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164

미술의 빅뱅, 이진숙

미술의 빅뱅 - 이진숙 지음/민음사 미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글을 쓸 때는 언제나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데 조심스러워만 한다면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할 것이고 정직한 글도 쓰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글쓰기의 딜레마가 있다. 어쩌면 현대 미술 작품이나 현대 작가에 대한 글들이 대부분 어렵게 읽히는 것도 이 딜레마 때문일까. 이진숙의 ‘미술의 빅뱅’(민음사, 2010)은 이 점에서 무척 좋은 책에 속한다. 저자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작가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작가와 작품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꽤나 어려운 접근 방식. 그래서 이 책은 전문적인 미술 비평서도, 그렇다고 대중의 눈높이만 무작정 고려한 미술에세이집도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미술시장은 회복세?

크리스티는 올 상반기에 25억7000만달러의 미술품을 팔아 거래 총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43% 뛰었다. 이는 크리스티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거래 총액이다. 특히 전체 거래 총액 가운데 경매가 아닌 개별 판매를 통한 규모가 2억7410만달러로 33% 이상 증가했다. -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에 돈 몰린다(매일경제신문, 8월 5일) 오랜만에 세계미술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가 실렸다. 국내 미술 시장도 그런 것처럼 보인다. 올 상반기 서울옥션의 경매 실적은 209억6500만원(낙찰 총액 기준)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148억원, 하반기 107억원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실적이다. K옥션 실적도 급증했다. 올 상반기 16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96억원, 하반기 114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 세계..

작가의 성실성과 미술의 대중화 - 홍경택 인터뷰 중에서 (2010년 봄)

홍경택_해골_캔버스에 유채_200×200cm_2008 가끔 구입해 보는 'Trans Trend Magazine' 2010년 봄호에 홍경택 작가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의 작품은 워낙 유명한 지라 전시장과 여러 옥션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탁월한 감각으로 장식적이면서도 뚜렷한 메시지를 가진 작품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더 유명한 것은 작품 가격일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수직적인 작품가 상승이 일어난 가장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홍경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 인터뷰를 읽는 동안, 그의 작품 가격은 그다지 중요해 보지 않았다. 미술 시장에서 작품 가격이 중요하긴 하지만, 종종 우리는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도 한다. 내가 읽은 인터뷰에서 홍경택은 현재 미술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그리..

서울포토2010 (Seoul Photo 2010)

전시 기획, 특히 대형 미술 전시 기획의 어려움은 수익만 쫓아가는 비즈니스의 속성, 그리고 그것과 무관하거나 아직 한국적 풍토와 잘 맞지 않는 예술성, 작품성을 서로 만나게 하는 데 있다. 내가 관여하고 있는 아트페어도 마찬가지다.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포토2010도 그런 사정을 여실히 드러낸 전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아트페어에도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이 존재한다. 결국엔 공통된 관심사와 목적, 팀웍이 중요하다. 내가 갤러리스트로 나갔던 아트페어, 혹은 주관했던 아트페어에서 결국 중요했던 것은 팀웍과 참가한 작가나 갤러리의 작품성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마인드였다. 적고 보니, 참 어려운 일이었음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서울포토201..

조르주 루오 - 신성과 세속

조르주 루오 - 신성과 세속 2009. 12. 15 ~ 2010.3. 28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3F 비가 내릴 듯한 색채의 대기 - 흐린 날씨. 북쪽 대륙으로부터 밀려든 짙은 구름들. 거친 아스팔트 도로 옆의 커피숍. 일요일 오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전시를 보는 것이 이젠 특별하게 변해버린 어느 직장인의 일요일 오전. 조르주 루오를 그 때 만났다. 전시장 입구는 인파로 빽빽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조르주 루오를 만나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다니! 하지만 아니었다. 1층에 인상주의 전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 미술관 앞 길게 늘어선 줄은 서울이 마치 대단한 예술의 도시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 열기가 다른 전시들에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조르주 ..

미술 시장에 대한 단상 - 서울오픈아트페어를 보고

2000년대 중반 전 세계 미술 시장은 그야말로 대단한 호황이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서울옥션, K옥션을 비롯하여 수십개의 아트 옥션 회사가 생기고 새로운 갤러리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어떤가. 소리소문없이 아트 옥션 회사가 문을 닫고 갤러리들이 사라지고 있다. 아직 사람들은 그러한 호황이 다시 올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며, 미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올까? 2006년, 2007년과 같은 시기가. 나는 단호하게 그런 시절은 오지 않고, 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미술 작품을 오직 투자 목적으로 접근했을 때, 실패하기 가장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어찌 어느 순수한 영혼의 치열한 결과물을 돈으로..

서양 미술사: 근대 미술 강의 노트 1

오래 전에 어느 문화센터에서 서양미술사를 강의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이지 못한 강의였고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다루었던 관계로 한 번으로 끝났습니다만, 그 때 정리해놓은 강의 노트가 있습니다. 여러 참고 문헌, 그리고 제가 배웠던 서양미술사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제 이력이 유별나,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인문학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양미술사는 인문학의 꽃입니다. 철학사(혹은 지성사)와 비슷하게 움직이며, 언어가 아닌 다른 것으로 우리들의 정신적 세계를 보여주며, 그 시대의 보이지 않는 모습까지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양미술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작품들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동시의 철학 책이나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

Martin Creed 마틴 크리드 전, 아트선재센터

Martin Creed 2009.11.07 – 2010.02.12 Artsonje Center, Seoul, ROK 현대미술(contemporary art)는 어디까지 막다른 골목으로 향해 갈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마틴 크리드(martin creed) 전을 추천한다. 2001년 그가 터너상을 받았을 때도, 한 쪽 세상은 그의 수상에 열광했으나, 한 쪽 세상은 경악하고 분노했다. 이 점에서 터너상 수상자의 대부분은 이러한 찬반양론에 휩싸이며, 터너상은 은근히 이를 즐기는 듯하다. 아트선재센터의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의 최전선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전시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마틴 크리드는 내게 그리 감동적이지 못했다. 도리어 불편했고 마틴 크리드의 조롱과 장난은 도가 지나..

KASF2010 - 청소년아트페스티벌 What is your name?

정신없는 연말을 보내고 새해 연휴 땐 지나간 한 해를 반성하고 새로운 해를 설계하려고 했으나, 결국 새해 설계, 혹은 각오를 채 세우지 못한 채 쫓기듯 2010년의 1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쉐아르님의 글에 화답하지도 못한 채 벌써 2주가 흐르고 있습니다. 2010년의 방향은 대강 잡았으나, 실패의 경험이 많아질 수록 계획이란 실행 가능성,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세워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계획 세우기가 참 어려워졌다고나 할까요. 그건 그렇고 또 작은 예술 행사를 준비하였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주말에 틈틈이 관여하여 준비한 것입니다. 오늘 오프닝인지라, 회사에는 휴가를 내고 행사 진행을 하였습니다. 역시 예술 전시의 보람은 작품의 수준이나 재미가 우선시된다는 사실을 또 느꼈습니다. 중학생, ..

공동체 라디오 Community Radio, 공동체 예술 Community Arts

지역적 한계가 없는 인터넷과 달리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적 한계 내에서 소통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매체에요. 그래서 공동체 라디오는 일반라디오와 다릅니다. 일반라디오는 방송을 하고 나면 모든 관계가 단절되어 버리는데 반해 공동체라디오는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나갑니다. 지역의 문제를 방송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지역과 순환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바로 공동체라디오입니다. - 송덕호(마포FM 이사), (볼 6호, 166쪽, 2007년 가을) 볼 BOL 006 2007.가을 - 볼 편집부 엮음/한국문화예술위원회 1. 오래된 잡지를 읽다가, 공동체 라디오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NPR을 떠올렸다. 자연스럽게 내 관심사인 공동체 예술(Community Art)로 옮겨갔다. 2. Community Art는 공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