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162

월요일

집에 들어오니, 어느새 자정이 지나있다. 지하철 안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크를 읽었다. 세계는 지금 미국식 경제 정책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로 고심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지금 어떻게 하면 (레이건 이후 부시까지 이어진) 미국식 경제 정책들을 잘 도입할 수 있을까 고심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하긴 르몽드 디플로마크라고 하면, 소위 말하는 '좌빨' 저널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니(내가 읽기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여겨지지만). 지난 주 토요일에는 약 일곱 개 정도의 전시를 챙겨보았다. 약간 불편한 동선이었고 두 개의 약속이 있었던 터라, 정신없이 움직였지만, 몸이 피곤한 만큼 영혼은 꽤 풍요로웠다. (보았던 전시들의 리뷰를 적을 생각인데, 과연 언제 다 적을 수 있을련지~) 일요일에는 아침 8시에 일어나 약간..

현대미술, 이자벨 드 메종 루주(지음)

현대미술 - 이자벨 드 메종 루주 지음, 최애리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현대미술 이자벨 드 메종 루주(지음), 최애리(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현대미술에 대해서는 온갖 논의가 있어왔고 개중에는 상반된 것도 많다. 현대미술은 이렇다, 현대미술은 저렇다 하는 식의 주장은 끝이 없다. 예컨대 현대미술은 이해할 수 없다, 현대미술은 볼 것이 없다, 현대미술은 유파가 하도 많아 정신이 없다, 현대미술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현대미술은 엘리트의 전유물이다, 현대미술은 참여적이다, 현대미술은 정치적이다, 현대미술은 의미를 배제한다, 현대미술은 해괴하다, 현대미술은 공격적이다, 현대미술은 추하다, 현대미술은 아름답다, 현대미술은 기쁨을 준다, 현대미술은 거슬린다, 현대미술은 부당한 보조금을 받는다, 현대미술..

론 데이비스의 미술투자 노하우, 론 데이비스

론 데이비스의 미술투자 노하우 - 론 데이비스 지음, 최리선 옮김/아르타 론 데이비스의 미술투자노하우 론 데이비스(지음), 최리선(옮김), 아르타 최근 많은 사람들이 미술 투자(art investment)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나에게 미술 투자에 관해 묻기도 한다. 나 또한 “이런 작품들을, 이 작가들을 유심히 보세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구입을 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도리어 작품 보는 안목을 기르라고 먼저 주문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투자 목적으로 미술 작품을 구입하는 것만큼 위험천만한 일도 없다. 투자 수익을 달성하기 위한 뚜렷한 전략이나 방법론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유럽이나 북미의 몇 나라들처럼 오랜 미술 작품 수집 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작품..

건축인가, 장식인가, 예술인가?

상암동 DMC 지역의 LG텔레콤 외벽을 장식하고 있는 디스플레이는 매우 흥미로웠다. 최근 미디어아트에 대한 미술 애호가의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으며, 미디어아트를 즐길 수 있는 디스플레이 관련 장치들의 성능이 높아지고 가격을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대형 건물의 건축주 뿐만 아니라 일반 컬렉터에게도 미디어아트는 소장 가치가 있는 예술작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어느 지자체의 공공 미술 프로젝트 선정에서 예술가 개인이나 예술가 집단이 아니라 인테리어 디자님 전문 기업이나 홍보/디자인 전문 기업이 선정되는 모습을 보면서 공공성이나 장식성 뿐만 아니라, 동시에 사업적 성격이 강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에서 예술가들이 참여할 기회가 앞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도대체 건축인가, 장식인가, 예술인가, 그리고 그..

예술의 우주 2008.09.10

시간과 존재에 대한 예술 - 온 카와라 & 로만 오팔카

살아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내 심장이 뛰고 내 혈관에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이성을 만나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있을 때,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걸까? 그렇다면 살아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의 인생 전체는 일종의 가상이거나 허위일 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생, 그리고 그 인생을 둘러싼 모든 사건들이 시뮬라크르일 지도, 나란 존재하지 않고 나란 누군가의 눈에 비친, 누군가의 생각과 언어에 의해 형성된 어떤 픽션일 지도 모른다. 더 절망적인 사실은 내 것이 아닌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늘 내가 생각했던 것은 어긋나고 내가 한 말은 오해되고 내 글은 무시되고, 내 사랑이 번번히 막다른 골목의 시궁창에 빠지게 될 지라도, 나는 내 인생을, 내 존재를..

서양문화의 역사2, 로버트 램

그림과 함께 읽는 서양 문화의 역사 2 - 로버트 램 지음, 이희재 옮김/사군자 깔끔하게 요약된 이 책은 혼자 읽기에는 다소 적당하지 않다. 나같은 독자는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될 것이고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많은 정보에 비해 짧은 설명이 서양 문화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에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빠져든 서양 문화사는 너무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가슴 아프고 현대 사회나 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와 통찰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로버트 램의 이 시리즈는 혼자 읽기 보다는 대학 교양 수업의 교재로 적당하다. '후기 중세: 확장과 종합'라는 챕터 제목을 단어 그대로 이해하면 일종의 발전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문화사의 측면에서 보자면, '종교의 위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적 보상으로서의 확장과 종합'..

명화경제토그, 이명옥/정갑영

이명옥과 정갑영의 명화 경제 토크 - 이명옥.정갑영 지음/시공사 명화 경제 토크 이명옥, 정갑영(지음), 시공사 오프라인 서점에 가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책을 보고 고를 때, 이런 류의 책을 사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기대를 하고 이 책을 구입한 독자에게는 큰 실망을 안겨주었을 이 책은 하나의 상품일 뿐, 우리에게 독서의 기쁨을 안겨주지 못한다. 나는 이 책을 1시간 만에 다 읽고 말았다. 하긴 나같은 독자를 대상으로 이 책을 기획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구입한 나의 실수다. 이 책을 읽고 몇몇 흥미로운 사실에 대해서 알게 되긴 했지만, 책 가격에 상응하는 사실은 아니다. 솔직히 이런 책을 기획할 수 있는 편집자가 부럽기도 하다. 나로선 이런 생각이 도통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나는 ..

잭 베트리아노(Jack Vettriano)

잭 베트리아노, 꽤 흥미로운 화가이다. 간단하게 잭 베트리아노를 정리해 보았다. * * * 한 남자가 있다. 1951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16살 무렵 더 이상 학업을 지속시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후 광산에 들어가 기술자로 일하게 된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그가 21살이 되던 날, 곱게 포장된 생일선물 하나를 여자친구로부터 받는다. 그것은 작은 수채물감 한 세트. 이후 혼자 그림 그리기에 열중했던 그는 마흔이 다 되었을 무렵, 폭발적인 인기로 영국 미술계에 등장한다. 현재 그는 살아있는 미술가들 중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몇 명 중의 한 명이 되었다. 그의 작품을 소장한 이들 중에는 잭 니콜슨(영화배우), 알렉스 퍼거슨(축구감독), 마돈나(가수) 등이 있으며, 그의 대표작인 ‘T..

루시와 그녀의 시간 Lucy and Her Time, 최재은, 로댕갤러리

Lucy and Her Time 최재은 - 루시의 시간 2007. 9. 21 ~ 11. 18 로댕갤러리 국내 대부분의 미술 잡지에서 이번 전시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만 보자면, 높은 평가와 호응을 얻은 전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는 비평적 관점에서의 접근일 뿐, 일반 대중이 보고 공감하고 호응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전시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모호하고 추상적인 작품들 속에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끌어내기란 다소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Lucy라는 이름은 1974년에 발견된 화석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 화석 중에서 가장 완벽한 것으로, 25세 정도의 여성에, 키는 약 107cm, 몸무게는 28kg, 약 3백 20만년 전에 살았던 원시 인류의 화석이다. 특히 루시의..

미술 시장에 대한 메모 1

월간미술 10월호를 읽다가 메모해 둔 것을 포스팅한다. 미술시장이 팽창하는 것은 한편 대단히 고무적이지만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너무 상업적으로 끌어가려 해 안타깝다. 나는 그림을 남에게 선물한 적은 있지만 판 적은 없다.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요가 있는 물건이 세월이 흐르면서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당연한 경제 원리다. 하지만 그림은 재테크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신적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문화는 보다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트렌드에 따른 상업적인 접근보다 그림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안목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 권기찬(오페라갤러리코리아 대표), 월간미술 2007년 10월호 사실 역사가 깊은 외국의 경매에도 가격 담합이나 조작은 있어왔다. 피터 왓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