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162

68년으로의 여행

Felix Gmelin, Farbtest, Die Rote Fahne II (Color Test, The Red Flag II), 2002. Installation view, 50th Venice Biennale, 2003. 서방 세계에서 1968년은 각별한 모양이다. 하긴 서부 유럽에서는 68 혁명이라고 부르니. Felix Gmelin은 1968년의 베를린과 2002년의 베를린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그들(또는 우리)의 현재를 되새기고 있다.(아, 그 때는 얼마나 그리운 시절인가!) 하지만 이것은 감상적인 향수의 대상으로만 그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이 동시에 스쳐지나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Felix Gmelin에게도, 나에게도 이 폭력적이며 잔인하게 변해버린 현대 사회의 가속 페달을 막을..

위대한 회화의 시대 - 렘브란트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위대한 회화의 시대 - 렘브란트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The Age of Rembrandt - 17th Century Dutch Painting “이번 전시는 네덜란드의 마우리츠하위스 왕립미술관에서 대여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이 미술관의 소장품은 비록 1천여점에 불과하지만, 렘브란트, 베르미르, 루벤스, 반 다이크 등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유럽의 손꼽히는 미술관이다. 작품의 수준에 걸맞는 작품관리와 보존의 원칙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그림 수송과정으로 이어졌다. 또한 조도 역시 회화 전시의 통상적인 기준보다 더 낮은 150룩스 이하로 설정되었고 온도와 습도는 하루 24시간 내내 체크되어 매우 헤이그로 보고되고 있다.” - Art in Culture, 2003.9. 64쪽 하지만 너무 ..

YES YOKO ONO, 로댕갤러리

YES YOKO ONO, 로댕갤러리 전시 #1 젊은 예술가에게 결혼은 생의 급변, 또는 파국을 뜻한다. 그러므로 결혼한 예술가에게 남는 건 파탄이거나 사라짐이다. 그러나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집단 무의식에 기반해 있는 듯하다. 이것을 벗어나기 위한 행위를 사회교과서에서는 ‘일탈’로 표현한다. 추석 당일 밤 기차로 서울에 왔고 그 주 토요일 로댕갤러리에 갔다. 오후 4시... 소란스러운 실내. 서로에 대해 무관심한 관람객. 이번이 마지막 전시 관람인 남녀 대학생. 실내에서 버젓이 사진을 찍는 이들까지. 순간 역겨움과 구토가 머리끝까지 치고 올라왔다. 중간까지 가지도 못한 채 몇 분 만에 그냥 휙 한 바퀴 돌고 나왔다. 나올 때쯤 등에서 땀이 났고 손이 약간 떨렸으며 속은 메스꺼워 견딜 수가 없었다. ..

밀레의 여정Le Chemin de Millet 1814-1875

밀레의 여정Le Chemin de Millet 1814-1875 서울시립미술관. 1. 흔히 ‘천재들의 세기’로 기억되는 19세기는 격변의 시대였다. 근대의 정점을 지나 산업 혁명과 기계문명에 대한 찬탄과 희망으로 들떤 시대였으며 부르조아 계급이 귀족을 몰아내면서 새로운 질서를 주장하던 시대였으며 니체가, 칼 마르크스가, 찰스 다윈이 근대의 허상을 폭로하기 시작하였으며 위대한 인상주의자들에 의해 근대적 예술이 무너지고 있었던 시대였다. 그래서 19세기는 희망과 절망이 끊임없이 교차하던 시대로 기억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장 프랑소와 밀레(Jean-Francois Millet, 1814-1875)는 예외적인 인물이다. 프랑스 화단에서도, 바르비종 화파 내에서도 그러하다. 다른 바르비종의 화가들, 테오도르 루..

아라키 노부요시 개인전

아라키 노부요시 개인전 - 소설 서울, 이야기 도쿄 Novel Seoul, Story Tokyo 20021115-20030223, 일민미술관 사랑이 없는 시대에 사랑을 노래하는 것만큼 고통스럽고 슬픈 일도 없다. 사라져 가는 시대에 사라져 가는 것들을 붙잡는 시도만큼 처절한 것도 없다. 에로티시즘이란 생에 대한 열망이다. 그것은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고귀한 것이지만, 이성적이고 체계적이길 원하는 문명의 관점에서는 되도록 숨기고 있는 원시의 유산이다. 아라키 노부요시의 작업은 전적으로 사랑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은 한 곳으로 쏠려있거나 파헤쳐져 있다. 새디즘이나 매저키즘도 우리의 문명이 만들어놓고 어떤 구획선을 제거해버릴 경우에 사랑의 감정, 또는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들..

나의 즐거운 일기, 난니 모레티

나의 즐거운 일기 감독 : 난니 모레티 주연 : 난니 모레티, 제니퍼 빌즈 장르 : 코미디, 제작년도 : 1994년 1. 하얀 종이마다 누런 개미가 한 마리씩 눌려 죽어있었다. 사무실에서 프린터 해 온 난니 모레티가 프랑스 영화잡지인 Positif와 한 인터뷰 기사 위에. '개미가 눌려있는 인터뷰' 실은 집에 개미가 너무 많다. 오늘 아침엔 늦게 일어나 택시를 잡아탔는데, 가방에 개미가 붙어서 기어가고 있었다. 그냥 무심히 넘어갔지만, 객관적으로 개미가 너무 많다. (나에게도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존재했던가) 2. 우리 집에 개미가 많다고 해서 세상에 종말이 오거나 몇 년 동안 구름에 갇혀 해를 보지 못한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생길 지도 모르겠다. 내가 죽인 개미 ..

2000년: 새로운 세계 속으로

1. 2000년 서울, 그리고 우리 오늘날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시드니 올림픽을 볼 수 있다. 어느 순간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 속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라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움직이는 곳마다 감시장치가 있고 주인공은 그 감시를 한 순간도 피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이것을 두고 '음모이론(Conspiracy Theory)'이라며 몇몇 사람들은 떠들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이런 끔찍한 세계는 시간적으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IMT2000(IMT2000 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 2000)이라고 해서 국가간 무선통신 서비스, 화상통신서비스 등을 위한 단일 주파수, 단일 기술 표준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그러면 핸드폰마다 ..

엿보기의 비밀

1. 얼마 전 ***의 포르노가 돌았을 때, 우리 시대가 불순한 관음증으로 도배된 사회라는 것을 또다시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잘못인가? 정말 우리 시대의 잘못일까? 노출증과 관음증. 이 단어는 후대의 역사가나 예술사가들이 우리 시대를 정의 내릴 때 사용하게 될 몇 안 되는 단어들 속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제프 쿤스는 노골적으로 스스로를 노출증 환자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Dirty - Jeff on Top, 1991 Jeff Koons. 제프 쿤스는 대담하게, 그리고 매우 친절하게 자신의 성행위를 보여준다. 이 대담한 예술가는 왜 사람들이 타인의 성행위에 관심을 가지는가에 대해 반문하면서 미술관 전체를 한 권의 포르노 잡지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면서 이렇게 묻는다. '과연 내 성행위..

집착, 장식, 그리고 내 안의 우주

1. 사랑하는 이가 어느 순간 결별을 선언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어떻게 될까. 가령 그 사랑이 자신에게 있어 어떤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고 했을 때, 그래서 그 사랑을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자신의 육체에, 자신의 영혼에 어떤 상처를 입는다고 했을 때, 그런 경우에 그 사랑이 어디론가 사라진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저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만 할까? 아마 많은 청춘남녀들이 떠나가는 사랑을 향해 돌아오라고 안쓰러운 손짓을 하고 절규하고 몸부림칠 것임에 분명하다. 적어도 위와 같은 경우라면 말이다. 그리고 그녀, 혹은 그가 귀가하는 무렵 길모퉁이에 기대고 사랑하는 이에게 한 번이라도 더, 무슨 일이 생기기 전까지 계속 매달릴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때, 떠나간 이가 우리에게 하는 말. "넌 ..

98' 언더그라운드 만화 페스티벌

:『98 대한민국 언더그라운드 만화 페스티벌』. 금호 미술관. 98.7.1 - 8.9 분명 만화는 예술이 아니다. 만화를 예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설령 그 노력이 성공해 자신의 작품이 뛰어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만화 때문이 아니 다. 그렇다면 무엇때문인가? 이 이유를 알기 위해선 우리는 흥미진진 하고 재미있으며, 동시에 괴기스런 한 전시를 보아야만 한다. 『98 대 한민국 언더그라운드 만화 페스티벌』말이다. 또한 우리는 현대 미술 Contemporary Art과 키치Kitch의 상관관계도 이해해야만 한다. 타타르키비츠는 이제 아방가르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냐면 이젠 온통 아방가르드밖에 없음으로.(1) 그런 의미에서 클레멘 트 그린버그의..