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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척 맨지오니의 저 LP가 어디 있는가 찾다가 그만 두었다, 술에 취해. 몇 해 전 일이다. 혹시 결혼 전 일일 지도 모른다. 아니면 술에 취한 채 이 LP를 찾았는데,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고, 그 사이 나이가 든 탓에 찾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수도 있다'서술어이 가지는 느낌은, 젊었을 때는 '가능성'이었으나, 나이가 들면 무너진 터널 앞에 서 있는 기차같다. '수도 있다'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는데, 무모하게 시도했다는 의미다. 가령, '그녀와 키스할 수 있었는데', '그녀에게 고백할 수 있었는데', 혹은 '사랑하던 그를 붙잡을 수 있었는데' 따위의 표현들과 밀접한 연관를 갖는다.


결국 생명이란 생명의 지속과 연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그 시작은 작은 만남과 사랑으로 포장될 것이다.


 '수도 있다'는 서술어의 사용은, 아쉽다는 느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기적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건 가능한 일이었음을 주장하기 위한 첫 계단이다. 애초 불가능한 것에 대한 도전(무모한 시도)을 가능성의 회상으로 바뀌고 기적의 출현(열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결국 나는 LP가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했고 대신 다른 LP를 찾아 틀었다.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오역이지만, 그렇게 굳어진)의 '러브이데아'를 들으며 제니퍼 제이슨 리가 분한 트랄라를 떠올린다. 


결국 삶이란, 우리가 어떻게 어긋나는가를 하나하나둘 되새기며 깨달아 가는 과정이다. 되새기지도 않고 죽는 이들이 한없이 부럽기만 저녁, 몇 주 동안 계속된 치통과 함께 불안한 미래는 장막처럼 내 앞에 드러누워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Feels So Good', 'So Go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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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주 가끔 ... 그렇게 참고, 참고, 또 참고 ... 시간이 지나간다. 


모든 것들이 선연히 보일 때, 정작 움직이지 못한다. 왜냐면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고,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현명한 해답은, 늘 그렇듯이 '시간'이기 때문이다. 


** 


지난 주 목요일에 걸린 목감기(인후염)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고. 잠을 8시간 이상 자는대도, 사무실에 오면 졸린다. 그간 쌓인 스트레스와 과로가 꽤나 심각한 모양이다. 


이래저래 주변이 시끄럽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하지만 내 꿈은 단연코 '멋지게 사는 것'이었다. 


청춘은 비에 젖지 않는다. 나는 청춘이고 싶다. 

하지만 술에는 젖지, 아름다운 청춘은. 


** 



어제 배달되어 온 LP 관리 용품들이다. 크리닝 매트, 판솔, LP 스프레이. 이제 상점에선 구하기 어렵고 인터넷으로 힘겹게 구한 녀석들이다. (실은 있는지 몰랐다. 오프라인으로 한참 구하다가 포기하였으니..) 


이번 주말 신나게 음악을 듣고 싶지만, 원고 2편을 써야 하고, 시험을 봐야 하며, 친척의 결혼식 때문에 제천까지 내려가야 한다.


2012년 5월달, 6월달, 정말 힘들다. 화끈하게 좋은 일 좀 생겼으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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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었다는 건 견딜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반영이다. 누군가가 1979년 화신백화점에서 구입한 낡은 LP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음악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견딘다는 것, 견디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종일 파란 하늘이 부러웠다. 정오가 다 될 때까지 잠을 잤고 오후 내내 운동을 했다. 고통을 느낀다는 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반영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있다는 걸 느끼기 위해서 적절한 고통이 필요한 것일까.

저녁이 되면 바람은 낮아지고 사람들은 집 구석으로 몰려들어 수다를 떤다. 새들도 제 집으로 들어가고 거리를 지나는 차들은 경쟁하듯 불빛을 키우고, 나는 외출을 서두른다.

일상의 거의 모든 것들이 비즈니스가 되어버린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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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뒹굴뒹굴거리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시간과는 무관한 모양이다. 세월이 지나면 익숙해질 줄 알았더니, 그렇지 못한 것이... 이런 일요일 오후엔 도대체 뭘 하면 좋을까. 새벽까지 책을 읽는 바람에 정오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오랫만에 요리를 해서 먹을 생각에 근처 시장에 가 봄나물과 김치찌게를 위해 두부와 버섯을 사왔다. 가는 내내 봄 햇살인지 늦겨울 햇살인지 구분되지 않는 빛 알갱이들이 퍼석퍼석 썩어가는 내 얼굴에 와닿아 부서졌다. 잠시 바람이 불었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시장 안을 걸어가는 젊은 여자의 엉덩이를 한참 쳐다보았다. 엉덩이만 보면 아줌마인지 처녀인지 구분할 수 있다던데, 도통 모르겠다.

집에 들어와 이름 모를 봄나물을 간장과 고추가루가 주축이 된 양념장에 버물려 김치찌게와 함께 먹었다. 여동생과 같이 살고 있지만, 그녀는 늘 바쁘다. 오늘도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같이 밥을 먹는 경우가 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이니, 같이 사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 같은 햇살을 가진 날을 좋아하는데, 딱히 할 일이 없다. 즐거운 일도, 행복한 일도 생기지 않는다. 혼자 TV를 보며 밥을 먹었다. 아마 저녁도 그렇겠지.

어젠 어머니께서 맞선을 보라고 전화를 하셨다. 결혼할 나이가 되었으니. 연애 결혼보다 중매 결혼이 낫다는 생각을 하는 시절이다. 아무 것도 모르고 일반적인 종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결혼 방식이 중매결혼이라고 생각하니... 나도 그렇게 변해버린 걸까. 고향 집에 전화를 하니, 받지 않으신다. 결혼보다는 동거가 더 좋은데 말이다. 결혼의 책임보다 동거의 책임이 좀 더 덜하지 않을까. 그만큼 무책임한 인간이다. 결혼이든 동거든 여자가 있어야 하니, 결국은 이래저래 현실성 없는 생각이다.

오랫만에 음악을 듣기로 했다. 일요일 오후 음악 듣기. 음악을 듣고 있으니,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이럴 땐 누군가를 불러 같이 밝은 오후의 맥주 마시면서 음악 들으면 좋은데 말이다. 레코드장에서 잔뜩 레코드를 꺼집어 낸다. 먼지를 털고 턴테이블에 올려 음악을 듣는다. 음악 속에 세상이 들어가고 나는 그 밖에서 혼자 방 구석에서 뒹굴거리기 시작한다. 뒹굴. 뒹굴. 뒹굴. 뒹굴뒹굴거려 저 높은 하늘까지 훨훨.


듣기 위해 꺼내놓은 레코드판들. 왬도 있고 사랑의 스잔나도, ToTo도, 쇼팽의 녹턴, 비발디의 사계, 본 카라얀의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등등...


오래된 파이오니아 턴테이블. 구입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왬. 86년도 앨범. 조지 마이클과 앤드류 리즐리의 사진이 보인다. 지구레코드에 나왔다. Where Did Your Heart Go와 Last Christmas를 들었다. Side B에 Blue가 눈에 띈다.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에서 Wham이 중국 북경 콘서트를 했는데, 그 곳에서 부른 곡이라면 소개했던 게 기억난다.


제니스 조플린이다. 멋진 그녀.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늘 맥주를 마시게 된다. 그녀는 죽어 천당에 갔을까. 아마 갔겠지. 그녀를 죽인 건 그녀가 아니라 이 세상이니깐.


밥 딜런의 '피에 젖은 트랙'과 루이 암스트롱의 'Satchmo'다. 예전 영화월간지인 "로드쇼"에서 정성일이 밥 딜런의 이 앨범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앨범, ...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루이 암스트롱은 늘 날 즐겁게 하는 뮤지션이고.


Take Five로 유명한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앨범이다. 자켓이 재미있다.


뉴 트롤즈의 'Concerto Grosso Per 1' 과 핑크 플로이드의 '달의 어두운 부분'... 한동안 엄청 들었던 앨범들이다. 지금 이 앨범들 LP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마 다들 30대 중반이나 40대가 되었겠지. 

벌써 네 시 반이다. 내 어깨에서 날개가 튀어나와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남은 시간 내 어깨 속에 숨은 날개를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흰 날개 대신 검은, 쭉쭉 찢어진 날개가 나오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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