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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빅뱅, 이진숙

미술의 빅뱅 - 이진숙 지음/민음사 미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글을 쓸 때는 언제나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데 조심스러워만 한다면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할 것이고 정직한 글도 쓰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글쓰기의 딜레마가 있다. 어쩌면 현대 미술 작품이나 현대 작가에 대한 글들이 대부분 어렵게 읽히는 것도 이 딜레마 때문일까. 이진숙의 ‘미술의 빅뱅’(민음사, 2010)은 이 점에서 무척 좋은 책에 속한다. 저자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작가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작가와 작품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꽤나 어려운 접근 방식. 그래서 이 책은 전문적인 미술 비평서도, 그렇다고 대중의 눈높이만 무작정 고려한 미술에세이집도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현대미술, 이자벨 드 메종 루주(지음)

현대미술 - 이자벨 드 메종 루주 지음, 최애리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현대미술 이자벨 드 메종 루주(지음), 최애리(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현대미술에 대해서는 온갖 논의가 있어왔고 개중에는 상반된 것도 많다. 현대미술은 이렇다, 현대미술은 저렇다 하는 식의 주장은 끝이 없다. 예컨대 현대미술은 이해할 수 없다, 현대미술은 볼 것이 없다, 현대미술은 유파가 하도 많아 정신이 없다, 현대미술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현대미술은 엘리트의 전유물이다, 현대미술은 참여적이다, 현대미술은 정치적이다, 현대미술은 의미를 배제한다, 현대미술은 해괴하다, 현대미술은 공격적이다, 현대미술은 추하다, 현대미술은 아름답다, 현대미술은 기쁨을 준다, 현대미술은 거슬린다, 현대미술은 부당한 보조금을 받는다, 현대미술..

루시와 그녀의 시간 Lucy and Her Time, 최재은, 로댕갤러리

Lucy and Her Time 최재은 - 루시의 시간 2007. 9. 21 ~ 11. 18 로댕갤러리 국내 대부분의 미술 잡지에서 이번 전시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만 보자면, 높은 평가와 호응을 얻은 전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는 비평적 관점에서의 접근일 뿐, 일반 대중이 보고 공감하고 호응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전시라고 할 수도 있다. 또한 모호하고 추상적인 작품들 속에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끌어내기란 다소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Lucy라는 이름은 1974년에 발견된 화석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 화석 중에서 가장 완벽한 것으로, 25세 정도의 여성에, 키는 약 107cm, 몸무게는 28kg, 약 3백 20만년 전에 살았던 원시 인류의 화석이다. 특히 루시의..

미술 시장에 대한 메모 1

월간미술 10월호를 읽다가 메모해 둔 것을 포스팅한다. 미술시장이 팽창하는 것은 한편 대단히 고무적이지만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너무 상업적으로 끌어가려 해 안타깝다. 나는 그림을 남에게 선물한 적은 있지만 판 적은 없다.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요가 있는 물건이 세월이 흐르면서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은 당연한 경제 원리다. 하지만 그림은 재테크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신적으로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문화는 보다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트렌드에 따른 상업적인 접근보다 그림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안목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 권기찬(오페라갤러리코리아 대표), 월간미술 2007년 10월호 사실 역사가 깊은 외국의 경매에도 가격 담합이나 조작은 있어왔다. 피터 왓슨이 ..

YES YOKO ONO, 로댕갤러리

YES YOKO ONO, 로댕갤러리 전시 #1 젊은 예술가에게 결혼은 생의 급변, 또는 파국을 뜻한다. 그러므로 결혼한 예술가에게 남는 건 파탄이거나 사라짐이다. 그러나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집단 무의식에 기반해 있는 듯하다. 이것을 벗어나기 위한 행위를 사회교과서에서는 ‘일탈’로 표현한다. 추석 당일 밤 기차로 서울에 왔고 그 주 토요일 로댕갤러리에 갔다. 오후 4시... 소란스러운 실내. 서로에 대해 무관심한 관람객. 이번이 마지막 전시 관람인 남녀 대학생. 실내에서 버젓이 사진을 찍는 이들까지. 순간 역겨움과 구토가 머리끝까지 치고 올라왔다. 중간까지 가지도 못한 채 몇 분 만에 그냥 휙 한 바퀴 돌고 나왔다. 나올 때쯤 등에서 땀이 났고 손이 약간 떨렸으며 속은 메스꺼워 견딜 수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