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162

에비대왕, 신주쿠양산박 2007 한국공연

에비대왕 신주쿠양산박 2007 한국공연 작. 홍원기, 번역. 마정희, 연출. 김수진 2007. 6. 10, 남산드라마센터 마지막으로 연극을 본 것이 언제였던가. 희미한 기억.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연극을 전공하던 학생들과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던 90년대 중반. 십여 년이 지난 2007년 늦은 봄날. 4호선 명동 역에서 내려 한참을 망설였다, 따가운 봄 햇살과 허공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아스팔트 도로의 열기 속에서. 남산드라마센터를 향해 올라가는 길. 얇은 바람은 마주 잡은 두 손 위를 지나갔다. 연극 '에비대왕'은 한국의 복잡한 현대사를 은유하면서 흘러갔다. 일본어로 들리는 현대 한국의 은유들. 낯설었다. 청동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넘어가는 고대 국가라는 설정, 바리데기 신화에서의 스토리 차용, ..

루이스 부르주아: 추상 展 - LOUIS BOURGEOIS : Abstraction

LOUIS BOURGEOIS : Abstraction (루이스 부르주아: 추상) A P R I L 2 0 - J U N E 2 9, KUKJE GALLERY 나는 그녀의 상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녀의 작품을 보았지만, 그녀의 상처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겠다. 그녀의 작품은 무미건조한 물음표에 가까웠고, 그녀를 향한 찬사와 열광이 되레 이상하게 여겨졌다. 결국 그녀 작품에 대한 비평을 찾았다.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는 그녀 작품들. 내가 남성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그녀가 나보다 훨씬 더 건강해서 그런 것일까. 읽어도 선뜻 그녀 작품에 대한 해석이 다가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녀는 매우 건강해서 병적인 나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그녀가 관심을 가졌다는 기하학에서 영향 받았다..

William Wegman, 'Funney & Strange', 성곡미술관

토요일 오후의 성곡미술관 William Wegman (윌리엄 웨그만) '"Funney & Strange" 2007. 3. 30 - 7. 22 * 웨그만의 최근 사진으로 바로 가기 * 성곡미술관에 가면 흥미로운 작품들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 흥미의 정체는 무엇일까. 희극적인 연출의 사진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이라곤 무표정한 개의 멍한 시선이거나 그 개를 바라보는 우리들이다. 미술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온통 개들이다. 빙 둘러 개들만 있다. 아마 웨그만은 별 생각 없이 그의 애완견 '만 레이'를 출연시킨 일련의 사진들을 제작했을 것이고, 이 사진들을 본 이들의 별 생각 없는 열광적인 찬사 속에서 그의 예술 활동을 지속시켰을 것이다. 나도 별 생각없이 이 전시를 보았는데, 보고 난 뒤 계속 ..

로베르 콩바스 展

로베르 콩바스 展 Robert Combas : Savoir-Faire 2006.12.20 ~ 2007.2.11 서울시립미술관 과한 절제와 억누름이 성스러운 금욕이 되거나 자본주의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이 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까. 과격한 색의 자유와 흐트러진 선들, 어린 아이와 같은 유치함 속에서 화려한 봄날같은 인생을 노래하기엔 우리는 너무 문명화되고 철이 든 것일까. 로베르 콩바스의 작품 앞에 선 우리들은 재미있어 하지만, 갈 수 없는 유치함의 세계 속으로 쉽게 동화되지는 못한다. 결국 작품 바깥만을 겉돌다 전시장 밖으로 나가고 로베르 콩바스의 유치함을, 자유롭고 과격한 선의 예술을, 심지어는 자신이 미술관에 갔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린 채 무모한 일상을 견뎌낸다. 이럴 바엔 차라..

Behind Innocence, 갤러리 현대

Behind Innocence February 7-25, 2007 갤러리 현대 (* 저작권 관계 상 본 블로그에 있었던 작가들의 작품 이미지를 삭제합니다. 작품 이미지는http://www.galleryhyundai.com/new/kr/exhibitions/past73_1.ht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 웹사이트는 개인 블로그이며, 올라와 있는 작품 이미지는 비영리적 목적입니다. 하지만 저작권을 득하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므로,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삭제할 수 있습니다.) 1. 젊다는 것. 젊다는 건 뭘까. 이 물음 앞에서 언제나, 늘 머뭇거린다, 머뭇거렸다. 1994년, 창원, 지방 도시의 거친 먼지를 먹고 자란, 호텔 지하, 나이트클럽에서 나와, 뽀얀 내 손을 잡고 가던 그녀의..

르네 마그리트 전

Rene' Magritte, Empire of Dreams 초현실주의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 전 2006.12.20 ~ 2007.4.1 서울시립미술관 대화는 계속 단절되었다. 그는 어떤 수법, 어떤 사고와 논리, 바꿔치기, 말과 그림 사이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사랑의 아픔, 인생의 공허와 쓸쓸함, 쫓기는 듯한 일상에의 두려움에 대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철부지 소년처럼 우리의 시선을 낯설게 하는 어떤 기법, 끊임없이 신기함을 환기시키는 어떤 그림에만 관심을 보였고 그것들만 보여주었다. 나는 그의 철부지 같은 태도에 실망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무수한 미술애호가들과 비평가들이 두 손을 들고 떠받치는, 현대미..

장 샤오강 - Amnesia and Memory

ZHANG XIAOGANG Amnesia and Memory 2006.11.1 ~ 11.20 gallery ARTSIDE 과거들의 사이, 사이. 헤어지고 떠나고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의 기인 일상일 지도 모른다. 짧은 일상이 만나고 도착하고 새롭게 기억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기인 일상은 누군가와 헤어지고, 어딘가에서 떠나고 무언가를 자연스레 잊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인 일상이 쌓여 현재의 바쁨 사이에 난 구멍 속으로 빠져나가고, 빠져나가고, 어느 새 오래 지나버린 과거들이 되었을 때, 무슨 까닭에서인지 그것을 바라보는 화가의 눈은 눈물로 글썽거렸다. 너무 빨리 현재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미지의 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불안한 현재들을 쌓아올린 과거들을 다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일까..

장 미셸 바스키아 전

 Jean-Michel Basquiat(1960~1988), Oct.12-Nov.12, 2006, Kukje Gallery “장, 마약 좀 그만 해.” 그는 마약을 너무 많이 섭취했고 그의 육체는 액체 상태의 마약과 함께 뉴욕 거리를 유영했고 가루 상태의 마약들은 그의 영혼을 밝게 빛나는 저 세상으로 인도했다. 그의 영혼에 축복이 있기를. 청춘의 힘 청춘의 힘은 그 자신이 무슨 이유로 인해서인지도 모른 채, 고통스러워하며 처절한 비명을 지르고 끝내 헤어나지 못할 수렁의 구렁텅이로 빨려 들어가 망가지고 있음을 끝까지 숨겨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더 나아가 몇몇 예술가들은 그러한 상태를 예술성으로,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로, 양식의 혁명으로 드러내기도 하며, 고통과는 무관한 지식들로 무장한 평론가들과 키..

롭스&뭉크: 남자&여자

롭스&뭉크: 남자&여자(rops&munch: man&woman) 2006.8.11 - 10.22 덕수궁미술관 1. 일요일의 산책. 롭스와 뭉크를 만나고 헤어지다. 롭스의 작품은 익숙한 이미지였으며 책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였다. 뭉크는 책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깊은 정신성을 반영하고 있었으며 그의 불안, 애증, 갈망, 공포,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뭉크 앞에서 너무 아팠다. 2. 파리의 여성 - 부르주아지 여성과 매춘부 파리는 19세기의 우리에서는 동경의 도시, 예술적 영혼들의 수도, 또는 미지의 세계, modernity의 심장. 파리의 여성, 부르주아지 계급의 승리를 알리는 증거. 경제적 풍요는 여성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하였으며 여성의 지위는 전 세기에 비교하자면 비약적으로 상승하였다. 여성..

퀼른 대성당

퀼른 대성당은 13세기에 짓기 시작해 19세기까지 공사가 계속되었다. 도대체 그 공사비는 누가 댄 것일까? 짓기 시작했을 때의 설계도는 남아있는 걸까? 자끄 르 고프는 '장기 지속의 중세'를 이야기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는 그의 여러 저서들에서 기독교가 그 힘을 유지하고 있었던 19세기까지 '중세'라고 이야기한다. 그러고보면 아직 중세가 끝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우리 마음 속에는 언제나 절대자 신을 염원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으니 말이다 기독교에서의 신은 인류가 고안해낸 어떠한 신보다 강력하고 절대적이다. 그에겐 불가능이란 없으며 시간마저도 그의 권능 아래에 있다. 그리스의 신들이 시간, 또는 운명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현실 속의 우리는 그렇게 절대적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