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찬 더위가 온 몸을 휘감아 도는 토요일 밤, 책상 등과 벽 사이에서 종의 탄생 시절부터 이어져왔을 생의 본능 같은 거미줄을 치던 거미와, 낡은 대우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소란스런 공중파 오락프로그램 소리로 뒤범벅이 된 거실에서 낮게 에프엠 라디오 소리가 흐르는 안방으로 가로질러 들어가던, 윤택이 나는 짙은 갈색 바퀴벌레를, 1년 째 온갖 벌레로부터 내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에프킬라로 잡았다. 그리고 새벽까지 악몽에 시달렸다. 혼란스런 고통의 새벽이 끝나고 평온한 일요일 오전을 보낸다. 밀린 빨래를 세탁기로 돌리고 물끄러미 창 밖 하늘을 쳐다보았다. 얼마 가지 않아 내 시선은 두텁게 쌓여있던 습기의 벽에 가로 막혔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만둘 생각이었으나, 그보다 빨리 회사가 정리 단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