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파아란 영혼


계절과 계절 사이. 도로와 도로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사이에 앉아 책을 읽으며 창 밖과 창 안쪽을 번갈아 바라다보았다. 풍경 안에 있지만, 풍경 밖으로 계속 밀려나갔다. 단어들이 쉴 새 없이 떠올랐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문장이 되지 못했다. 복 없는 단어들이여. 결국 사라질 것들이다. 


고비 사막에서 발견되었다는 미이라의 뉴스가 떠올랐다. 하지만 가고 싶은 곳은 타클라마칸 사막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모두 사막 속으로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토요일 오전, 동네 카페에 앉아 이 사람, 저 사람 보면서 잠시 나를 잊었다. 내가 있는 곳, 내가 처한 곳, 내 앞 절벽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창 밖으로 불상들이 보였다. 파란색 카디건 안에 숨죽이고 있던 땀이 올라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차가운 목소리를 가진 커피숍 아가씨가 내 대답을 받아주었다. 한남동이다. 나에게 조금 익숙한 신동빌딩이 있고 그 빌딩 일층엔 언제나 가고 싶은 와인샵이, 그 옆으론 BMW도이치모터스 한남전시장, 그리고 할리데이비슨 코리아가 있었다. 


봄이라고들 말하지만, 봄은 중년 사내의 마음 속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겉돌고 있기만 하다. 하긴 어느 해의 봄인들, 지쳐가는 중년을 즐거이 맞이할까. 봄은 화려한 사랑을 꿈꾸는 처녀들과 언제나 승리로 끝나는 모험과 도전만 있다고 믿는 청년들만 반길 뿐이다. 


테이블 위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가져다 주었다. 그 사이, 나는 책을 떨어뜨렸다. 고요하던 커피숍 안으로 떨어지는 책과 그 추락을 가로막은 시멘트 바닥의 저지가 울렸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고 카페 안엔 단 두 명만 있었다. 중년의 사내는 카페 안 인원에서 제외하고. 


결혼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드물어졌다. 거의 없어졌다. 결혼 전엔 혼자 있는 시간을 종종 견디지 못했는데,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립기만 하다. 아내의 강권으로 아버지 수업을 들으러 가던 길이었다. 그리고 수업을 들었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될 때까진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라, 아이가 아빠를 불렀을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집중해라, 아빠와의 많은 교류가 아이의 인생을 좌우한다고 강사가 말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할아버지에 대해 생각했다. 아버지께선 할아버지를 보지 못하셨다. 아빠와 놀던 경험은 대를 이어 내려올 테지만, 나에게도 그 기억이 없는 걸 보면, 할아버지의 부재는 우리 집의 경제적 상황뿐만 아니라 정서적 상황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했다. 


 



커피를 급하게 마셨다. 집에서 한남동까지, 한남동에 도착한 시간과 수업이 시작하는 시간 사이의 여분은 약 이십 분 정도였으니까. 요즘 자주 왼쪽 눈꺼풀이 얇게 떨린다. 마그네슘 부족이거나 스트레스 탓이다. 갑작스레 다가온 봄 탓이다. 나는 계절의 변화가 싫고 얇아지는 옷만큼이나 불안해지는 마음이 싫다. 


책을 읽는다. 마이클 더다의 고전읽기의 즐거움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결국 사게 된 책이다. 사고 난 다음, 사길 잘했다는 위안을 안겨주었다. 분명 이 책으로 인해 나는 수십 권의 책을 죽을 때까지 사게 될 테지만 말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슈베르트 8번 미완성 교향곡의 시작은 우아하면서도 격조있는 애잔함으로 시작한다. 참 오래만에 듣는다. 잊고 있었던 선율을 다시 들었을 때의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구나. 


바렌보임의 지휘 대신 첼리비다케의 지휘 음향을 공유한다. 바렌보임의 지휘보다 좀 더 긴장감이 더 있다고 할까. 그런데 슈베르트스럽지 못한 느낌이다. 낭만주의적이어야 하는데, 첼리비다케는 각이 잡혀 있는 고전적인 스타일이다. 다행히 바렌보임은 그렇지 않다.  


어느새 책도 예전만큼 읽지 못하고 음악도 예전만큼 듣지 못하는 시절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것을 변화시키고 싶은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런 시절이 나에게 닥쳤고 그럴 만한 나이가 되었을 뿐이다. 오늘 오후와 저녁은 슈베르트와 함께 보내야겠다. 



 




찾아보니, 이런 게 있다.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고 베를린 필이 연주한 슈베르트 교향곡 전집! 그런데 지금 구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 식사를 하며, 소주를 마시며, ... 토요일 출근 풍경은 이루어졌다. 어찌된 일인지, 직급이 올라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내가 떠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직접적인 불만은 아니고, 일이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대하고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 원칙을 떠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종의 압박 비슷한 것이다. 


그만큼 불만이 많은 셈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한 달에 두 세 권 이상의 책을 읽고 다양한 잡지와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습득하려고 노력하는데, 입사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놀면서도 책을 거의 읽지 않고 읽는 경우에는 가벼운 소설책이거나 자기계발서가 전부다. 


아찔하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전문적인 능력이 아니라, 전문적인 능력을 언제 어디에서나 습득할 수 있는 태도다. 그리고 나는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묻는다. 하지만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왜 작은 회사에 들어오려고 할까 묻는다면, 할 말은 없긴 하지만. 


몇 달째 면접을 보고 있는데, 오는 사람도 없고 마음에 드는 사람도 드물다. 


점심 식사를 하며 소주 한 잔. 나쁘진 않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토요일 아침, 얼마 남지 않은 예가체프 커피로 건조한 입 안을 적시고 텅 빈 노트를 펼친다. 아침의 적막함이란. ... 하긴 진 리스(Jean Rhys)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만 할까... 라빈의 비에니아프스키를 듣는다. 생소한 작곡가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얼마 남지 않은 2011년을 채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어제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바로크음악은 말한다'(Musik als Klangrede)를 구입했다. 그리고 '왜 인간인가'도 함께... 그리고 토요일 오전, 사무실에 나와 밀린 일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늘은 낮고 바람이 불고 비에 젖은 도로 위를 구르는 바퀴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낡은 캔우드 리시버 앰프를 켜놓고 사무실에서 토요일 오전을 보낸다.

몇 개의 음악 링크를 건다.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책을 읽고 싶은데, 밀린 책이 여럿 되는 까닭에 언제 독서를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동독 출신의 그룹이다. 이젠 시디 구할 수도 없을 것같다. 집에 LP로 있는데, ...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무너질 듯, 무너질 듯, 일상을 지탱해온 것 같다. 아내를 직장으로 보내고, 집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아주 짧은 휴식을 취해보지만, 습관은 늘 그렇듯 활자로 나를 이끌었다. 활자 속의 삶.


대학시절, 글 쓰던 친구들은 시집이나 소설을 읽을 때 늘 작가의 등단 연도를 찾았다. 몇 년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몇 살 때인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직 시간은 있어, 당연하게도 20대 초반 만에 등단하는 작가는 많지 않았으니, 가끔 김인숙이나 구광본처럼 대학 심지어 그 이전에 등단한 작가를 만나면 책을 휙 던지며 말 한 마디 없이 우울해지곤 했다. 그 짓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시들해져갔다. 보기는 하지만, 나는 대기만성형이야, 라고 주절거리는 횟수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박완서 작가를 보라며, 작품은 인생 경험이 있어야 쓰는 거지 어린 것들이 뭘 아냐고, 그러다 그것마저 초라해지면, 더 이상 약력을 들춰보지 않고 아니 더 이상은 아티스트가 될 꿈을 버리며 서서히 뒤편으로 물러나곤 했다.
- 김봉석, 편집자의 글 중에서, 브뤼트 2011년 6월


브뤼트 2011년 6월호

편집자의 글


사무실로 날아온 ‘브뤼트’에 실린 편집자의 글을 보며 피식 웃으며, 나도 저랬지, 하고 회상에 잠기는 것도 잠시, 쉴 새 없이 어둠은 내리고 바람은 불고 시간을 흘러갔다. 약간의 공포가 날 에워쌌다.


토요일 오후를 지탱한 힘, 혹은 가식과 허위의 미장센


하늘은 높고 토요일의 시간은 쉼 없이 흐른다. 며칠 전 심하게 마신 술은 아직까지도 여파가 있는 듯, 나를 쉽게 피곤에 지치게 한다. 종이 잡지를 뒤적거릴 좋은 시간이다. 몇 개의 잡지를 책상 위에 놓고 노트를 펼친다. 돈 벌이와는 무관하거나 거의 보이지 않을 도움을 주는 취미를 지탱하는 건 뒤편으로 물러나기 싫은 어떤 반항심과 관련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루이지 피란델로는 나이 쉰이 거의 다 되어 최초의 글을 출판했고, 결국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내가 아는 등단한 친구들은 다들 어디로 간 걸까. 요즘 습작하는 친구들도 등단에 목을 맬까. 별의별 생각이 주절주절 머리카락처럼 자라나기 시작하는 오후다.


브뤼트에 실린 알렉산더 메퀸 기사




브뤼트 BRuT 2011.6 - 10점
브뤼트 편집부 엮음/오니트(월간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2

  • 2014.10.31 02:01

    비밀댓글입니다

    • ㅎㅎ 이 잡지는 없어졌어요. KT&G 지원을 받아 나오던 잡지였는데, 지원이 중단되자 나오지 못하게 되었죠. 정기구독 신청한 지 2달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ㅜㅜ;;


비스듬히 열린 4층 창 밖 하늘 위, 검은 대기 속에서 제트기의 엔진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폭주하는 오토바이의 거친 엔진음, 차가운 얼음을 입에 문 듯, 경찰차의 규칙적인 경보음이 따라 들렸다. 오랜만에 틀어놓은 라디오에는 생상스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6, 어느 쓸쓸한 토요일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바쁜 일정 탓에 2주 정도 청소를 하지 않았더니, 혼자 사는 집은 시디, , , 노트들로 어지러웠다. 마치 긴 홍수 뒤 강 하구와 맞닿은 해변처럼. 창을 열었고 난초에 물을 주고 집 청소를 했다. 봄 먼지로 얼룩진 바람이 밀려들어왔다. 어수선한 마음에 먼지가 쌓였다.

 

많은 상념에 잠기지만, 정리되는 법이 없다. 그저 쌓여만 갈 뿐이다. 서재에 읽지 않은 책과 듣지 못한 시디가 쌓여가듯, 마음은 제 갈 방향을 잃어버렸고 올 해 봄은 자신이 2010년의 봄인지, 2011년의 가을인지, 혹은 먼 미래의 겨울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내 발걸음도 갈팡질팡했다. 요 며칠 리더십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또 다시 변해야 될 시기가 온 것이다.

 

언젠가 Sidsel Endresen에 대한 자료를 모아 글 한 편 적으려고 했는데, 읽던 자료와 정리된 노트가 책 더미 속에서 잃어버렸고, 그냥 잊고 지내고 있었다.

 

Sidsel Endresen. 내가 좋아하는 재즈 보컬리스트다. 컨템플러리 재즈는 이래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에 과연 몇 명이나 동의해줄까 싶다. 유튜브에서 그녀의 동영상을 올린다. 이번 주말, 행복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Sidsel Endresen & Humcrush, 24 Oct 2008, Amsterdam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새벽 2시가 지나서야 사무실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축축하게 처진 내 육체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피로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집에 도착해 바로 이부자리를 펴 누워, 종일 앞을 향하던 눈은 어둠 속에서 침묵을 배우고 내 영혼은 슬픈 상상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했다.

 

늘 그렇듯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고 몇 번을 잠에서 깼는지 모른다. 여러 번 뒤척이다 보니, 어느 새 새벽이었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육체와 영혼의 문제를 떠나, 마치 미로와 같은 우주 한 복판에 혼자 멍하게 앉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과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를 번갈아 들으며 밀린 세탁을 했고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도나텔로와 프라 안젤리코의 작품 도판을 보았다. 실은 회사 일도 했다.

 

딱딱하고 건조하면서 건강한 일상을 지내고 싶지만, 내 정신적 상태는 종종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울을 창조적인 사람의 특성이라고 어느 책에선가 적고 있지만, 그건 우울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을 때에야 적용 가능한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미학을 가르치던 이들이 쉽게 자기 반영성’, ‘분열된 자아따위를 이야기할 땐 나는 보이지 않는 증오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작가가 그것을 드러내어 뛰어난 문학성의 완결된 작품을 만들 때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엘프레드 엘리네크의 소설을 읽으면 너무 잘 드러나는 속성이지만, 나는 엘리네크가 제 정신으로 일상 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소설을 읽어가면서 알게 된다. 마치 로맹 가리의 모든 소설들이 나는 자살할거야라는 결심의 동어반복인 것처럼.

 

요즘 자주 우울해지고 슬퍼지고 맥이 풀려 내 몸의 모든 것들이 조각나 은하계 전체로 퍼져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든다. 아슬아슬하게 지탱되는 하루를 살고 있다. 무섭다. 나는 내가 무섭다. 나도 알지 못하는 내가.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다. 일 트로바토레. 마치 공상 소설처럼 펼쳐지는 스토리는 종종 우리의 맥을 빠지게 하지만, 이 반대로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노래들은 베르디의 음악성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일어나자마자 목과 어깨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결국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몇 주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 채 목감기까지 걸려버리는 바람에, 몸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이런 육체적 고통이 혼자 사는 이에게 주는 비릿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어서,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없었다면, 아마 자포자기 상태로 급격하게 무너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한의원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환자를 대한 여자 한의사는 나에게 한 8주 정도 다니면서 한약도 같이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하지만, 바로 결정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항버스를 타고 삼성동 사무실에 왔다. 토요일 88도로는 꽉 막힐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버스는 시원스럽게 달렸다. 사무실에 와서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잠시 사진 정리를 했다.

작년 파리 출장에서의 사진들을 꺼내 보았다. 대학 졸업하고 난 뒤 몇 번 프랑스 유학을 고민했는데, 이제 와서 후회하는 여러 일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랑팔레 앞 다리. 멀리 에펠탑이 보이고. 이 때 피악이 열리고 있었다.

눈이 즐거워지는 아트페어가 있다.  몇 시간 동안 전시장을 돌아다녀도 전혀 피곤하지 않고 한 작품, 한 작품 매력으로 넘쳐나서 즐거운 아트페어가 있는데, 작년 피악이 그랬다.

Alex Katz, Tiffany, 2003, oil on canvas, 244 x 85 cm


알렉스 케츠의 초상화는 꽤나 쓸쓸하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으로 현대인의 쓸쓸함을 그려낸다.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자신을 잡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누군가가 호의로 내민 손을 절대로 잡지 않는 현대인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David Hockney, Woldgate Lane to Burton Agnes, 2007, oil on canvas, 2 parts, each: 122 x 91.5 cm

데이비드 호크니의 풍경화는 충격스러웠다. 마치 이쁜 표지를 가진 동화책, 그러나 내용은 어둡고 기괴한 마술적 리얼리즘을 향해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온통 초록색이었지만, 매우 낯설었다. 처음 보았을 때, 도대체 이런 풍경화를 그린 화가는 누구일까 궁금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역시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때 내 꿈도 그림 그리는 것이었는데, 어느 글쓰기로 바뀌더니, 이젠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을 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확실히 지쳐버릴 것같은 느낌의 토요일 오후다. 남은 하루, 즐거운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것입니다. 작품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작품을 소개하기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였음을 알립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늦게 집에 들어온 탓에 오늘, 토요일 오전 늦게까지 잠을 자리라 예상했는데,
채 9시도 되기 전에 눈을 떴다. 그리고 2시간 동안 세탁기 돌리고 설겆이 하고
청소기에, 걸레로 다 닦았다. 심지어 오븐 옆에 눌러 붙은 기름 때까지 제거해버렸다.
몇 주만에 헬스 클럽엘 가, 1시간 동안 운동을 하고
오후 늦게는 면접이라는 걸 봤다.
(* 면접, 늘 익숙해지지 않는 종류의 것이다.)

저녁은 홍대 근처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지금은 사무실이다.
월요일까지 끝내야 할 일이 남아있기에.
노트북을 들고 집으로 가, 내일 종일 일에 매달릴 계획이다.

이런 밤, 술에 취해 헤롱헤롱 대면 기분이 꽤 좋아질텐데.
요 며칠 술을 많이 마신 듯하다.
(* 집에 이제 와인이 8병이 되었다. 연말 모임 때 한 병씩 들고 나가 마실 생각이다.)

신고

Comment +0


금요일 저녁 약속이 세 개가 생겨버렸다. 그리고 밤 10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벤처를 하다 망해먹은 이들이 하나둘 모여 술을 마셨고, 그 중 운 좋게 H그룹 홍보실에 들어간 모 대리가 술을 쏜다고 했다. 맥주를 서른 병 정도, 그 사이 J&B 리저브와 몬테스 알파 까르비네 쇼비뇽을 마셨다. 그리고 그 대리의 집에서 죽엽청주와 들쭉술(* 캡틴큐와 나폴레옹을 섞어놓은 듯한 북한 술)을 마셨다.

결국 뻗었다.

일어난 것이 토요일 오후 3시였으니, 그냥 술에 토요일을 그냥 날려먹었고 일요일도 한 발짝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겨우 밤에 힘들게 자전거를 끌고 나와 한강변을 달렸다. 몸을 적시는 서른넷의 땀방울들. 어느새 육체를 움직여야만 정신을 차리는 둔한 사람이 되어버린 건가.

둔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으로. 이 여름. 썩. 그리. 행복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 반대의 사람이 되는 건 너무 두렵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omment +0

늦은 봄날의 일상

가끔 내 나이에 놀란다. 때론 내 나이를 두 세살 어리게 말하곤 한다. 내 마음과 달리, 상대방의 나이를 듣곤 새삼스레 나이를 되묻는다. 내 나이에 맞추어 그 수만큼의 단어를.....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필립 솔레르스(Philippe Sollers)가 사드(Marquis de Sade)에 대해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에서 한국에서 사드의 책을.....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This Craft of Verse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박거용 옮김, 르네상스 우리는 시를 향해 나아가고,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

대학로 그림Grim에서

"글을 쓰지 않아요?"라고 묻는다. 매서운 바람이 어두워진 거리를 배회하던 금요일 밤, 그림Grim에 가 앉았다. 그날 나는 여러 차례 글을 쓰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다. 가끔.....

아우스터리츠Austerlitz, W.G.제발트Sebald

아우스터리츠 Austerlitz W.G.제발트(지음), 안미현(옮김), 을유문화사 병상에 누워, 안경을 쓰지도 못한 채,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읽었다. 병상에서의 소.....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평전, 다나카 준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평전 다나카 준(지음), 김정복(옮김), 휴머니스트 일본인 저자가 쓴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평전이라니! 놀랍기만 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 줄리언 반스(지음), 최세희(옮김), 다산책방 나는 우리 모두가 이러저러하게 상처받게 마련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

쓸쓸한 커피숍

2016. 06. 10 오늘도 기다림은 이어진다. 그리움은 늘 그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지음), 김경원(옮김), 이마, 2016 현대적인 삶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조각나고 파편화되어, 이해불가능하거나 수용하기.....

서양철학사, 윌리엄 사하키안
서양철학사, 윌리엄 사하키안
요즘 근황과 스트라다 로스터스 STRADA ROASTERS
요즘 근황과 스트라다 로스터스 STRADA ROASTERS
요즘 근황과 스트라다 로스터스 STRADA ROAS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