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스토리텔링

지하련 2003. 4. 19. 22:00
건너편 창으로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이 보인다. 밤이면 술에 취한 40대 쯤으로 보이는 사내의 팔짱을 끼고 씩씩한 걸음으로 들어가는 젊고 산뜻한 피부를 가진 여자 아이와 만날 수 있다. 그 여자의 이름은 'Feel'이다. 내가 그녀를 'Feel'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몇 명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그녀에게 "필이 꽂혔기" 때문이다. 요즘 난 퇴근도 하지 않고 억지로 야근을 해대며 11시 쯤 사무실을 나가 라마다 르네상스 앞을 서성거린다. 이런 미친 짓을 한 지도 벌써 15일째다. 뭐, 미친 세상이니, 미친 짓을 한다고 해서 악한 행위는 아니다. 차라리 성스러운 행위에 가깝지 않을까. Feel이 꽂혀 나의 정신을 잃어버렸으니. 그리고 20일째 되는 날, 또다른 남자와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만났다. 새벽 0시 30분쯤 된 시각이었다. 그녀는 하늘하늘거리는 꽃무늬 치마를 입고 있었다. 술에 취한 그 남자가 호텔 로비에서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그러자 그녀는 '오빠, 왜 이래'라며 투정거렸다. Feel 꽂힌 난 멀리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혼자 심야의 택시를 타고 돌아오면서 울었다. 하늘에서 별이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