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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날씨, 올리비아 랭

이상한 날씨 (Funny Weather - Art in an Emergency) 올리비아 랭Olivia Laing(지음), 이동교(옮김), 어크로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 이미지를 만든다. 이미지로 하여금 우리가 갈 수 없는 곳에 가고, 더는 할 수 없는 말을 하게 한다. (205쪽) 예술은 학문이 아니다. 그것은 즉흥적으로 도달한 비상구, 한때 사람이 살았던 섬뜩한 공간을 오가는 일이다. (209쪽) 오랜만에 예술 관련 책을 읽었다. 좋았다. 그건 예술 관련 책이라서기보다는 올리비아 랭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녀의 글은 상당히 좋다. 예술에 대한 사랑이 있고 예술가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그녀는 예술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사랑하는지 안다. 그래서 글은 깊이 있으면서도 따뜻한 진지함..

PC 바탕화면을 바꾸다, 조지 시걸

사무실 PC 바탕화면을 바꾸었다. 티치아노의 작품에서 조지 시걸의 82년도 작품, 'Wendy with chin on hand'로 옮겨간다. 조지 시걸. 내가 사랑하는 작가. 작품 활동 초기, 살아있는 사람의 전신을 라이프캐스팅(Life Casting)하던 시기를 지나 일부만 떨어져 나온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떨어져 나온다는 것에 대한 회한이나 그리움, 아쉬움이나 미련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의례 그래야 되는 시기가 왔고 그래서 일부만 떨어져나왔다. 살아있는 사람을 본을 떴다고 해서 라이프캐스팅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실은 살아있음과 죽어있음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살아있어도 죽은 듯이 살아야할 때가 있고 죽었으나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우리 옆에 머물기도 한다. 이 작품을 보고 너무..

안규철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안규철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Ahn Kyuchul - Invisible Land of Love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52015.09.15 - 2016.5.2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실 5 고립과 격리는 에서 공간의 중심적 특성이 된다. 입구의 금붕어들은 고립된 자신만의 공간에서 맴돌고, 필경사의 방은 참가자를 위한 격리실(Klausur), 예배실 또는 일종의 감옥이 되며, 64개의 방은 자발적인 고립과 실종을 위한 미로가 된다. 침묵의 방에 이르러 이러한 격리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끝없는 우주적 공허, 아무 것도 없음, '지금 여기'가 없는 상태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일상공간으로부터의 단절, 타인들로부터의 격리, 홀로 남은 자의 고독은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로 가는 여정, 피할 ..

래디컬 뮤지엄 Radical Museology, 클래어 비숍(지음)

래디컬 뮤지엄 - 동시대 미술관에서 무엇이 '동시대적'인가? 클래어 비숍 Claire Bishop (지음), 구정연 외 (옮김), 현실문화 (저자의 website: http://clairebishopresearch.blogspot.kr/) 지난 가을, 키아프(Korea International Art Fair)를 갔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을 관람했다. 이 두 이벤트의 묘한 대비는 무척 흥미로웠고 나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었지만, 그 뿐이었다. 키아프만 간 사람들과 국립현대미술관에만 간 사람들 사이의, 두 경향의 현대미술전시가 보여주는 간극이 메워지지 않을 듯 느껴졌다면, 심한 비약일까. 아트페어와 미술관의 전시는 전적으로 다른 것이다. 여기에서 같은 미술관 공간이라도 비엔날레같은 행..

이불 LEE BUL,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이불 LEE BUL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4 2014.9.30 – 2015.3.1 (현대자동차 http://brand.hyundai.com/ko/main.do) 그 공간에 서면, 작품 한 가운데 서면, ‘여긴 어디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빨리 나가거나 계속 머무르거나. 에서. 2014년 이불은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아 국립현대미술관에 2개의 작품을 전시한다. 와 . 둘 다 기계적 초현실주의, 혹은 실험주의라고 할까. 미술에서 초현실주의나 실험주의라고 하면, 반-기계적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이탈리아의 F.T.마리네티Marinetti는 미래주의를 주장하면서 기계적 특징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하지만 그 흐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금세 반-기계주의로 기울었지만. 내..

양혜규 Haegue Yang

양혜규. 2010년 아트선재센터의 전시는 꽤 충격적이었다. 즉물적이면서 날카로운 느낌을 자아내면서 동시에 토테미즘적인 분위기는 나에겐 매우 낯선 작품들이었다. 그 세계는 근대적 현실에 기초하고 있으나 근대적 삶을 도려내고 근대의 맨 얼굴을 드러내며 파괴한다. 그리고 그 세계의 복원을 주술적 방식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할까. 이번 전시도 이러한 경향을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 맡은 프로젝트로 인해 나는 거의 전시를 보지 못했고, 얼마 전 리움에 열린 양혜규의 개인전도 가지 못했다. 뒤늦은 후회를 만회하고자, 양혜규의 몇몇 문장과 이미지를 저장한다. * * "몇 년 동안 블라인드에 빠져있었다. 블라인드 사이로 조명이 진하게 지나가는 날카로운 선은 성적인 쾌감에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멋있게..

선무 - 두 개의 코리아 사이에서 하나로 열리는.

도서관에서 미술잡지를 보다, 오랜만에 선무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주말 사무실 출근 전 건성건성 읽곤 집에 와서 그의 전시 기사들을 챙기며 메모해둔다. 의외로 선무에 대한 글이 검색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보다 국외에서 더 주목받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삶이 가지는 드라마틱한 요소, 30년 북에서 살다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탈북하여 한국에서 들어온 사내, 새터민 화가, 홍대 미대 졸업, 그리고 이젠 두 아이의 아빠. 그런 그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 세계는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고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선무, 들어라!, 캔버스에 유채, 116×91cm, 2009 특히 그가 배웠던 방식의 작품 스타일(일명 주체미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명확한 메시지를 무겁지 않은 화법으로 드러낸다는 점은 보는 이들을 자연..

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

나의 조선미술 순례 서경식(지음), 최재혁(옮김), 반비 현대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그녀와 이야기하는 게 어려울까? 그렇지 않을 게다. 그렇다면 그/그녀가 만들고 보여주는 미술 작품은? 정녕 모른다면 친구에게 물어보면 될 것이고,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동시대 미술(우리에겐 현대미술)을 보고 감상하지 못한다면, 그건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우리 시대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즉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주위를 돌아볼 겨를 조차 없이 무언가에 쫓겨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이 옳은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자주 전시장을 찾고 자기 자신에 대해 보다 솔직해지고(심지어 자신의 아픔, 상처와 대면하면서..

정연두, 영웅, 1998

정연두, '영웅', 1998. 서경식 교수의 를 읽고 있다. 여기에 실린 정연두와의 인터뷰는, 그동안 무심코 보아온 그의 작품들에 대해 다시 생각케 했다. 정연두의 스쳐가는 이미지들 사이로, 그의 작가적 개입과 실천을 보지 못한 셈이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니 분당의 풍경이 완전히 변해 있었어요. 같은 규격의 아파트가 장대하게 늘어서서 마치 분당이라는 지명이 사라지고 아파트 동호수만 보이는 느낌이었죠. 어느 날 거기서 교통사고를 목격했어요. 작은 오토바이가 충돌해서 운전하던 아이가 다쳤습니다. 소년은 아픔을 참으며 달려온 사람들에게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고 대답했어요. 짜장면을 배달하러 가는 참이었나 봐요. 그 후에 그 아이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갔고 회복한 다음에 이 작품을 찍었습니다." - 정연두 (..

제자리에서 떠나는 상상의 유목 - 경지연 전, 인천아트플랫폼

제자리에서 떠나는 상상의 유목 - 경지연 전 Portray Magic, Kyung Ji Yeon - 7th Solo Exhibition. 인천아트플랫폼, 11.1.-11.12.2014. 정사각형 캔버스에 담겨진 풍경들은 사방으로 뻗어나갈 수 있으면서도 자족적인 완결 감을 가진다. 1m*1m 크기의 같은 규격과 형식을 가지는 단자적 세계들은 확장 가능성이 있다. 세상 사람들의 희망 사항을 그런 식으로 다 모은다면 밤하늘에 뿌려진 별처럼 많아지리라. 현실이 절망적일수록 멀리 있는 희망의 빛은 더욱 빛날 것이다. 설치형식으로 건 그림들 앞에서 관객은 여기에 머물다가 저쪽으로 옮겨갈 수 있으며, 장면전환은 신속하다.구글에서 검색한 무채색 톤의 자료는 지도와 풍경, 실제와 상상의 중간 단계로 재탄생한다. 칙칙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