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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Jean-Paul Dubois) 지음, 김민정 옮김, 밝은세상, 2006년 





"공사판에서 일하는 작자들, 죄다 미치광이들이라오. 조심해야 해요. 진짜 미치광이들이니까. 40년째 공사판을 돌아다니고 있지만, 지금도 그 작자들하곤 어울릴 맘이 나질 않아요. 개중에서도 제일 심한 미치광이들이 바로 수도배관공들이라오. 난 아예 계약도 하지 않아요. 그 작자들하고 같은 시간대에 작업을 해야 한다면."

- 176쪽 




한편으론 답답하고 한편으론 흥미롭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주인공 타네씨는 참 운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읽는 소설이다. 등기우편으로 날아온 삼촌의 유산인 오래된 저택을 상속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웅장하고 근사한 저택을 상속받은 타네씨. 그러나 그가 기억하던 저택은 어릴 적 모습이었을 뿐이다. 



어쨋든 삼촌네 집에 올 때마다 난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라 입을 딱 벌리곤 했다. 드높은 천장, 기나긴 복도, 넓디넓은 벽. 이제는 집 전체가 세월의 무게에 짓눌릴 듯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다. 기왓장도 그 경사를 따라 내려앉은 듯했다. 벽면의 타일은 썩은 이처럼 덜렁거렸고, 바닥의 나무쪽은 곰팡이들에게 서서히 점령당하고 있었다. 하긴 사람이 살지 않은 지 십오 년이나 되었으니, 칠이 벗겨져나간 벽하며 우툴두툴 일어난 천장하며 오랜 세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한마디로 곰팡이들의 천국이자 폐허였다. 

- 13쪽 



그리고 이 소설은 이 낡은 저택을 개조하고 보수하려는 타네씨와 그가 만나는 공사판 사람들과의 흥미로운 일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짧고 금방 읽히지만, 우리는 때로 타네씨가 처한 그 곤경에 빠져 안절부절 못해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면서 이렇게 황당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된다. 이 인물들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장면들은 마치 짧은 희극을 보는 듯하다. 



세 번째로 읽게 된 장-폴 뒤부아의 소설. 그러나 최고는 역시, <<프랑스적인 삶>>이였다. 그 이후 <<이성적인 화해>>도 읽었으나, 그 전의 감동을 느끼기엔 부족했고, 이번에 읽은 이 소설,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품에 가까웠다. 


장-폴 뒤부아 팬이라면 읽어도 나쁘지 않을 듯하지만, 그를 처음 읽는다면, <<프랑스적인 삶>>을 추천한다. (현재 절판인 관계로 중고로 구입하든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고로 구입하기를 추천한다. 소장해도 좋을 소설이다.) 




  



Jean-Paul Dubois



* 아래 장-폴 뒤부아의 다른 소설들을 읽고 쓴 리뷰다. 



2008/02/01 - [책들의 우주/문학] - 프랑스적인 삶, 장 폴 뒤부아


2015/11/05 - [책들의 우주/문학] - 이성적인 화해, 장-폴 뒤부아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 8점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밝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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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 Good Products, Bad Products; Essential Elements to Achieving Superior Quality 

제임스 L. 아담스James L. Adams(지음), 김고명(옮김), 파이카, 2013년 



그러나 품질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 14쪽 



제품에 대한 책이지만,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하여 적용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언제나 제품/서비스의 '품질'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심지어 어느 곳에서는 최고의 제품/서비스라고 자부하지만, 어느 곳에서는 최악의 제품/서비스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전적으로 좋은 제품이 가져야하는 요소 - 품질에 대해서만 기술하는 책이다. 그러나 단순하지 않다. 도리어 제품의 전부이며 모든 것이다. 저자는 좋은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까다롭고 어려운 일인가를 설명하다. 그리고 그것의 7가지 측면을 하나하나 기술해 나간다.


1. 성능, 비용, 가격

2. 인간 적합성

3. 기예

4. 감정과 욕구

5. 심미성, 우아함, 세련미

6. 상징과 문화별 가치관 

7. 국제적 제약


책의 목차도 위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아마 어느 독자들에겐 진부하게 들릴 수 있고 어느 독자들은 환호성을 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에라도고 이 책을 읽어볼 만한데, 일종의 개론서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지 못하거나 간과했던 내용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현대 농경 장비에는 이 외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결점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인간과 농경이 분리된다는 점이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농장일이 너무 많으면 심신이 견지딜 못하지만, 그렇다고 작물을 기르는 재미가 없으면 그건 또 농부의 삶이 아니다. 

- 81쪽 


즉 일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줘야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최신 기술을 적용하여 자동화된 농기구보다는 약간 불편함을 가진, 그래서 내가 지금 농사를 짓고 있구나를 느끼는 장비가 더 낫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인간적합성'이나 '감정과 욕구', '심미성, 우아함, 세련미'와 연결된다. 그래서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석학 도널드 노먼(Donald Norman)이 자주 인용된다. 



누누이 말했다시피 품질은 다차원적이고 복잡한 문제다. 품질은 손쉽게 계량화할 방법이 없고, 아무리 말로 토론하고 속뜻을 전하려고 해봤자 한계가 있다. 제품의 전체 품질을 평가하려면 논리적 사고와 정서적 반응을 함께 동원해야 한다. 

- 262쪽 


결론적으로 제시되는 바는 기술자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하나의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야 된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협업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경험해본 이라면 다들 알고 있다. 


디자인팀이 제품 품질을 향상하려면 반드시 다음의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1. 창의성 - 좋은 아이디를 내고 실행하는 능력(아이디어를 이해시키는 것도 포함)

2. 폭넓은 사고 - 각 분야에 대한 지식 및 그런 지식을 보유한 사람들과 쉽게 교류할 수 있는 능력

3. 현실적인 비용 - 제품을 창조하는데 들어갈 비용을 끊임없이 파악하기 

4. 협동능력 - 제조, 마케팅, 총부 등 관련 부문과 긴밀하게 교류하는 능력

5. 고객에 관한 지식 - 고객이나 최종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는 능력과 그러고자 하는 욕구

6. 전체 품질에 대한 이해 - 품질의 구성 요소, 고품질과 저품질의 차이를 파악하는 고도의 감각

7. 양뇌적 사고 - 지식, 과학, 분석에 기초한 결과물과 감정, 직관, 판단에 기초한 결과물을 모두 다룰 수 있는 능력

- 54쪽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기술자, 기획자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협업/협력의 시대인 셈이다. 좋은 제품- 품질에 관해 궁금한 모든 이들에 추천한다. 









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 - 8점
제임스 L. 애덤스 지음, 김고명 옮김/파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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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끝없는 도전

로버트 바스키(지음), 장영준(옮김), 그린비 




노엄 촘스키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지만, 그의 언어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대체로 우리에게 촘스키는 하워드 진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진보적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아마 그의 언어학 이론은 영문학과나 언어학과 학부나 대학원 과정에서나 다루어질 것이니, 일반 독자가 노엄 촘스키의 학문 세계를 알고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사정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 책을 읽게 된 외부의 계기가 있었으나, 나 또한 노엄 촘스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많은 이들이 대단한 언어학자라고 추켜 세웠지만, 정작 그들도 촘스키의 언어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왜 추켜세우는 것인가! MIT 종신교수라서?) 


막상 이 책을 읽으며 촘스키의 언어학에 대해 알아보니, 그의 언어학 이론은 한 번도 주류 학문이 되지 않았고 무수한 반대학자들과 비판가들만 있을 뿐이었다. 특히 현대의 학문 방향과도 동떨어져서 <<데카르트언어학>>이라는 저서를 통해 반-데카르트주의가 휩쓰는 20세기에 데카르트를 불러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엄 촘스키에 대한 국내 명성은 너무 높아서 함부로 까면 안 되는 사람이 된 듯 싶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노엄 촘스키를 한 번 심하게 깠다가 인신공격까지 나오는, 다소 황당한 상황을 보게 된 것이다.)


촘스키의 언어학이 가지는 기본 가정이 반-현대적이고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마치 데카르트가 '송과선'이라는 단어로 육체와 영혼이 이어진다고 말하는 것처럼, 촘스키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언어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언어생득설'을 주장한다.  



인간의 본성과 인간 언어에 대한 촘스키의 입장 뿐 아니라 정치학에 대한 그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에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것들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의 지적 발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초기 저서들과 데카르트에 관한 역사적 연구를 연관지어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촘스키는 데카르트적 관점의 연원을 계몽운동과 낭만주의 시대로까지 소급해 올라가면서, 창조성에 관한 담론을 파악하는 수단으로서 그 가치를 강조한다. 

촘스키는 궁극적으로 훔볼트의 학문에 도달한다. 훔볼트는 촘스키의 언어학 연구 뿐만 아니라 올바른 사회구성에 관한 가정들을 뒷받침해주는 또 하나의 맥락으로 작용한다. 훔볼드는 인간 언어의 창조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그가 인간의 언어를 단지 기능적인 의사 소통의 한 형태가 아니라 생각의 표명이자 자기 표현의 방식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것을 데카르트적 관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173쪽 ~ 174쪽 



이런 학문적 견지에서 촘스키의 언어학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학자들은 아직도 그의 이론에 대해 반대한다. 그렇다면 진보적 지식인이라는 측면에서는? 여기에 대해선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말만 하는 입 진보라는 평가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보수적인 미국 환경 속에서 대단한 활동을 하고 우리도 많은 부분을 본받아야 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다행스럽게도 이 두 가지 측면을 고루 다루며, 노엄 촘스키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다만 정치적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읽기 쉽고 언어학에 대한 연구활동, 언어학 이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은 절반은 읽히고 절반은 버려질 것이다. 노엄 촘스키의 입장에서 씌여졌기 때문에 대부분 우호적인 입장에서 기술되고 있으나, 노골적으로 편파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추천할만하다. 

 



노엄 촘스키는 언어학자이지, 언어철학자가 아니다. 더구나 노엄 촘스키는 반-비트겐슈타인의 입장에 서 있는 언어학자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언어학은 많은 이들에 의해 언급되지만, 언급되는 이유는 그의 언어학이 왜 틀렸는가에 집중될 뿐이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블로그'에 올라온 스티븐 핑커의 언급은 촘스키의 언어학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그에 대한 비판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비슷한 비판이 지난 50년 간 있었지요. 우선 촘스키의 이론이 언어학계에서 정론이며 다수의 동의를 얻고 있고, 따라서 자신들이 골리앗을 무찌르는 다윗이라는 식의 표현은 시작부터 맞지 않습니다. 촘스키의 이론은 언어과학 분야에서 한 번도 정론이 된 적이 없습니다. 매 시대 복수의 언어학자들이 촘스키의 이론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 이 정도로 말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의 이론에 반대되는 이론들, 예를 들어 생성의미론(Generative Semantics), 인지문법(Cognitive Grammar), 관계문법(Relational Grammar), 어휘기능문법(Lexical Functional Grammar), 일반화구구조문법(Generalized Phrase Structure Grammar) 등의 대립 이론들이 있었으며, 특히 다수의 언어학자들이 하나의 이론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보지 않았던 점도 있었기 때문에, 한 번도 촘스키의 이론을 지지하는 이가 대다수가 된 적은 없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는 더욱 그랬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그를 지지한 반면, 그를 공격하는 이들은 더 많았습니다. 1960년대에서 70년대 사이 퍼트냄, 굿맨, 설, 데닛 등의 철학자들이 그랬고, 70년대 제롬 브루너와 피아제 학파의 발달 심리학자들이 그랬습니다. 70년대 인공지능 중흥기의 테리 위노그라드, 로저 섕크, 마빈 민스키도 촘스키를 공격했습니다. 1980년대 연결주의 심리학자와 신경망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있고, 린다 스미스와 같은 “동적 시스템 이론가”도 있습니다. 거의 모든 시기의 아동 언어 습득 연구자들은 촘스키에 반대했습니다.


촘스키의 이론이 지배적인 이론이라는 오해가 생긴 이유는, 그를 반대하는 이들이 제각기 다른 접근을 취하면서, 그의 이론에 대항하는 하나의 대안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의 유명세와 인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촘스키만을 알았을 뿐, 그의 이론에 반대하는 이들은 알지 못했지요. 즉, 명성과 학문적 위치를 혼동한 것입니다.


‘촘스키의 이론을 뒤집었다’는 주장이 가진 또다른 문제점은 ‘촘스키의 언어 이론’이 사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는 구문(syntax)에 대한 몇 가지 기술적인 이론을 발표했고, 동시에 언어가 본능이라는 내용의, 논문의 형태가 아닌 비공식적인 주장을 수십 년 동안 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확증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엄밀한 형태로 표현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보편 문법(Universal Grammar)”, 또는 본능적인 “언어 구조(language faculty)”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말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반면, 특정 언어의 구체적인 특징들을, 예를 들어 일본어나 영어를 우리가 실제로 학습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지요. 즉 50년 동안 언어의 특정한 측면이 학습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 모든 이들이 (실제로 매우 많았지요) 자신이 골리앗을 쓰러뜨렸다고 주장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보물단지 역할을 촘스키가 해온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방식은 과학적이고 생산적인 논쟁이 아닙니다.


나는 우리가 보다 정밀한 언어 습득 과정을 컴퓨터로 모델링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모델은, 여러 문장들을 입력하면, 문법 구조가 출력되는 그런 모델 입니다. 그리고 이 모델이 실제 아이들처럼 자신에게 주어지는 문장들을 통해 모든 종류의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그 모델이 어떤 모양이건, 우리는 아이들의 언어 본능을 설명하는 이론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를 시도할 것입니다. (나는 1984년 나의 첫 저서인 “언어 학습과 언어 발달(Language Learnability and Language Development)에서 이를 시도했습니다.) 이런 진지한 시도 없이, 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때 어떤 본능적 구조나 가정, 표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입니다. 80년대와 90년대 언어를 신경망으로 구현하려 했던 이들이 썼던 트릭이기도 합니다. 문제가 생길때마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보다, 그저 본능적인 구조를 만들어 해결했습니다. 오늘날의 모델에도 그런 문제가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 스티븐 핑커

인용: http://newspeppermint.com/2016/12/08/m-chomsky/




노엄 촘스키의 정치적 활동이나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들에 대해서는 한국의 무수한 진보 지식인들이 인용하여, 다소 식상하기까지하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이 노엄 촘스키에 대한 일종의 환상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왜 노엄 촘스키의 언어학 저서들은 제대로 읽히지도, 소개되지도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진 않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노엄 촘스키의 언어학이 왜 잘 알려지지 않는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어려운 것이 아니라 비트겐슈타인 이후의 현대 철학의 지평 위에서, 혹은 포스트모더니즘(혹은 포스트 구조주의)의 반-데카르트주의 환경 속에서 노엄 촘스키는 분명한 어조로 이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다. 그리고 이는 그의 정치적 입장이나 활동에까지 연결될 수 있겠다. 







촘스키, 끝없는 도전 - 8점
로버트 바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그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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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지음), 이상희(옮김), 추수밭 





기대했던 것만큼 깊은 통찰력을 주진 못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널리스트가 썼다는 걸 숨길 수 없을 정도였다. 즉 깊은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한 책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인물들과 역사적 사실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인용들을 재미있게 엮은 책에 가깝다. 그래서 책은 쉽게 읽히고 무척 재미있다. 나같은 독자에게 이 책은 너무 쉽게 읽혔다고 할까. 가볍기도 했고. 


하지만 일반 독자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며,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8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추수밭(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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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용 The Invisible Dragon: Essays on Beauty 

데이브 하키(지음), 박대정(옮김), 마음산책, 2011년 




몇 번 읽다가 만 책이다. 구입하려고 목록에 올려놓았다가 다른 책들에 밀려 결국 사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X 포트폴리오>에 속한 몇몇 보기 어려운 작품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책이기도 하다. 


 

X Portfolio

Robert Mapplethorpe (United States, 1946-1989)

1978

Photographs; portfolios

Black clamshell case with gelatin silver photographs

Closed: 14 13/16 x 14 x 1 15/16 in. (37.62 x 35.56 x 4.92 cm); Open: 14 13/16 x 29 3/4 in. (37.62 x 75.57 cm)



안타깝게도 로버트 메이플소트의 <X 포트폴리오>는 위 사진정도만 보여줄 수 있음을. 대신 LA카운티미술관 웹사이트에선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볼 수 있지만, 심신미약자들이나 보수적 신앙심에 불타오르는 이들에겐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의 계기는 저 작품 때문이었다. 사람들, 특히 미국 (상업주의) 사회가 보여준 아름다움에 대한 위선적 태도때문이었다.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아름다운 포르노성 사진이 공공장소에 전시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일었는데, 이 논쟁의 모든 면에서 지식인들의 부정직성이라는 돌림병이 침투했다. 이것이 그가 아름다움에 관한 글을 쓰게 된 실제 계기였다. 비굴한 태도를 부르는 이 스캔들에 휩쓸린 사람들이 모두 산적 떼처럼 거짓말을 했으며 영리한 위선의 옷을 입었다. 모두 이 일의 귀추에 대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었다. 모두에게 돈이 걸린 문제였다. 비평가인 저자가 그 논쟁에 참여한 이유는 오로지 맨해튼 다운타운 시절부터 로버트 메이플소프와 친구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 16쪽 



책은 재미있다. 다소 과격한 어조로, 산만하게 여러 이론가들을 오가며, 아름다움에 대한 부조리와 위선을 드러내고자 저자는 고분분투한다. 현대 미술에 대한 지식인들과 치료기관들(*)의 오해와 위선에 대해 공격하며 그것이 어떻게 잘못되었는가를 지적한다. 그래서 이 책은 새로운 이론이나 작품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지 않다. 오로지 허위에 대한 공격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데이브 하키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움의 인간적 속성들은 로마의 신들처럼 수없이 많고 다양하며 효용 면에서 놀랍도록 비슷하다. 그것들은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손 닿는 곳에 있다. 새로움, 친숙함, 오래됨, 자율, 드묾, 신성, 변덕, 장엄, 기발함, 공모, 효용 등이 그런 것이다. 이들이 당장에 띠는 가치가 우리의 제물을 바칠 사당을 결정한다. 우리가 눈앞에 있는 구체화한 외관과 닮음의 장관을 - 소유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와 우리 자신 너머의 모든 것 사이의 공간을 좁히는 다신교적 포용으로 그 장관에 합류하기 위해 - 마음껏 받아들일 자유를 느낀다면 결코 자신의 욕망을 미심쩍어하는 일은 없다. 

- 171쪽 



아마 보들레르의 말처럼, "아름다움은 행복을 추구하는 습관적인 방식만큼이나 종류가 많"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    * 


현대미술에 대한 여러 이슈들 중 한 가지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품들과 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 과격한 방식의 소재나 주제, 표현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전시하며 해석할 것인가다. 이 점에서 데이브 하키는 명확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래서 인접 학문을 전공하고 현대 미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이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 대부분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품들이 주는 무한한 감동을 알지 못한다. 역겹고 추악하며 구토를 유발하는 작품들 앞에 서서 왜 우리들 중 일부는 열광하고 눈물을 흘리는가를 그들은 알지 못하면서 현대 미술에 대해 떠든다. 더 심각한 경우는 부게로나 제롬과 같은 위선와 허위에 가득찬 19세기 작품들을 예로 들며 도상학적 해석을 이어나갈 때, 작품은 감상과 감동의 대상이 아닌 지적 해석의 수단으로만 존재하게 만든다. 그들 대부분은 왜 마크 로스코 작품 앞에서 우리가 움직이지 못하는지 알지 못한다. 마크 로스코 작품 앞에서 서면 오로지 나와 작품만 존재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아마 데이브 하키도 그런 심정이었을까. 이미 죽은 친구 메이플소프의 작품들 두고 역겨운 비난을 일삼는 이들을 앞에 두고 말이다. 




Dave Hickey(1940 ~ )





*치료기관: 데이브 하키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치료기관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조롱한다. 그것은 예술작품을 그들의 시각으로 서열화하고 해석하며 위치지우기 때문이며, 이를 교묘하게 전파하여 세뇌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용 - 8점
데이브 히키 지음, 박대정 옮김/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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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Bohumil Hrabal(지음), 이창실(옮김), 문학동네, 2016 



서평 쓰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간단하게 감상을 적기도 하지만, 혹시 나중에 읽었던 책에 대한 내용을 찾을 때를 대비해 자료 정리의 측면도 있다 보니, 다소 길고 인용이 많아졌다. 결국 책 읽는 속도를 서평 쓰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읽었으나 리뷰를 올리지 못한 책들이 열 권을 넘겼다. 시간이 나면 정리해 올리려고 하고 있으나, 쉽지 않고 쫓기다보니 서평의 질도 예전만 못하다. 


보후밀 흐라발(1914 - 1997). 체코 최고의 소설가이지만, 국내에는 뒤늦게 소개되었다(아니 전세계적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체코 소설가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가 밀란 쿤데라이고, 토니 주트(Tony Judt, 1948 ~ 2010)는 <<20세기를 생각한다>>에서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29 ~ )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다른 유명한 반체제 문인인 소설가 밀란 쿤데라에게도, 이유는 다르지만, 똑같은 논법을 적용할 수 있다. 나의 체코인 친구들 중에는 쿤데라가 서방에서 큰 인기를 끄는 데 심히 분개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묻는다. 왜 다른 체코 작가들의 작품은 (체코 독자들이 더 좋아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도) 국경 너머에서 읽히지 않는가? 

- <<20세기를 생각한다>>, 토니 주트 &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303쪽(조행복 옮김, 열린책들) 


순응주의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진부한 것으로 이기심이나 통찰력 부족에서 비롯한다. 공산주의 체제 막바지의 순응주의가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쿤데라의 무희들, 즉 1940년대와 1950년대의 믿는 자들이 지닌 순응주의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세상에 등을 돌리고 서로의 얼굴 밖에 보지 못하지만 모든 것을 보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 위의 책, 310


밀란 쿤데라 이후 처음 읽는 체코 작가 보후밀 흐라발. 밀란 쿤데라가 프랑스 파리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동안, 보후밀 흐라발은 체코를 떠나지 않고 체코어로 글을 썼으며 그의 소설 대부분이 금서가 되었으며 무수하게 많은 직업을 전전하며 창작활동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방 언론은 그를 두고 '체코 소설의 슬픈 왕'이라고 일컫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이 책도 한없이 슬프긴 마찬가지지만.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스토리다. (... ...) 나는 맑은 샘물과 고인 물이 가득한 항아리에서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근사한 생각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는 이제 어느 것이 내 생각이고 어느 것이 책에서 읽은 건지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 9쪽 


작중 화자는 폐지 더미 속에서 그 폐지를 압축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폐지로 넘어오는 무수한 책들, 고전들, 심지어 고전 회화들까지 보면서 지식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사상이 내 안에 알코올처럼 녹아들 때까지. 문장이 천천히 스며들어 나의 뇌와 심장을 적실 뿐 아니라 혈관 깊숙이 모세혈관까지 비집고 들어온다. 

- 10쪽 


하지만 이 소설은 작중 화자의, 우연히 얻게 된 지적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도리어 자신의 일상과는 아무 상관없고 인정 받지도 못하는 지적 능력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밀리는 기술. 대화라곤 폐지 압축 공장에서의 대화나 만차나 집시 여인과의 대화가 전부인 이 소설은, 거의 모든 문장들이 주인공의 독백이나 생각으로 채워진 채로, 주인공의 시선으로 외부 세계를 바라보며 주인공 자신과는 무관한 세상과 그 속에서의 보이지 않는 갈등과 슬픔, 비극을 드러낸다. 


결국엔 실패하게 될 주인공을 앞에 두고 그 실패를 목격하게 될 우리 독자는 잔인하기만 하다. 결국 우리의 삶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스스로 '한탸'(주인공의 이름)를 보면서 슬퍼하며 공감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우리 뜻대로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뒤늦게 돌이켜보면서 그렇지 않았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 점에서 한탸 또한, 우연히 얻게 된 지식으로 ....


책들에 둘러싸인 나는 책에서 쉴새없이 표징을 구했으나 하늘로부터 단 한 줄의 메시지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책들이 단합해 내게 맞섰는데 말이다. 반면 책을 혐오한 만차는 영원토록 그녀에게 예정된 운명대로 글쓰기에 영감을 불어넣는 여인이 되어 있었고, 심지어 돌로 된 날개로 퍼덕이며 비상했다. 깊은 밤 환히 불밝혀진 왕성(王城)의 두 창문처럼 부드러운 빛을 발하는 날개였다.

- 104쪽 


만차와의 에피소드는 무척 흥미로웠지만, 결국 그렇게 될 것임을 예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 또한 탐욕스럽게 책을 읽으나, 그것이 내 생계와는 무관함을 뒤늦게 깨닫고 있으니. 


나는 새로운 삶에 절대로 적응할 수 없을 것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더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밝혀내자 대거 자살을 감행한 그 모든 수도사들처럼 

- 106쪽 


이 소설은 짧지만 강렬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책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그것의 무능력함, 필요없음, 결국엔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에 대해 이야기하고, 결국 세상은 진지한 이들의 편에 서지 않을 것임을 차분히 드러낸다. 


하긴 그건 이 소설을 읽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닐까. 




Bohumil Hrabal, 1914 - 1997 






너무 시끄러운 고독 - 10점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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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지음), 강주헌(옮김), 아르테, 2015 




누구나 자신의 관습에 속하지 않은 것을 야만적인 것으로 부른다

- 몽테뉴, <<수상록>> 중에서 


문명과 야만의 경계는 어디일까? 몽테뉴의 말대로 우리의 관습에 속하지 않은 것들은 모두 야만일까? 그러나 레비-스토스의 생각은 다른 듯 싶다. 


"계몽시대의 철학이 인류 역사에 존재한 모든 사회를 비판하며 합리적 사회의 유토피아를 꿈꾸었다면, 상대주의는 하나의 문화가 권위를 앞세워 다른 문화를 재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을 거부했다. 몽테뉴 이후로, 그의 선례를 따라 많은 철학자가 이런 모순에서 탈출할 출구를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하지만 이 상대주의가 우리의 일상에선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안다. 대체로 우리 주변 대부분은 레비-스트로스가 말하는 바 상대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더라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그러면서 스스로 (선택받은) 문명 세계에 살고 있으며 (우리들과 다른) 이방인들은 야만의 세계에 속한다고 여기고 있는 건 아닌가 반성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바 야만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 문명과 얼마나 가까운가를 보여준다. 가령 장신구 문화는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야만의 형태다. 이제 내용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아 우리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나, 애초에 주술적인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독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루비는 유해한 기운을 물리치며, 사파이어는 진통효과를 지니고, 터키옥은 위험을 미리 알려주며, 자수정은 그리스어 '아메두스토스'의 의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술기운을 쫓아낸다고 수 세기 전까지 믿었기 때문에 그런 보석들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비싸게 거래되었다는 것을 요즘에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91쪽 


장신구는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며, 더구나 그 부분은 내가 '야생의 사고pense'e sauvage'라고 칭했던 것이 생생하게 지속되는 부분이다. 우리 시대의 여성도 귀걸이를 착용한다. 그런 여성이나, 그런 여성을 바라보는 남자도 불멸의 물질로 소멸하는 몸을 굳건히 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셈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장신구가 물렁물렁한 곳을 딱딱한 것으로 변화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 93쪽 


이와 반대로 우리 스스로 야만적 형태, 주술적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꽤 당혹스러운 방식이어서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최근의 일이라는 사실을 알곤 실제로 일어난 일인가 반문하기까지 했다. 


주일학교 아이들이 보는 가운데 산타클로스가 디종 성당 앞 광장에서 불태워졌다. - 디종, 1951년 12월 24일

- 12쪽 


일종의 화형식이었는데, 보수적인 가톨릭의 입장에서 산타클로스는 이교도의 문화였으며 천박한 자본주의로 보였을 지도 모른다. 


종교 당국은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하며 종교적 가치가 없는 신화를 대중의 머릿 속에 심어주며 그리스도의 탄생을 불순하게 '이교도화'하려는 시도를 신랄하게 규탄했다. 

-11쪽 


확실히 산타클로스는 이교도적이고 지독히 상업적이다. 그것에는 종교적인 것은 없다. 산타클로스를 두고 신앙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종교당국(프랑스 가톨릭)의 입장은 이해되고 당연해보이긴 하지만 레비-스트로스는 이 행위가 얼마나 고대적이며 주술적인 것인가를 드러낸다. 


식인풍습에 대한 글도 흥미로웠다. 식인풍습이 일종의 약탈이나 살인 행위의 일종일 것이라 여겼던 나에게, 실은 '사랑과 존경의 표현'으로서의 식인 풍습은 매우 의외였다. 내 생각은 더 나아가 성경에서 언급된, 빵과 포도주를 나누며 이것이 내 살과 피라고 말하는 예수 그리스도에까지 이어졌다(<<길가메시 서사시>>와 구약 성경의 일부 이야기들은 얼마나 닮아있는가).


민족학자들은 그 지역에 들어가 다른 가정 하에 구루병의 원인을 조사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지배를 받기 전에, 구루병이 만연한 부족사회의 식인 풍습이 있었다. 가까운 친척의 시신을 먹는 것이 고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현한 한 방법이었다. 그들은 고인의 살과 내장 및 뇌를 익혀 먹었고  빻은 뼈를 채소와 함께 조리해 먹었다. 여성이 시신을 잘라내서 조리하는 역할을 맡았던 까닭에, 시신으로 여성이 감염된 뇌를 다루는 과정에서 병원균에 감염되었을 것이고, 신체적 접촉으로 인해 어린 아이에게도 옮겼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었다.

- 123쪽 

(* 구루병 - 우리에겐 광우병으로 잘 알려진 '크로이츠 펠트야코프 병'을 의미함. 양의 경우에는 '진정병scrapie'라고 함. 지연성 바이러스로 인한 퇴행성 질환이며, 식인 풍습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짐)


구루병의 원인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식인풍습에 대해 보다 더 깊이 알게 된 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또한 '먹다'와 '성교하다'라는 단어가 문명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언어에서 같은 단어로 사용된다는 것이나. 모권제 사회에 대한 추측은 잘못된 정보라는 언급은 기억해둘만 했다. 


민족학 연구가 발전하면서, 한때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모권제의 환상에 종지부가 찍어졌다. 부권제 아래에서는 당연하지만 모권제 아래에서도 권력은 남성의 몫이었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모권제에서는 어머니의 남자 형제들이 권력을 행사했고, 부권제에서는 남편이 권력을 생사한다는 게 유일한 차이였다.

- 154쪽 


이 책에 실린 레비-스트로스의 글은 대부분 저널에 실렸던 것이라 그 길이가 짧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무척 시사적이면서도 그 소재나 주제가 흥미로워 추천할 만하다. 


내 경우엔 이 책을 다소 급하게 읽긴 했으나, 오귀스트 콩트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언급이 기억에 남는다. 아직 콩트의 책을 읽지 않았고 그 위상에 대해서 생각해본 바가 없었으나, 콩트의 실증주의적 태도가 후대 학문에 꽤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콩트가 이야기했던 그 이론들이 지금도 유의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 


아래는 니콜라 푸생의 <에코와 나르시스>>에 대한 언급이 있어 메모해둔다. 


Echo and Narcissus

Nicolas Poussin(1594-1665), oil on canvas, 74 cm* 100 cm, 1630, Louvre Museum 

이미지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



무엇보다 그림의 구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든 선이 분산되며 서로 멀어진다. 나르키소스의 두 다리는 오른쪽을 향해 벌어졌고, 두 팔은 서로 반대방향을 향한다. 다른 두 인물, 즉 숲의 요정인 에코와 장례의 횃불을 쥐고 잇는 푸토의 몸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런 분산은 그림에서 윗부분을 차지한 나뭇가지에서도 반복된다. 이런 분산 방향은 메아리(숲의 요정 에코는 나르키소스를 사랑했지만 거절당하자 슬픔으로 몸은 없어지고 메아리가 되었다 - 옮긴이)의 청각적 현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메아리는 소리의 원점에서 점점 멀어지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라지지 않는가. 보들레르의 유명한 시가 그렇듯이, 감각적 자료들 간에 연상되는 이런 조응(correspondance)으로 푸생의 그림에서는 멜랑콜리, 즉 일정한 배색 효과로 강조된 회상에 젖은 서글픔이 느껴진다.

- 144 ~ 5쪽 



푸생의 그림에서 주조를 이룬듯한 분산이 온갖 모습으로 나타난다. 멍청한 듯 하면서도 기막히게 놀라운 일을 해내는 메아리의 물리적 현상에 내재된 분산이다. 따라서 메아리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산책자와 여행자를 유혹한다. 푸생의 그림이 요정 에코와 초자연적 세계의 작은 특사(푸토)가 취한 상반된 방향을 강조함으로써 명백하게 드러낸 분산이기도 하다. 에코는 일관된 단조로운 색조로 이미 자신과 하나가 되어버린 바위의 형상으로 땅을 향하고 있다. 이런 대비가 구도와 색이란 상보적인 수단을 이용해서 에코 요정의 헛된 회상과 나르키소스의 숙명적인 오해, 그리고 메아리의 무익함과 전능함을 하나의 그림에 담아내고 있다.

- 152쪽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 10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강주헌 옮김/arte(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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