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162

스펙터클 사회과 예술 실천 - 'noon'을 읽고

Noon 1호 - Noon 편집부 엮음/GB(월간지) 2009년에 창간호가 나온 후 소식이 없는 잡지 ‘noon - 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 and visual culutre’를 읽었다. 주제는 violence of the spectacle이다. 아마 몇 명은 바로 예상하겠지만, 이 주제는 기 드보르Guy Debord의 에서 언급된 그 스펙타클에 대한 것이다. 기 드보르는 이 놀라운 저작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스펙타클을 새롭게 정의 내린다. “스펙타클은 일련의 이미지들이 아니라 이미지들에 의해 매개되는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이다.” 기 드보르는 이미지들로 구성되는 스펙타클이 아니라 감각적 이미지들의 구성체로서의 스펙타클이 지배하는 사회의 스펙타클 환경(상황)에 주목하고..

우리들의 역사 - 데비 한, 마크 퀸, 서울 명동

영화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요즘 어떤 영화가 재미있는지 전해 듣기 마련이다. 그만큼 대중적이고 사람들의 관심사이다. 하지만 미술은? 아직까진 찾아서 움직일 수 밖에 없음을... 몇 달 째 전시장 근처도 가지 못했다. 회사일이 바쁘기도 했고 주말이면 집 밖으로 나오는 건 대단한 각오를 해야 될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말미술여행'이라는 어플을 만들어놓고도 개점 휴업 상태가 되었다. 역시 콘텐츠 관리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회사 일과는 무관할 때 더욱 그러하리라. 그러나 이제 외출하기 좋은 봄날이 오고, 몇 개의 전시를 챙겨보았다. 데비 한 1985 - 2011, 성곡미술관 데비 한의 작품은 미국과 한국, 서양과 동양, 너와 나를 묻는다. 인용과 조작, 해체로 이루어지는 그녀의 작품은 현대 ..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독일적 샤머니즘, 주술적 작업, 과감하고도 단호한 정치적 참여. ... 이 정도의 표현이 나오면 안젤름 키퍼가 요셉 보이스에게 상당한 영향을 받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1970년대 요셉 보이스와 함께 했다. 안젤름 키퍼. 그의 작업은 매우 정치적이고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지만, ... 그의 작품이 가진 정치성은 한국 사회로 오면 꽤나 많이 희석되고 만다. 그의 작업은 상당히 충격적인 표현 작법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안젤름 키퍼와 함께 하는 비판적 현대사' 같은 글이라도 쓰야 하는 걸까. 실은 현실 정치나 과거 역사에 매우 비판적인 작가들은 너무 많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작품이 대형 갤러리에 전시되어 팔리는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

라우셴버그의 '지워진 드 쿠닝의 그림'

1959년, 무명의 젊은 미술가 로버트 라우셴버그Robert Rauschenberg는 윌렘 데 쿠닝Willem de Kooning에게 어떤 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데 쿠닝은 라우셴버그보다 나이가 많고 훨씬 유명했을 뿐 아니라 작품값도 상당히 비쌌지만 그 프로젝트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는 이를 위해 자신이 중요하게 여겼던 그림 한 점을 라우셴버그에게 주었다. 크레용과 유성연필, 잉크, 흑연 등으로 그려진 그림이었다. 라우셴버그는 그 그림을 가지고 한 달을 씨름했다. 그림을 완전히 지운 것이다. 이어서 그는 그 지운 그림을 금박 액자에 끼우고, “지워진 데 쿠닝의 그림, 1953년(Erased de Kooning Drawing, 1953)“이라고 제목과 날짜를 직접 써 넣었다. 라우셴버..

중력중독자의 날개 - 김이경 전, 한전아트갤러리(양재)

중력중독자의 날개 Wings of Gravity Addict - 김이경 전, 한전아트갤러리, 2012.1.23 - 2.3 첫 전시를 한다는 건 참 고단하면서도 가슴 떨리고, 기대되면서도 쓸쓸한 일이다. 그건 누군가의 시선 아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며, 드러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형편없는 취향에, 보잘 것 없는 언어에, 혹은 금전적 이득과는 무관한 시기와 질투 속에 휩싸이는 것을 의미한다. 하긴 도리어 지독한 찬사가 작가의 앞길을 망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젊은 작가들 앞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란 '작품이 좋네요'이거나 '계속 작업하세요'다. 이 두 말이 가지는, 인생에서의 가지는 위험성과 중독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첫 전시를 한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복이며 근..

12월의 추천 전시 - 이우환과 칸디다 회퍼

전시를 보러가는 일은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곰브리치는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고 난 다음 거리 풍경을 둘러보라. 미술관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세상 빛깔이 달라져 보일 거라고. 저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말 없는 작품들이 그 누구도 전해주지 않는 이야기를 들어주곤 하니깐요. Dialogue - 이우환 전 갤러리 현대, 12월 18일까지 이우환, Relatum-Expansion Place, 2008, 2 iron plates 230x25x1; 2 stones 60x60x60 이미지출처: http://artne.com/artfair/m_mall_detail.php?ps_ctid=02070000&ps_goid=136 이우환. 그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작가입니다. 벌써 ..

칼스텐 해리스Karsten Harries 교수와의 인터뷰

며칠 전에 올린 칼스텐 해리스의 글에 이어, 다시 한 편 더 올린다. 전문 잡지에 오래 전에 실린 글은 구하기 어렵다. 좋은 글들이 많지만, 누군가 꺼집어 내지 않는 이상 누구도 찾아보지 않게 된다. 블로그에 누군가의 글을 그대로 옮기는 일이 드문데, 자주 그래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 된 일인지 좋은 글 보기가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느낌 때문이다. (내 게으름이 한 몫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래 글은 월간미술 2002년 2월호에 실린 글이다. 현대미술에 대한 적절한 시각과 평가를 가진 칼스턴 해리스의 인터뷰이다. 지금 읽어도 놀라운 설득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필독을 권한다. - 2002년 2월 월간미술 게재. 독일 철학, 미술사, 건축 이론, 그리고 현대 과학의 역사에 걸친 광범위한 지식..

균제(均齊) - 김수영 展, 원앤제이갤러리

균제(均齊) - 김수영 展 원앤제이갤러리(www.oneandj.com) 2011.9.1 - 10.2 사각의 캔버스 속, 빼곡하게 들어찬 창들을 가진 건물의 숨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듯하다. 그건 마치 동물의 피부와도 같다. 마치 거대한 식물의 이파리같다. 현대의 건물들, 정확히 말하면 모던 건축물의 외벽을 옮기는 그의 페인팅(회화)는 딱딱하고 건조하지만, 섬세하고 참을성이 있다. 실은 그의 작품 속에 건물들은 어제 밤에 토라진 애인같다. 그의 작품이 차갑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창이 닫혀 있고 벽만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건 거대한 도시에서 마주하게 되는 차가운 건물이 아니라, 우리 마음 속으로 들어온 살아있는 건물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우리가 늘 눈으로 마주하는 존재, 그리고 그것들..

서울미술산책가이드, 류동원/심정원

 서울 미술산책 가이드 류동현,심정원 공저, 마로니에북스 "발을 내딛는 순간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세상에는 그런 매혹적인 길이 있다. 한 번 내딛으면 나도 모르는 새 푹 빠져 드는 그런 길. '미술'이라는 길이 바로 그렇다. 이 책은 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미술 현장으로 이끌기 위해 쓴 가이드북이다." 저자들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주말미술여행'을 운영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미술 전시에는 관심있으나,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 없을까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 한 권을 서점에서 샀습니다. 책은 무척 좋습니다. 문장은 평이하면서도 미술 전문가들이 일반 관람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다 적고 있었습니다. 주요 미술관, 갤러리들 뿐만 아니라 미술 감상법에 대해서도 적고 있는 이 ..

국제아트페어 '키아프 KIAF' 2011 오픈

KIAF 2011 (Korea Interanational Art Fair 2011) 2011. 9. 22 - 9. 26 코엑스 1층 A&B Hall http://kiaf.org 어제 퇴근 길에 키아프에 다녀왔습니다. 국내 최고의 국제 아트 페어라고 하지만, 국제적인 아트페어와 비교한다면 갈 길이 먼 행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 미술계 내에서도 논란이 많은 행사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생각는 미술 쪽에 한 때 몸 담았던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고, 한국의 미술 애호가들에게 이런 행사는 놓치면 안 되는 아트페어임에는 분명합니다. 여유가 되어 홍콩 아트페어나 상하이 아트페어, 혹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를 가지 못할 바엔, 키아프는 (다소 미흡하긴 하지만) 세계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는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