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164

루시와 그녀의 시간 Lucy and Her Time, 최재은, 로댕갤러리

Lucy and Her Time 최재은 - 루시의 시간 2007. 9. 21 ~ 11. 18 로댕갤러리 국내 대부분의 미술 잡지에서 이번 전시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만 보자면, 높은 평가와 호응을 얻은 전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는 비평적 관점에서의 접근일 뿐, 일반 대중이 보고 공감하고 호응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전시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모호하고 추상적인 작품들 속에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끌어내기란 다소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Lucy라는 이름은 1974년에 발견된 화석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 화석 중에서 가장 완벽한 것으로, 25세 정도의 여성에, 키는 약 107cm, 몸무게는 28kg, 약 3백 20만년 전에 살았던 원시 인류의 화석이다. 특히 루시의..

미술 시장에 대한 메모 1

월간미술 10월호를 읽다가 메모해 둔 것을 포스팅한다. 미술시장이 팽창하는 것은 한편 대단히 고무적이지만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너무 상업적으로 끌어가려 해 안타깝다. 나는 그림을 남에게 선물한 적은 있지만 판 적은 없다.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요가 있는 물건이 세월이 흐르면서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당연한 경제 원리다. 하지만 그림은 재테크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신적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문화는 보다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트렌드에 따른 상업적인 접근보다 그림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안목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 권기찬(오페라갤러리코리아 대표), 월간미술 2007년 10월호 사실 역사가 깊은 외국의 경매에도 가격 담합이나 조작은 있어왔다. 피터 왓슨이 ..

미술 비평의 역사, A. 리샤르

미술 비평의 역사 A. 리샤르(지음), 백기수, 최민(옮김), 열화당 ‘미술 비평의 역사’같은 책을 읽는 이가 몇 명쯤 될까(안타깝게도, 나이가 들수록 이런 시니컬한 반응부터 먼저 보이게 되는 것은 정직한 미술사 연구자의 수만큼이나 미술사, 또는 미술 비평의 학술적 영역과 대중적 영역과의 괴리가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매우 좋은 책이다. 짧고 간결하게, 그러나 풍부한 인용들을 통해 미술사에 있었던 여러 비평적 태도에 대해 그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상학적 미술사 연구가 주된 경향으로 자리 잡은 이 때, 리샤르는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비평을 위한 새로운 이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금은 미학, 또는 미술 비평에 있어서 거의 권력..

로베르 콩바스 展

로베르 콩바스 展 Robert Combas : Savoir-Faire 2006.12.20 ~ 2007.2.11 서울시립미술관 과한 절제와 억누름이 성스러운 금욕이 되거나 자본주의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이 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까. 과격한 색의 자유와 흐트러진 선들, 어린 아이와 같은 유치함 속에서 화려한 봄날같은 인생을 노래하기엔 우리는 너무 문명화되고 철이 든 것일까. 로베르 콩바스의 작품 앞에 선 우리들은 재미있어 하지만, 갈 수 없는 유치함의 세계 속으로 쉽게 동화되지는 못한다. 결국 작품 바깥만을 겉돌다 전시장 밖으로 나가고 로베르 콩바스의 유치함을, 자유롭고 과격한 선의 예술을, 심지어는 자신이 미술관에 갔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린 채 무모한 일상을 견뎌낸다. 이럴 바엔 차라..

르네 마그리트 전

Rene' Magritte, Empire of Dreams 초현실주의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 전 2006.12.20 ~ 2007.4.1 서울시립미술관 대화는 계속 단절되었다. 그는 어떤 수법, 어떤 사고와 논리, 바꿔치기, 말과 그림 사이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사랑의 아픔, 인생의 공허와 쓸쓸함, 쫓기는 듯한 일상에의 두려움에 대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철부지 소년처럼 우리의 시선을 낯설게 하는 어떤 기법, 끊임없이 신기함을 환기시키는 어떤 그림에만 관심을 보였고 그것들만 보여주었다. 나는 그의 철부지 같은 태도에 실망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무수한 미술애호가들과 비평가들이 두 손을 들고 떠받치는, 현대미..

27일 새벽 2시

1. 우울한 천사가 내 머리 위에 앉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야, 이제 그만 내려오렴. 어둠은 이제 우리 목 밑까지 차올랐단다. 앞을 보지 못하는 우울한 천사는 되레 내 말에 토라져서 쿵쾅쿵쾅 뛰기 시작하고 내 머리가 흔들리고 내 몸이 흔들리고 내가 딛고 선 이 땅이, 내가 바라는 사랑이, 내가 바라보던 그 어린 날의 별빛마저 자욱한 우주의 먼지 속으로 흩어져 버리고 만다. 2. "나는 결코 미술가가 되려고 한 적이 없어요. 미술에 관심을 둔 적도 없죠. 나는 그저 한 마리 야수가 되고 싶어했답니다. 그런데, 그러기엔 내 얼굴은 너무 상냥하게 생겼어요." (Jonathan Meese)

그림 읽어주는 여자, 한젬마

그림 읽어주는 여자 - 한젬마 지음/명진출판사 한젬마(지음), , 명진출판, 1판52쇄. 블로그를 하고 난 뒤, ‘요즘 사람들은 미술에 참 관심이 많구나’ 생각했다. 그것이 다른 곳에서 퍼온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하지만 내가 직접 서양 미술 관련 책을 내고 문화센터에서 서양미술사 강의를 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미술이나 예술 관련 서적이 거의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사람들이 가지는 관심이 깊이가 있다기 보다는 다소 키치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그림들이 자신의 블로그를 예쁘게 꾸미려는 소박한(?) 목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에 적잖게 실망하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젬마가 쓴 이 책에 대한 내 평가는 단호했다. 그녀는 작위적으로..

라파엘전파, 팀 베린저

라파엘전파 - 팀 베린저 지음, 권행가 옮김/예경 팀 베린저(지음), 권행가(옮김), , 예경, 2002년(초판) 예쁜 그림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라파엘전파. 대다수의 미술사가들이 그 가치를 폄하하고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미술, 그래서 '위선과 기만'의 시대로 알려진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한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미술 양식.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한 라파엘 전파 화가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 어쩔 수 없이 그 가치를 인정해주기에는 그들의 작품들이 그 시대의 한계를 넘지 못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서술하고자 노력한 책이다.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를 시작으로 존 에버릿 밀레이, 번 존스, 매독스 브라운 등의..

Chaim Soutine의 자화상

Chaim Soutine (시암 쑤띤)의 자화상이다. 1916년에 그려진 작품이다. 꽤 심각할 정도로 자기 자신에 대한 증오, 내지는 혐오를 가지고 있었나 보다. 추상 표현주의의 윌렘 드 쿠닝은 시암 쑤띤을 열광적으로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시암 쑤띤의 첫 번째 대형 전시를 뉴욕에서, 그것도 그가 죽고 난 10년 정도가 흐른 뒤에 열렸고 이 때 미술의 중심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가던 무렵이라는 걸 떠올려보면 무척 재미있다. 잭슨 폴록이 현대 미술계의 스타로 떠올랐고 파리에서는 이에 질세라 타피에스, 뒤뷔페를 중심으로 한 앵포르멜이 유행하고 있었다. 쑤띤 작품은 세계에 대한 혐오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추상 표현으로 일관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그의 생애가 두 개의 전쟁 속에 있었고 유태인이..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마리 앤 스타니스제위스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지음, 박이소 옮김/현실문화연구(현문서가)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Believing is Seeing 마리 앤 스타니스제위스키 지음, 박이소 옮김, 현실문화연구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두 번 적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적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책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저 책에 대한 다른 이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는데, 다들 찬사 일변도여서 이건 아닌 것같아 여러 번 고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라면 원고지 10장 정도의 분량과 슬라이드 20개만 있으면 이 책에서 다루어진 내용의 다섯 배 많은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그러고 보면 다들 현대 미술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