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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미래의 속도 No Ordinary Disruption 

리처드 돕스, 제임스 매니카, 조나단 워첼(지음), 고영태(옮김), 한국맥킨지사무소(감수), 청림출판, 2016년 





10년 전, 20년 전도 꽤 빠르게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느꼈는데, 실은 지금이 더 빠른 듯하다. 가끔 따라가기 벅차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의 본질적인 측면은 변하지 않거나 아주 느리게 변해 느끼기 힘들다고 믿지만, 그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영역에서의 일이니, 눈 앞에 보이는 세계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변화의 속도, 놀라움 그리고 세계 시장의 갑작스런 방향 변화는 기존 기업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지속적인 단절discontinuity의 세계다. (13쪽) 



지속적인 단절, 말이야 쉽지만 이런 세계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산다는 건 매우 거친 일이다. 


이 책은 이런 지속적인 단절의 실체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단절에 대비하여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조언한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 Mckinsey Global Institute)의 연구진들이 필자들이라, 이 책에서 제시되는 데이터는 무척 흥미롭고 시사적이다. 실은 이 데이터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다. 아니면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여러 리포트들도 재미있을 것이다. 


약간 삐딱하게 보자면, 컨설팅 비즈니스가 일종의 조언으로 먹고 사는 업이기 때문에, 이 책도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조언이 장기적으로 그 방향이 잘못될 수도 있으나, 그 당시에는 꽤 의미있는 지적이 많다. 이 책의 저자들은 미래의 속도를 바꾸는 파괴적 메가트렌드를 아래와 같이 정의내린다. 



첫번째 파괴적 메가 트렌드는 경제활동과 경제역동성의 중심지가 중국과 같은 신흥국과 신흥국의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두번째는 기술의 경제적 영향력이 가속화되고 범위와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점

세번째는 인구변화다. 간단히 말하면 인구의 고령화 문제다. 

마지막은 우리가 흐름flows이라고 부르는 교역과 자본, 사람, 정보의 이동을 통해 세계가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것.

(15쪽 ~ 19쪽에서 설명) 



위 네 가지 메가트렌드를 책 중심 주제로 잡아 하나하나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최근 내가 변화하지 않는 세계의 어떤 것을 보려고만 한 건 아닐까 잠시 되돌아보았다. 보이는 세계는 쉴새없이 변화하는데, 나는 그 변화의 와중에 변하지 않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한 건 아닐까 하고. 이러한 태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비즈니스의 현장에 있는 한 사람으로 한 쪽 부분을 소홀히 했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오래된 확실성이 사라지고 기존의 경제관계가 무너지면서 사람들의 경계심은 높아지고 사회는 큰 혼란을 느낄 것이다. 변동성이 증가하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수가 되었다.(287쪽) 



아마 2018년이 지나면 이 책도 그 시의성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세상은 또 변할 것이고 그 때에 맞추어 이런 내용을 담은 다른 책이 나올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을 테니, 읽기를 권한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메모해둔다. 


***


"인도와 중국을 합친 25억명이 세계 경제에 편입되면서 기술 발전이 상쇄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원자재 가격의 상승 압박을 불러오는 수요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50년에서 75년 동안 그리고 아마도 미래에 언젠가 인간이 화성에서 광물을 채굴할 때까지 천연 자원의 가격을 상승할 것이다."

-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하버드 공공정책과 교수 (172쪽에서 인용) 


(이런 이유로 MB가 자원투자를 했는데, 말아먹었다. 이것도 까면 무시못할 텐데 말이다. 그 많던 돈을 제대로 투자를 했다면 한국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전 <뉴욕타임즈> 특파원인 하워드 프렌치Howard French는 자신의 책 <<아프리카, 중국의 두 번째 대륙 China's Second Continent>>에서 지난 20년 동안 약 100만 명의 중국인 아프리카 대륙으로 이주했다고 주장했다. (121쪽) 


(중국인들은 역시 모험심이 많고 도전적이다. 한국인들도..., 아니 나부터 뭔가 해야 하나. 아프리카의 성장이 중국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미래의 속도 - 8점
리처드 돕스.제임스 매니카.조나단 워첼 지음, 고영태 옮김, 맥킨지 한국사무소 감수/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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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의 책장수 The Bookseller of Kabul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 Asne Seierstad (지음), 권민정(옮김), 아름드리미디어 





카불에서의 일상은 참혹하기만 하다. 실은 믿어지지 않고 믿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는 비교적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읽는 독자는 차분해지지도 않고 주관적으로 파악할 수 밖에 없다. 남녀간의 사랑이 금지된 곳이라니. 아니, 남자의 사랑은 있지만 여자의 사랑은 없는 곳이 보다 현실에 근접한 표현일 것이다. 



A WOMAN'S LOVE is taboo, banned by the prohibition of the honor code of Pashtun life and by religious sentiment. Young people do not have the right to see each other, love each other, or choose each other. Love is a grave mistake, punishable by death. The unruly are killed, in cold blood. The massacre of lovers, or of one of them (always and without exception the woman), initiates the never-ending process of vendetta between clans. 

- Sayd Bahodine Majrouh(ed), <<Songs of Love and War - Afghan Women's Poetry>>(Other Press, New York), p.3 

 


책은 카불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술탄 칸과 그의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탄 칸과 여동생 레일라, 그의 아들 만수르는 영어가 가능한 보기 드문 가족의 이야기다. 인구의 사분의삼 정도가 읽지 못하는 문맹의 국가에서, 영어까지 가능한 가족의 이야기, 책을 파는 술탄과 그의 아내들(처음은 한 명이었다가 두 명이 된다), 아들들, 그 외 어머니와 남동생, 여동생 이야기라고 하면, 어떤 기대를 할까. 


책에 대한 이야기? 아니면 어려운 환경이지만 희망을 구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 하지만 전혀 아니다. 읽으면 읽을 수록 우리가 아는 세계도 아니고 우리가 경험해볼 수 있는 세계도 아님을 알게 된다. 도리어 이 세계 속에서 부르카를 쓰고 다닌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를 궁금하게 여기며,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하지 못하게 된다. 


그 정도로 카불에서의 일상은 지옥에 가깝다. 특히 여자들에게 있어 이 곳은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카불. 그러나 참혹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20세기 초반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이루어진 여러 근대적 개혁들의 실패, 외세의 개입, 부족 지도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의 반발 등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라고 말하긴 쉽다. 



"예전에는 샴페인으로 축배를 들었는데."

고모 한 명이 중얼거린다. 그녀는 좀더 자유로운 시절을 기억한다. 그때는 결혼식 때 샴페인과 와인을 마셨다. 

"다시는 그런 날이 오지 않겠지."

고모가 한숨을 내쉰다. 나일론 스타킹, 서양식 옷차림, 팔을 훤히 드러낼 수 있던 시절,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르카를 쓰지 않던 시절은 이제 희미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 133쪽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은 어쩌면 갑작스러운 몰락의 과정일 지도 모른다. 한 때의 과거 - 지금보다 훨씬 평화롭고 자유로운 시대를 기억하는 이조차 드물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서 술탄 칸은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와 예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적어도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자기와 가족의 미래를 믿으며 앞을 향해 걸어나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집안에서는 전제 군주일 뿐이다. 


책을 읽을수록 그들의 삶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살먼 루시디나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적대적인 글들을 발표한 여러 작가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헌책으로만 구할 수 있는 책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적어도 젊은 남녀간의 사랑이 허용된다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았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2003년 사담 후세인 궁전 안 뜰에서의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 






카불의 책장수 - 10점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 지음, 권민정 옮김/아름드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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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밌을 것 같은데... 품절인 모양이군요 ㅠㅠ

    • 아니 딸기님께서!! ㅎㅎ 바쁘시겠지만 번개나 한 번.. 책 구해서 드릴께요. ^^

      예전에 이슬람문명에 대한 책은 한 권 읽었는데, 그건 역사책이었고 이 책은 현재 삶에 대한 책이니, 차원이 다르더군요. 객관적으로 서술해도 이 정도니, 솔직히 답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의 조선 시대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까지. ~


호황 VS 불황 - 무엇이 경제의 라이프사이클을 움직이는가 Abschied vom Homo Oeconomicus 

군터 뒤크Gunter Dueck(지음), 안성철(옮김), 원더박스, 2017년 

(* 2009년에 '호황의 경제학 불황의 경제학'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가 작년에 개정판이 다시 나왔다.)




"네가 배를 만들고 싶다면, 목재를 구하고 작업도구를 준비하고 과제를 나누고
일을 분배하기 위해서 남자들을 불러 모으지 마라. 대신에 남자들에게 끝없는 바다에 대한 열망을 가르쳐라."
- 생텍쥐베리 




자연에서는 대부분 육식동물보다 초식동물이 더 빠르게 번식한다(은행강도보다는 저축자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것처럼). 이러한 현상을 생물학에서는 '제3볼테라 법칙'이라고 부른다. 초식동물에게는 빠르게 증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종족 보전의 요소가 된다. 반면 육식동물은 각자의 영역이 필요하므로 그렇게 빠르게 증가하지 못한다.(29쪽) 


책은 호황과 불황을 특정 지역의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간의 상관관계로부터 비유하여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호황과 불황에 대한 경제학 책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군터 뒤크는 수학자이며, 기업가였다. 그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을 무시한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경제적 목적만을 고려해서 행동하는 이른바 '호모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고 한다. 엄격하게 합리적인 잣대로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다.(22쪽) 


그리고 호황과 불황을 나누고 이 시기에 따라 사람들이, 우리들이 어떻게 변하고 대응하는지를 설명한다. 심지어 이러한 시기마다 널리 호응을 얻는 경제학 이론들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호황기 초기에 사랑받는 이론, (신)자유주의

계속되는 호황기에 사랑받는 이론, 지속적인 혁신을 통한 성장과 모두를 위한 복지 

불황 초기에 사랑받는 이론, 케인즈의 국가프로그램

계속되는 불경기에 사랑받는 이론, 감량경여과 리엔지니어링

불경기 후반에 사랑받는 이론, (신)고전주의 


결국 호황과 불황이 일종의 사이클이라면 그것을 느리게 하는 방법은 절제 뿐이라고 말한다.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거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저자는 알고 있을 것이다. 책 초반에 나오는 '국부적 영리함'은 우리가 일상에서 늘 경험하는 종류의 영리함이지만, 그 영리함으로 인해 전체 시스템이 실패하게 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 잘 사는 방법 대신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 몰락하게 되는 방식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다시 '죄수의 딜레마'와도 연관지어 설명한다. 


이러한 호황과 불황의 라이프 사이클 위에 우리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가는가를 살펴보면서 결국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스트레스'라고 군터 뒤크는 말한다. 자본주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호황에서 불황으로 넘어갈 때 우리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들은 자주 잘못되고 사려깊지 못한 대응들, 행동들을 하게 되고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자초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대의 경영 이론들 대부분은 기업 구성원들에게 긴장과 스트레스를 주어 생산성과를 높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다소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내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탁월한 업무 성과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즐기는 이들이 보기에 이 책은 어쩌면 불순하게 여겨질 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저자는 미국과 유럽을 나누어 비교하기도 한다. 전자가 미국적 방식이라면, 유럽적 방식은 느긋하며 긴장과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 업무를 처리한다고. 


아마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자기 자신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속한 기업은 어떤 문화를 지향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될 것이다. 또한 호황과 불황이 발생하고 어떤 사이클을 그리게 되는 여러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호황 vs 불황 - 10점
군터 뒤크 지음, 안성철 옮김/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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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의 미래

홍춘욱(지음), 에이지21, 2016년 




'시장을 보는 눈'이라는 블로그로도 유명한 홍춘욱의 <<환율의 미래>>를 읽었다. 자주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 읽기도 하고 가끔 실리는 신문 칼럼들도 읽기도 하는데, 경제 현상이나 투자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의견과 쉽고 명확한 서술이 돋보이는 전문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직까지 나는 경제학이나 경제현상의 이해에 대해선 문외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 수준은 아니겠구나 생각했다. 실은 의외로 이 책이 너무 쉽게 읽혀 다소 의아스러웠다고 할까. 어쩌면 저자의 쉬운 서술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이 책은 환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이를 둘러싼 기업 경영과 투자 환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씌여졌다. 그래서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환율을 둘러싼 주요 포인트를 짚어주고 있어 환율이나 외환 금리,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된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 투자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채찍효과(Bullwhip effect)과 환율과의 상관관계는 매우 흥미로웠다. 


채찍효과(Bullwhip effect) - 채찍의 손잡이 부위를 몇 센티미터만 움직여도 채찍의 끝부분이 몇 미터 이상 움직이듯, 공급사슬의 가장 끝에 위치한 기업이 공급사슬의 중간에 위치한 기업보다 월등히 큰 수요의 변화를 겪는 현상 (141쪽) 


즉 선진국 경기 전망에 따라 한국 등 개도국 사정도 달라지는데, 여기에는 시차가 존재하면서 동시에 채찍효과와 같이 매우 큰 폭의 상승과 하락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는 선진국 경기가 좋으면 한국 등 개도국 자산에 투자하며, 반대로 선진국 경기가 나빠지면 한국 등 개도국 자산을 집중 매도하는 것이다.(152쪽) 


글로벌 경기의 변동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소비'다. 그것도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다. 이걸 이해하면 한국 등 개도국 경제가 왜 그렇게 자주 경기 침체와 상승을 경험하는지 이해할 수 있고, 미래 경기의 변동을 예측할 수 있다. (131쪽) 


외국 투자자들이나 기관 투자자들의 흐름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은 자주 쉽게 투자손실을 입곤 하는데, 환율과 세계 경기 흐름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으면 예측할 수 있겠다. 그리고 중국이나 인도가 많은 인구로 큰 소비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는 하나, 이 나라들의 소비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데, 그만큼 소비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권으로 성장했지만, 2013년 기준 중국의 저축률은 무려 49.5%에 이른다. (131쪽)


특히 선진국(특히 미국)의 실질 소비자 지출이 매우 중요해서 세계 경제나 기업 활동, 환율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명확히 알게 되었다. 


먼저 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하면 0 ~ 6개월 뒤 기업의 생산이 증가한다. 그리고 생산 증가가 6 ~ 12개월 이상 진행되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서서히 설비 투자 및 신규 고용이 재개된다. 물론 유휴 노동력이 많지 않다면 이 과정에 임금 상승까지 나타나, 경제는 본격적인 호황국면에 접어든다. 반대로 실질 소비지출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생산 감소가 뒤를 따르며, 이후에는 자본 지출 및 고용까지 감소하는 본격적인 경기 후퇴가 진행된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 소비의 변동이며, 그 이외의 요인은 부차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138쪽 ~ 139쪽) 


환율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와 함께 이와 관련된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환율의 미래 - 8점
홍춘욱 지음/에이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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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의 <<카불의 책장수>>(권민정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2005년)은 책 제목과 달리 아프카니스탄에서의 일상이 얼마나 참혹한가를 보여준다. 그 참혹함 속에서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지만, (다들 잘 알다시피) 여성의 삶은 더 참혹해서 자연스럽게 이슬람에 대한 미움 같은 감정이 싹튼다. 그들(일부 이슬람 국가들과 대부분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어리석음, 종교와 경전에 대한 (무자비한) 축어적 해석과 현실적 상황을 무시한 (강압적/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를 통한) 적용이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이슬람 여성에 대한 여러 풍문을 들은 바 있다. 야한 속옷이 잘 팔리며 부르카 밑으로 진한 화장을 하고 집 안에서는 화려한 옷을 입는다고. 이러한 풍문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선입견을 조장하고 이슬람 여성의 시대착오적 삶의 형태에 대해선 무관심하게 만든다. 


실은 그 풍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들에겐 심각할 정도로 자유가 없음을 알았다. 심지어 친어머니의 명령으로 오빠들에 의해 여동생을 죽이는 명예살인 이야기까지. 결혼은 자신의 의사가 아닌 집안의 결정으로 이루어지며 결혼 후의 개인 생활이란 일체 없다. 더구나 남편이 두 번째 부인을 가지겠다고 하면, 싫어도 어쩔 수 없으며(심지어 남편을 싫어할 경우엔 두 번째 부인이 오는 걸 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성들 간의 또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사이드 바호딘 마지로흐(Sayd Bahodine Majrouh, 1928 - 1988)은 작가이자 정치가로 몽펠리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몽펠리에 대학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고향 아프가니스칸 카불로 돌아갔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들 중 하나인 카불로. 그리고 그가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살해당한 후 나온 시집이 <<자살과 노래 Le suicide et le chant, Poesis populaire' des femmes pashtounes>>(갈리마르, 1988)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파슈툰 부족 여인들의 구전되거나 창작된 노래들(혹은 시들)을 모은 것으로, <<카불의 책장수>>에는 그 일부만 실렸다. 그런데 그 일부만으로 그 표현들이 의미심장했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영역본 제목: Songs of Love and War: Afghan Women's Poetry) 


그래서 아래 그 일부들을 옮겨놓는다. 영역본 시집을 구하는대로 다시 한 번 옮겨볼 생각이다. 그리고 이슬람 문화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성찰을 구할 수 있도록 해야 겠다. 




Sayd Bahodine Majrouh 







잔인한 사람들, 당신들도 보이죠.

내 침대로 다가오는 저 늙은이가.

그러면서 내게 왜 우냐고, 왜 머리를 쥐어뜯느냐고 묻는군요.


오, 신이시여, 당신은 제게 또다시 질흑 같은 밤을 주시고

전 또다시 온몸을 부들부들 떱니다.

증오하는 저 침실로 가야만 하니까요.




* *




손을 주세요, 사랑하는 이여, 그리고 우리 함께 초원에 숨어요.

사랑하거나 칼 아래 쓰러지거나 둘 중 하나.


난 강으로 뛰어들죠, 하지만 강물은 날 데려가지 않아요.

내 남편은 운도 좋지요, 강물이 늘 나를 강둑으로 밀어내니.


내일 아침 난 당신 때문에 죽을 거예요.

날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일랑은 부디 마세요. 




* *



장미처럼 아름다웠던 나,

당신 밑에서 오렌지처럼 노랗게 시들어갔네.


난 고통이라곤 몰랐지.

그래서 곧게 자랐지, 전나무처럼. 




*  *




그대 입술로 내 입술을 덮어줘요.

사랑의 말을 속삭일 수 있도록 혀는 놔두고,


어서 날 안아줘요!

그리곤 벨벳 같은 내 허벅지에 휘감겨봐요.


내 입술은 그대의 것, 맛봐요, 겁먹지 말고!

설탕이 아니니, 녹아 없어지지 않는답니다.


그대, 내 입술을 가져요. 

그런데 자극은 왜 하나요, 난 이미 젖었는걸요.


한순간 그대를 쳐다보는 것만으로 

난 그대를 재로 만들 수 있어요. 



    

불어 원서와 영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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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지음), 송경진(옮김), 새로운현재, 2016년 





1990년 당시 전통산업의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와 2014년의 실리콘밸리를 금액으로 환산해보자. 1990년 디트로이트 3대 대기업의 시가 총액은 360억 달러, 매출 2,500억 달러, 근로자는 120만 명이었다. 2014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세 곳의 경우, 시가총액은 훨신 높았고(1조 900억 달러) 매출은 디트로이트와 비슷했으나(2,470억 달러), 근로자의 수는 10분의 1정도(13만 7,000명)에 불과했다. 

- 30쪽 



책의 첫 부분을 읽다가 잠시 덮었다. 예전엔 대단하다고 열광했을 문장이지만, 지금은 전자가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매출임에도 불구하고 백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했다는 것. 그 가족까지 생각한다면, 1990년의 세 대기업은 삼백만명 이상을 먹여살렸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IT기업은 어떤가. 고작 오십만명도 되지 않는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질 뿐이다. 더구나 전통 산업과 달리 하청업체의 비중도 매우 낮아서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1990년과 비교하자면 절망적인 상황에 가깝다. (참고기사: 애플에서 청소부를 하면 잘 먹고 잘살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우스 슈밥은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어 마치 새로운 산업혁명과 같은 시대가 온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은 실체없는 구호에 가깝다. 매년 새로운 아젠다를 만들어야 하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입장에선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만큼 호기로운 단어도 없을 듯 싶다. 


따라서 이 책은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기반의 여러 사회/산업 변화를 뭉뜨그려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제목 짓고 이러한 변화들의 사례들을 병렬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에겐 굳이 찾아서 읽지 않아도 될 책일 것이고, 이러한 변화와 거리가 있었고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에겐 꽤 도움이 될 법한 보고서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블럭체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이 가장 큰 관심사이다. 특히 이 세 개가 결합되었을 때의 파괴력은 우리 인류를 전혀 다른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의 사물인터넷은 이 세상을 새로운 차원으로 만들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러한 디지털 기술 기반의 변화가 장기적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그리고 그 영향의 좋은 면은 극대화하고 나쁜 면은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학자들만 이러한 것에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정보기술 및 여러 파괴적 기술의 혁신으로 생산성이 상승된 이유가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재화의 등장 때문이 아니라, 기존의 노동자를 대체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 8점
클라우스 슈밥 지음, 송경진 옮김/새로운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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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우위의 종말 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리타 군터 맥그레이스(지음), 정선양, 김경희(옮김), 경문사 








"소니는 스스로 경쟁우위의 함정에 빠졌다. 그들은 그들의 자체 기술을 보호하기 원했다. 고객이 (전 CEO인) 이다이(Idei)에게 플라즈마나 HD 텔레비전을 만들지 않는 이유를 묻는다면 트리니트론(Trinitron)이 최고의 기술이라고 말할 것이다."라고 한 내부자는 내게 말했다. - 102쪽



산업분석(Industry Analysis),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 혹은 경쟁분석(Competitive Analysis)는 아직도 경영 현장에서 통용되는 대표적인 전략 수립 방법론이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러한 분석법은 산업 내에서 기업은 경쟁한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리고 한 번 올라간 1위 기업의 경쟁 우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소니는 그렇게 세계 1위의 전자 회사가 되었고 그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그 경쟁 우위를 믿었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맥그레이스는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도리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했다고 믿는 많은 기업들이 그 경쟁우위에 발목 잡혀 몰락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산업(Industry) 대신 각축장(arena)을,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 대신 일시적 우위(transient advantage)를 제안한다. 


2013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그해 최고의 경영 전략 서적으로 인정받았던, <<경쟁 우위의 종말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몇 개의 단어들 - 학습가능성, 일시적 우위 등 - 로 이 책을 추천하던 몇 개의 서평을 읽고 아마존 위시리스트에 올려놓은 게 2013년 말이었다. 그러다가 작년 말 우연히 경문사를 통해 번역 출간되었음을 뒤늦게 알고 올해 초 이 책을 구해 읽었다. 



지속적 우위라는 가정은 치명적일 수 있는 안정(stability) 쪽으로의 편견을 낳는다. (...) 극도의 역동적 경쟁 환경에 있을 때에는 변화가 아니라 안정이 가장 위험한 상태이다. - 27쪽 


 

많은 경영 서적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 불확실성의 증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책들 대부분 결론은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이야기하고 산업 분석이나 경쟁 분석에 대해 이야기하고 만다. 가끔 시나리오 경영을 이야기하긴 하지만, 시나리오 경영은 산업 분석이나 경쟁 분석 이후의 미래에 대한 전략 시나리오일 뿐, 펼쳐질 미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결정내리고 자원 배분이나 해체, 혁신의 실행이나 관리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부정하고 산업 내 경쟁 시대는 지나갔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기존에 나와있던 마이클 포터 식의 경영 전략의 기본 가정을 재점검하고 빠르게 변하는 경쟁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 건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업들을 분석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전략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그녀가 분석하는 이들 기업들은, 기회를 향해 조직 구조나 자원을 끊임없이 재구성하고, 현재는 캐시 카우(cash cow)일지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부정적인 사업 부문은 해체한다. 그리고 자원 배분을 통해 조직을, 인력이 능숙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혁신을 관리하여 하나의 체계로 자리잡게 만든다. 책은 차례대로 기업 관계자들과의 인터뷰와 사례를 소개하며 일시적 우위를 관리하고 기회를 향해 움직이는 기업 경영 전략에 대해서 설명한다. 



후지는 기존의 우위를 손상시키는 위험을 무릅쓰고 극도로 불확실한 미래에 배팅해야 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변화에 직면하여 더 강함을 드러낸 것은 새로운 우위(new advantage)에 투자하고 기우는 우위에서 자원을 끌어내는 후지의 접근법이었다. - 24쪽 






최근 어느 저널에서 후지 필름의 사례를 기사로 옮겼는데, 이 책의 내용과 동일한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아직 오지 않은 위기를 가정하고 필름을 버리고 다른 사업군으로 옮긴다. 즉 기존 경쟁 우위를 천천히 해체하고 그 곳에 할당되어 있던 자원을 다른 곳으로 배분하고 끊임없이 채찍질하여 결국 살아남은 후지 필름. 하지만 과연 누가, 어느 기업이 이런 짓을? 


내가 이전에 읽어왔던 전략 서적들과는 확연히 다른 가정과 다른 메세지를 이야기하지만, 반대로 가장 설득력 있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우리는 학습가능성(learnability)을 보고 채용한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능력을 보고 사람들을 선택한다." - 인포시스(Infosys)의 크리스 고팔라 크리슈난 

- 57쪽 



인포시스의 경우 리더십 개발(leadership development) 철학은 "기업은 캠퍼스이고, 사업은 교육과정이며, 리더들이 가르친다"이다. 각 최고경영진은 차세대 리더들을 지도하는 것을 개인적인 책무로 여긴다. - 180쪽 



채용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성장가능성이다. 그리고 성장할 수 있으려면 학습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은, ... 도리어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이 나라의 정치지도자나 고위 공직자들 중에 차세대 리더를 지도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니 암담해진다. 실은 대부분의 기업들도 마찬가지일 게다. 실제로 나는 '기업은 캠퍼스이고 사업은 교육과정이 부문별 리더들이 끊임없이 팀원들을 가르쳐야 된다'고 말했다가 이상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기업 경영 환경 뿐만 아니라 우리의 돈벌이 환경이 계속 바뀌니, 계속 배워야 된다고 말하니, 피곤하게 산다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어쩌면 한국적 상황에선, 학교에서 배우고 기업에선 학교에서 배운 걸 사용해야 되며, 기업에서 가르치는 건 잘못되었고 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고 계속 배우는 건 피곤하고 불필요한 일이라는 문화가 팽배해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나라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고, 기회가 되자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중은 아닐까. 경영 전략 책을 소개하면서 이런 이야기까지 하게 되는 건 기업 경영 환경이라는 게 국가의 경영이나 개인 삶의 경영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 책, 강력하게 추천한다. 경영 전략 서적이 생소한 이들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2015년 7월 작성) 




경쟁우위의 종말 - 10점
리타 건터 맥그레이스 지음, 정선양 옮김/경문사


*    * 


중앙선데이 2017년 10월 29일자에 리타 맥그레이스 교수와의 인터뷰가 실렸다.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옮겨둔다. 2005년에 이미 한 권의 책이 번역되었음을 이 기사를 통해 알았다. 지금은 절판 상태이지만. "리더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계획을 준비하는 우선"이라는 지적은 너무 옳지만, 현실 속에서 이를 준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핵전쟁조차 ‘네버’라곤 못한다 … 리더는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 필요

http://news.joins.com/article/22060154






마케팅을 혁신하는 5가지 원칙, 이언 맥밀란 / 리타 건터 맥그레이스(지음), 박정혁(옮김),세종서적, 2005년 



(2018년 1월 작성) 

Comment +6

  • 책을 쓰는 사람은 확실히 말을 세련되게 하네요. 저런 생각을 어렴풋이는 해도 저렇게 이론화 시키는게 큰 작업인 듯 합니다.

    머리에 맴돌던 생각이 명쾌해지네요

    • 경영학 대가들 중의 한 명입니다. 그만큼 명성이 대단한 학자예요. 한국에선 덜 소개되긴 했지만요. ~ ㅎ

  • 사실 제가 학교를 미국에서 다녀서 캠퍼스에서 특별강연 안내 포스터를 분명 보기도 했는데 ;;;; 안 간게 한이네요.

    당시 경영학 교수님들에 대한 편협한 사견으로 ㅠㅠ 지대한 실수를 범했어요.

    지금이라도 덕분에 다시 배우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https://youtu.be/4iK0P6tb4Qs

    한글해석이 없긴하지만 영어 잘 하실 수도 있고 혹은 책 읽으셨으면 아마 이해하실거 같아서 저는 재밌게 본 동영상 링크 하나 남깁니다.

    • 관련 동영상이 꽤 많이 나오네요. ^^~ 나중에서 챙겨서 보도록 할께요. 저는 아직도 경영학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의견을 들을 수 있답니다.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는 터라,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거든요. ~ : )

  • ㅋㅋㅋㅋ 바쁘신데도 막 보라고 알려드린건 아니에욬ㅋㅋㅋ 시간 나실 때 너무 심심하면 보세요.

    지하련님께서 아시는게 너무 많아보여서 ;;; 제가 뭐라하기눈 좀 뻘쭘하긴하지만 경영학은 정말 제가 보기에는 ;;; 현대의 제왕학같은???(맞나?) 트렌드에따라 한비자도 나오고 손자도 나오고 맹자도 나오고 공자도 나오눈 ....

    저에게도 여전히 경영학은 뭔가 사짜스멜 ㅋㅋㅋ 입니다.

    워낙 주변에 하나걸쳐 경영학 전공하고 경우에따라 수억을 ;;; 들이니까 ㅋㅋㅋ뭐라하기 어려운 학문인데 반갑네요~~ 같이 편견가진 사람만나니 ㅎㅎ

    • 저에게도 '사짜스멜' 비슷했는데, 글쎄요, 지금은 점점 대단해지고 있는 실용 이론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이것저것 다 가지고 와선 응용하고 있으니, 대단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학문(science)이라고 하기엔 체계적이진 않죠. 다만 경제학이나 심리학 등와 연결되면서 탄탄해지고 있어서 무시할 순 없죠. ~ ^^





보들레르의 수첩 

샤를 보들레르(지음), 이건수(옮김), 문학과지성사, 2011년 





1846년 산문과 1863년 산문이 함께 실려있고 죽은 후 나온 수첩까지 실린 이 책은 기억해둘만한 보들레르의 작은 산문들을 모았다. 각각의 산문들은 19세기적인 묘한 매력과 허를 찌르는 감각으로 채워진다. <<현대적 삶의 화가>>는 너무 유명한 산문이라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문학청년들에게 주는 충고 


지금 나이로 보자면, 문학청년 시기쯤으로 분류될 이십대 중반에 쓴 산문이다. 그 스스로도 이렇게 살지 못했을 텐데, 이런 충고를 썼다는 건 그만큼 문학 활동에 자신있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런 이율배반은 그의 생애 전반에 나타나는 바이기도 하다) 


시란 가장 많은 수입을 가져다주는 예술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 20쪽 


이런 놀라운 사실이! 실제 그랬는지, 아니면 그의 바람이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이 산문은 보들레르스럽지 않은 단정함으로 채워져 있다. 




사랑에 대해 위안을 주는 경구들 



위안을 주진 않는다. 사랑에 대해 쓴, 읽을만한 산문 정도가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산문은 꽤 솔직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위대한 시인이기를 원하는 젊은 당신은 사랑에 있어 모순을 경계하라. 처음 파이프를 피우고 취한 학생들이 풍만한 여인을 목청껏 찬미하도록 내버려두어라. 이런 거짓말은 유사 낭만파의 풋내기 신도들에게나 줘버려라. 만약 뚱뚱한 여인이 때로 매력적인 난봉의 대상이 라면, 마른 여인이란 어두운 관능의 깊은 우물인 것이다! 

- 28쪽 



그나저나, 사랑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보들레르는 평생을 잔 뒤발Jeanne Duval과의 동거와 결별을 반복한다. 보들레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지만, 최근에서야 보들레르 연구에 그녀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부각되었다.  



잔 뒤발(1820 ~ 1862/1870, 아이티 태생의 혼혈)



마네가 그린 잔 뒤발(1862년 작)



보들레르가 그린 잔 뒤발



쿠르베의 <화가의 아틀리에>(1855년) 속에서 잔 뒤발이 나온다. 여러 여자들과 관계를 맺었던 보들레르가 쿠르베에게 잔 뒤발을 그림에서 지워달라고 요청했고 쿠르베는 친구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편에서 오른쪽 책을 읽는 보들레르 옆 흔적으로만 잔 뒤발은 남아 있을 뿐이다. 아래는 확대한 이미지다. 



  




장난감의 모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산문이다. 장난감, 어린 아이, 자신의 추억이 뒤범벅이 되어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나, 주위를 빙빙 맴돌 뿐이다. 



현대적 삶의 화가 


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 관련 서적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산문이다. 그래서 이 산문을 읽지 않은 이라도, 아래 문장은 기억할 것이다. 



현대성은 예술의 절반을 구성하는 일시적이며 스쳐가는 우연적인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영원하고 불변하는 것이다. 

- 53쪽 



하지만 이 산문의 두 번째 챕터인 '댄디'가 더 흥미진진하다. 댄디의 시대는 지나갔지만, 댄디의 시대를 그리워해야할 필요는 언제나 있다. 지금/여기에서도. 



댄디즘은 지는 태양이다. 저무는 별처럼 수려하고, 열기도 없으며 우수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어쩌랴! 민주주의라는 밀물이 모든 것을 휩쓸어 평준화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인간 자존심의 이 마지막 대표자들을 삼쳐버리며, 비범한 난장이들의 흔적들 위로 망각의 물결을 쏟아붓는다. 

- 63쪽 




보들레르의 백일몽이었던 연극


그는 연극(희곡)을 한 편도 완성하지 못했다. 이 편지는 배우에게 연극을 쓰겠다며 20프랑을 빌려달라는 내용이다. 



천재의 잡기장, 보들레르의 수첩 


글을 쓰겠다는 계획, 여기저기 빌리거나 줘야할 돈들의 목록이 있다. 보들레르는 젊은 시절(한국 나이로 스물두세살 때) 10만 프랑이라는 막대한 유산을 받았으나, 불과 2년만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쓴다. 그리고 이 때 잔 뒤발을 만난다. 그녀와 함께 엄청 돈 쓰고 다닌 셈이다. 1842년에 10만 프랑의 절반 정도를 사용했다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가족에 의해 금치산 선고를 받는다. 그 이후 보들레르는 공증인에 의해 매달 약 200프랑 정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이 금액도 그 당시엔 꽤 될 것같은데), 무절제한 소비로 부채를 달고 다녔다. 





Portrait de Charles Baudelaire en 1844 par Emile Deroy (1820-1846)



짧은 산문집의 리뷰가 잔 뒤발의 이미지 목록 비슷하게 되었다. '검은 비너스'라고 불린 잔 뒤발과 보들레르와 관계는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나, 아이티 태생의 흑백혼혈이라, 프랑스 내 보들레르 연구자들에게 금기시되던 존재였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다. 쿠르베나 마네의 작품에도 등장할 정도라면 당시 파리 예술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을 텐데. 



책은 짧지만, 기억해둘만한 내용들이 많다. 다만 인문학 연구자들이나 문학에 뜻을 두고 있는 이들에게 해당될 것이다. 




* * 


흥미로운 구절이 있어 메모해둔다.  



즉 자연은 인간에게 잠자고, 먹고 마시며, 적대적인 환경에 대항하여 이럭저럭 자신을 지켜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동포를 죽여서 먹고, 감금하고 고문하도록 부추기는 것 역시 자연이다. 우리는 사치와 쾌락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와 욕구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자연이 권할 수 있는 것은 죄악뿐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 소위 무오류의 자연이 부모 살해와 식인 풍습, 그리고 우리가 수치심과 품위 때문에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는 다른 수많은 가증스러운 것들을 만들어냈다. 곤궁하고 몸이 불편한 부모들을 부양하라고 우리에게 지시하는 것은 종교이고, 좋은 의미의 철학이다.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일 뿐인 자연은 부모들을 타살하라고 우리에게 명한다. 자연적이고 꾸밈없는 인간의 모든 행동과 욕망을 전부 훑어보고 분석하고 나면 무서운 것만 발견하게 되리라. 아름답고 고귀한 것은 모두 계산과 이성의 결과물이다. 

- '현대적 삶의 화가' 중에서 65쪽 - 66쪽 





 



보들레르의 수첩 - 10점
샤를 보들레르 지음, 이건수 옮김/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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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책 읽기의 기억




1. 책 읽는 병든, 그러나 고귀한 우리들 



책을 읽는 여인(안지오의 소녀)

이탈리아 안지오Anzio에서 나온 그리스 조각 복제본(대리석)으로 기원전 2세기 제작 추정





책을 읽는다고 당신의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나아지지도 않는다. 쓸데없이 고민만 많아진다. 할 수 있는 건 빨간 신호등일 때 건널목을 건너지 않는 정도이지만, 고민하는 것은 이 세상 전체에 대한 것들이다.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로 인해 병들어가는 지구나 갑작스럽게 성장하고 있는 AI(인공지능)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라든가 북핵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끼인 한반도의 운명 등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을 누구에게도 말할 필요도, 말할 사람도 없다. 주제 넘은 염려다. 정작 고민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어린 아이 교육이나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채 빚만 쌓이는 집안 경제, 또는 직장 문제나 나이가 들수록 위태로워지는 돈벌이. 그러나 이 또한 고민으로만 머물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실적인 도움을 전혀 주지 못하는, 종이 위의 글자로만 존재하는 책만 읽는다. 도리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돈마저 저 책들을 구입하기 위해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 왜 나는 책을 읽는 것인가.  




Saint Jerome

Caravaggio (1571-1610) 

Oil on canvas, 112 cm × 157 cm, 1605-1606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 강유원, <<책과 세계>> 중에서




어쩌면 나는 병에 든 것이다. 기원전 안지오의 저 소녀도 병 들고 기원후 4-5세기의 성 히에로니무스도 병든 채 라틴어 성경을 옮긴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저 소녀가, 성 히에로니무스는 병에 걸렸음을 사람들이 알면 안 되었다. 어쩌면 이 병은 전염병일 지도 모른다. 우리 영혼의 파국을 부를 수도 있고 현실적 자각을 방해할 수도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르게 하고 구별짓게 하는 이 병은, 걸린 사람들만 서로 알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병들었기에 어떻게든 그것을 다른 것으로 포장해야만 한다. 


아주 오랜 세월동안 그들은, 우리들은 병든 것을 숨기기 위해, 도리어 병 든 것이 아니라 당신들과 다른, 훨씬 우월하며 고귀하다고 여기게 하려고 고대로부터 책 읽기를 포장해 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플라톤은 책을 읽는 우리들와 다른 그들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일까. 




이 사람들은, 지혜와 선의의 경험이 전혀 없이, 잔치와 또한 그와 유사한 즐거움에만 항상 익숙하고, 낮은 수준의 교양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일생을 그런 식으로 방황하며 살았다. 그들은 진리를 찾아 하늘을 바라본 적이 없고, 더 높은 진리를 향하여 비상한 적도 없으며, 어떤 순수하고 지속적인 즐거움을 맛본 젓도 없다. 가축의 무리들이 그러하듯이, 그들은 항상 허리를 굽혀 눈을 땅 바닥과 먹을 곳에 고정하고, 먹고 살찌고 성 관계를 맺어 새끼를 낳으며, 이들 즐거움에 대하여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을 보였다. 그들으 무쇠와 같은 뿔과 발굽으로 서로 차고 받았고, 그들의 욕망이 채워지지 않으면 서로 죽이기까지 하였다. 

- 플라톤, <<국가>>, 9장 중에서 




2. 위태로운 프란체스카의 독서 



Francesca da Rimini

William Dyce  (1806-1864) 

Oil on canvas, 218 cm  × 182.8cm, 1837

National Gallery of Scotland




프란체스카는 자신들의 운명을 예고하는 시구를 읽다가 만다. 책을 읽는 프란체스카의 얼굴 위로 파올로의 얼굴이 겹쳐지고, 이 둘은 불륜의 사랑을 나눈다. 프란체스카는 파올로의 형과 결혼을 약속했으나, 사랑에 빠지는 건 파올로였다. 파올로도 마찬가지여서, 이 둘의 운명은 결국 비극으로 끝나고 죽어서도 끝없는 세속의 비난을 견뎌야만 한다. 


중간에 멈춘 프란체스카의 독서 위로 비극적인 사랑이 놓이고, 고통스러운 사랑의 밤은 지나고, 죽음의 아침만이 남았을 뿐이지만, 그녀의 책 읽기는 끝나지 않는다. 



나는 행복을 찾아 모든 곳을 헤맸지만, 결국 어느 한 구석에서 책을 읽다 행복을 발견했다.

-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a Kempis, 1380 ~ 1471) 



그러나 이제 그 행복한 구석은 없다. 사랑하는 연인도 없다. 우리는 행복을 발견하기 전에 이제 네트워크의 부름을 받을 것이다. 아니면 책을 읽다가 네트워크로 들어가 검색하게 될 지도 모른다. 


진정한 행복은 관계 속에서가 아니라 고독 속에 존재한다. 말씀으로 시작된 이 세계는 반복적으로 책으로 돌아가고 자주 책 밖으로 나온다. 이야기가 되거나 문장 되거나 단어가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끝없이 변주되어 나오는 최초의 말씀이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네트워크로 수렴되고 디지털화된 기호가 되고 시뮬라크르가 된다. 그리고 물질적 세계에서 사라진다. 



3. 책벌레는 되지 말자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읽지만, 나는 읽기 위해서 산다. 

- 로건 피어설 스미스(Logan Pearsall Smith, 1865 - 1946)



나도 읽기 위해서 사는 것일까. 이에 우리의 친구이자 눈 먼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었던 알베르토 망구엘(Alberto Manguel)은, 그래도 책벌레가 되지 말자고 말한다. (어쩌면 그도, 나도 이미 책벌레일지도 모르는데) 



책벌레라는 개념은 좀목(Thysanura)에 속하는 곤충에서 유래하는데, 이 곤충은 종이와 잉크로 구성된 책을 실제로 먹어치우는 벌레로 일찍이 알렉산드리아 시대부터 "도서관의 청소부"로 악명을 떨쳤다. 책벌레란 독서를 통해 지혜를 얻지 못하고, 마치 좀벌레가 책을 먹어 치우듯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독자들은 생쥐나 시궁쥐라고 조롱받기도 하는데, 그들에게 책과 인생은 영혼을 살찍우는 자양분이 아니라 헛된 욕심을 채우는 사료(飼料)에 불과하다. 

- 알베로트 망구엘, <<은유가 된 독자>> 중에서 



책벌레에 관한 한 올해 읽은 최고의 표현은 아래와 같다. 



나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사상이 내 안에 알코올처럼 녹아들 때까지. 문장이 천천히 스며들어 나의 뇌와 심장을 적실 뿐 아니라 혈관 깊숙이 모세혈관까지 비집고 들어온다. 

-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중에서 




그리고 탐욕스럽게 책을 읽었으나,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결국 죽는다. 책 한 줄 읽지 않은 듯한 여인 만차의 운명과 대비되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비극적인 고독 속에서 시뮬라크르가 된 위안으로 끝난다. 그러니 책은 책일 뿐이고 세상은 언제나 거기 있을 뿐이다. 니체가 그토록 싫어했던 플라톤이 최초로 제안한 개념, 바로 저 세상(이데아계)이 있다는 것, 그것만이 책벌레의 유일한 희망일 지도 모른다. 



4. 2017년, 기억할 만한 독서의 흔적


4.1.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2017년이 지나고 2018년이 시작되었다. 작년 한 해 약 50권 여 권의 책을 읽거나 읽는 중이다. 많은 책을 사기도 했으나, 그만큼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도 했다. 사기 애매하거나 미처 몰랐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그렇게 읽은 책들 중 일부는 결국 구입하기도 하는데,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유문화사)은 두고 두고 읽을 만한 책이다. 서평집으로 머물기엔 아쉬운, 책에 대한 사랑 고백과도 같다. 클리프턴 패디먼/존 S.메이저의 <<평생독서계획>>(연암서가)에서 소개되지 않은 고전들을 소개하면서, 많은 작가들이 한글로 소개되지 않은, 소개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점은 이 책의 가치를 더한다. 혼자 비밀스럽게 몇 명의 작가들을 알고 읽을 수 있을 테니까. 가령 조지 매러디스(George Meredith, 1828 - 1909)나 C.P.카바피(C. P. Cavafy, 1863 - 1933)은 절대 한글로 번역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 클리프턴 패디먼/존 S.메이저의 <<평생독서계획The Lifetime Reading Plan>>은 우리가 평생 동안 읽었으면 하는 고전들에 대한 소개서이다.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시작하여 현대의 소설까지 이어지는 이 책은 우리가 뭔가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할 때 추천할 만한 가장 좋은 책들 중의 한 권이다. 마이클 더다도 이 책에 대한 찬사로부터 시작하여 책을 쓴다.)


그러나 이러한 즐거움은 세상 일과 무관하다. 도리어 뭔가 물질적 기여를 할 시간에 나는, 우리는 마이클 더다의 책을 읽는다. 그렇게 2017년 오십여 권의 책을 읽었다. 


4.2. 쉼보르스카와 다니카와 슌타로 


2017년 최고의 저자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와 다니카와 슌타로였다. 이 두 명의 시인은 왜 아직도 시인이 있어야 하고, 시가 읽히며, 시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가는 보여주었다. 더 나아가 위대한 시인들은 옮겨진 언어의 종류에 상관없이 성공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4.3. 하우저와 조중걸


예술 관련 서적을 많이 읽은 해이기도 하다. 아놀드 하우저(아르놀트 하우저, Anold Hauser, 1892 - 1978)의 <<예술과 소외>>(김진욱 옮김, 종로서적)는 마니에리슴(매너리즘) 연구 서적으로, 1981년에 번역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운 책이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그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에도 책으로는 그 도판을 구하기 어려운 16세기 후반기 마니에리슴 예술가이며, 지금도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는 이들 상당수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의 작가들이라는 점에서, 번역자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조중걸의 <<근대 예술 - 형이상학적 해명>> 1권, 2권(지혜정원)은 서양 예술사가 이렇게 씌여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한글로! 활자가 크다고 만만하게 볼 수 없고 도리어 그 사유와 해석의 흔적을 따라가기만으로도 벅차다. 특히 매너리즘 미술에 대한 소개나 19세기 후반 미술에 대한 설명은 압도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곰브리치나 잰슨의 서양미술사와 조중걸의 책을 비교해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전자는 '양식사로서의 서양미술사'로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읽은 베스트셀러라면, 조중걸의 이 책들은 왜 예술이 존재하며, 지금/여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래서 왜 끝내 감동받게 되는가를 알게 한다. 그래서 조중걸의 책을 읽고 난 다음, 독자들은 다른 서양 예술 관련 책들이 한없이 시시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 조중걸의 서양예술사는 전 5권으로, 나는 아직 <<고대 예술>>과 <<중세 예술>>을 읽지 않은 상태이다. 모두 '지혜정원'이라는 출판사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작년 그는 놀라운 책 한 권을 출간했는데, <<비트겐슈타인 논고 해제>>(북핀)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논고Tractatus>>를 읽고 소개한 책인데, 일부 인터넷서점들의 독자 평만 봐도 이 책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아마 한국에서 비트겐슈타인 연구로 대학에서 겉멋 부리는 이들 대부분이 움찔했을 것이며, 아마 일부는 이 책을 읽어내지도 못할 것이다. 나 또한 사두었을 뿐,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4.4. 세상을 이해하는 세 가지 방법 


군터 뒤크의 <<호황 VS 불황>>(원더박스)은 읽는 내내 경제시스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팀 하포드의 <<메시>>(위즈덤하우스)는 우리의 통념을 산산히 깨고 어지럽고 지저분하며 혼란스러운 환경이 어떻게 창의성을 폭발시키며 문제를 해결하는가에 대한 놀라운 사례들을 알려주었다. 마이클 셔머의 <<믿음의 탄생>>은 종교, 혹은 신앙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우리 인간이 어떻게 신앙을 갖게 되는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 이 책은 약간 불편할 수도 있으나, 결국 종교나 신앙도 우리 인간 문명 속에 들어와 있으며, 우리 생명, 삶, 역사와 함께 흘러왔음을 인정할 때 이 책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과격하지만, 충분히 읽을 만한 책이다. 



4.5. 시몬 베유와 강유원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이제이북스)는 놀라운 책이다. 카톨릭 신자로서 시몬 베유는 하느님과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다. 그런데 이 책이 씌여진 시기가 세계 대전 중의 유럽이라는 점에서, 가끔 일요일 성당 안의 고요한 평화-그러나 무수한 심적 갈등과 고난, 회개와 반성으로 뒤범벅된 신자들이 몰려든-를 떠올리게 한다. 강유원의 <<숨은 신을 찾아서>>(라티오)도 신앙 고백서이다. 시몬 베유는 이미 있는 신앙을 어떻게 이해하고 생각하는가에 방점이 찍힌다면, 강유원의 이 책은 그야말로 진짜 신앙 고백서이다. 그는 그리스-로마의 체계 안에서 사도 바울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왔으며, 이후 신앙 고백자들이 어떻게 신앙을 받아들이는가를 설명한다. 그리고 딱딱한 방식이지만, 정직하고 곧게 자신의 신앙을 드러낸다. 몇몇 카톨릭 신부들이 이 책을 추천하였으며, 너무나도 이성적인 철학 안에서 자신의 신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나 또한 성당을 다니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은 터라, 강유원의 이 책은 한 편으로는 너무 슬프게 읽힌 책이기도 하다. 



4.6.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그리고 단테


기시 마사히코의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은 사회학자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아파하는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는 너무 낯익지만, 낯 뜨겁기도 하다. 일종의 관찰이면서 해석이며, 이러한 기록들이 모여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기초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아우어바흐의 <<단테>>는 문학 이론서는 이렇게 씌여져야함을 보여준다. 이미 <<미메시스>>(민음사)를 통해 국내에는 오래 전부터 그 명성을 가지고 있었던 아우어바흐는, 정작 나에겐 낯선 이였다. <<미메시스>> 상권을 읽다 말았으니. 2018년에는 아우어바흐의, 읽다만 책들을 읽기로 한다. 



4.7. 예술이 되는 순간, 그리고 


필립 드 몬테벨로/마틴 게이퍼드의 <<예술이 되는 순간>>은 우리가 왜 예술을 사랑하는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책이다. 서점에서는 이 책을 열어볼 수 없도록 비닐포장되어 책 내용을 엿볼 수 없지만, 그냥 구입하면 된다. 그리고 책벌레가 아닌 예술에 미친 이들이 어떻게 그 속에서 살아가는가를 알게 해준다.  



Fragment of a Queen's Face

New Kingdom, Amarna Period, 1353-1336 B.C.

Yellow jasper

h. 13 cm (5 1/8 in); w. 12.5 cm (4 15/16 in); d. 12.5 cm (4 15/16 in)

Metropolitan Museum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544514) 



"당신이 두상의 윗부분을 발견한다고 해서" 필립은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감격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는 여기 남아 있는 조각의 완벽성에 매료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미술사에서 말하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눈이 보고 있는 것에 대한 경탄에서 즐거움을 얻습니다. 이것은 강렬한 즐거움입니다. 마치 당신이 좋아해서 영화로는 보고 싶지 않은 책과 같습니다. 당신은 이미 특정한 방식으로 남자나 여자 주인공의 얼굴을 마음속에 그려보았을 것입니다. 이 노란색 벽옥 입술의 경우, 나는 사실 사라진 부분을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습니다." 

- 필립 드 몬테벨로/마틴 게이퍼드, <<예술이 되는 순간>> 중에서 



하지만 많은 이들이 어떤 이론적 배경이나 지식으로 무장하여 예술 작품을 감상해야 된다고 믿는다.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굳이 현대 미술 이론이나 미술사에 대한 지식 없이도 작품은 감상이 가능하고 가능해야만 한다. 다만 이론/지식이 늘어날 수록 작품 감상의 이해와 폭이 넓어지며, 그 감동도 달라질 것인데, 이는 그 사람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좋은 작품들을 감상하였는가와도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는다. 이 점에서 Dana Arnold의 <<Art History - A Very Short Introduction>>(Oxford, 2004)는 짧지만, 꽤 유용하고 적절한 지점을 잘 알려준다. 



This kind of visual material can have an autonomous existence - we can enjoy looking at it for its own sake, independent of any knowledge of its context, although of course viewers from different time periods or cultures may see the same object in contrasting ways. 

- Dana Arnold, <<Art History>> 중에서 



4.8. 읽은 책들의 목록 


아래 2017년 한 해 읽은 책들의 목록을 올린다. 일부는 2016년부터 읽어온 책들도 있고, 일부는 아직 끝내지 못한 책들도 있다. 어느 책들은 블로그에서 서평을 올렸으나, 어느 책들은 서평을 올리지 못했으며, 서평을 엄두조차 내지 못할 책들도 있다. 책 제목 앞에서 * 표시를 한 것은 동작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이다. 2018년 올해에는 서재에서 먼지를 먹고 있는 책들 위주로 읽기로 해본다. 2017년에는 과학 책을 거의 읽지 않았으니, 올해 많이 읽는 것으로. 


일년에 읽는 책의 수보다 사는 수가 더 많다. 내 인생에 기적이 생겨, 진정한 책벌레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터무니 없게 꿈꾸어 본다. 




소설 

<<황산>>, 아멜리 노통브(지음), 문학세계사  

<<백설공주>>, 도널드 바셀미(지음), 책세상 

<<위대한 개츠비>>, 스코트 피츠제럴드(지음), 정현종(옮김), 문예출판사 

<<얼음의 책>>, 한유주(지음), 문학과지성사, 2009년

<<맥베스>>, 셰익스피어(지음),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지음), 다산책방 

<<햄릿>>, 셰익스피어(지음), 펭귄클래식코리아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지음), 이창실(옮김), 문학동네, 2016년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장-폴 뒤부아(지음), 김민정(옮김), 밝은세상



시집

<<강의 백일몽>>, 가르시아 로르카(지음), 민음사 

* <<충분하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지음), 문학동네 

* <<사과에 대한 고집>>, 다니카와 슌타로(지음), 요시카와 나기(옮김), 비채 



에세이 / 비평 / 역사

*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지음), 책읽는고양이, 2016년

<<유감이다>>, 조지수(지음), 지혜정원, 2016년

*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알렉상드르 졸리앙(지음), 책읽는수요일, 2013년 

*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지음), 난다, 2013년 

<<보들레르의 수첩>>, 샤를 보들레르(지음), 이건수(옮김), 문학과 지성사

* <<은유가 된 독자 -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 알베르토 망구엘(지음), 양병찬(옮김), 행성비, 2017년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지음), 이마, 2016년 

<<숨은 신을 찾아서>>, 강유원(지음), 라티오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마이클 더다(지음), 이종인(옮김), 을유문화사, 2009년

*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지음), 강주헌(옮김), 아르테 

* <<파울 첼란/유대화된 독일인 사이에서>>, 장 볼락(지음), 윤정민(옮김), 에디투스 

<<셰익스피어의 시대>>, 프랭크 커모드(지음), 을유문화사, 2005년 

<<유혹에 대하여>>, 장 보드리야르(지음), 배영달(옮김), 백의

<<중력과 은총>>, 시몬 베유(지음), 윤진(옮김), 이제이북스

<<촘스키, 끝없는 도전>>, 로버트 바스키(지음), 그린비, 1999년

<<단테>>, 에리히 아우어바흐(지음), 연암서가, 2014년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 심재훈(지음), 푸른역사

*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지음), 이상희(옮김), 추수밭, 2017년 



경제 / 경영 / 정치 / 과학

<<미래의 소비자들>>, 마틴 레이먼드(지음), 에코비즈, 2006년 

* <<선대인의 빅픽처>>, 선대인(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15년

<<소비의 미래>>, 다비트 보스하르트(지음), 생각의 나무, 2001년 

* <<2017 한국이 열광할 세계트렌드>>, KOTRA(지음), 알키, 2016년 

*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박종훈(지음), 21세기북스, 2015년 

<<준비된 자가 성공한다>>, 데이비드 알렌(지음), 청림출판, 2005년 

* <<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 제임스 L. 애덤스(지음), 김고명(옮김), 파이카, 2012년 

<<호황 VS 불황>>, 군터 뒤크(지음), 안성철(옮김), 원더박스, 2017년 

* <<메시>>, 팀 하포드(지음), 위즈덤하우스, 2016년

* <<왕따의 정치학>>, 조기숙(지음), 위즈덤하우스, 2016년 

<<믿음의 탄생>>, 마이클 셔머(지음), 김소희(옮김), 지식갤러리, 2012년 



철학 / 예술 

<<서양철학사>>, 윌리엄 사하키안(지음), 권순홍(옮김), 문예출판사

<<미학입문>>, H.오스본(지음), 박우사, 1994년 

<<비정형 : 사용자안내서>>, 이브-알랭 부아, 로잘린드 E. 크라우스, 미진사, 2013년 

<<근대예술 - 형이상학적 해명 1권>>, 조중걸(지음), 지혜정원, 2014년 

<<근대예술 - 형이상학적 해명 2권>>, 조중걸(지음), 지혜정원, 2014년 

<<예술과 소외>>, 아놀드 하우저(지음), 종로서적, 1981년

<<Art History - A Very Short Introduction>>, Dana Arnold(지음), Oxford University Press, 2004년  

<<예술 사회>>, 조지 디키(지음), 김혜련(옮김), 문학과지성사, 1998년

* <<보이지 않는 용>>, 데이브 하키(지음), 마음산책, 2011년 

<<회화 - 한 눈에 보는 흥미로운 미술의 역사>>, 폴커 게하르트(지음), 이수영(옮김), 예경, 2005년 

<<예술이 되는 순간>>, 필립 드 몬테벨로, 마틴 케이퍼드(지음), 디자인하우스, 2015년 

*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 유럽편>>, 차문성(지음), 책문, 2015년 

* <<래디컬 뮤지엄>>, 클레어 비숍(지음), 현실문화 




5.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일견 단순해보이지만, 쉽지 않은 질문이다. 책 읽기를 권하지만, 정작 책 읽는 사람은 드물어지는 시대다. 한없이 가벼워지며, 깊이가 사라지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책을 들고 읽는 건 낯설다. 나에게 왜 책을 읽느냐고 물으면, '그저 습관일 뿐'이라고 말한다. 한 때 통찰력 있게 세상을 바라본다는 착각을 가지고 했으나, 막상 중년이 되고 보니, 부질 없더라. 다만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조용히 책 읽는 습관 만큼 좋은 것도 없으니, 권할 만 하다. 책을 두고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아주 가끔 실천적인 지침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책과 세상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책을 많이 읽으면 뭔가 바꿀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자. 그저 사소하지만 조용하고 깊은 독서만이 거칠고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음을, 그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자. 



(며칠 전에 올렸다가 다시 다듬어서 올린다. 가독성이 너무 떨어지기도 했고 ... 다들 2018년에는 좋은 일들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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