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163

사이방가르드 - 개입의 예술, 저항의 미디어, 이광석

사이방가르드 - 개입의 예술, 저항의 미디어 이광석 지음 안그라픽스 ‘사이방가르드: 개입의 예술, 저항의 미디어’라는 책 제목과 부제에서도 드러나듯, 이 땅의 고민들을 반영하고 담아내려는 사이버 시대의 아방가르드적 행동주의의 흐름과 예술, 미디어 저항과 실천의 다양한 작업들에 주목한다. 책에서 소개되는 아방가르드 예술군의 사회 참여 방식을 보면서, 독자 여러분들은 현실의 야만에 반응하는 나름의 ‘싸움의 기술’을 터득하기 바란다. - 14쪽 작년 모 잡지의 원고 청탁으로 관련 자료를 찾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미술 분야의 일을 간간히 하지만, 최신 정보와는 다소 동떨어진 일상을 살아가는 탓에 이런 류의 책을 소개받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책은 신선했다. 문장과 구성 방식, 그리고 소개되는 예술가들마..

클리오 박스, 인사아트센터

CLIO Cosmetic Art 2011 CLIO BOX 2011. 4. 27 - 5. 3 인사아트센터 1층 http://www.clio.co.kr/index.asp (인사아트센터 1층 클리오박스 전시장 입구) 색조 전문 화장품 회사 클리오가 아트-작품과 상품-아트의 교차를 시도하는 또 한 번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다. 클리오가 순수미술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의 고급화를 지향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전시 ‘클리오 코스메틱 아트’는 이번으로 다섯번째이다. 콜라보레이션 전시가 흔히 그렇듯, 전시는 크게 두 가지 성격을 공유할 수 밖에 없다. 용기와 매재 등 클리오 제품을 직접적으로 이용하고 변용하면서 작가의 본래적 색채를 드러내는 외형적인 특성과, 거꾸로 작가 자신의 오리지날리티와 리얼리티를 대중적..

단색회화의 매력 - 조엘 킹 전시, 그림손갤러리

조엘 킹 Joel King Intervals 2011. 5. 4 - 17 Grimson Gallery 번잡스러운 인사동 길을 지나가다가 수도약국 골목으로 조금 올라가면 그림손 갤러리가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골목길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파고다 공원에서부터 안국동 방향으로만 갈 뿐입니다. 하지만 잠시 알 수 없는 골목길로 한 번 걸어 들어가 보면, 작고 아담한 까페라든가, 도심 한 가운데의 고요한 갤러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인사동입니다. 아주 잠시, 짧은 거리의 모험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도심의 근사한 침묵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 침묵처럼 조엘 킹의 작품은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단색조의 회화를 ‘모노크롬(Monochrome)’이라고 합니다. 이 회화 양..

John La Farge, 19세기 어느 미국 화가의 순박한 작품 속으로

전시를 보러 가지 못한 지 2주가 지났다. 이쯤 되면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바쁜 회사 생활 속에서 그나마 내가 숨을 쉬고 있구나 하고 느낄 때가 근사한 미술 작품을 만날 때이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해서 월 회의를 끝내고 잠시 쉬는 동안 페이스북을 훑어보고 있을 때였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페이스북 페이지에 소장품 소개 정보가 업데이트되어 있었다. 그 작품이 바로 아래의 작품이다. The Great Statue of Amida Buddha at Kamakura, Known as the Daibutsu, from the Priest's Garden 1886년 일본 여행에서 돌아온 뒤, 존 라 파지(John La Farge)가 1887년 완성한 수채화다. 푸른 잎들과 대비되어 드러나는 부처의 모습이 인상적..

사물들에 대한 사랑, 혹은 숨겨진 외로움

하루의 피로가 몰려드는 저녁 시간. 밖에는 3월을 증오하는 1월의 눈이 내리고 대륙에서 불어온 바람은 막 새 잎새를 틔우려는 가녀린 나무 가지에 앉아 연신 몸을 흔들고 ... 어수선한 세상에서 잠시 고개를 돌리고, 밀려드는 업무에 잠시 손을 놓고 ... 하지만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 눈 오는 3월의 어느 저녁.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소리 내어 읽는다. 사물들에게 바치는 송가 모든 사물들을 나는 사랑한다. 그것들이 정열적이거나 달콤한 향내가 나기 때문이 아니라 모르긴 해도 이 대양은 당신의 것이며 또한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단추들과 바퀴들과 조그마한 잊혀진 보물들. 부챗살 위에 달린 깃털 사랑은 그 만발한 꽃들을 흩뿌린다. 유리잔들, 나이프들 가위들… 이들 모두는 손잡이나 표면에 누군가의 손가락이 스쳐..

신소영 전, 이화익갤러리

Moments in Continuous Change 신소영 Shin, SoYoung 전 이화익 갤러리. 2011. 3. 2 - 3. 15 어린 아이의 얼굴만 봐도 절로 미소가 떠오릅니다. 누구의 시였던가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의 시 '무지개'에서 나온 문구네요. 시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가 번역본을 구하지 못한 관계로..) The Rainbow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수보드 굽타 Subodh Gupta 展, 아라리오 갤러리

수보드 굽타 Subodh Gupta Seoul. 1 Sept - 10 Oct, 2010 Arario Gallery 현대 미술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을까? 아직까지 우리들은 서구에서 인정받아야만 대단해지는 걸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수보드 굽타의 작품 앞에서 한동안 망연자실해 있었다. 니콜라 부리오의 지적처럼, 그의 작품들은 '문화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개념적인 함정'일지도 모른다. 이 철제 오브제는 당신의 작품 세계를 상징하는 소재이자 하나의 전환점이기도 했습니다. 인도에서 이 오브제가 갖는 의미는 서구 세계에서 본 관점과는 달랐습니다. 오히려 반대의 의미를 지니기도 했죠. 인도에서 이 오브제는 일상 생활의 일부로서 대중 문화를 상징합니다. 반면 ‘서구’라는 새로운 문화적 맥락에서는 그 번쩍거림이 사치스..

김잔디, 윤상윤, 조문기

김잔디, 윤상윤, 조문기 2011. 1. 20 - 2. 17 GYM Project (청담동 네이처포엠 빌딩) 별 생각 없이 들린 작은 갤러리에서 눈이 환해지는 작품들을 만날 때만큼 기분 좋아지는 일도 없다. 네이처포엠이 있는 작은 갤러리, GYM Project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한 갤러리로 그 진지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에 내가 본 전시는 김잔디, 윤상윤, 조문기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설명문에 담긴 작가 소개는 아래와 같다. - 김잔디는 장소에 관한 특정한 경험에 자신의 상상을 더하여 그 장소를 황량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장소’는 사회적 경험에서 나온 작가 개인의 기억이다. 이처럼 작가가 갖는 장소에 대한 애착은 장소의 근원적인 성격에 대한 탐구로 진행되었고, ..

백남준 굿, 최재영 사진전, 아트링크

백남준 굿 최재영 사진전 2011. 1. 25 - 2. 13, 아트링크 www.artlink.co.kr 사진은 순수한 우연성이며, 오직 우연일 뿐이므로 민속학적 지식의 재료가 되는 '세부들'을 단번에 보여준다. - 롤랑 바르트 1952년생인 최재영은 이번 전시가 첫 개인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래 동안 미디어에서 사진 기자 생활을 해온 터라, 평생을 카메라를 들고 다녔으나, 개인전이라고 할 만한 전시를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첫 개인전으로 백남준을 내세웠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사진은, 2006년 1월 29일 작고한 백남준의 5주기를 맞이하여, 그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최초로 공개하는 백남준의 퍼포먼스 기록 사진이다. 1990년 7월 20일, 백남준의 생일이기도 한 이 날, 백남준은 서울..

미술의 빅뱅, 이진숙

미술의 빅뱅 - 이진숙 지음/민음사 미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글을 쓸 때는 언제나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데 조심스러워만 한다면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할 것이고 정직한 글도 쓰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글쓰기의 딜레마가 있다. 어쩌면 현대 미술 작품이나 현대 작가에 대한 글들이 대부분 어렵게 읽히는 것도 이 딜레마 때문일까. 이진숙의 ‘미술의 빅뱅’(민음사, 2010)은 이 점에서 무척 좋은 책에 속한다. 저자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작가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작가와 작품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꽤나 어려운 접근 방식. 그래서 이 책은 전문적인 미술 비평서도, 그렇다고 대중의 눈높이만 무작정 고려한 미술에세이집도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목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