억이 있는 이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책 속에도 나오긴 하지만, 몇몇 작가의 에세이와 인터뷰는 짧지만 여운이 길다. 책 속의 어떤 이처럼, 나도 갑작스레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서점에 간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마산 문화문고... 지난 2007년 폐업하였지만 ... 


참 잘 만들어진 책이다. 책 표지가 좋고 황홀한 색감으로 표현된 서점 사진들은 책 좋아하는 이들의 소박한 물욕과 숨겨진 여행에의 욕구를 부추긴다. 한 번 쯤은 읽고 볼 만한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저 | 박수지역 | 학산문화사 | 2013.10.25

출처 :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nlunis.com












많은 서점들이 나오지만, 아래 두 서점은 ... 기억해둘만했다. 


Bart's Books (미국 오하이오주) http://www.bartsbooksojai.com/  



파리의 '세익스피어앤컴퍼니' http://www.shakespeareandcomp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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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0권에서 50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2012년 회사 이직 등의 이런저런 일들이 생겨 30권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독서모임을 했던 것이 그나마 일정한 독서 시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3년에는 운영하지 못했고 얼마 되지 않던 회원들은 소원해졌고 책 읽기의 강제적 조건 하나가 사라졌다. 


그리고 어제 작년에 읽은 책 권수를 세어보았다. 아, 20권 수준이었다. 예전에 나는 '느린 독서와 빠른 독서'라는 글을 통해 책 권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적은 바 있다. 하지만 20권 남짓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래서 올해는 정상적인 수준 - 1주에 한 권 - 으로 회복하자고 마음먹었다. 




작년말부터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미래 기업의 조건 Seeing What's Next>>를 읽기 시작해 며칠 전에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이 책에 대한 리뷰는별도로 올릴 것이지만, 짧게 언급하자면, 클라이튼 크리스텐슨 - 경영 전략 부문에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하버드대 교수 - 의 경영이론서다. 2004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많은 시사점을 구할 수 있다. 경영이론서인지라, 서두에 그의 경영 이론이 나오고 뒤는 적용되고 해석된 사례를 적고 있다. 


그런데 책이나 이론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인지라, 크리스텐슨의 전략 수립 모델이 가진 정교함과 탁월함에 감탄하면서도, 실제로 그의 모델을 적용해 사업 수행을 하더라고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특히 그의 불균형(asymmetry) 이론은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전작 <<성장과 혁신 The Innovator's Dilemma>>을 읽었는데, 왜 아무런 것이 떠오르지 않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어제 우연히 서가에 발견한 <<성장과 혁신>>을 꺼내보니, 서두 부분만 읽다가 읽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 읽은 지 7-8년이 지나 기억이 나지 않나, 아니면 크리스텐슨이 학술적으로 적는 스타일이라, 그 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생각했더니, 초반만 읽다가 그만두었던 것이다. 


크리스텐슨의 책 두 권 아래 있는 것은 청림출판에서 나온 <<거짓말의 힘>>이다. 이 책은 어제 읽기 시작해서 어제 다 읽었다. 솔직히 입에 거품 물고 읽어라고 하고 싶은 책이다. 나는 이토록 야하면서 도발적이고, 대놓고 "거짓말해"라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솔직하고 진실된 책을 본 적이 없다. 이 책의 리뷰도 조만간 올릴 것이다. 


2014년이 시작되고 난 다음 4권 정도 읽었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는 한 권의 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으니, 권 수를 채운 느낌이 있긴 하지만. 여하튼 시작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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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와 그 적들 I - 10점
칼 포퍼 지음, 이한구 옮김/민음사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 칼 R. 포퍼(지음), 이한구(옮김), 민음사 




이 리뷰는 허술할 것이다. 읽은 지 1년이 지났고, 뭔가 독후감 같은 걸 남겨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허술한 이 글을 핑계삼아,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을 서가에 꽂을 생각이다. 


칼 포퍼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현대의 위대한 과학철학자이면서 보수적 자유주의자로서, 플라톤부터 마르크스까지 '중심(이데아)를 지향하는 어떤 체계'(또는 전체주의)를 극도로 싫어해서 끊임없이 반증을 제시해야 된다고 역설한 학자.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이데아를 이야기하는 고상한 플라톤 대신 현실적으로 이율배반적이며 학문적으로 전체주의적 세계관을 표현하는 플라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칼 포퍼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할 지도 모른다. 


아마 시대적 환경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적 환경을 변명삼기에 포퍼의 이론적 호소력은 대단한 것이어서, 학문의 세계에서 포퍼는 이상한 비주류에 속하지만, 우리가 하루하루 전투와 같은 삶을 영위하는 현실 세계에서는 포퍼만한 학자를 만나기 쉽지 않다. 조지 소로스가 포퍼리안이고, 블랙 스완을 쓴 나심 탈레브도 포퍼리안인 것을 생각한다면, 포퍼를 무시하는 인문학자들 옆에 포퍼를 추앙하는 현실주의자들의 모습은 흥미롭기만 한다. 


1권, 2권으로 나누어진 이 책은 1권은 플라톤 중심의 시대를, 2권은 마르크스 중심의 시대를 다룬다. 아리스토텔레스, 헤겔 등 다수의 철학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세계관이 얼마나 전체주의적인가를 포퍼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독자는 여기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고 도리어 자기 스스로 포퍼리안이 되어간다는 사실만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강력하게 추천하지만, 글쎄, 이 책을 읽으라고 선뜻 이야기하기엔 책은 두껍고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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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은 지 1년이 지났다면 다시 한번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ㅎ 더 자세한 리뷰 기대해보겠습니다~

    • 기대를 해주신다고 하니... 흠... 2권 읽고, 포퍼 해설서 한 권 더 읽고 난 다음 한 번 도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 noi 2013.01.31 19:43 신고

    포퍼도 알고봤더니 빈의 유대인 집안 출신이더군요.. 그 시대의 철학적 거목들, 아니 문화계 지성계 전반의 주요 인물들 가운데 빈 출신 유대인들이 얼마나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는지 정말 놀라워요.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이제와서 막 자랑스러워 하지만, 자기들이 나치에 협조했던 과거 때문에 이 학자들이 전 세계로 떠돌아야 했던 건 잊고 싶어하죠.. 얄밉다는..^^;;

    • 지금 그 곳에서도 유대인을 만나는 일은 없으신지요?
      빈 뿐만 아니라 구미 각국에 똑똑한 유대인들이 고루 퍼져 있는 듯해요. 특히 19세기 말, 20세기 초 빈의 유대인 지식인들이 20세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긴 했죠.
      민족성이 있기 보다는 지역성이나 문화적 배경을 더 믿는 편인데, 유대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면 민족성(혈연적인)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유대인에 대한 호의가 사라지고 있고요. 가령 유대인들은 계산에 너무 밝다 든가, 유대인들은 폐쇄적이다 든가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더라고요. ㅎ

    • 아. 그리고 중앙선데이라는 주간신문에서 '박재선의 유대인 이야기'라는 칼럼이 연재되고 있습니다. sunday.joins.com에 가서 '박재선의 유대인 이야기'로 검색해보시면, 20세기를 풍미하고 있는 유대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허걱, 유대인' 하시게 될 지도.. ^^;;

    • noi 2013.02.01 20:28 신고

      알려주신대로 검색해서 목록을 죽 훑어봤는데 알던 사람도 있고 유대인인줄 미처 몰랐던 사람도 있고, 정말 대단한 리스트네요. 슬슬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일상생활이나 모임에서 접하는 현지인들이야 스스로 유대인임을 밝히지 않으면 잘 모르지만,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의 생활구역이었던 빈 2구를 가면 지금도 검정 전통적인 의상을 입은 정통파(orthodox) 유대인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2구를 비롯해 빈애 살던 유대인들은 2차대전 중에 거의 몰살당하고, 살아남은 소수는 미국과 이스라엘로 거의 다 떠나버리긴 했는데 전후 새로 동유럽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유입된 유대인 인구가 꽤 됩니다. 근데 이들이 옛날 서구화됐던 빈 유대인들과는 달리 많이 보수적이고 말씀대로 '폐쇄적'이어서 문화적 충돌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오스트리아인들이 자기들이 지은 죄가 있으니까 잘 해주려고 노력하지요.

(이 글은 yes24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간단하게 소감을 적은 것이며, 조중걸 선생님의 '현대예술'은 읽은지 몇 달이 지나도록 서평을 쓰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긴 서평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해보기로 하자) 




올해의 책을 여기저기서 발표하지만, 우리들은 올해 출판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출판된 책들도 읽는다. 심지어 기원전에 출판되어 수대에 걸쳐 읽혀져 온 책들을 이제서야 읽는 경우도 있다. 

책은 이미 너무 많다. 결국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느냐가 아니라,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로 귀결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많은 책을 읽었지만, 비판적 사고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꽤 많이 봐았다. 그들은 책을 읽는다는 '반성적 행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들이 읽은 책과는 유리되어, 그들의 책 목록이 자신들의 빈약한 사고력과 언행의 변명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 '책을 어떻게 읽느냐'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다. 

최고의 책이라곤 하지만, ...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참으로 많다. 


현대예술
조중걸 


현대 예술 - 형이상학적 해명, 조중걸(지음), 지혜정원


서양미술사는 역사학의 분과학문이다. 부분적으로 지성사와 철학사와 겹치며, 과학사나 문학사와도 공유하는 역사다. 특히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예술적 가치(혹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형이상학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이는 순수과학(물리학)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한국어로 씌여진 거의 유일한, 거의 독보적인 서양미술사이다. 대부분의 서양미술사가 양식사를 중심으로 기술되는 반면, 이 책은 지성사, 특히 형이상학의 틀 속에서 현대 예술을 탐구하고 조명한다. 내용은 어렵지만, 문장은 감미롭고, 예술 작품 면면을 살피면서 우리,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즉 왜 우리는 예술 작품을 보고 흔들리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여러 학문들을 넘나들며 설명한다. 

저자의 다음 책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
자크 랑시에르 저/허경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 자크 랑시에르(지음), 인간사랑

'민주주의'국가에 살고 있지만, 그 누구도 '민주주의'에 대해 묻지 않는다. 심지어 '민주주의' 때문에 나라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이들까지 있다. 자크 랑시에르의 이 시사적인 책은, 비단 프랑스적 문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나 보수화되는 모든 나라에 해당될 것이다. 

자크 랑시에르는 민주주의의 정의/실체에 대해 물으면서, 동시에 그것의 가능성을 따진다. 결국 민주주의란 아직 완전한 형태로 도래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향연
플라톤 저/강철웅 


향연, 플라톤, EJB북스


플라톤의 '향연'이다. 이 책을 올해의 책을 올리는 것만큼 한심한 짓도 없을 텐데. 그만큼 한국의 번역에 대해서 다시 물어야 할 것이다. 화이트헤드의 말처럼 '서양철학사는 플라톤 철학의 각주'이지만, 한국에서 플라톤 읽기는 참 힘들었다. 특히 '시학'이나 '향연'과 같이 철학 뿐만 아니라 인문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은 번역본이 여러 존재하고, 그 대부분이 형편없는 번역서이거나 초심자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이 책은 그 점에서 번역이 정확하고 친절하다. 정암학당의 플라톤 전집은 여러모로 한국 출판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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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노트에 옮겨적었다. 선물받은 라미 만년필은, 사용한지 꽤 되었는데, 아직까지 필기감이 좋지 않다. 비슷한 유형의 로트링 만년필은 필기감이 매우 훌륭했는데 말이지. 당분간 라미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펜을 길들일 예정이다. 


오늘에서야 수전 케인의 '콰어이트'를 다 읽었다.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으로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성격의 문화'가 가져다 준 영향, 그리고 아시아와 서구 사회를 비교하면서 자녀 양육으로 끝나는 책이었다. 그러나 명성에 비해 책은 얇다. 4시간이면 넉넉하게 다 읽을 수 있다.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책 읽는 재미는 무척 좋다. 내용도 훌륭하다. 깔끔한 정리는 아메리카 쪽 저자들의 특징이기도 한 듯 싶다. 하지만 책의 깊이는 유럽 쪽 저자보다 약하다고 여겨지는 건 내가 그 쪽 편향적이기 때문일까.  


이 책도 내가 활동하고 있는 독서 모임 활동 탓에 부랴부랴 읽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모임 활동을 거의 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신경 쓰는 모임이 있다면, '독서모임'이다. 다만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아, 반성 중이다. 내가 너무 내 스타일대로 한 건 아닌가 하고. 


사진은 수전 케인의 책을 다 읽고 밑줄 친 부분들을 노트에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옮겨적기도 힘들만큼 여유 없는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낯설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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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반 정도 모 통신사의 사보 편집장 했는데, 유명하다는 몇몇 필자들의 형편없는 원고를 보고 혀를 내두른 적이 있었다. 국엔 일반 독자에게 어필해야 된다는 것이니, 나에겐 요원한 일이다제대로 된 글을 읽으려면, 그만큼 독자도 준비해야 된다. 바둑판을 읽을 수 없으면서 바둑을 두겠다고 하는 것이나, 글의 품격을 알지도 못하면서 글을 읽으려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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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권 정도 읽을 것같은데... 글쎄다. 빠진 책들도 있는 듯 하고. 잡지나 논문은 제외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런 리스트를 만들어 본다. 생각보다 많이 읽지 못한 듯 싶지만, 올해 읽은 몇 권의 책은 나에게 최고의 감동을 안겨 주었다. 추천하는 책은 파란 색으로 별도로 표시하였다. 아, 읽고 너무 어렵다고, 혹은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고 핀잔주지 않기를. 이 기록은 나의 아주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다.

 
<역사, 철학 중심의 인문 서적>

- 고민하는 힘, 강상중(지음), 이경덕(옮김), 사계절
-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다니엘 네틀·수잔 로메인 지음, 김정화 옮김/이제이북스
-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권창은 외 지음/고려대학교출판부

- 계몽의 변증법, 호르크하이머/아도르노(지음), 김유동(옮김), 문학과 지성사
  20세기에 출간된 책들 중 가장 암울한 전망을 제시한 책이 아닐까. 하지만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너무 어렵게 느껴질 것이고, 대부분 읽다가 중도에 포기할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읽고 다시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기를 권한다면 다소 무리한 부탁일까.

-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미셸 푸코(지음), 김현(옮김), 고려대학교 출판부 
- 지금, 경계선에서, 레베카 코스타지음, 장세현 옮김, 쌤앤파커스
- 근대의 사회적 상상, 찰스 테일러 지음, 이상길 옮김, 이음

- 중세의 가을, 요한 호이징가 (지음), 최홍숙(옮김), 문학과 지성사
아직도 암흑의 시대, 중세로 가르치고 있지 않겠지. 하지만 서양 중세은 확연히 고대와도 다르고 근대와도 다르다. 이 점에서 호이징가의 이 책은 중세사 연구의 한 획을 그은 책이며, 출간된 지 백 여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그 감동은 여전하다.

- 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 메를로 퐁티 지음, 김화자 옮김/책세상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부키
- 슬픈 열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박옥줄 옮김, 한길사 
- 컨트롤된 카오스, 노르베르트 볼츠 지음, 윤종석 옮김, 문예출판사
- 왜 인간인가?, 마이클 가자니가(지음), 박인균(옮김), 추수밭
-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강상구 (지음), 흐름출판

 
<소설, 자서전, 산문집>

- 시냇물에 책이 있다, 안치운(지음), 마음산책

- 아르세니예프의 생, 이반 알렉세예비치 부닌(지음), 이희원(옮김), 작가정신, 2006년
이 책을 다 읽고 이 책을 번역한 이희원 씨에게 연락하고 싶을 정도였다. 놀랍도록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슬픈 이 소설은 서정적 소설이 어떤 것인가를 확실히 보여준다.

-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Wild Sargasso Sea), 진 리스(지음), 윤정길(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38권

- 말하라 기억이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지음), 오정미(옮김), 플래닛
나보코프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자서전이다. 필독서다.

-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1권. 2권, 마지 피어시 지음, 변용란 옮김/민음사
- 책을 읽을 자유 , 이현우(지음), 현암사

 
 
<시집, 희곡>

- 서쪽 부두(Quai Quest),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지음), 유효숙(옮김), 연극과 인간
- 슬픔이 없는 십오초, 심보선(지음), 문학과지성사
- 오징어 뼈, 유제니오 몬탈레 지음, 한형곤 옮김, 민음사

 
<예술>

- 서울미술산책가이드, 류동현,심정원 공저, 마로니에북스 
- 르네 마그리트 Rene Magritte, 수지 개블릭 수지 개블릭 지음, 천수원 옮김/시공사
- 바로크의 꿈 - 1600 ~ 1750년 사이의 건축, 프레데릭 다사스(지음), 시공디스커버리총서
- 사이방가르드 - 개입의 예술, 저항의 미디어, 이광석 지음, 안그라픽스
- 미술의 빅뱅, 이진숙 지음, 민음사

 
<비즈니스>

-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비밀, 폴 길린(지음), 전병국, 황선영(옮김), 멘토르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어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 불평하는 고객이 좋은 기업을 만든다, 자넬 발로/클라우스 뮐러(지음), 변봉룡/남주영(옮김), 세종서적
- 하나 되는 힘(As One), 머다드 바가이 & 제임스 퀴글리 외(지음), 딜로이트 컨설팅(옮김), 청림출판 
- 10년 후 미래, 다니엘 앨트먼(지음), 고영태 옮김/청림출판
- 이기는 습관, 전옥표(지음), 쌤앤파커스

- 나사, 그들만의 방식, 찰스 펠러린(지음), 김홍식(옮김), 비즈니스맵
리더십에 대한 책이다. 책은 다소 딱딱하고 너무 이론적이라 읽기 편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HR 쪽 업무를 담당하고 있거나, 조직/리더십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 체크! 체크리스트, 아툴 가완디(지음), 박산호(옮김), 이십이세기북스
'실수'로 인해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와 업무가 잘못되는지 알고 있는가. 즉 알고서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외과의사인 가완디의 이 책은 '실수'를 줄이기 위한 그의 경험담과 체크리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포용의 리더십, 아담 카헤인 지음, 강혜정 옮김, 제프 바넘 그림/에이지21 
- 고객가치 관리와 고객 마케팅 전략, 롤란드 T. 러스트 외 지음, 양병화 외 옮김/지식공작소
- 구글드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지음), 김우열(옮김). 타임비즈
- 채용이 전부다, 한근태 지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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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해있는 독서모임입니다. 제가 까페 운영자이기도 하고요.

벌써 2년을 향해가네요~.

 

인원도 적고 읽는 책들마다 한숨 소리만 나오는 것들이라

한달에 한 번 모이는 자리에 나오는 사람은

10명이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많으면 7명..

그것도 매달 바뀌니.. ㅋㅋ

 

하지만 아래 책들을 보니, 뿌듯해지네요.

저도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읽지 못했을 책들입니다.

직장생활도 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기도 해야 하고 ..

 

제 블로그에 독서모임 빡센(http://cafe.naver.com/spacewine)을 한 번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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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한다. 요즘 ‘독서경영’이라는 단어가 유행이기도 했고, 보스와 여러 번의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실제 시작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혼자 팀원 몇 명과 작게 시작해볼 생각은 가지고 있었으나, 이것도 또 하나의 일이라 시작 시점을 계속 뒤로 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던 차에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첫 모임으로 약 7년 이상 회사에서 직원들과 책 읽기를 해온 협력사 사장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영의 관점에서 ‘독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던 탓에 그 분의 이야기는 의미심장했고 새로웠다. 이에 오고 간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약해본다.

사내에서 독서 모임을 하고 싶다면, 아래의 관점을 고려해보도록 하자.

1.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반 강제적으로 시작하여,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얻어야 하는 가치를 알게 되었을 때, 그 독서모임은 정착될 수 있다. (정착의 징표로 직원들이 책 내용으로 농담을 할 때이다)

2. 세상에는 형편없는, 쓰레기 같은 책들이 난무한다. 하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은 있고, 이는 아예 목록으로 정리되어 공유되고 있다. 그러니 책을 고르는 기준 같은 것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3. 이랜드는 독서 경영의 대표적인 회사로, 승진 시험으로 ‘독서’가 활용될 정도다.

4. 최초 독서 모임의 반응은 이랬다. “다 아는 내용 아니예요”, “어딘가에서 본 듯한 내용인데요.” 였다. 즉 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지 못한다면, 책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5. 발제자를 정해야 된다. 그리고 발제자는 발제 자료를 준비해야 된다. 발제 자료가 없으면 농담만 하다 모임이 끝나기 일쑤다.

6. 독서모임은 1년에 1권 읽는 사람을 기준으로 기획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인다.

‘요즘 같은 스마트 시대에 책을 왜 읽을까’하는 질문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 책을 ‘정보의 원천’으로만 받아들일 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단편적인 정보는 책보다 인터넷이 낫다. 하나의 정보는 다른 정보와 연결되어 있거나 두 개, 세 개 이상의 또 다른 정보로 쪼개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들의 관계다. 질서이고 문화다. 한 사람의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을 이루게 된 배경과 가치관, 세계관이 더 중요하다.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생각하지 않는 대학생들에게 생각 좀 하고 살아라’고 훈계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위대한 철학자들이 했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게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책 읽기는 사고력을 길러주며, 분석과 통찰을 가져다 준다. 이는 책에 담긴 내용 때문이 아니라 책을 읽는 태도에 달려 있다. 좋은 책을 고르고 그 책을 깊이 있게 읽으며 서로 다른 주장들에 대해 심사숙고할 수 있으며,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기르는 것이다.

이는 경영에서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고 받아들이며 서로 이해하려는 태도,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실행하고 추진하며 팀웍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도 책을 읽는 과정과 비슷한 것이다. 너무 심한 비약일까.



읽을 만한 기사
토픽-독서경영으로 불황 뚫는다 http://er.asiae.co.kr/erview.htm?idxno=200901020757085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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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자유
이현우(지음), 현암사



한동안 서평가가 유행이었다. 지금도 유행인지도 모르겠다. 대학 시절(벌써 20년 전이라니!) 새 책 소개는 신문 기사이거나 인문학 잡지의 서평 코너, 또는 딱딱한 에세이의 인용(각주나 참고서적)이 전부였다. 하지만 신문 기사가 제대로 된 서평을 기능을 상실하고 있고(신문 기사에 실린 내용만 믿고 실제 책을 보지도 않고 구입했다가 낭패 본 경험이 몇 번 있다), 인문학 잡지는 예전의 활력을 잃어버렸거나 그들만의 리그로 기능하고, 딱딱한 에세이 읽기의 즐거움은 이미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 사이를 비집고 서평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형편 없었다. 책 읽기의 목적이 다른 탓도 있지만, 책 읽기란 마치 손수 벽돌로 계단을 만들어가며 올라가는 것과도 같아서, 어느 계단에서 서서 더 이상 올라가지도 하고 똑같은 패턴의 말들을 반복해서 쏟아내는 서평가들에 식상해져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점에선 인터넷 서평가 로자도 마찬가지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알라딘 블로그에 가보면, 인용들과 읽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책들에 대한 소개가 많고, 정작 꼼꼼하게 독서한 흔적이 보이는 글을 예전에 비해 많이 적어졌다. 아마 외부 기고가 늘어난 탓이리라.

하지만 다행인 점은 글을 쓰면서 욕심 부리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적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느 경우에는 책에 대한 내용보다 책 주변 이야기를 더 많이 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을 쉽게 읽히고 종종 읽는 재미까지 가져다 준다. 

인문학 서적을 소개하는 서평집이지만, 생각만큼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는 책이라, 부담없이 추천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체계적이지 않고 글을 치열하게 조탁했다는 느낌도 없다. 그래서 도리어 편하다. 편하게 접근했기에, 독자는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시선에서 책을 바라보고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실은 부러운 점이기도 하다. (만일 내가 책을 낸다면, 나는 다 뜯어고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럴 기회도, 그럴 시간도 없겠지만)

서평집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읽은 바 제대로 된 서평집은 강유원의 서평집 <주제>와 이유선의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정도이다.  


책을 읽을 자유 - 8점
이현우(로쟈) 지음/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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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 10점
이유선 지음/라티오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이유선 지음, 라티오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는 참 좋은 책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철학에 대한 아무런 깊이도 통찰도 가지지 못한 얼치기 문학평론가들이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를 사용하며 적어대는 문학 평론보다 백 배는 더 나은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과 문학을 서로 엇대어 구조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글들은 설득력을 가지면서 소개되는 문학작품의 맛을 살리고 있다.


서로가 모두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현실화될 때, 여기에서 관용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용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나오고, 관용은 같이 살기(공존)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관용이 이성에서 나왔다고? 관용이 조화를 위한 것이라고? 이건 이성의 환상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그렇지 않은데 머릿속에서 나온 이념만 가지고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이런 태도는 왈쩌의 표현대로 ‘나쁜(악성) 유토피아’일 뿐이다. (송재우, 역자 후기에서 (마이클 왈쩌, ‘관용에 대하여’ 미토, 2004))
- 168쪽


가장 기억에 남는 인용구이다. 책을 소개하는 서평집의 좋은 미덕은 책의 핵심적인 부분을 잘 소개하고 인용하는 것이 되고, 이 책은 이 점에 매우 충실하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이 책이 놓여진 위치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알기에는 철학에 입문하는 사람들 중에는 문학 작품을 열심히 탐독하다가 철학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사람이 꽤 많다. (…) 예를 들어 어떤 청년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고 진실된 삶의 방식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하자. (…) 라스콜리니코프의 살인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여러 가지 철학적인 문제를 던져준다. 사회적 정의가 무엇인지, 인간이 지켜야 하는 도덕률은 어떤 것인지, 양심이란 무엇인지 등등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철학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된 청년이 철학적인 해답을 얻기 위해 윤리학 입문서를 읽게 되었다고 해보자. 이 청년이 철학 책에서 얻게 되는 해답은 대체로 두 가지다. 벤담이나 밀 같은 공리주의자들이 말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선이다”라는 명제와 칸트 같은 의무론적 철학자가 말하는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서 타당하도록 행위하라”는 정언명법이 그것이다. 이런 명제들은 비판적인 사고를 전개해 나가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주기는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라스콜리니코프가 겪고 있는 인생의 고민, 창녀인 소냐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문제와 고통 등등은 모두 사라진 채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란 무엇인가에 대한 차가운 정의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 그래서 철학 책에서 삶의 냄새를 맡기 전에 대부분 질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 문학과 철학의 경계(8쪽 ~ 9쪽)


문학을 하기 위해 철학을 전공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둘 다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새삼스럽게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그는 이 책에 실린 서평들이 리처드 로티의 영향 아래에서 씌여졌다고 고백한다.

이 글들은 2007년 6월 8일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 교수의 철학을 문학 작품과 일상을 통해 내 나름대로 해설한 것에 불과하다. 프래그머티스트인 로티는 참과 거짓, 현상과 본질, 이성과 감성, 주관과 객관, 절대와 상대, 보편과 특수 등과 같은 개념 틀을 깨뜨리려고 했다. 로티의 철학함의 태도는, 본질적이며 영원불변한 진리를 추구하는 데서 비롯되는 철학자들의 지적인 강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 문학과 철학의 경계(12쪽)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일상에서 시작하여 철학, 문학작품을 가로지른다. 책 속에서 철학자들의 지적인 강박으로부터 벗어났는지 알긴 어려우나, 적어도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방식을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인상 비평일 지라도, 최근의 문학평론가들이 터무니없는 단어들과 자신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현대 철학들로 문학 작품을 읽어내는 것과 달리, 적어도 이 책의 저자는 매우 소박하지만, 솔직하게 철학과 문학, 그리고 일상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또한 그의 솔직함은 아래와 같은 글에서도 드러난다.


그 난해한 철학적 내용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여러 권의 책이 이미 번역되어 있는 슬라보예 지젝의 주요 저서 ‘삐딱하게 보기’의 앞부분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역시 너무 어려워서 내용을 이해하기는 곤란했다. 이런 책이 그래도 꽤 팔렸다는 것은 아마도 스티븐 호킹의 난해한 책 ‘시간의 역사’가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것과 비슷한 현상일 것으로 짐작이 된다. 아니면 내가 한국의 평균독자들의 글 읽는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 18쪽 - 19쪽


제대로 된 인문학 교육을 받지 못했던 대학 시절, 나에게도 인문학은 유행따라 흘러가는 어떤 것이었다. 그  점에서 들뢰즈나 지젝에 대한 이상하고도 기묘한 유행은 나를 참 당황스럽게 한다. 제대로 읽어내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우리의 현실적 삶에 그 어떤 영향력도, 정치적 파급효과도 가지고 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의 책을 읽고 소비하는 풍토는 낯설기만 할 뿐이다.


요즘 학생들의 상식으로 통하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책을 읽어 볼 기회가 있었는데, 포스트니체주의자인 이들은 아예 ‘본다는 것’을 제쳐두고 철학에 대해 생각하는 듯이 여겨졌다. 이들의 저서는 그 의미가 대단히 불확실한 용어들로 가득 차 있어서 명확히 이해하기는 불가능했는데,  어쨌든 이들은 철학이 무엇인지를 논하는 책에서 ‘본다는 것’의 중요성을 처음부터 논외로 하고 있다. 이들은 철학이 개념을 창조하는 기술이라고 주장하면서 관조, 반성, 소통은 철학의 본령이 아니라고 말한다.
- 210쪽


그리고 씁쓰리한 현실 인식...


세월이 흘렀고 세상은 바뀌었다. 불의에 항거했던 민주주의의 투사들이 정권의 주역이 되었다. 80년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던 민주투사 치고 국회의원이 되지 않은 자가 있다면 팔불출 소리를 듣는 세상이 되었다. 더 이상 독재정권은 없으며, 매판 재벌도 없다. 그리고 옛 투사들의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대학생들의 얼굴을 보면 80년대 대학생들의 얼굴에 드리워있던 그늘이라곤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다.
- 151쪽



과감하게 추천하는 서평집이다. 다소 딱딱할 수도 있고 그간 읽어왔던 책들과는 다르게 여겨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학문과 문학은 우리 일상의 삶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지, 유행하는 학문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다. 아직도 유행하는 책을 읽고 작품이나 일상을 분석하는 글을 쓰는 이들을 보면서 내가 그 세계에 들어가지 않고 있음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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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파아란 영혼’을 운영하고 있는 지하련(김용섭)입니다.

독서모임을 시작한 지 벌써 4달이 지나갔습니다.

그 동안 3권의 책을 선정하여 2권을 진행하였습니다. 책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강유원, 책과 세계
야마모토 요시타카, 16세기 문화혁명
호이징가, 중세의 가을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주로 문화사 중심의 서양 역사책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역사 전반에 읽고 난 후, 각 전문분야별로 책을 읽을 듯합니다. (주로 인문학 책들)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의무감 없이는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을 듯한)을 선정하고 있으며,
다 읽고 난 후 같이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현재 약 7-8명 정도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각기 전공분야가 달라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습니다.
필요할 경우에는 전공 분야에 맞추어 세부 요약을 준비해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독서 모임 ‘빡센’은 폐쇄적으로 운영될 것이나, 현재는 초반이라 계속 모임 회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4번째 모임은 내일(9월 4일 토요일) 오후 4시
토즈 강남2호점에서 모일 예정입니다. (
www.toz.co.kr 에서 약도 참조)

읽을 책은 호이징가의 ‘중세의 가을’(문학과 지성사)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께서는 참가하셔도 됩니다.

참가 신청에 제한은 없습니다.

참가 신청은
intempus@naver.com 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까페를 운영 중에 있으므로 가입해주시면 됩니다.(http://cafe.naver.com/spacewine.cafe)

메일을 주실 때는
- 이름/성별
- 참가하려는 목적
- 직업(전공)
- 연락처: 메일/핸드폰
- 기타 공개 가능한 SNS 주소: 블로그, 네이트온, MSN, Twitter, Me2day, facebook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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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독서(讀書)와 느린 독서



반복과 속도

혹시 ‘포드주의(Fordism)’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가 자신의 자동차 공장에 적용한 노동 체계를 뜻하는 단어로, 컨베이어벨트 양 옆으로 노동자를 배치하고 생산 과정을 분업화시켜, 각 노동자가 동일한 업무만을 반복하여 해당 업무 처리 속도를 극대화시키는 방식을 뜻한다. 그 당시 한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려면, 한 곳에서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헨리 포드가 이를 혁신한 것이다. 경영의 관점에서는 ‘혁신’(innovation)이지만,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노동자의 비인격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는 이와 관련된 영화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자동차에 대해선 딱 한 부분(또는 몇 부분)만 전문적으로 알 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거의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반복된 작업은 결과적으로 빠른 속도를 낸다는 것이다. 이는 독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빠른 속도만이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닥치는 대로 읽는다. 내 책 읽기의 시작은 소설이었으나, 지금은 책이라는 건 다 읽는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정기적으로 읽는 잡지만 봐도 그렇다. 르몽드 디플로마크 한글판(월간), 동아비즈니스리뷰(반월간), 미술잡지(월간 - 월간미술, 아트인컬쳐, 미술세계 중 택일), 주간지 한 종, 그 외 계간지 두서너 종을 읽는다. 일간 신문은 다 읽는 것이니, 빼둔다. 여기에다 이메일 뉴스레터도 읽으니, 일주일에 읽는 페이지수로만 보자면 족히 백 페이지를 넘긴다. 여기에 일 주일에 책도 한 권 이상 읽으니, 일주일에 오백 페이지를 넘길 것이다. (책도 잡지와 비슷하여, 책의 형태를 지닌 것이라면 무조건 손을 댄다.)

하지만 나는 직장인이고 퇴근 후에는 약속 있는 날이 많으므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읽을 수 있는가 궁금해 한다.

책 읽기의 방법

대학시절 내가 책 읽는 방법은 단순했다. 무슨 책이든 책 옆에 무조건 빈 노트를 두고 읽었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잡지를 읽다가, 신문을 읽다가 기억해두어야 할 단어나 문장이 나오면 어김없이 적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리뷰(감상문)를 썼다. 방식이 이러니, 일반적인 독서보다 2배 이상 느렸다.

내 책 읽기의 시작은 2배 이상 느린 독서였다. 실은 지금 나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렇게 책을 읽고 싶다. 이미 경험적으로 나는 빠른 독서는 좋은 책 읽기가 아님을 안다. 속독(速讀)은 좋은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 학부모가 있다면, 절대로 아이에게 ‘속독법’을 가르치지 말기를. 단어 하나하나와 한 문장, 한 문장의 의미를 되새기는 느리고 신중한 독서가 깊은 생각, 좋은 글의 시작이다.

내가 책을 옆에 두고 살아온 지도 20년이 넘었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는 뒷전이었고 책이나 잡지 읽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대학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제 자주 책을 읽다가 이미 읽었던 단어나 문장이 종종 만나게 된다. 익숙해진 것이다. 요즘같이 가로쓰기에, 큰 활자에, 심지어 사진이나 그림이 들어가는 베스트셀러 실용서 같은 것은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책은 이런 책이 아니다. 반대로 나에게 긴 시간을 요구하며, 문장을 기억하길 강요하고, 한 페이지를 함부로 넘기지 못하게 만드는 책이다. 대표적인 것이 ‘교과서’라고 불리는 개론서들이다. 만일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빠른 독서를 원한다면, 먼저 개론서(두툼한 책)를 느리게 읽기를 바란다.

개론서와 잡지

어느 특정 분야의 책을 빨리 읽기를 원한다면, 먼저 읽기 어려운 책을 집어 들고 오랜 시간 동안 읽어야 한다. 옆에 노트까지 해가며. 이를 통해 특정한 단어나 문구, 또한 문장이나 표현에 익숙해져야 한다. 아마 한 권을 읽는데, 몇 주나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친 후, 이 분야에 대한 다른 책을 읽을 때는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독서가 반복되면 될수록 책 읽기의 속도는 빨라진다. 아는 부분이 나올 때는 띄어 넘고 읽을 수도 있게 된다.

잡지 읽기도 권한다. 손쉽게 단편적인 정보를 얻기에는 전문 잡지만한 것도 없다. 이 점에서 한국은 매우 열악한 잡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잡지의 종류도 얼마 되지 않고 그 잡지의 수준도 낮기 일쑤다. 잡지 읽기를 권하는 이유는 단편적인 정보를 축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된 정보들은 책을 읽을 때, 책의 흥미를 높일 수 있다. 종종 아는 정보를 만나게 해주며, 몰입도를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또한 새로운 정보를 빨리 접하게 해준다.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책 읽기의 양이 아니라 책 읽기의 질이 핵심

내가 싫어하는 책 중의 하나가 장정일의 ‘독서읽기’이다. 나는 일 권만 읽고 이후는 읽지 않았으나, 내 기억으로는 그 이후 여러 권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책이 좋았다거나 나빴다 정도만 반복적으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책이 자신의 세계관이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혹은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책의 가치나 영향력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그는 다독가이기는 하지만, 그는 마치 잡지 읽듯이 책을 읽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 책이 가진 진정한 가치나 내용을 알기 전에 장정일은 다른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책을 얼마나 많이, 빨리 읽는가를 자랑하는 듯 읽혔다.

종종 나는 이런 비유를 든다. 십 만 권의 책을 읽은 사람보다 백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 더 깊고 명징한 사유와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문제는 십 만 권의 책과 백 권의 책이 서로 다른 종류이며, 서로 다른 책 읽기를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빠른 책 읽기로, 건성건성 읽는다면, 그 책의 진가를 알지 못할 것이고, 아무리 많은 책을 읽더라도 그 책들이 한결같이 쉽게 읽히는 대중 소설이나 실용서라면 책을 읽는 동안 즐거울 지 모르나, 자신의 삶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빠른 책 읽기(速讀)란 없다

공병호의 책 읽기는 책 좋아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빠른 책 읽기란 없다고 적긴 했지만, 정보 취득이 목적인 독서일 경우엔 가능할 것이다. 이는 필요한 정보만 읽고 나머지는 버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도 두툼한 책들을 읽은 사람에게 권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이라곤 읽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느 날 문득 이제 책을 읽기는 해야겠는데, 시간이 없으니 실용적인 독서를 해야겠다고 필요한 곳만 읽고선 책 다 읽었다고 버린다면, 황당하다고 할 수 밖에.

힘들어도 느리게 읽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작은 활자에, 두툼한 책을 읽어야 된다. 그림 하나 없는 책부터 읽어야 된다. 이렇게 읽지 않고 빠른 책 읽기로 넘어간다면, 책이란 없고 깊이 있는 생각이나 통찰은 기대할 수 없다. 하긴 가벼움이 넘쳐나는 시대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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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8

  • DHP 2009.10.11 13:41 신고

    잘 읽었습니다.

  • 티스토리 메인에서 보고 클릭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문장이 가득하여 읽고 나니 뿌듯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 잘 읽었습니다.
    책읽기는 정도가 없는것 같아요.
    정독을 하자니 시간을 잃고 속독을 하자니 내용을 잃고..
    편안한 주말 오후되시길..

  • 빌리 2009.10.15 13:27 신고

    뒤늦게 책읽기가 하나의 예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최지우 2009.10.31 01:25 신고

    좋은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영혼이 많이 살찔것 같으네요~
    종종 들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날씨가 많이 추워진다고 하네요. 현대적 삶에선 영혼보다 먼저 육체적 건강이 먼저인 것같아요. ㅎㅎ.. 감기 조심요.

  • 학생시절 가장 싫어했던 책이 '현대소설 100선' 이런식으로 몇백권의 책을 한권에 zip(ㅋ) 해놓은 책이었죠. 허겁지겁 먹어치우다 보니, 여기저기 체한 사람, 헛배부른 사람, 설X하는 사람 등 많이 보이는거 같습니다. 어느새 저도 허겁지겁 쫓기고 있던건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 자본주의 세계가 '속도'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속도'가 중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속도'가 지배하는 듯 합니다. 특히 압축 성장을 한 한국의 경우에는 너무 심하고요. 그런데 공부와 독서에도 이것이 강요되고 있는 듯합니다. 실은 느리고 깊게 책 읽는 여유, 정말 좋거든요. ^^

  • 잘 봤습니다. 난독증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군요 :)

    • 천천히 뭔가를 즐기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같아 안타깝습니다. 특히 물질적 환경이 그것을 더 심화시키는 것같고요.
      감사합니다. ^^

  • 콩세알 2009.12.14 09:52 신고

    잘 읽었구요. 글 좀 퍼가겠습니다. 그냥 독서토론회 모임에서 같이 읽어보려구요. 출처는 밝히겠습니다.

  • 빌리 2010.07.06 15:05 신고

    님의 글 덕분에 다시 용기를 얻어 이기적 유전자 읽었습니다.'
    여기서 읽었다고 함은 글자인 상태로 처음부터 끝까지 눈으로 봤다는 뜻이죠 ㅎㅎ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지만 그래도 내 손바닥에 가까스로 남아 언뜻 보면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같은 유리 조각이 몇개 남았습니다.

    • 쉬운 책들을 여러 권 읽는 것보다 좋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이 좋습니다. ^^ 리처드 도킨스 류의 책을 좋아하시면 관련 책을 여러 권 읽고 난 다음 다시 읽으면 훨씬 더 잘 읽힐 겁니다. 저도 수년 전에 읽다가 포기한 책을 다시 읽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잘 읽히거든요. 나이와 경험에 따라 책에 씌여진 언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폭도 달라는 듯합니다. : )



의욕 부족인 목요일 오후. 인터넷 서점에서 책들이 왔다.



두 권짜리 이름 없는 주드는 다음 주까지 다 읽고 글을 써야 한다.

시몬느 베이유의 '중력과 은총'과 이스트반 케르테즈의 '모짜르트 프리메이슨 뮤직'이 가장 기대된다. 허균의 한정록도 무척 재미있을 것같다. 그외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발췌본. 마노비치의 뉴미디어의 언어, 라투르의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르네상스 미술, ... ... 이 책들 다음달까지 다 읽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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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1



'다치바나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그리고 책 표지 뒷면에는 '지의 거인'이라는 단어가 다치바나라는 이름 앞에 붙어 있다. 이런 식의 거창한 단어들이 쓰인 책일수록, 대체로 무책임하면서 저급한 경우가 많다. 이 책? '무책임'이나 '저급'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별 내용 없는 책이라는 점에서 여러 다른 책들과 엇비슷하다.

우리가 책을 읽는 데에는 많은 목적이 있다. 다치바나처럼 지적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학문적 목적 때문일 수도 있으며 궁지에 몰린 인생에 해답을 찾기 위한 절대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적 호기심'만으로 책을 읽는다면 그 한계는 명확하다. 왜냐면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 매체 그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지식들은 지적 호기심의 대상이면서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뉴튼의 물리학이 어떤 지적 호기심의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뉴튼의 물리학은 이후 인류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준 것보다 인류의 삶은 변화시킨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지식이란 이런 것이고 책이란 이런 지식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둘러싸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이런 류의 일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다치바나의, 이 책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가를 이야기할 뿐, 그 외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많은 책을 읽고도 참된 지식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한 마디도 적어내지 못한다면 그 많은 책들은 쓰레기더미에 지나지 않는다. 한 권의 책만을 읽고 이 세상의 진리를 깨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 만 권의 책을 읽고도 이런 책을 읽었다고 말할 뿐, 그 책들이 자기에 무엇을 주었는가에 대해서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내가 보기엔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훌륭한 책을 깊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6점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청어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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